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49화 (49/226)

제 49화

제49편 집으로(3)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와. 많이 이뻐졌네?”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레브를 보며 내가 미소를 짓자 레브 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하 또한 너무 잘생겨지셨어요.”

몰락한 남작가의 영애였던 레브.

이제는 귀티와 함께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레브가 나의 외모를 칭찬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멍한 표정으로 레브를 바라보고 있는 칼론.

그런 칼론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칼론의 첫사랑 레브.

5년간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칼론이 틈만 나면 레브에게 편지를 썼으니 말이다.

전생에서 나 때문에 레브와 사귀면서도 결혼을 하지 못했던 칼론.

그것을 상기한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멀뚱히 앉아 있는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위즐리. 나랑 같이 케한 방으로 가자.”

“응!”

레브와 칼론 사이에 오가는 파지직함을 느꼈나 보다.

나의 말에 즉각 대답하며 나에게 달려오는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피식 웃고는 레브를 바라보았다.

“칼론이랑 같이 선생님이 계신 저택으로 가서 내가 찾아뵙겠다고 전해 드려줘.”

“네 전하.”

나의 명에 레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칼론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아. 선생님은 5년 전부터 계속 대공가에 계신다고 한다.

대공가에 계시면서 마법 수정구로 일주일에 세 번씩 나에게 지식을 가르쳐주셨기에 얼굴은 자주 보았지만 그래도 직접 찾아뵙는 것이 예의니 레브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물론 다른 시녀들에게 부탁을 해도 되지만 나는 일부러 칼론과 레브를 콕 집어 부탁했다.

선생님이 계시는 저택에 가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야 하는 산책로를 지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칼론 힘내라!

* * *

“크흠…….”

“…….”

아무 말 없이 잘 꾸며진 정원의 산책로를 걷는 잘생긴 소년과 아름다운 소녀.

소년, 아니 소년과 청년의 사이인 칼론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잘 지냈어?”

“응. 편지 고마워.”

“답장도 고마워.”

칼론의 물음에 아름다운 소녀, 레브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칼론 또한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전하와 함께 설인들과 맞서 싸우는 것 무섭지 않았어?”

“즐거웠어.”

레브의 물음에 칼론은 정말 즐겁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레브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너는 정말 천생 기사구나.”

“응. 나는 대공 전하처럼 모든 기사의 모범이 되는 기사가 되고 싶어.”

고결한 기사 보스 카르미언.

그를 언급하며 칼론이 대답하자 레브는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레브의 응원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갑자기 멈추어 서는 칼론의 모습에 레브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칼론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레브.”

“응……?”

너무나도 진지한 칼론의 두 눈빛.

레브는 그런 칼론을 보며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요한의 매력과는 다르게 남자답게 아주 잘생긴 칼론의 얼굴을 마주 보니 부끄러웠던 것이다.

칼론은 그런 레브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짓고는 한 걸음 다가섰다.

“……?”

갑작스러운 칼론의 행동에 레브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나. 정말 뛰어난 기사가 될 거야. 주군의 옆에서 다가오는 모든 적을 상대할 것이고 주군이 검을 드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거야.”

“응.”

칼론의 말에 레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론이 적은 편지, 그곳에 매일 적혀있던 칼론의 꿈이었으니 레브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리고…… 나의 옆에 네가 있는 게 꿈이야.”

한데 레브가 모르는 칼론의 꿈이 있었다.

달콤한 칼론의 고백에 레브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칼론은 그런 레브를 바라보며 남자다운 미소를 지었다.

“5년간 꾸준히 답장을 해주며 나를 응원해준 레브. 고맙고 좋아해.”

* * *

부웅!

드넓은 연무장.

그곳에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귀여운 소녀가 자신의 키만큼 긴 장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창을 휘두르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아름다운 붉은 머리에 보석 같은 초록색의 눈.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본다면 미래가 기대될 정도로 귀여운 소녀였다.

하지만 그 귀여운 외모와 달리 창을 휘두르는 진지한 소녀의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박수를 치며 소녀를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귀여운 외모의 소녀는 귀족가의 영애를 떠나 무예를 사랑하는 무인이었던 것이다.

짝짝짝.

그렇게 창을 휘두르는 것에 집중하던 소녀는 이내 호흡을 고르며 창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소녀의 귀에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잃고 그저 발이 가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던 위즐리.

그는 연무장에서 창을 휘두르는 소녀를 발견했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구경하다가 이내 수련이 끝난 소녀를 향해 경외의 박수를 보낸 것이다.

“누구신지?”

누군가가 자신의 수련을 본 것에 불쾌감을 느낀 소녀는 살짝 찡그린 눈매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위즐리는 그에 굴하지 않고 소녀에게 다가가며 특유의 청량한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함부로 수련하는 것을 보게 되어 죄송합니다.”

담백한 위즐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여전히 위즐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까칠한 소녀의 반응에 당황한 위즐리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싸울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전달하며 급히 입을 열었다.

“해밍턴 백작가의 위즐리라고 합니다. 레이디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이름을 묻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를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린 소녀는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코피아 에스란입니다.”

“아…… 에스란 후작님의……?”

“손녀입니다.”

소녀, 코피아의 소개에 위즐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자 코피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남이 수련하는 것은 함부로 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하하…… 넵.”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하는 코피아의 모습에 위즐리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잠깐만요.”

그런 위즐리를 한번 노려본 코피아는 몸을 돌렸다가 뒤에서 들리는 위즐리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안 아파요?”

아직 굳은살로 자리 잡지 않아 손바닥에 가득한 물집.

위즐리는 어느새 코피아의 손을 잡은 채 손바닥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코피아는 황급히 뒤로 손을 빼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레이디의 손을 함부로 만지다니…… 당신 상당히 무례하군요.”

“아…… 죄송합니다…….”

화를 내는듯한 코피아의 모습에 위즐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런 위즐리를 노려본 코피아는 몸을 돌렸고 위즐리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약 발라요!”

그러고는 코피아의 손에 쥐여준 약을 상기하며 소리쳤다.

코피아는 그런 위즐리의 말을 무시했고 위즐리는 사라진 코피아의 뒷모습을 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 * *

“짜증 나네.”

올해 13살의 아름다운 소녀 코피아.

그녀는 어릴 때부터 수련해온 창술을 누군가에 들켰다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상태였다.

턱.

방안에 돌아온 코피아는 신경질적으로 손에 쥐어진 약을 던졌고 이내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잠시 후.

몸을 씻고 나온 코피아는 시녀들의 도움 없이 몸을 말리고는 편한 옷, 그 위에다가 얼굴이 보이지 않게 로브를 뒤집어 섰다.

그러자 아름답고 귀티가 흐르던 귀족가의 영애가 아닌, 길에서 흔히 보이는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처럼 보였다.

씻지 않았거나, 마법사이거나,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아니면 얼굴을 숨기고 싶거나. 등등의 많은 이유로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은 많았기에 눈에 띄지도 않았다.

“됐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코피아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방의 창문을 나섰다.

잠시 후.

몰래 대공가를 탈출한 코피아는 1시간여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도착했다.

대공가의 외성에 존재한 빈민가.

“와아!”

로브를 뒤집어쓴 코피아가 걸어오자 한 아이가 그런 코피아를 알아보며 달려왔고 이내 주변에 있던 모든 아이가 코피아에게 달려왔다.

코피아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로브의 품속에 챙겨 놓은 빵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맨 앞에선 아이부터 순서대로 빵을 건네주었다.

“자 여기서 다 먹어.”

3년 전, 처음 이곳에 와서 아이들에게 빵을 주었을 때 코피아는 볼 수 있었다.

아들뻘인 아이들의 빵을 뺏기 위해 아이들을 죽일 정도로 때리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말이다.

그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코피아였기에 아이들에게 자신이 보는 지금 먹으라 했고 아이들은 3년 전부터 그래 왔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빵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잠시 후.

아이들이 코피아가 들고 온 모든 빵을 먹어버렸고 코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올게.”

“응!”

웃으며 인사를 하는 코피아의 모습에 아이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있어 코피아라는 존재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기에 모든 아이가 미소를 지은 채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주 열심히, 코피아가 안 보일 때까지 말이다.

“하아. 상쾌하다.”

그렇게 오늘도 기분 좋은 선행을 마친 코피아는 상쾌한 미소를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할아버지가 걱정하지 않으니 말이다.

“크윽!”

그때, 코피아의 귀에 들리는 작은 신음.

코피아는 무시하고 지나가려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는 몸을 돌렸다.

아픈 듯 신음을 흘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지나치겠는가?

“크아아!”

점점 끔찍하고 괴로워지는 비명.

코피아는 조심스럽게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헤헤. 아파?”

그러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풍경이 눈에 보였다.

건장한 사내가 자신보다 작은 덩치의 소년을 보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두려워하는 사내, 그리고 그런 사내에게 다가가는 작은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코피아는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황급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사내를 고문하며 즐거운 듯 웃음소리를 내는 어린 소년.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괴로워하는 사내를 보며 희열을 느끼는 기괴한 모습이 너무나도 무서워 무심코 비명을 지를 뻔했던 것이다.

“시끄러우니 입 좀 다물자.”

잔혹한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청량한 소년의 목소리.

탁!

그 순간 소년이 맞은편 사내의 목 한군데를 찔렀고 이내 거짓말처럼 벌어지는 사내의 입에서 그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소년이 가하는 고문이 괴로운 듯 눈물과 침을 흘릴 뿐이다.

코피아는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 두 눈을 부릅떴다.

손가락으로 몸을 찌르는 것만으로 말을 못 하게 하다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행동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괴로워하는 사내의 모습에 공포라는 감정이 더해졌다.

“거기. 언제까지 구경할 거야?”

움찔.

그때, 사내를 괴롭히던 아이가 몸을 뒤로 돌리며 코피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겁에 질려있던 코피아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지진이라도 난 듯이 떨리던 코피아의 두 눈동자는 놀라움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커졌다.

자신보다 더 큰 어른을 고문하며 조금씩 죽여가던 어린 소년.

기괴한 행동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던 소년이 바로 자신이 알던 존재였던 것이다.

푸른 머리 푸른 눈의 상큼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에 피를 묻히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잘생긴 소년.

조금 전 연무장에서 자신의 창술을 훔쳐보았던 해밍턴 백작가의 후계자. 위즐리 해밍턴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