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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54화 (54/226)
  • 제 54화

    제54편 해밍턴 백작가의 비사(1)

    “그래서요 언니…….”

    “어머!”

    아주 절친 납셨다.

    이제는 언니 동생 하며 계속 수다를 떨고 있는 엘로나와 코피아를 애써 무시한 나는 조용히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뛰어난 천재.

    힘 +40 민첩 +40

    체력 +40 마나 +50

    행운 +40 위엄 +52

    매력 +60

    시뮬레이션 진척도

    21/50

    나의 의지와 함께 나의 눈 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창.

    나는 오랜만에 보는 나의 상태창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뛰어난 천재.’

    전생에서의 나는 심각한 둔재였다.

    상태창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되었어야 할 최악의 둔재’였었다.

    그 망할 상태가 이제는 뛰어난 천재라 표현하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묘했던 것이다.

    -좋냐?-

    <좋지.>

    크산느의 물음에 내가 마나 마우스로 대답하자 크산느는 파닥거리며 날아와 나의 어깨에 앉았다.

    -아직이야.-

    <당연하지. 아직 실 그 인간 패지도 못했는걸.>

    -훗. 그렇지.-

    장난기 어린 나의 말에 크산느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다시 천천히 내 스탯을 살펴보았다.

    맨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한 나의 스탯들.

    회귀하고 5년. 나는 이 5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결과물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스킬창.’

    스킬창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검술.

    광오하다, 오만하다. 검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제의 위엄에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허락이 없으면 숨도 쉴 수 없다.

    공간장악 검술이다.

    성취도 5/12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심법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심법.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심법이다.

    자연의 친구 마나?

    개 소리다. 마나를 제압. 마나를 굴복시키는 패도적인 심법이다.

    성취도 5/12

    냉(ice) 속성 내성(S)

    그 어떤 추위, 얼음 마법에도 내성이 쌓인다.

    성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성이 강해져 나중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얼음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성취도 12/12

    기왕 상태창까지 열어 본 김에 스킬창을 살펴보자는 생각이 들어 나는 스킬창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단 3개뿐인 스킬.

    나는 조용히 디위니타스 검술과 심법의 설명을 읽고는 밑에 있는 성취도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크산느. 왜 성취도가 오르지 않는 것일까?>

    -네가 둔재라서 그렇지.-

    하 이 새X.

    요즘 잠잠하더니 갑자기 시비를 걸어오는 크산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스킬창을 바라보았다.

    변함없는 5의 성취도가 상당히 거슬렸다.

    -시뮬레이션의 임무를 완료해야 해.-

    <응?>

    그런 나를 바라보던 크산느.

    그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술 성취도를 올리는데 왜 임무를 완료해야 한단 말인가? 수련으로 성취도를 올리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 아닌가?

    -천재 시뮬레이션이야. 네 수련도 물론 크게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것들이고, 주는 시뮬레이션의 임무와 보상이야. 멍청아.-

    <뭐……?>

    -너한테 나쁜 것 없으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기다리기나 해.-

    의문을 표하는 나를 보며 크산느가 얄밉게 말한 다음 두 눈을 감았다.

    그 얄미운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쭈욱.

    그러고는 5년 만에 크산느의 뿔을 잡아당겼다.

    -크아아! 이 자식!-

    피식.

    괴로워하며 소리치는 크산느.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이 씨X…….”

    이 치사한 자식이 뿔 한번 잡아당겼다고 나의 머리를 바로 깨문 것이다.

    그것도 엄청 세게!

    “요한……?”

    마차 안에서 한창 대화를 하고 있던 엘로나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욕설을 내뱉는 나의 모습에 의문을 느꼈나 보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나는 엘로나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냐.”

    “요한!”

    나의 미소에도 불구하고 엘로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엘로나의 격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느껴졌다.

    뚜욱.

    나의 볼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액체.

    붉은색의 액체, 바로 피를 말이다.

    이 망할 새X. 엄청 세게 깨물었다.

    쭈욱!

    그리고 나는 팔에 마나를 실어 크산느의 뿔을 잡아당겼다.

    * * *

    나와 크산느의 싸움으로 인해 해밍턴 백작가로 향하던 행렬은 잠시 멈추었다.

    나는 마차에서 내려 이곳에서 유일한 의사인 위즐리에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형 정말 괜찮아?”

    머리에서부터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위즐리가 묻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지.”

    “왜 갑자기 피가 난 거야?”

    “간지러워서 좀 긁었어.”

    어느 정도 피를 닦아내고는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한 위즐리가 나에게 물었고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위즐리는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의사야 형.”

    “쩝.”

    “크산느 님에게 혼난 거야?”

    “뭐래. 싸운 거야.”

    위즐리의 물음에 내가 욱하며 대답하자 위즐리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형 나이가 몇인데 싸우고 그래. 크산느 님도 나이가 엄청 많으실 텐데…….”

    -커험.-

    “흐음…….”

    한심하다는 말투로 말하는 위즐리의 모습에 나와 크산느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13살 어린애한테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상당히 자존심 상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한 행동이었기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흐음.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네. 크산느 님이 영체라서 그런가…….”

    -내가 약하게 문 것이다!-

    위즐리의 중얼거림에 크산느가 자존심이 상한 듯 욱하며 대답했다.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위즐리 생각해봐. 우리의 크산느 님은 지금 나이가 천 살이 넘어. 그 소리는? 이빨이 약하다는 거지.”

    “아하!”

    나의 말에 위즐리는 손뼉을 치며 긍정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밖에 안 되는 거야.”

    -크아아아!-

    “아 이 새X!”

    나의 놀림에 이성의 끈을 놓은 크산느가 달려들었고 그런 크산느를 막기 위해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팔을 들었다.

    “크아! 똑같은 데 물지 마!”

    “…….”

    치사하게 똑같은 곳을 무는 크산느의 행동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치다가 이내 조용해진 주변을 깨닫고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크…… 크흠…….”

    미친 사람 보듯 바라보는 위즐리, 코피아 그리고 기사들과 사용인.

    마지막으로.

    “저…… 저기…….”

    스윽.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엘로나.

    나는 그런 엘로나를 불렀지만 엘로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나의 부름을 외면한 것이다.

    “아…….”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나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고 크산느는 연신 헛기침을 한 채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날이 좋군. 비행하고 오겠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나만 바보가 된 이 상황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나를 불쌍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과 사용인들이 말이다.

    “눈 깔아.”

    사사삭!

    거기에 살짝 화가 난 내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화들짝 놀란 기사들과 사용인들이 서둘러 시선을 내리깔았다.

    “레인!”

    “네 황태자 전하!”

    나의 부름에 가만히 있던 부기사단장 레인.

    그가 차려를 하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그런 레인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우웅.

    “대련이다.”

    나의 의지와 함께 생성된 겔루 칼립스.

    그에 레인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그런 레인에게 달려들었다.

    “으라챠!”

    “저…… 전하!”

    갑작스러운 나의 공격에 레인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역시 숙련된 기사답게 나의 검을 받아쳤다.

    콰앙!

    역시 강하다.

    블랙 기사단의 부단장이니 아마 오러 나이트 초급의 경지는 될 것이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나의 검 너머로 보이는 레인을 바라보았다.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나?”

    “절대 아닙니다!”

    “그럼 왜 그렇게 나를 바라본 것이냐.”

    “그…… 그것이…….”

    “그렇게 봤네!”

    콰앙!

    콰카카캉!

    * * *

    “어서 오시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해밍턴 백작가의 영주성 정문.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해밍턴 백작은 일행의 가장 선두에서 말을 타고 도착한 레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 백작의 인사에 레인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

    “그래. 고생이 많았겠군.”

    “네.”

    “응……?”

    예의상 말한 해밍턴 백작은 생각지 못하게 레인에게서 바로 대답이 들려오자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제야 레인은 헛기침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

    “전하. 도착하였습니다.”

    벌컥.

    레인의 보고가 끝남과 동시에 열린 마차 문.

    그 사이로 흑발의 잘생긴 사내가 내렸고 뒤이어 청은발의 아름다운 여인, 적발의 소녀, 자신의 손자 위즐리까지 마차에서 내렸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마차에서 내려 해밍턴 백작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흑발의 사내.

    제국의 황태자 요한을 보며 해밍턴 백작은 한쪽 무릎을 꿇었고 이내 모든 가신과 기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시지요, 백작.”

    한쪽 무릎을 꿇은 해밍턴 백작의 앞에 선 요한.

    그가 무릎을 꿇고 있는 백작을 친히 일으켜 세웠고 백작은 영광이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위즐리 덕분에 제국의 병사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전하!”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해밍턴 백작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요한.

    그런 요한의 행동에 해밍턴 백작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 쳤다.

    “제가 한 것이 아닌, 손주 놈이 한 행동입니다. 제가 감사를 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감사한 것이지요.”

    고개를 든 요한이 해밍턴 백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해밍턴 백작 또한 그런 요한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요한을 바라보았다.

    흠칫.

    “뭡니까?”

    어린 시절, 자신의 맥을 재고는 흥미를 느끼던 해밍턴 백작이 생각나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하며 물었고 그에 해밍턴 백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자신의 손자인 위즐리를 쳐다도 보지 않고 나를 안내하려는 해밍턴 백작의 모습에 요한은 피식 웃고는 그런 백작의 뒤를 따랐다.

    멈칫.

    “왜 그러십니까?”

    해밍턴 백작의 안내를 받아 영주성 안으로 들어서려던 요한.

    갑작스럽게 요한이 멈칫하자 해밍턴 백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요한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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