제 66화
제66편 죄인은 죄를 받는다
“재상.”
“예, 황제 폐하.”
의자에 앉은 황제가 옆에 있던 리프크네 공작을 보며 말하자 공작은 고개를 숙인 다음 나의 앞으로 걸어왔다.
“황태자는 자리하라.”
“예 폐하.”
재상, 리프크네 공작이 나의 옆에서자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짧게 대답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 황태자의 지정석, 대공의 맞은편이자 황제의 왼쪽에 섰다.
촤르륵.
내가 자리에 하자 리프크네 공작은 손에 들린 서류를 펼쳤고 이내 큰 목소리로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간단하다.
황제가 조사했던 카르텔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적힌 내용들이었다.
장장 30여 분간 계속된 카르텔의 죄, 그리고 그 뒤에서 조종한 더 패론 후작가, 그와 함께 온갖 더러운 짓과 사치를 즐긴 귀족들의 명단까지.
촤르륵.
모든 발표가 끝이 나자 리프크네 공작은 멋들어지게 서류를 접었고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백성들이여. 그간 더러운 조직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
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황성의 정문에 모인 수많은 백성들을 둘러보며 말하자 백성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이 끔찍한 범죄자들의 처형을 시작하겠다. 병사들을 준비하라.”
황제의 명령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수많은 병사들.
잠시 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죄인이 매달릴 수 있도록 50여 개의 기다란 나무막대가 바닥에 꽂혔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함께 모든 병사가 각자 지정된 죄인들을 잡아 나무막대에 끌고 가기 시작했다.
“놓아라! 나는 하이아칸 왕국의 귀족이다! 황제 폐하! 저를 죽이시면 왕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중에서 아직도 발악하는 미친 돼지가 있었다.
하이아칸 왕국 출신의 귀족의 소리침에 황제는 피식 웃었고 나는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아아…… 황태자 전하…….”
그런 나를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마냥 감격 어린 표정을 짓는 돼지를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아 역시…….”
나의 미소에 돼지는 감격하며 마주 미소를 지었고 나는 주먹을 들었다.
퍼억!
그러고는 돼지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쳤다.
-호우,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나의 머리에 앉아 있던 크산느가 괴상한 말을 내뱉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나에게 얼굴을 맞고 세 개의 이빨을 뱉으며 쓰러진 돼지를 내려다보았다.
“제국이 왕국을 무서워할 것 같은가? 그리고 내가 아는 하이아칸 왕국은 네놈 같은 쓰레기를 수하로 둔 곳이 아니다.”
“어…… 어…….”
싸늘한 나의 한마디에 돼지는 어벙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고개를 들어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충!”
그에 병사들은 나에게 군례를 취하고는 다시 돼지를 강하게 잡아 나무 막대기에 매달아 버렸다.
잠시 후.
모든 죄인이 나무 막대기에 매달리게 되었고 나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끄덕.
나의 눈빛에 황제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분노로 인해 두 눈이 번들거리는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괜찮다. 이들에게 원한이 있는 자는 돌을 던져라.”
그런 백성들을 둘러보며 한마디를 뱉은 나는 물러섰고, 이내 황제와 귀족들이 황성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 또한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다시 한 번 주의점을 알려주고는 그들의 뒤를 따라 황성으로 들어갔다.
* * *
“망할 놈!”
나무 막대기에 매달린 채 며칠간 수많은 돌을 맞은 라덴.
그는 몸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 가는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이는 너무나도 어린 소년.
8살은 되었을까? 너무나도 마르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또래보다 더 작아 더욱더 어려 보이는 소년.
빈민가의 아이로 추정되는 한 소년이 죽일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 누나 살려내!”
하아…….
자신은 저 어린아이, 저 순수한 영혼의 아이에게도 죄를 저질렀나 보다.
울먹이며 소리치는 아이의 모습에 라덴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어서 저 가여운 아이가 돌을 던져 조금이라도 마음의 분을 풀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나는 네놈과 달라!”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분노가 담긴 절절한 목소리와 함께 돌을 바닥에 던지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허어…….”
라덴은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탄식했다.
저 아이의 누이는 분명 자신의 명령에 의해 노예로 팔려가 수많은 남자를 상대하다가 죽었을 것이다.
아마 고아이겠지…….
하나뿐인 가족을 나 때문에 잃었는데 아이는 나와 같은 인간이 되지 않겠다며 복수할 기회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저…… 작고 작은 아이도 이렇게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는데 자신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인생을 얼마나 부끄럽게 살아왔단 말인가?
너무나도 절망스러운 라덴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이어서 날아오는 돌을 맞았다.
퍼억!
그때, 라덴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 거대한 돌.
라덴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느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레헤튼…….”
그리고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는 두 눈을 감았다.
판게아 대륙의 뒷골목을 장악한 어둠의 황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괴롭게 만든 희대의 악마 라덴.
그는 백성들의 돌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 * *
“뭐라?”
남부의 사막 왕국, 오스란.
상단에 존재한 방석에 눕다시피 기대어 앉은 한 노인.
그가 옆에 있는 시녀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 마시려다가 들려오는 수하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리며 수하를 내려다보았다.
“제국에서 본국의 귀족 5명이 처형을 당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왜? 이유가 무엇이지?”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너무 나간 듯한 이 상황에 노인, 오스란 왕국의 왕이자 스피어 마스터라는 호칭을 만든 창의 초인.
붉은 사신 루틸루스의 물음에 수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에 루틸루스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이 죽고 싶은 것이냐?”
흠칫.
싸늘한 한마디와 동시에 뿜어지는 루틸루스의 엄청난 기운.
대륙의 강자 중 손에 꼽히는 그의 기세에 수하는 몸을 움찔하고는 그대로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송구합니다!”
덜덜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용서를 구하는 수하의 모습에 루틸루스는 혀를 한번 차고는 다시 마나를 거두어 들었다.
그러고는 수하를 내려다보았다.
“말하라.”
“본국의 귀족들이 노예 경매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빠각!
수하의 보고와 동시에 부러진 루틸루스의 나무 술잔.
수하는 두려움에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고 루틸루스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 미친놈들이 제국까지 가서 노예 경매에 참여했다고?”
“그렇습니다. 현재 제국에서는 범죄조직 카르텔을 모두 소탕했으며, 그에 참가한 귀족들은 모두 공개처형, 그리고 저희 왕국에 오히려 따지고 있습니다. 본국의 귀족들이 인간 펫이라는 끔찍한 유행을 만들어 전파했…….”
콰앙!
“이런 씨X!!”
수하의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
루틸루스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쳤고 그에 옆에 있던 시녀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물러났다.
“이…… 개 같은 쓰레기들…….”
수하의 보고에 극도로 분노한 루틸루스.
20년 전, 현 제국의 황제가 즉위하고 전 세계의 지도자들은 제국에 모여 한 가지 조약을 맺었다.
바로 노예 금지 조항을 말이다.
그 외 수많은 조항을 약속했고 백성들을 위한 조항에 백성들에게는 인자했던 루틸루스는 흔쾌히 동의를 했다.
그리고 제국의 황제를 칭찬했고 자신 또한 그런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었다.
한데…… 그런 자신의 왕국에서 이런 미친 짓이 일어났다고?
“이것들이 정말 미쳤구나…… 모든 귀족을 소집하라!”
“명!”
붉은 사신.
거대한 창술로 남부의 야만족들을 모두 죽여버린 스피어 마스터.
그가 일선에서 물러나 노년을 즐기던 삶을 끝내고 앞으로 나섰다.
개 같이 굴러가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 * *
같은 시각.
사막 왕국의 정 반대에 있는 겨울의 왕국 하이아칸.
국왕의 집무실에서 술잔을 기울던 카자르는 급보로 들어온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짜식.”
그리고 맞은편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실을 보며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웃음이 나오냐?”
“아주 속 시원하게 처리했구만. 그나저나…… 더 패론 후작을 죽였다라…… 이 자식 그새 또 성장했구나.”
“그건 대단하다 정말로.”
카자르의 물음에 실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고 그에 카자르 또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이다.
아니 곧 16살이 되겠지.
아무튼 그 어린 나이에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로 알려진 더 패론 후작을 죽여버린 것이다.
과연 누가 이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당장 지금만 해도 그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대륙이 진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 세대에서는 대륙통일이 되어 평화로워지거나, 끔찍한 대륙전쟁이 일어나겠군.”
실과 함께 술잔을 한번 기운 카자르.
그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실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들 없는 것에 감사하겠군.”
“닥쳐.”
정곡을 찌르는 실의 말에 카자르는 짧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 카자르의 모습이 귀여웠던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카자르 또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요한과 엘로나를 결혼시키고, 겨울의 왕국 하이아칸은 자연히 제국과 함께하게 될 것을 말이다.
오히려 그편이 왕국을 위해서 더 나은 길이라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자존심에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카자르였고 그런 카자르가 형임에도 불구하고 귀여웠던 실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아이션 공작이 또 노발대발하겠군.”
“상관있어?”
“귀족파의 귀족들이니까.”
카자르의 앓는 소리에 실이 피식 웃으며 묻자 카자르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런 카자르의 모습에 카자르는 다시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카자르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형 많이 죽었네. 귀족 눈치를 보고 말이야.”
“하아…… 다 죽일까?”
카자르의 투정에 실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묻자 카자르는 한숨을 내쉬고는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안에 있는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하이아칸 왕국의 유일한 초인 카자르 하이아칸.
그가 진심을 담은 어조로 실에게 묻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물음에 실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다음 세대에 맡겨, 늙은 형.”
“야. 나 아직 40대야.”
“늙었네, 나는 아직 30대라…….”
“30대 후반 주제에…….”
“중반이다.”
어린애 같은 말장난을 끝으로 둘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그 둘은 요한이 한 행동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요한을 칭찬하며 그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있었다.
점점 사라지는 설인들이 만든 술이 그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