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화
제65편 황태자의 첫 행보(3)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뛰어난 천재.
힘 +50(+10) 민첩 50(+10)
체력 50(+10) 마나 60(+10)
행운 50(+10) 위엄 72(+20)
매력 +60
시뮬레이션 진척도
23/50
“오우…….”
기억을 잃기 전 상태창과 너무나도 다른 나의 스탯들.
그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어깨에 앉아 있던 크산느가 나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내가 축하한다 했잖냐?-
확실히…….
뭐에 홀린 듯 디위니타스 검술의 오 초식을 펼친 그때, 크산느의 축하 말이 들려왔었던 것 같다.
그것을 기억해낸 내가 고개를 돌려 크산느를 바라보자 크산느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실을 팰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어진 크산느의 말에 나는 확실했다.
소드 마스터의 바로 전 단계.
오러를 정제, 압축하여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는 오러 나이트 상급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이다.
“스킬창.”
스킬창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검술.
광오하다, 오만하다. 검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제의 위엄에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허락이 없으면 숨도 쉴 수 없다.
공간장악 검술이다.
성취도 8/12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심법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심법.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심법이다.
자연의 친구 마나?
개 소리다. 마나를 제압. 마나를 굴복시키는 패도적인 심법이다.
성취도 7/12
냉(ice) 속성 내성(S)
그 어떤 추위, 얼음 마법에도 내성이 쌓인다.
성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성이 강해져 나중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얼음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성취도 12/12
디위니타스 최종오의를 펼치었기에 나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스킬창을 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숫자에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12의 성취도를 달성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디위니타스 검술이 고작 8의 성취도를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런 거야?”
검술의 성취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가 묻자 크산느는 피식 웃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아. 너는 디위니타스 검술을 제대로 펼친 것이 아니야. 그저 맛보기였지. 그리고 네 실력으로 펼친 것이 아니라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본능에 의해 펼친 것이잖아?-
쩝.
크산느의 말에 나는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산느의 말이 맞았다.
일단 황제 군림의 초식을 펼쳤을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치 구름을 노니는 듯한 기분에 누군가가 나의 몸을 조종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내가 펼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기로 마지막 초식 황제 군림은 일시적이 아니라 계속 유지된 상태이다.
즉, 자신이 그 공간의 신과 같은 상태로 계속 전투가 가능한, 즉 지속형이라는 뜻이다.
내가 했던 것처럼 공격하고 바로 사라지는 짧은 스킬이 아니라.
그에 나는 다시 입맛을 다시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더 패론 후작의 머리통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자 크산느.”
-멋있는 척하지 마라.-
아 거 자식.
더럽게 빈정대네.
“모솔 도마뱀 주제에.”
-크아아!-
* * *
웅성웅성.
숲 속을 벗어나 제국의 중심가로 들어선 나.
나는 웅성거리며 길을 비켜주는 백성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유지한 채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백성들이 열어준 길.
그곳으로 내가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자 백성들은 눈치를 보더니 이내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스르륵.
장관이었다.
나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백성들이 걸음을 옮기는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미 알만한 백성들은 알고 있다.
내가 최악의 범죄조직 카르텔을 소탕한 것을 말이다.
저벅저벅.
그런 백성들의 인사에도 나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고, 나의 뒤로 무릎을 꿇고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길을 비키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인 백성들의 사이를 지난 나는 금방 황성의 거대한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뚝.
“충!”
황성의 정문.
50여 명이 넘어가는 범죄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그들의 주변으로 황실 근위 기사단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기사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우뚝.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나는 한 곳에서 멈추었다.
정문에 마련된 높은 상단, 그곳의 의자에 앉아 있는 황제.
큰아버지의 앞에 멈추어선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나의 앞에 더 패론 후작의 머리를 놔두었다.
웅성웅성!
제국의 고위귀족이자 황실 근위 기사단장 더 패론 후작.
그의 목에 황제 주변에 서 있던 귀족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웅성거렸다.
나는 그들의 웅성거림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배에 힘을 주어 힘차게 입을 열었다.
“충! 황태자 요한! 폐하의 명으로 범죄조직 카르텔을 소탕, 보스 외 간부 10명 생포, 그 경매장에 참가한 40명의 귀족을 생포해왔습니다. 또한, 블랙 기사단이 각 지역에 있는 카르텔의 지부를 습격하고 있으며, 지부장을 포함한 총 간부 200여 명 생포 예정입니다. 또한 범죄조직 카르텔의 뒤를 봐준 죄인 더 패론을 벌하였습니다.”
“허어…….”
나의 긴 보고가 끝이 나자 주변에 있던 귀족들은 탄식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입을 가렸다.
내가 고개를 들어 탄식을 한 귀족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씨익.
나와 눈이 마주친 귀족.
그를 향해 내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 귀족의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이내 나를 향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까불고 있어.
아무튼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황제를 바라보았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황제.
그런 큰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
“예 폐하.”
하지만 황제의 반응은 싸늘했다.
차가운 황제의 부름에 흠칫한 내가 긴장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언제 더 패론 후작의 목을 가져오라 했나?”
“……그는 죄인입니다.”
이어진 황제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힌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카르텔 조직의 진정한 수장 더 패론 후작.
그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다.
한데 이것으로 나를 추궁하다니?
믿기지 않는 이 상황에 나는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그는 죄인이다. 하지만 그전에 대륙의 근위 기사단장이며 오러 나이트 상급의 기사이다.”
“…….”
나의 대답에 황제가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느껴지는 분노의 감정.
나는 처음으로 나의 큰아버지, 황제가 분노하고 있는 것을 겪게 된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땅히 죽어야 할 죄인을 죽였다.
상을 주지 못할망정 화를 내다니?
그에 나는 살짝 화가 났고,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카르텔의 자료를 모으기만 했던 황제의 행동까지 겹치며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선 채 오만하게 앉아 있는 큰아버지, 황제를 바라보았다.
“허업.”
아주 무례한 나의 행동에 귀족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황제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괜히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두려웠던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런 귀족들의 행동을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
“저는 제국의 황태자입니다. 백성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백성들을 괴롭게 한 귀족들을 벌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닙니까?”
“나의 명령 없이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다.”
“저는 폐하의 명령보다 백성들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뭐라?”
우웅!!
황제의 권위를 낮추는 나의 발언.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발언이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분노한 상태다.
그리고 믿고 존경했던 황제에게 큰 실망감을 느낀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곱지는 않았다.
수많은 귀족들의 앞에서 황제의 권위를 낮추는 나의 발언에 황제는 분노했고 이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중년의 나이에 6 서클의 경지에 오른 뛰어난 마법사 황제 알칸 듀크.
큰아버지의 마나 기운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기사로 치자면 오러 나이트 상급의 경지가 바로 6 서클의 경지이다.
즉, 현재의 나보다 약하다는 뜻이다.
그에 나는 허리를 굽히지 않은 채 황제가 보내는 마나를 받아들였고 나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황제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황태자인 네가, 황제를 무시한다는 말이냐?”
“저는, 폐하에게 ‘백성들을 위한 황제가 되어라’ 라고 배웠습니다.”
“뭐라?”
나의 대답에 황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현생에서는 저런 가르침을 내린 적이 없다.
전생에서 18살, 성인식을 치르던 나에게 지나가듯 말했던 한마디였다.
그리고 나는 그 한마디를 가슴속에 깊이 새겨, 그런 황제가 되기 위해 더욱더 노력했고 말이다.
아무튼 그것을 알 리 없는 황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뚜벅, 뚜벅.
그리고 상단의 의자에서 벗어나 계단을 내려왔고 나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나는 한 대 맞을 듯하다.
퍼억.
데구루루.
살짝 긴장을 하고 있던 나는 몸에서 느껴지지 않는 고통과 나의 옆에서 들려오는 공 굴러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저 멀리 귀족들의 앞으로 굴러가고 있는 더 패론 후작의 머리를 말이다.
“너는 제국의 황태자이다. 그 누구보다 귀한 존재이다. 나의 뒤를 이어 만인지상의 주인이 될 것이며, 수천만 명의 백성들을 보살펴야 할 귀한 존재란 말이다. 한데, 어찌 저 위험하고 강한 죄인을 홀로 상대한 것이냐?”
아아…… 요한 이 멍청한 것아…….
나의 큰아버지 황제는 자신의 명령 없이 행동을 한 나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강자인 더 패론 후작에게 달려간 것에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즉…… 나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어서 혹여 내가 다칠까 봐 두려웠고, 또 그 무모한 행동을 다시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황제는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황제의 말에 나는 나 자신을 탓했다.
이 멍청한 놈, 전생에서 25년, 나만을 사랑해주던 큰아버지를 의심하다니…… 너무나도 죄송스러웠다.
마치 불효를 저지른 아들이 된듯하다.
그런 황제에게 너무나도 죄송해 나는 눈을 내리깔았고 황제는 그런 나를 보며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대답이 없지?”
털썩.
“송구합니다!”
이어진 황제의 물음에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반성하는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말이다.
그런 나의 사죄에 황제는 몸을 돌리고는 다시 상단 위 의자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