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화
제46편 요한의 고백(2)
“와 따뜻해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비비며 말을 거는 엘로나.
엘로나는 알까.
이 불이 고대 불의 정령의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것을.
나는 엘로나가 보이지 않게 칼론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고 이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배고프죠?”
“조금…….”
나의 물음에 엘로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요.”
“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엘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그런 엘로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준 다음 호수로 달려갔다.
잠시 후.
나는 먹기 좋은 크기의 생선들을 몇 마리 잡아왔고 엘로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황태자 전하는 텐트도 그렇고, 모닥불을 피우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생선도…… 어떻게 이런 것들을 잘하시는 거예요?”
엘로나의 질문에 나는 그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엘로나는 모를 것이다.
이것들 전부 전생에서 자신에게 배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능숙하게 생선의 비늘을 벗기고 속까지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칼질을 내었으며 미리 준비해온 바비큐용 나무에 생선을 올렸다.
그러고는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다음 계속 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에 엘로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았고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얼짱 각도를 유지했다.
불빛에 비치며 생선을 돌리는 것에 집중하는 나의 모습이 아주 잘생겼을 테니 말이다.
나의 정성이 통했나 보다.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엘로나의 눈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조금만 더 참다가…….
“자! 다 익었……?”
화들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생선을 들고 고개를 돌린 나!
그에 나를 바라보는 엘로나의 눈빛에 내가 두 눈을 크게 떴고 엘로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후후.
아직 어리긴 어렸다.
10년간 엘로나와 연애하며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본 나였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엘로나에게 생선을 건넸다.
“뜨거우니 천천히 한번 맛봐요.”
나의 말에 엘로나는 생선을 받아 들었고 이내 조심스럽게 생선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맛있죠?”
한입 먹고 두 눈을 크게 뜨는 엘로나를 보며 내가 싱긋 미소를 짓자 엘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생선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
생선을 먹고 나서, 찻잎을 준비한 나는 차를 우렸고 나의 뛰어난 솜씨에 엘로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우려낸 차는 정말 맛있다.
자랑이 아니라.
그렇기에 엘로나는 두 눈을 크게 떴고 나는 장난스레 입을 열었다.
“왕국에서 먹는 차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정해요.”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엘로나는 진지하게 긍정했다.
그런 엘로나를 보며 피식 웃은 나는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모습에 엘로나 또한 찻잔을 손에 가져다 대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아…….”
그러고 탄성을 내뱉었다.
호수 위에 보이는 주황색의 노을.
서서히 모습을 감추어가는 태양을 보며 엘로나는 탄성을 내뱉었고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노을빛으로 인해 살짝 주황빛이 도는 엘로나의 얼굴.
나의 눈빛에 엘로나 또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좋아합니다.”
-호우!-
“……?”
그러고 고백을 했다.
촐싹거리는 크산느의 말을 무시한 나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엘로나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유지했다.
“10살,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인형같이 이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순수한 왕녀의 마음에 저까지 순수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저 성질 더럽습니다.”
“…….”
“그렇게 5년 동안. 왕녀님은 변함없이 순수하고 착하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나의 달콤한 고백에 엘로나는 아무 말 없이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와 사귀어 주시겠습니까?”
“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엘로나를 보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엘로나의 손을 잡았다.
움찔.
움찔하는 엘로나.
하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나 정말 참아왔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하는 여인을 내버려두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엘로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 다가갔다.
질끈!
이에 엘로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나 또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우리는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엘란 산맥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첫 키스를 했다.
* * *
“어머…….”
멀리서 처음부터 지켜보며 요한을 도왔던 위즐리와 칼론.
사랑 고백을 하더니 바로 키스를 해버리는 요한의 모습에 위즐리는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고 칼론 또한 몸을 돌렸다.
감히 주군이 키스하는 모습을 쳐다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순수한 두 명은 요한을 등졌다.
“아…… 배고프다…….”
아직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생선의 냄새에 위즐리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었고 칼론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배고팠다.
그리고…….
“왜 눈물이 나지?”
위즐리와 함께 괜스레 옆구리가 시리고 눈물이 나는 칼론이었다.
* * *
“엘로나. 춥지 않아?”
“응. 괜찮아. 요한은 괜찮아?”
“난 따뜻해.”
“헤헤.”
동갑내기 커플인 우리는 서로 말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호숫가에서 벗어나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
나의 가슴에 편히 등을 기댄 엘로나를 보며 내가 묻자 엘로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한 다음 나를 걱정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엘로나 또한 귀엽게 웃었다.
“아놔 진짜…….”
“하아…….”
-시X!-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한 나는 엘로나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나의 코트를 정리해주었다.
“나 정말 괜찮아.”
나의 행동에 엘로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응.”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한동안 우리 둘은 말이 없었다.
나 또한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기분을 음미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같은 말을 타며,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왕궁으로 돌아가는 지금 이 상황.
상당히 낭만적이었다.
“저기 우리 있는데…….”
뒤에서 위즐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엘로나의 귀에 들리지 않게 마나로 아예 차단해버렸다.
-크큭-
그런 나의 행동에 크산느는 소리 내 웃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있지 요한.”
“응?”
그때, 조심스레 나의 이름을 부르는 엘로나의 모습에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요한은 내 어디가 제일 좋아?”
“엘로나는?”
엘로나의 물음에 나는 자연스레 질문했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나의 화법에 눈치를 채지 못한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맨 처음 만났을 때.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요한만 보였어. 마치 운명의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나와 똑같네.”
엘로나의 대답에 내가 싱긋 미소를 짓자 엘로나가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쪽.
그에 나는 엘로나의 이마에 키스했다.
그런 나의 스킨십에 엘로나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고개를 돌렸고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맨 처음 마차에서 내려왔을 때. 너만 보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채. 한데 뒤이어 삼촌이 내리는 것을 보고 나는 화가 났어.”
“왜……?”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냥. 어린 나이의 질투지. 귀여운 질투.”
“아 그래서…….”
“응. 삼촌한테 한 대 맞았지.”
“뭐야.”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피식 웃으며 나의 어깨를 쳤고 나는 실실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밤이다.
* * *
“드디어 미친 거냐?”
오늘도 나의 방으로 찾아온 실.
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나는 계속 헤실헤실 웃었고 나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사실은…….”
“드디어 사귀냐?”
“헉!”
내가 채 말하기도 전에 물어보는 실을 보며 내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제대로 지킬 자신 있냐?”
“당연한 말씀을.”
실의 물음에 내가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실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라면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
“요새 저에게 상당히 후하십니다?”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인정하는 발언을 내뱉는 실.
나는 그런 실을 경계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고 실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술잔에 술을 따르더니 이내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야.”
“어디 아파요?”
나를 부르는 실을 보며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실은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일 제국으로 가야 한다.”
이런…….
오늘부터 엘로나와 1일인데 당장 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실의 말에 내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자 실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엘로나와 함께 갔다가 오도록.”
“삼촌은요?”
“나는 이곳에서 설인들을 정리해야지.”
“…….”
당연하게 말하는 실을 나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눈빛에 실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 새꺄?”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
빡!
아. 오늘도 한 대 맞았다.
실에게 한 대 맞고 나서 나는 괜히 시원해지는 기분에 씨익 미소를 지었고 실은 그런 나를 보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설인들과 이야기는 나누었나?”
“네. 고향을 지키며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그래. 알겠다.”
나의 대답에 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런 실을 빤히 바라보았다.
실의 눈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읽은 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삼촌, 여자한테 차였습니까?”
빠악.
청승 떠는 실이 보기 싫어 던진 질문에 나는 결국 한 대 더 맞았다.
* * *
“뭐라 하였소?”
하이아칸 왕국, 국왕과 왕비의 침실.
카자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건넨 코르를 바라보았다.
18년 전,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여인 코르.
다혈질적인 자신을 잘 돌보아주며 내조를 해주던 여인 코르다.
그녀를 믿고 매일같이 끔찍한 전쟁터에 나섰다.
“한데…… 그것이 계획된 것이었다고?”
18년간 변함없이 한 여인만을 사랑했던 카자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코르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
코르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카자르는 그런 코르를 노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오? 차라리 계속 숨기지…….”
원망 어린 카자르의 목소리에 코르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상처받은 사내의 눈빛을.
카자르의 눈빛에 흠칫한 코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내가 그것을 어찌 믿겠소?”
“죽을 때까지 당신의 곁을 지킬 거에요.”
“…….”
코르의 말에 카자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코르는 그런 카자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 다시 시작해요. 계획된 만남으로 시작된 관계가 아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지금 그대가 하는 말도 거짓 아니오?”
“18년간 저와 살면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정말…… 당당하군.”
자신의 손을 잡으며 말하는 코르를 보며 카자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당하게 다시 시작하자 하는 코르가 미웠다.
한데 밉지 않았다.
그러기에 자신은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미안해요…… 사랑해요. 카자르.”
“…….”
진심 어린 코르의 고백에 카자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코르를 안아주었다.
적어도 18년간 함께 살아가면서 사랑을 나누었던 것은 진심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