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화
제47편 집으로(1)
“하아…….”
“괜찮아?”
제국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나는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고 옆에서 나의 팔을 주무르던 엘로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미안해…….”
“아니야.”
엘로나의 사과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어제.
나는 카자르와 한바탕 했다.
아니 정확히 카자르가 미쳐 날뛰었다.
솔직히 카자르는 어느 정도 나를 사윗감으로 생각했었다.
그 이야기를 코르와 카자르의 동생, 아인트 공작에게 들었으니 백 퍼센트다.
한데 내가 막상 엘로나와 사귄다니 눈이 돌아갔다.
심술이라는 뜻이다.
하여간 꼬장 하고는…….
소드 마스터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더라도 카자르는 소드 마스터다.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괴물!
나는 오러 나이트 상급까지는 어떻게 이길 수 있지만 소드 마스터는 절대로 무리다.
오러 나이트와 소드 마스터 간의 간격은 하늘과 땅 차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나는 카자르에게 몇 대 맞았다.
그리고 나의 숙부인 실은 실실 웃으면서 그 모습을 구경했다.
근래 나에게 잘 대해주길래 그가 내심 구해줄 줄 알았지만 개뿔.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같이 제국 가는 거 허락해주셔서.”
미안해하는 엘로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말머리를 돌리자 엘로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응. 오랜만에 어머님께 인사도 드려야지.”
“아마 우리 둘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면 엄청 좋아하실 거야.”
“그러면 좋겠다…….”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무조건 좋아할 거야.”
전생에서 그렇게 엘로나를 좋아했던 어머니였기에 나는 확신했다.
확신 어린 나의 말에 엘로나는 배시시 웃었고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하아…… 짜증 나는군.-
근래 들어서 가장 짜증을 많이 내는 크산느.
그의 투정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마나를 실어 크산느에게 말을 건넸다.
<너도 연애하지그래?>
-호오?-
내가 말을 건네자 크산느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러 나이트 이상의 강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나 마우스.
그것을 내가 사용하니 기특했나 보다.
-짜증 나는 소리 하지 마라.-
<불쌍한 놈…….>
-죽인다.-
어휴 불쌍한 놈.
나의 동정에 크산느는 욱했고 나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런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천 년보다 더 긴 세월을 솔로로 지냈을 크산느가 너무나도 안돼 보였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너무나도 짜증 난 크산느는 그대로 마차 창문을 열고 날아가 버렸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10분 후 돌아올 것을 알고 있는 나였기에 굳이 신경 쓰지 않았고 엘로나는 갑작스럽게 열린 창문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아무렇지 않게 창문을 닫고는 엘로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이틀간 마차를 타고 움직인 나는 마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내 친구 칼론.
나는 멋들어진 갑옷을 입고 있는 칼론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도착했냐?”
“네. 여기서부터 말을 타고 가시지요.”
칼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마차에서 내렸다.
그런 다음 마차에 올라타 있는 엘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그런 나의 행동에 엘로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엘로나.”
“왜?”
나의 부름에 엘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황태자, 너는 왕녀. 우리가 연인 사이인 것이 소문나면…… 너 시집 못 가. 나랑 결혼해야 해.”
“!!”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엘로나는 얼굴을 붉혔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마차에 올라 엘로나의 손을 잡았다.
“나랑 같이 입장하자.”
“하지만…… 너의 축전이야.”
큰 공을 세운 나를 축하하고 환영하는 의식.
성 정문에서 황성의 정문까지 수많은 백성들이 꽃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엘로나는 나에게 알려주듯 말했지만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이쁜 여자친구 좀 자랑하자!”
“뭐?”
애같이 말하는 나의 모습에 엘로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여기 있습니다.”
흑색의 갈기가 윤기가 나는 아름다운 검은색의 말.
마음에 드는 말의 모습에 나는 씨익 웃은 다음 말에 먼저 오르고는 멀뚱히 서 있는 엘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 괜찮겠어?”
“나 후회할 행동은 안 하는 사람이야.”
나의 손을 잡기 전 엘로나가 다시 한 번 더 물었다.
어지간히 불편했나 보다.
그에 나는 확신 어린 표정으로 엘로나에게 말했고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나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나와 엘로나는 같은 말을 타고 성문에 들어섰다.
“와아아아!!!”
가히 폭발적인 백성들의 환영.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다.
성군이라 불리는 황제의 조카이며, 모든 백성의 존경을 받는 대공의 아들, 하이아칸 왕국의 영웅 실 공작의 조카.
심지어 이번에는 실의 뒤를 이어 15살인 내가 무서운 설인들과의 전쟁을 끝내는 큰 공을 세웠으니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앞에 앉아 있는, 나와 함께 말을 타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하고는 백성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와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여인, 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워 나와 잘 어울리는 미인을 보니 깜짝 놀랐나 보다.
“하이아칸 왕국의 왕녀다!”
그때, 한 백성이 엘로나를 알아보고 소리쳤고 모든 백성이 환호성을 멈추고 나와 엘로나를 번갈아 보았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나 보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엘로나의 손을 잡고 손을 위로 들어 백성들에게 흔들었다.
“우와아아아!!”
그렇게 우리는 공식연애를 시작했다.
나와 엘로나는 계속해서 환호를 하고 꽃을 던지는 백성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이내, 황성의 정문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러자 보이는 한 사내.
황제의 동생이자 제국 제일의 검, 카르미언 대공인 아버지였다.
황제를 대신해 황성의 정문까지 마중 나온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말에서 내린 다음 엘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내민 손을 엘로나가 잡고 말에서 내렸고 이내 우리는 당당한 걸음으로 아버지의 앞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입니다. 카르미언 대공.”
“큰 공을 세우신 황태자 전하를 환영하네.”
아버지를 향해 내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아버지 또한 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고개를 든 우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아버지는 입꼬리만 아주 살짝 말이다.
“대공 전하에게 인사드립니다.”
그때, 엘로나가 제국식 예법으로 아버지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이미 수하들의 보고를 들었는지 아버지는 놀라지 않고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환영하오.”
역시 우리 아버지.
엘로나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다.
엘로나는 몰랐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엘로나에게 말을 건네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상당히 들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의 환영에 엘로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 전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그때,
황성의 정문에 서 있던 시종장 드라칸과 황실 근위 기사들이 정중히 예를 차리며 나에게 고개를 숙였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와 드라칸의 안내를 받아 황성으로 들어섰다.
황궁으로 이어진 새하얀 대리석의 길.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이내 황제가 기거하는 궁에 들어선 나는 드넓은 복도를 지나 모든 귀족과 황제가 있는 대전에 들어섰다.
뚜벅뚜벅.
바닥에 깔린 레드 카펫.
그에 나는 엘로나와 함께 당당하게 레드 카펫을 걸어갔다.
황제의 앞에 도착한 아버지는 오른쪽 옆으로 빠졌고 나는 황제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요한! 폐하께서 내리신 자격을 증명하고 귀환했습니다!”
황제는 내가 걸어올 때부터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건장한 청년으로 보이는 내가 듬직하게 인사를 건네자 황제는 황좌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계단을 내려와 나의 앞에 섰다.
“황태자는 일어서거라.”
황제의 명령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
이제 내가 황제인 큰아버지보다 키가 컸다.
황제는 나를 올려다보았고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 나를 안았다.
“고생했다.”
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하는 황제.
나는 그런 황제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아버지만큼이나 나의 성장을 기뻐하고 내가 했던 행동을 대견해 하는 큰아버지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렇게 잠시 동안 포옹을 한 우리는 이내 떨어졌고 황제는 고개를 돌려 나의 옆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구나. 여인이 다되었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황제 폐하.”
황제의 인사에 엘로나가 정중히 고개를 더욱더 숙였고 황제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고개를 돌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설인들과 전쟁을 끝낸 것보다. 아름다운 인연을 만난 것이 더 기쁘구나.”
귀족들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황제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러고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나의 행복을 중점으로 생각하는 황제가 너무나도 고마웠기 때문이다.
현 제국의 귀족들은 모두 황제의 수하, 즉 진심으로 따르는 충신들이다.
황제가 황위에 오른 후, 그 유명한 피의 숙청으로 귀족들을 깡그리 뒤집어엎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기에 황제는 자신이 원하는 나라를 이루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귀족들은 믿고 따랐다.
그리고 황제는 그 귀족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정말 폭군이었으면서, 완벽한 성군이었다.
고개를 든 나는 그런 황제를 바라보았다.
조금은 늙어서 이제 주름이 조금 보인다.
가슴이 아프다.
조금 더 잘해드려야지.
아무튼 나는 그런 황제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준 다음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귀족들.
어휴, 늙은이들의 눈빛을 감당하려니 속이 울렁거리네.
아무튼 나는 그런 귀족들에게 화답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멈칫.
그러다가 이내 멈추고는 다시 손을 내렸다.
그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요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
정중한 나의 인사.
그에 대전에는 큰 박수 소리가 울렸다.
황제의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영웅이 되어 돌아온 나.
수많은 귀족들은 그런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큰소리로 박수를 쳤다.
북부, 추위가 끔찍한 전쟁터에서 5년간 황태자 자격을 당당하게 증명한 나.
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