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화
제34편 5년 후, 그리고 성장(3)
우웅!
부르르!
그리고 검을 내려쳤다.
기본검술 내려치기.
나의 검술 한 번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나에게서 멀리 물러났고,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다시 검을 들어 옆으로 휘둘렀다.
우웅!
전과는 확연히 다른 이 기분.
검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무거워졌다.
검이 무거운 것이 아닌, 내 마나와 나 자신의 마음이 말이다.
확연히 다른 이 기분에 나는 조용히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우웅!
그러자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
사악!
나의 마나가 주변을 향해 퍼지자 사납게 몰아치던 눈보라가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아니 당연한 것이다.
내가 이 공간의 주인이고, 지배자이니 말이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일 식.
위대한 황제의 한 걸음.
나의 한 걸음에 모두가 무릎을 꿇고 나를 경배하리.
우웅!
“크으윽.”
주변 멀리 떨어져 있던 병사들은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나의 기세에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는 멍한 표정으로 다음 검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의 몸이 둥둥 떠오른 것만 같았다.
검이 곧 나이고 내가 곧 검이었다.
이 세상이 모두 나의 발아래 있는 것 같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런 존재이고, 그렇게 뛰어난 존재임에, 그에 맞는 책임감이 있다.
그것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
내가 지켜야 할 존재가 상처를 받는다면, 그들을 대신해 상대에게 벌을 내려줘야 한다.
그것이 응당 지배자의 할 일.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이 식.
위대한 황제의 내려침.
그 누가 나의 것에 벌을 내린다는 말인가?
무엄하고. 무례하다. 벌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 자신뿐.
나의 것을 건드린 그대, 천벌을 받아라.
그고는 이마 높이에 있던 나의 검이 밑으로 내려갔다.
쿠콰콰쾅!
거대한 굉음을 터뜨리며 연무장을 박살 내버린 나의 검.
하지만 나는 깨닫지 못했다.
그저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나의 분신이자 친구, 곧 나 자신인 검이 원하는 대로 다시 검을 움직여 허리춤에 가져다 대었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삼 식.
위대한 황제의 발도.
나는 이 세상의 지배자다.
세상의 모든 근본은, 해와 달에서 시작이 되었고 달은 곧 나의 힘이다.
나의 검에 달을 담고, 나의 검이 곧 달이 되리.
쿠쿠쿠쿵!!
뻐억.
그때,
나는 이마에서 느껴지는 두통에 정신을 차렸고 이내 나의 앞에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군단장님……?”
만나고 나서 처음 보는 실의 무서운 표정.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
그제야 보였다.
수많은 병사들이 신음과 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있었고, 주위 연무장은 물론 조금은 멀리 있는 천막들까지 박살이 나 있었다.
“제가…… 한 것…….”
털썩.
이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질문을 끝내지 못했다.
멀어지는 의식은 끈을 놓아버리고 만 것이다.
* * *
“미친놈.”
실은 침대에 누워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의 조카, 요한을 바라보았다.
15살의 나이에 오러 나이트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라버린 미친 X.
제국 제일의 검, 사실은 보스가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하지만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보스가 나섰고, 또 그가 자신보다 형이니 그 모습이 보기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삼 형제끼리 결정을 했다.
자신의 실력을 숨기기로.
그런 자신 또한 비공식 최연소 오러 나이트로써 20살의 나이에 오러 나이트에 올랐다.
한데 이 미X 조카 새X는 15살의 나이에 오러 나이트라는 경지에 올라버린 것이다.
정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미X 천재라는 뜻이다.
우웅!
-에펜의 후손이여.-
요한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실은 공간을 지배하는 목소리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
붉은색의 두 눈이 실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의 존재 앞에서 실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 드래곤을 바라보던 실은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국의 수호룡이자, 선조의 친구이신 크산느 님을 뵙습니다.”
제국의 수호룡 크산느.
실은 크산느가 드래곤이 아닌, 어둠의 정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플라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감히 자신이 얘기할 수 없는 위대한 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실이 예의를 담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자 크산느는 실을 지배하려 끌어 올렸던 마나를 풀었다.
“…….”
그러자 호흡하기가 편해진 실.
최근 10년간 자신이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이 없었기에 실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고 크산느는 그런 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요한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버려 두도록 하거라.-
“하지만…….”
-걱정 마라. 내가 지킨다.-
“…….”
크산느의 말에 반박하려던 실은 이어진 크산느의 말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제국의 수호룡이자,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기력하게 만드는 존재가 지켜준다는데 더 이상 뭐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실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우웅.
실의 말과 동시에 사라진 크산느의 기운.
실은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복잡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의 조카. 요한을 내려다보았다.
* * *
“하아…….”
제국의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의 친구이자 호위기사 칼론.
그는 어느덧 눈보라가 멎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매일같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부의 평소 날씨와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보니 날씨도 특별한가 보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한 걸까…….”
15살의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오른 천재기사 칼론.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자신의 주군,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는 15살의 나이에, 도저히 보이지도 않는 경지, 오러 나이트에 올랐다.
분명 주군을 지켜야 하는 자신인데…… 지금은 외려 자신이 지킴을 받고 있지 않은가?
칼론 자기 자신도 알고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달리 검에 재능이 있고, 또래의 나이에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정작 지켜야 할 사람이 자신보다 강한 것을…….
그에 괴로운 칼론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화륵!
그때.
칼론은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정면에 보이는 작은 불씨.
아주 작은 불꽃은 마치 칼론에게 할 말이 있는 듯 칼론의 앞에 가만히 멈추어섰고, 칼론은 익숙한 불꽃의 기운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니?”
-쿠르스.-
“좋은 이름이네.”
듣기 좋은 발음에 칼론이 살짝 미소를 짓자 자신을 쿠르스라 소개한 불꽃이 칼론을 향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칼론의 바로 눈앞에 멈춰선 불꽃.
칼론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그런 불꽃을 바라보았고, 불꽃은 그저 가만히 칼론을 바라보았다.
“원하는 것이 있니?”
따뜻하고, 익숙한 기운에 괜스레 친숙한 불꽃을 보며 칼론이 물었다.
-나와. 친구 해줘.-
“!!”
생각지 못한 불꽃의 부탁에 칼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불꽃이 커지더니 이내 칼론의 몸을 집어삼켰다.
‘아아…….’
영혼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
그 기운에 칼론은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
그에 칼론은 미소를 지은 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주군의 옆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기사.”
-내가 도와줄게. 난 너의 친구니까.-
망설임 없는 칼론의 대답에 머릿속에서 울리던 목소리가 화답했고 이내 칼론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덥석.
“여기도 미친X 하나 있네.”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지려는 칼론을 받아든 실.
그는 자신의 품속에서 잠들어 있는 칼론을 내려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축하한다.”
자신의 귀에만 들리는 친우의 목소리.
희열로 인해 떨리는 플라마의 목소리에 실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고 플라마는 기쁨을 표출하려는 듯 하늘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삐이이!!
그리고,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존재해왔던, 고대 불의 정령이 내는 기쁨의 포효가 엘란 산맥의 하늘을 울렸다.
* * *
“으음…….”
-일어났냐.-
깊게 잠이 들어 개운한 이 기분에 두 눈을 뜬 나는 파닥거리며 나를 반겨주는 크산느를 볼 수가 있었다.
그런 크산느를 보고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야…….”
평소와 달리 너무나도 가벼운 몸.
나는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제자리에서 점프를 해보았고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보았다.
확실히 달랐다.
평소보다 너무나도 가벼웠다.
“상태창.”
그에 이상함을 느낀 나는 황급히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천재.
힘 +40(+15) 민첩 +40(+15)
체력 +40(+10) 마나 +50(+10)
행운 +40(+9) 위엄 +50(+20)
매력 +60(+10)
시뮬레이션 진척도
20/50
폭발적인 스탯의 성장.
나는 내 두 눈에 보이는 스탯을 보며 두 눈을 비볐다.
하지만 스탯의 숫자는 똑같았다.
“미친…….”
눈앞에 보이는 숫자를 보며 어이가 없는 나.
그런 나를 보며 파닥거리던 크산느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소드 익스퍼트와 오러 나이트는 하늘과 땅의 차이지.-
“그럼…… 설마……?”
크산느의 말에 나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짓고는 서둘러 옆에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치직!
나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의 소드 오러.
빠른 시간 안에 마나를 유형화시켜 검 전체를 감싸는 단계, 바로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이다.
쉬식!
그때,
나의 소드 오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더니, 이내 가는 실이 되어 회오리치듯 나의 검을 휘감았다.
오러 나이트 하급의 증표.
오러 토네이도였다.
나는 엄청난 힘을 뿜어내는 나의 검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서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오러 나이트의 경지.
드디어 올랐기에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괜찮냐?-
내가 멍하니 검을 바라보고 있자 크산느가 나의 어깨에 앉으며 물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마나를 거두어 들었다.
“회귀해서 정말 다행이군.”
회귀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짜릿한 기분을 겪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한테 허락받았으니, 네가 말한 대로 겔루인가 뭔가 가지러 가자.-
“허락을 했다고?”
크산느의 말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크산느는 씨익 웃으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내가 누구냐? 바로 크산느 님이시라고.-
“어 그래.”
우쭐대는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건성으로 대답한 다음 검을 허리춤에 찼다.
-바로 가려고?-
“가야지. 시간이 없어.”
크산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는 천막을 나섰다.
그러고는 나의 천막 바로 옆에 있는 실의 천막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