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화
제24편 엘로나 하이아칸(2)
요한이 나가고 파울로마저 나가고.
드디어 셋만 남게 되자 실이 자세를 바로잡고는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큰형이자, 이 나라의 황제를 바라보았다.
“큰형.”
“그래.”
진지한 실의 모습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실은 보스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요한이랑 칼론이라는 놈…… 내가 데리고 가면 안 돼?”
“무슨 말이냐.”
갑작스러운 실의 말에 보스가 살짝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플라마가 말하더라. 칼론이라는 녀석. 자신의 아이를 품고 있다고.”
“뭐?”
“정말이냐?”
실의 말에 황제와 보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실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론이라는 녀석. 내가 키우고 싶어. 덤으로 요한이도 키우고 싶고. 제대로 키울게.”
“진심이냐?”
실의 말에 보스가 정색을 하며 물었고 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야. 요한을 보는 순간…… 난 정말 내 아들 같았어. 나도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싶을 정도야.”
“내 아들이다.”
실의 말에 보스가 정색을 했고 황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형. 요한이 황태자로 삼을 거지?”
“그럴 생각이야.”
“5년만. 딱 5년만 기다려줘. 무력 쪽으로는 손색없는 후계자로 만들어줄 테니.”
황제의 대답에 실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황제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보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허락보다 요한의 친아버지인 보스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뜻이었다.
“요한이는 천재다.”
“그런 것 같아. 벌써 소드 익스퍼트 하급이라니…….”
보스의 말에 실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황제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인 황제였기에 마나의 기운은 느꼈지만 벌써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것은 몰랐던 것이다.
“내가 가르쳐준 것 없이 혼자서 오른 것이야. 그리고 디위니타스 검술을 배운 상태이다.”
“뭐라!”
“…….”
보스의 말에 황제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고 실이 침묵하며 보스를 바라보았다.
보스는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미리 말을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 그것보다 디위니타스 검술이라니? 선조 에펜하르트 님의 그 검술 말하는 거 맞지?”
“네.”
황제의 물음에 보스가 짧게 대답했고 황제는 허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정말…… 요한이가 황제가 된다면 재미있겠군.”
“실.”
“응.”
“그 녀석은 혼자 알아서 잘 클 것이다.”
“내가 가르칠 것은 실전, 그리고 올바른 길뿐이라는 거지?”
보스의 말뜻을 알아차린 실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보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그 녀석 자극하지 말고 내버려둬. 혼자서 잘 클 녀석이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도와주고.”
“형. 걱정 마. 나의 조카이기도 해.”
걱정 어린 보스의 음성에 실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보스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참. 선생님께서 요한이를 가르치게 되었으니…… 니가 알아서 마법 수정구를 사고 매일 두 시간씩 대공가의 마법 수정구에 연결하도록 해.”
“응?”
갑작스러운 보스의 말에 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도의 저택을 상회하는 비싼 수정구, 거기에다가 매일 두 시간씩?
그렇게 되면 매일 매일 비싼 마나석을 구입해서 수정구에 충전을 해야 한다.
그것을 잘 알기에 보스는 실에게 그곳에서 직접 발신할 것을 요구했고 실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보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 보스는 그답지 않게 미소를 지은 채 실을 바라보았다.
“불만 있으면 데려가지 말든가.”
아들에게 못난 것을 배운 아버지였다.
* * *
“아. 왕녀님. 저 잠깐만 손을 씻고 올 테니 이곳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황제의 뒤뜰.
황제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황태자비가 관리를 했다던 코스모스 정원.
핑크빛의 아름다운 꽃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뽐내는 정원의 벤치에 앉아있던 요한은 배에서 느껴지는 신호에 최대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최대한 티 나지 않게.
그런 요한의 마음을 아는지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은 미소를 지은 채 그런 엘로나를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 보였다.
“너는 왕녀님을 지키도록 해라.”
가만히 서 있던 칼론에게 요한이 말하자 칼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요한은 여유로우면서도 조금은 빠른……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엘로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벌써 다녀오신……?”
“어머. 선객이 있었네요.”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금발의 아름다운 미녀.
그 미녀가 환하게 웃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객이라니요. 저 또한 이곳을 방문한 불청객일 뿐이랍니다.”
치맛자락을 잡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엘로나의 모습에 미녀는 두 눈을 반짝였다.
“하이아칸 왕국의 왕녀, 맞으신가요?”
“네. 엘로나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미녀, 아니 대공비 살라만의 물음에 엘로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다가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미안하다는 듯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살라만은 더욱더 두 눈을 반짝였다.
신비한 머리칼과 눈, 아름다운 외모에 말투에서 느껴지는 지혜로움과 상냥함.
정말 며느릿감으로써 딱이지 않은가?
나름 며느리 1순위로 코피아를 점찍어 놓았던 살라만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늘부터 1순위는 하이아칸 왕국의 왕녀, 엘로나였다.
“이분은 대…….”
“칼론.”
칼론이 엘로나에게 알려주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살라만이 자신을 말리자 가만히 입을 닫았다.
자신의 이모에게 무슨 생각이 있다는 것을 짐작했던 것이다.
“제가 누구인지는 천천히 알아가고…… 잠시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살라만이 우아한 목소리로 묻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렇게 살라만과 엘로나는 서로 나란히 앉으며 정원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코스모스를 바라보았다.
“아름답죠?”
“네…… 저희 왕국에서는 꽃이 잘 없거든요. 아까 수도 성에 들어올 때 작은 아이들이 꽃을 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살라만의 물음에 엘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엘로나의 모습이 귀여웠던 살라만은 호호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궁 안내를 받고 있었나요?”
“네. 대공가의 요한 공자님이 안내해주고 있었어요.”
“어머. 그 녀석…… 아니 공자는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혼자 놔두고 어디를 간 것인가요?”
엘로나의 대답에 살라만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활짝 웃으며 물었다.
아직은 어린 엘로나였기에 살라만의 기색을 읽지 못했고 그저 좋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시 손을 씻으러 가셨어요.”
“그렇군요.”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것을 눈치챈 살라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엘로나는 가만히 코스모스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언니는…… 아…… 죄송해요. 언니라고 불러도 되나요?”
“물론이죠.”
왠지 모르게 친근한 살라만에게 엘로나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살라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라만의 허락에 엘로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이내 입을 열었다.
“언니는 요한 공자님 아세요?”
“물론이죠.”
‘내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인데.’
엘로나의 물음에 살라만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당하게 대답하는 살라만의 모습에 엘로나는 두 눈을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분인가요?”
“왕녀가 보기에는 어떤 분이던가요?”
엘로나의 물음에 살라만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고 어린 엘로나는 얼굴을 붉히며 살라만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상냥하고, 멋있고, 재치있고, 부드럽고…….”
“흐음…….”
계속해서 요한을 칭찬하는 엘로나를 보며 살라만은 제 아들이 맞는지, 혹 누군가가 요한을 사칭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칼론의 모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망나니기가 다분한 자기 아들이, 멀쩡한 귀족가의 자제처럼 행동했다고?
그것도 여인의 앞에서?
* * *
“하아 살겠다.”
시원한 쾌감을 느끼며 변소에서 벗어난 나는 저 멀리 코스모스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여인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머니!”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옆에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어머니.
나는 혹시라도 내 욕을 하지는 않았을지 걱정하며 급히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를 부르자 어머니는 호호 미소를 지었고 옆에 앉아서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던 엘로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왕녀, 속이려고 한 건 아니에요. 미안해요.”
“아…… 하이아칸 왕국의 왕녀 엘로나가, 제국의 대공비 마마께 인사드립니다.”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엘로나의 예의 바른 인사에 어머니가 호호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대답에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안돼요! 언니라니요?”
“뭐?”
나의 물음에 어머니가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말실수를 알아차린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어떨까요?”
“어머? 호호호. 그거 괜찮네. 왕녀 어떤가요?”
“아…….”
나의 대답에 어머니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며 엘로나에게 말했고 엘로나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 왕녀님. 미안합니다. 왕녀님이 너무 친근하다 보니…… 제가 무례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엘로나의 모습에 나는 아차 한 표정으로 정중히 사과를 했고 엘로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사합니다, 왕녀님.”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흠칫.
“호오…….”
그리고 묘한 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에 흠칫했고 이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 나는 먼저 실례. 왕녀. 나중에 또 이야기해요. 그때는 어머니라고 불러주세요.”
“네, 대공비 마마.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어머니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엘로나가 정신을 차리고는 정중하고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고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엘로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장난이 많으신 성격이라…….”
어머니가 사라지고,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에게 사과를 하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정말 좋으신 분이었어요.”
“그런가요?”
“네 정말 친언니 같은…… 좋은 분이었어요.”
나의 물음에 엘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엘로나의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와 성격이 많이 다르셨다.
칼 같고 냉철한 여장부인 엘로나의 어머니, 그리고 천상여자인 우리 어머니.
엘로나는 둘 중에 비교하자면 우리 어머니와 성격이 잘 맞는 편이다.
그렇기에 즐거운 대화를 나눈 듯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로나의 반응을 보니 다행히 나의 욕은 안 한 듯싶었다.
“여기 계셨군요.”
“아? 시종장님.”
그때, 나의 앞으로 다가온 회색 머리의 중년인을 보고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드라칸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공자님과 왕녀님을 파티홀로 모시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아 벌써 파티 시간인가요?”
제국의 공작, 7군단장 실의 귀환 파티.
드라칸의 말에 내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저물어지는 해를 보고는 고개를 돌려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가실까요?”
그러고 조용히 팔을 내밀었고, 엘로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의 팔에 손을 얹었다.
* * *
“흐음…….”
파티장의 입구.
나는 그 거대한 문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수많은 귀족들이 저 안에서 모여 서로 간의 인맥을 다지는 중이다.
내가 회귀하고 참석한 파티는 대공가 가신들과 함께한 파티뿐이다.
즉. 실의 환영파티가 나의 사교계 첫 데뷔라는 뜻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 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소녀, 엘로나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공자님도 처음이신가요?”
“네. 사교계 첫 데뷔입니다. 왕녀님도……?”
“네…… 너무 긴장되네요.”
아름다운 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귀여운 소녀, 엘로나가 긴장 어린 표정을 짓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저의 첫 데뷔가 왕녀님과 함께여서 좋은 것 같습니다.”
“…….”
“왕녀님에게 실례가 되는 일인가요……?”
말이 없는 엘로나의 모습에 내가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묻자 엘로나는 화들짝 놀라더니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얼굴을 붉히며 부정하는 엘로나의 모습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다음 마음속으로 나와 엘로나가 함께 등장하도록 손을 쓴 큰아버지, 황제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다.
정말 센스 넘치는 분이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가만히 우리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드라칸이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말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첫 데뷔인데 주인공처럼 보이나요?”
“실 공작님은 보이지도 않을 듯합니다.”
나의 물음에 드라칸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에 보이는 거울에 비친 우리 둘의 모습은 대단했다.
일단 우리는 어리다.
그래서 그 특유의 귀여움이 폭발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둘의 유전자는?
뛰어났다.
뚜렷한 이목구비, 새하얀 피부. 그 누가 우리를 따라올 수 있을까?
심지어 나는 제국에서 보기 힘든, 제국의 상징 흑발에 매혹적인 루비를 박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붉은 눈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나와 비교되게 은은하게 청색 빛을 뽐내는 신비로운 은발에 사파이어를 박아놓은 듯한 푸른색의 눈을 지닌 아름다운 소녀 엘로나.
상반되는 매력을 지닌 우리 둘이건만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와 같은 마음인지 엘로나 또한 미소를 지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준비되셨습니까?”
거울을 보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던 우리 둘의 모습이 귀여웠던지 드라칸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끄덕.
나의 눈빛에 엘로나가 각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엘로나가 손을 얹은 것이 아닌 나의 팔 사이로 팔짱을 꼈다.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고 나의 시선을 아는지 엘로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나의 팔에서 엘로나의 손이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드라칸을 바라보았다.
“준비되었습니다.”
“네.”
그런 우리 둘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드라칸은 걸음을 옮겨 마법확성기가 설치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황위 계승서열 3위, 위대한 황제 폐하의 조카이시자, 위대한 피가 흐르는 카르미언 대공가의 요한 카르미언 공자님, 겨울왕국, 하이아칸의 왕녀, 겨울의 군주 카자르 국왕의 딸 엘로나 하이아칸 왕녀님의 입장입니다.”
벌컥.
드라칸의 말이 끝나고 거대한 파티홀의 문이 열리고 이내 아름다운 파티홀의 내부가 보였다.
“가자.”
“네.”
마치 결혼식에 입장하는 듯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전생에서 했던 말투가 나왔고 엘로나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은 느린 엘로나의 발걸음에 맞추어.
주변에서 느껴지는 놀란 시선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생과 다른 나, 요한 카르미언의 행보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될 것이며.
나의 자리에 어울리는 존재가 될 것이며.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거대한 방패가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회귀한 이유고. 그것이 내가 현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나는 나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노력하는 것을 즐기는…… 진정한 천재로 살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