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화
제43편 종전 기념 파티(2)
“감정을 감추거라.”
그때, 그의 양아버지이자 자신이 진심으로 따르고 모시는 아이션 공작의 말에 트루히드 후작은 서둘리 표정을 고쳤다.
그러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저자입니까?”
“그래, 무례하게 굴지는 말거라.”
“당연합니다.”
트루히드 후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션 공작이 조심스레 후작에게 경고했고 트루히드 후작은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아. 오랜만입니다. 레이디 아미르.”
가만히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트루히드 후작은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여인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느 누구에게도 무례하지 않고 예의 바른 신사 트루히드 후작.
그의 모습에 아미르라 불린 여인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자연스럽게 트루히드 후작의 옆에 섰다.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그런가요?”
아미르의 물음에 트루히드 후작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러자 아미르는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황태자와 왕국의 보물, 엘로나 왕녀. 이름부터가 어울리잖아요?”
“그것도 그렇군요.”
아미르의 말에 트루히드 후작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술잔에 담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레이디 아미르.
그녀는 자작가의 영애로서 아주 똑똑한 여인이다.
그렇기에 트루히드 후작이 엘로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트루히드 후작이 탐났다.
후계자가 없는 아이션 공작의 총애를 받으며 뛰어난 능력으로 자신의 자격을 증명해 보인 젊은 고위귀족.
그의 배경과 능력에 반한 아미르는 은근히 그의 주변을 맴돌았고 오늘, 그의 옆에 서서 일부러 요한과 엘로나를 칭찬했다.
그러고는 살짝 걸음을 옮겨 트루히드 후작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가져다 댔다.
스쳐 가듯 자연스러운 스킨십.
그에 트루히드 후작은 옆으로 살짝 물러났고 아미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역시 쉽지 않은 사내라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아미르는 한 가지 착각하고 있었다.
‘죽일까…….’
그녀보다 더 똑똑한 인물이 트루히드 후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트루히드 후작은 같잖아서 무시했던 여인, 아미르가 옆에서 속을 긁자 속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살심을 애써 눌렀다.
아미르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모든 것이 짐작되는 트루히드 후작이었기에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래놀 자작령의 재정이 현재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네. 하지만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노력을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해요.”
트루히드 후작의 물음에 아미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후작은 그런 아미르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거 다행이군요. 후작가에서 같은 귀족파인 래놀 자작가의 번성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사적인 트루히드 후작의 말에 아미르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둘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으나 아미르는 알까.
트루히드 후작의 머릿속에서 래놀 자작이라는 존재가 사라진 것을…….
* * *
당당하게 파티 홀 정중앙을 가로지른 나와 엘로나.
계단 위, 거대한 왕좌에 앉아 있는 카자르를 올려다보며 팔짱을 푼 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이아칸 왕국의 번성을, 제국의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가 겨울의 군주 국왕 전하에게 인사드립니다.”
정중한 나의 인사에 살짝 미소를 지은 카자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왔다.
그러고는 나의 앞에 서더니 이내 나의 어깨에 양손을 얹었다.
“환영하네, 황태자. 왕국의 영웅인 그대를 위한 파티이니 부디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네.”
모든 귀족의 앞에서 친한 척을 하며 말하는 카자르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
“과분한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둘이 정말 잘 어울리는군요.”
빠직.
그때,
카자르의 뒤에 있던 코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자 나의 어깨를 쥐고 있던 카자르의 손아귀 힘이 강해졌다.
이 양반, 딸 바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코르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무한한 영광입니다.”
웅성웅성.
농담 식으로 말을 건넨 코르의 말에 내가 진지하게 웃으며 받아치자 주변의 귀족들은 웅성거렸고 엘로나는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이제 모든 귀족은 알 것이다.
내가 엘로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찝쩍댄다면 아주 그냥…….
“자. 모두 파티를 편하게 즐기도록!”
잠시 후,
먼저 들어온 위즐리와 칼론이 나의 뒤에 섰고 나는 카자르와 코르가 특별히 준비한 준 상석의 자리에 앉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옆에 앉은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내일 뭐 하십니까?”
“네?”
“저와 함께 엘란 산맥에 있는 호수를 보러 가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나의 물음에 엘로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왕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일, 고백할 것이다.
이어진 나의 말에 얼굴을 붉힌 엘로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반갑습니다.”
그때,
데이트를 받아준 엘로나 덕분에 한창 기분이 좋던 나는 방해하듯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말끔하게 잘생긴 사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사내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실례지만 성함이……?”
“죄송합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트루히드 후작이라고 합니다, 황태자 전하.”
나의 물음에 트루히드 후작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트루히드 후작.”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트루히드 후작의 칭찬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
멀쩡한 나의 모습에 뒤에 있던 위즐리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무시했다.
전생에서 내가 비교당했던 인물, 카자르가 사위로 인정했던 트루히드 후작을 보니 짜증이 난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트루히드 후작을 바라보았다.
-많이 컸군.-
나와 영혼의 계약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크산느.
녀석이 나를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트루히드 후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아…… 사실은 왕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귀족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그 모임에서 내일 사냥을 가려고 하는데 함께 가서 친목을 도모하고 대륙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의견을 나누지 않으시겠습니까?”
지X한다.
그냥 사냥 가서 병사들이 몰아주는 사슴이나 멧돼지를 잡고 술이나 처먹겠지.
트루히드 후작의 제안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내일 엘로나 왕녀와 데이트가 있어서…….”
그리고 일부러 주변의 귀족들을 들으라는 듯 조금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웅성웅성!
제국의 영웅인 나를 주시하던 귀족들은 나의 말에 웅성거리며 나와 트루히드 후작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트루히드 후작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부디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한창 엘로나 왕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
빠직.
크큭.
나는 보았다.
트루히드 후작의 웃음이 경직되는 것을 말이다.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나의 모습에 후작은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제국의 주인이 되실 분이 여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시다니…… 황실의 체통을 조금 지키셔야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를 무시하듯 비꼬는 트루히드 후작을 보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새X 걸려들었다.
트루히드 후작의 물음에 나는 주위 사람들 들으라는 듯 조금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엘로나 왕녀님은 그 정도의 여인이니까요. 제가 노력해도 마음을 받아줄지, 아닐지 모르는 그런 여인이거든요. 후작께서는 왕녀를, 그리고 여인을 언제든지 취할 수 있는 꽃처럼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그럴 리가요. 왕녀님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역시, 차세대 왕국의 재상이라는 것인가.
나의 말에 깜짝 놀라며 부정한 트루히드 후작이 서둘러 엘로나에게 사과를 했고 엘로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로나의 표정은 가히 좋지 않았다.
트루히드 후작의 말에 기분이 조금 상한듯했다.
“남자가,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부끄러운 행동이 아닙니다.”
그런 트루히드 후작을 보며 내가 훈계하듯 말하자 후작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역시 쉽지 않은 놈이다.
계속되는 나의 도발에 웃음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부류가 나는 제일 싫었다.
-그냥 패라.-
파닥거리며 지켜보던 크산느 또한 짜증 나는 듯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존X 팰 거다.
“주군.”
“어 왔대?”
그렇게 트루히드 후작이 물러갔고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엘로나와 대화를 나누던 나는 칼론의 부름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고 칼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떡.
그런 칼론의 대답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카자르의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 파티에, 제가 초대한 인물이 있는데 들여보내어 국왕 전하에게 인사를 시켜드려도 되겠습니까?”
파티 도중에 말을 하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지만 나는 왕국의 영웅이다.
이 정도야 뭐 어쩌겠는가?
나의 물음에 표정을 살짝 굳힌 카자르가 주변 귀족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자르의 허락에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칼론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칼론은 거대한 문을 열었다.
“와아!”
그러자 보이는 세 명의 인물.
대륙에서 보기 힘든, 북부에서도 왕족이 아닌 이상 보기 힘든 은발에 은색의 눈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 명의 인물은 당당히 앞으로 걸어와 나의 옆에 섰다.
그러고는 카자르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소. 눈보라 일족의 족장 위천이오.”
“반갑습니다. 눈비 일족의 족장 워레인입니다.”
“반가워요. 눈꽃 일족의 주술사, 앨런입니다.”
각자의 개성으로 인사를 건넨 각 일족의 족장들.
거대한 덩치의 미중년, 위천을 시작으로 장발의 잘생긴 미남 워레인, 그리고 이번에 새로 뽑힌 주술사, 아름다운 여인 앨런의 인사였다.
그들의 인사에 귀족들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카자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친 대형사고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이이!”
그때, 한 청년이 이를 갈며 위천에게 달려들었지만 그새 제지되었다.
“가만히 있으시오.”
청년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달려온 칼론이 그 청년을 제압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