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화
제58편 범죄조직 카르텔(2)
“동생.”
“엉아!”
나의 부름에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미는 케한.
그에 나는 씨익 웃으며 케한의 앞으로 달려 케한을 빼앗아 들었다.
“이…… 이런!”
마나를 다루거나 전체적인 강함은 나보다 뛰어나겠지만 육체적 반사신경은 나보다 느린 할아버지였다.
나에게 케한을 빼앗기자 할아버지는 마치 보물을 빼앗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우리 케한이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잘생겼어?”
“엉아!”
환하게 웃으며 나의 품에 안긴 케한을 보며 내가 묻자 케한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백 점짜리 대답을 한 케한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적당히 해라.-
“후후.”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에 나는 웃음을 흘리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칼론, 귀엽지?”
“…….”
내가 환하게 웃으며 칼론에게 묻자 칼론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케한을 바라보았다.
나와 닮은 이목구비에 어머니와 같은 금발에 푸른 눈.
나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케한이다.
“카론 엉아!”
그런 귀염 터지는 아이가 칼론에게 형이라 하며 손을 내밀자 칼론은 두 눈을 반짝였다.
“워어, 어딜.”
그러고는 마나를 끌어올려 나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나는 가볍게 피했고 말이다.
“저도 안아보겠습니다.”
“내 동생이야.”
“제 사촌 동생입니다.”
“하. 이 자식. 이럴 때만 사촌이지?”
평소에는 나와 사촌인 것을 극히 어려워하던 칼론.
놈이 케한을 한번 안아보겠다고 사촌을 들먹이는 게 웃겼던 나는 피식 웃으며 빈정거리고는 칼론에게 케한을 내밀었다.
“헤헤. 엉아 엉아!”
헤실헤실 웃으며 칼론에게 손을 내미는 케한.
칼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그런 케한을 받았다.
그러고는 능숙한 자세로 편하게 안아 들었다.
“케한.”
“응 엉아!”
칼론의 부름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케한.
그에 칼론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새X. 겁나 좋아하네.”
“귀엽지 않습니까?”
“우리 케한이가 귀엽긴 하지.”
나의 빈정거림에 칼론이 대답했고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케한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가족들은 다 잘생기고 이뻐!”
하여간 이뻐 죽겠다.
우리 셋은 그렇게 케한에게 빠져들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케한에게 말이다.
* * *
대공성의 내부.
손님들을 위한 저택에 살고 있는 12살의 소녀, 다른 소녀들보다 조금은 성숙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 소녀 코피아는 할아버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는 혼자서 수련을 하기 위해 편한 옷을 입고 거대한 창을 쥐고는 연무장으로 나왔다.
흠칫.
즐거운 마음으로 연무장으로 나온 코피아는 연무장 한가운데 바닥에 철퍼덕 앉은 채 멍하니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흠칫하고는 몸을 굳혔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빠른 속도로 몸을 돌렸다.
괜히 저 소년과 얽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도망치냐?”
멈칫.
하지만 실패했다.
몸을 돌린 코피아의 귀에 들리는 청량한 음성.
청량한 미소년 위즐리의 말에 코피아는 다시 몸을 돌려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여기 내 자리야.”
어느덧 서로 말을 놓게 된 둘.
코피아의 말에 위즐리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다.”
코피아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담백하게 사과를 하는 위즐리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저 멀리 힘없이 걸어가는 위즐리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힘이 없어 보여서 쫓아낸 것이 미안해지기까지 한 코피아.
결국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뭐 할 거야?”
조금은 퉁명한 코피아의 목소리.
위즐리는 그런 코피아의 목소리에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살짝 입을 열었다.
“몰라.”
“……나랑 같이 가자.”
“……?”
힘없는 위즐리의 대답에 이를 살짝 문 코피아.
그녀는 이내 창을 내려놓고 위즐리에게 말했고 위즐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기다려.”
위즐리에게 짧게 말하고 저택으로 뛰어가는 코피아.
위즐리는 그런 코피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그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그녀를 기다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위즐리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러자 코피아가 위즐리에게 로브를 건넸고 위즐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코피아가 건넨 로브를 받아들였다.
“입어.”
“…….”
자연스럽게 로브를 입으며 코피아가 말하자 위즐리는 아무 말 없이 로브를 입었다.
그렇게 둘은 대공가를 나섰다.
코피아가 아는 비밀통로를 통해서 말이다.
“이걸 왜 사는 거야?”
대공가에서 나오자마자 근처 빵집에 들러 큰 포대에 빵이 가득 들어갈 정도로 구입한 코피아.
그런 코피아를 보며 위즐리가 묻자 코피아는 대답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 코피아의 모습에 위즐리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코피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걷기를 1시간.
“누나!”
위즐리는 보았다.
누추한 빈민가에 도착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코피아에게 달려오는 꼬마 아이들을 말이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아도 코피아의 앞에 일렬로 나란히 줄을 섰다.
“…….”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위즐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자. 맛있게 먹어.”
“응!”
그리고는 볼 수 있었다.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를.
남을 도우며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코피아의 모습에 위즐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을 도우며 저렇게까지 즐거워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때까지 수백 명을 살린 자신이지만 코피아처럼 즐거운 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죽인 쓰레기들만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으로 자위하며 쓰레기들을 잔인하게 죽여왔으니 말이다.
“커컥!”
그때.
빵을 받아 든 한 소녀가 빵을 너무 급하게 먹어버려 목에 걸리고 말았고 이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하지만 목에 걸린 빵은 넘어가지 않았다.
“!!”
그에 깜짝 놀란 위즐리는 소녀를 향해 달려가 뒤에서 그대로 껴안았다.
푸욱!
“커헉!”
“와아!”
그리고는 명치 쪽을 강하게 누르며 들어 올렸다.
그러자 어린 소녀의 입에서 작은 빵 조각이 튀어나왔고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아이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환했다.
“고…… 고맙습니다.”
위즐리의 옷깃을 잡고 감사인사를 전하는 어린 소녀.
위즐리는 그런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너무나도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는 소녀.
그 소녀로 인해 자신의 옷 또한 아주 더러워졌다.
원래라면 기분이 나빴어야 했지만…….
“다행이다.”
위즐리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헤헤.”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소녀는 귀여운 미소를 지었고 위즐리 또한 미소를 지은 채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감지 않아 손이 미끈거렸지만 위즐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빠는 의사예요?”
위즐리의 쓰다듬음에 미소를 짓던 소녀.
이내 소녀가 위즐리를 올려다보며 묻자 위즐리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위즐리의 대답에 소녀는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이내 위즐리의 옷깃을 잡았다.
“우리 엄마 아파요! 살려 주세요, 의사 오빠!”
“…….”
갑작스러운 소녀의 부탁에 위즐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 해.”
위즐리와 눈이 마주친 코피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에 위즐리는 소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큰 눈망울에 간절함이 아주 가득했다.
괜히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던 위즐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고 그렇게 소녀와 함께 소녀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집이 아니었다.
그저 나무판을 비스듬하게 세운 정도뿐이다.
간신히 비를 피할 정도.
아니 바람이 강하게 분다면 이 집도 무너지겠지.
그런 소녀의 집에 위즐리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쿨럭! 누…… 누구……?”
그때, 좁은 집안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탁한 목소리에 위즐리는 고개를 돌려 침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곳에 누워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두 눈은 퀭했고 음식을 먹지 못해 볼은 홀쭉했다.
“엄마. 빵 가져왔어.”
그때,
소녀가 코피아에게 받은 빵을 조금 먹고 몰래 품에 숨겨놓았는지 여인에게 빵을 내밀었고 그런 딸의 모습에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근데 우리 윌리가 먹어야지.”
“아니야. 엄마 먹어.”
“…….”
위즐리는 서로 배가 고프면서도 음식을 양보하는 모녀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옆에 있던 코피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른들의 눈길을 피해 몰래 빵을 숨긴 윌리.
그녀의 행동은 정말 위험했다.
만약 다른 빈민가의 어른들이 봤다면 윌리는 엄청 맞고 빵을 빼앗겨야 했을 테니 말이다.
“이름이 윌리구나.”
자신과 비슷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소녀를 바라본 위즐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이름을 지닌 심성 고운 어린 소녀다.
자신보다 못한 것이 없는 이 소녀가 너무나도 힘들게 사고 있는 것이 위즐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엄마. 이 오빠 의사야!”
“……? 귀하신 분 같은데…….”
윌리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위즐리를 바라본 여인은 로브 속에 보이는 비단옷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위즐리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워 계십시오.”
“하지만…….”
“저는 의사입니다. 진맥 좀 해보겠습니다.”
여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위즐리는 여인의 옆에 앉아 여인의 맥을 짚었다.
그러자 느껴지는 느리고 약한 심박 수.
그에 위즐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여인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였던 것이다.
“오빠 왜 그래?”
표정이 안 좋은 위즐리를 발견한 윌리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위즐리를 바라보자 위즐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오빠가 살려줄게.”
처음으로 살리고 싶은 환자가 생겼다.
확신 어린 위즐리의 말에 윌리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위즐리는 품속에서 작은 통을 꺼냈다.
그러고는 통의 뚜껑을 열고는 내용물을 꺼내 들었다.
아주 날카로운 바늘이었다.
“히익!”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윌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위즐리는 가볍게 무시한 다음 여인의 혈에 침을 꽂기 시작했다.
일단 여인의 원기를 돋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꾸준한 영양분 섭취도 필요하다.
“코피아. 빵을 따뜻한 물에 말아서 휘저어줘. 마실 수 있도록.”
“어? 응…….”
갑작스러운 위즐리의 말에 코피아는 당황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려는 위즐리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이다.
위즐리가 시키는 대로 빵 한 개를 물에 넣어 그대로 휘젓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빵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녹았고 위즐리는 침으로 일시적으로 원기를 강하게 한 여인에게 빵물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살짝 적셔준 다음 빵물을 조심스럽게 마시게 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