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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2화 (22/226)

제 22화

제22편 엘리멘탈 소드마스터(3)

“너는 누구냐.”

“요한…… 커헉! 요한 카르미언을 모시는 기사 칼론이다.”

실의 물음에 피를 토하며 간신히 대답을 한 칼론.

칼론이 피를 토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보스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실을 바라보았다.

“죽고 싶으냐.”

“워워. 형 진정해.”

살기를 내뿜으며 말을 하는 보스의 모습에 실이 실실 웃으며 두 손을 들었고 보스는 그런 실을 한 번 노려보고는 주변 기사들을 시켜 요한과 칼론은 궁중 의원으로 데려가게 하였다.

“형 아들. 너무 싸가지없는 거 아니야? 좀 혼내야겠어.”

실려 가는 요한의 뒷모습을 보며 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자 보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런 실을 바라보았다.

“너 이 새…….”

뻐억!

“이 새X가!”

“형님 폐하?”

보스가 채 욕을 내뱉기 전.

제국의 황제 알칸이 실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 쳐버렸고 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 황제를 바라보았다.

늘 막내야~ 하면서 잘 대해주던 큰 형. 그가 자신을 때리다니?

그것도 욕을 하면서?

“빨리 사과해.”

“큰형!”

“어서!”

황제의 말에 실이 발끈했다가 무서운 표정으로 호통을 치는 실의 모습에 찔끔했다.

제국의 황제, 젊은 나이에 황위에 올라 냉철하게 피의 숙청을 하여 자신의 수족들로 귀족들을 채워버린 무서운 인물.

그가 정색을 하며 위엄을 뿜으니 엘리멘탈 나이트라 불리는 실마저도 움찔했고 이내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보스를 바라보았다.

“형 미안.”

“요한을 때린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의 충직한 기사 칼론을 피 토하게 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그 어린놈?”

보스의 대답에 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보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실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 아들, 요한이 인정한 기사이며, 내가 인정한 기사이다. 말조심해라.”

“호오……?”

보스의 말에 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황제는 그런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와 실.

저 둘은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으면서도 안 좋았다.

성격이 너무 달라 자주 부딪혔고 또 성격이 너무 달라서 죽이 잘 맞았다.

괴상한 논리이지만 이것은 사실이었고 오늘은 부딪힌 경우이다.

수많은 백성들의 눈을 의식한 황제는 서둘러 이 자리를 정리했고 이내 친히 엘로나와 실을 파티홀까지 안내해주었다.

큰 공을 세우고 귀환한 7군단장, 그리고 자신의 막냇동생을 위해 제국의 주인 황제, 알칸 듀크가 직접 말이다.

* * *

“미안하네.”

“…….”

아름다운 얼음의 성.

북부의 겨울왕국, 하이아칸 왕국의 수도 프레이에 있는 아름다운 왕성의 응접실에서 은은한 청색의 머리카락 빛깔을 자랑하는 은발의 중년인이 검은 머리 청년에게 고개를 숙였다.

중년인의 사과에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중년인은 그런 청년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안하네…… 우리 딸과 헤어져 주게.”

“제가 무능해서입니까?”

간곡한 중년인의 부탁에 청년은 고개를 들어 중년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붉은색의 루비를 박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붉은 두 눈동자.

다음 대 황제로 거론되는 무능한 공자.

요한 카르미언이었다.

그의 물음에 중년인, 아니 겨울의 군주 카자르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대륙의 주인이 될 남자입니다. 한데 무능하다는 이유로 엘로나의 짝이 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대의 능력이 없지 않은가.”

“좋은 부모님의 밑에서 태어나 고귀할 혈통을 가졌고 다음 황제가 될 저입니다. 한데 능력이 없는 것입니까? 그 누구도 저의 위에 있을 수 없습니다. 현 황제 폐하를 제외한다면.”

“그대가 황위에 오르면 가족들을 지킬 수 있나?”

꽈득.

정곡을 찌르는 카자르의 말에 요한은 이를 갈았고 수치로 인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에게 헤어져 달라고 부탁을 받고 있는 이 상황.

어느 사내가 수치스러워하지 않겠는가?

“저의 수하들, 저의 기사들이 지킬 것입니다.”

“무능한 그대를 진심으로 따를 것이라 생각하나?”

“카자르 님.”

“그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대공저하가 돌아가신다면?”

콰앙!

“하이아칸 국왕!”

정도를 지나치는 카자르의 말에 요한은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카자르는 조금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을 바라보았다.

“황태자에 버금가는 권위를 지닌 그대. 분명 대단하지. 하지만 그것뿐이라서 내 딸을 주지 못하겠네.”

“하지만 엘로나는 이미 저의 것입니다.”

“자네!”

요한의 차가운 말에 카자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요한을 노려보았고 요한은 그런 카자르의 기세에 지지 않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엘로나도 서로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정녕 나의 반대에도 엘로나와 만나겠다는 뜻인가!”

요한의 말에 카자르가 언성을 높였고 요한은 그런 카자르를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자르 님도 알다시피 저는 무능합니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도 저주를 받은 것인지, 소드 익스퍼트 하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

갑작스러운 요한의 말에 카자르는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고 요한은 그런 카자르를 바라보며 마저 입을 열었다.

“15살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련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제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고, 또 그날. 어머니가 저를 위해 영약을 구하러 가다 마차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

“저는 그때 자살하려고 했습니다.”

“!!!”

폭탄선언과 같은 요한의 말에 카자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요한은 말을 끝내기 위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제 실력은 그대로였고 저는 목검을 집어 던지고 절규했습니다. 무능한 저 자신, 그 무능함으로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게 한 쓰레기 같은 저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서. 그때, 엘로나가 저에게 나타났습니다.”

“뭐라 하던가?”

요한의 무덤덤한 말에 카자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요한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카자르를 바라보았다.

“이미 잘하고 있다고.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노력. 그것이 너무나도 멋있고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저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저의 뒤를 따라다니며 자살을 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지려고 하면 거짓말처럼 나타나 정령으로 저를 구했고, 호수에 뛰어들면 직접 수영해서 저를 기절시키고 구했습니다. 독을 먹으려고 하면 자기가 뺏어서 대신 먹었으며 목을 매달려고 하니 이미 사용인들에게 끈이란 끈은 모두 버리라고 명령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엘로나가 말이오……?”

요한의 말에 카자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고 요한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각오 어린 표정으로 카자르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저는. 엘로나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카자르 님께 받는 이 모멸감……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럽지만…… 저는 엘로나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엘로나가 사랑하는 카자르 님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

요한의 부탁에 카자르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고 요한은 그런 카자르를 향해 더욱더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 * *

“…….”

“정신이 드십니까?”

전생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던 상황을 꿈꿔버린 나는 두 눈을 뜨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달려온 한 노인을 바라보았다.

“해밍턴 백작이시군요.”

힘줄을 만지며 희열을 느낀다는 미친 변태 영감.

해밍턴의 모습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해밍턴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고개를 드시지요. 해밍턴 백작은 제국의 고위귀족이시며, 제국 제일의 의사이지 않으십니까?”

“허허. 그건 그렇지요.”

나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든 해밍턴이 조금은 긴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대답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궁 의원입니까?”

“네. 실 공작에게 한 대 세게 맞아서 기절하셨습니다.”

친절한 해밍턴의 대답에 나는 엘로나와 함께 있던 실의 모습이 떠올라 이를 갈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해밍턴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칼론이라는 소년도 멀쩡합니다.”

“예?”

“아. 도련님이 기절하시고 칼론이라는 소년이 실 공작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멍청한 놈.”

해밍턴 백작의 설명에 나는 피식 웃으며 욕설을 내뱉었고 해밍턴 백작 또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무모했습니다.”

“칼론은 어디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해밍턴을 보며 내가 묻자 해밍턴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제야 보이는 한 소년의 그림자.

저 정신 나간 놈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를 지키기 위해 방 앞을 지키고 있단다.

-약한 자식이.-

“그러게…….”

“예?”

크산느의 말에 동감하던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해밍턴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 일어나시면 폐하께서 응접실로 모시라 하셨습니다.”

“백작께서 직접 말이십니까?”

해밍턴의 말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제국의 백작이자 황제의 의사인 해밍턴 백작.

그가 나를 안내한단 말인가?

나의 질문에 해밍턴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허. 이 늙은이가 허리가 아파서…….”

“아 예예.”

딱 봐도 귀찮아 보이는 해밍턴을 보며 건성으로 대답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안 어지러우십니까?”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의 모습에 해밍턴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뭐 같은 꿈을 꿔 정신이 아주 상쾌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다짐하게 되었다.

서둘러 천재가 되고,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겠다고 말이다.

* * *

“하아.”

황제의 응접실.

문 앞에 선 나는 안에 있을 엘로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빨라진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십니까?”

그런 나의 모습에 어디가 아픈지 걱정스러웠는지 칼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순해 빠지고 착한 자식. 정말 잘해줘야지.

“시종장. 황제 폐하게 내가 왔다고 알려주세요.”

“네 공자님.”

문앞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지켜보던 회색 머리의 중년인,

시종장 드라칸에게 내가 부탁하자 드라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문 앞에 걸려있는 손잡이를 들어 세 번 두드렸다.

똑똑똑.

맑고 고운 소리를 내며 존재를 알린 노크.

그와 동시에 듣기 좋은 드라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카르미언 대공가의 공자, 요한 카르미언 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안에서 들려오는 황제의 목소리.

황제의 허락에 드라칸은 문을 열고는 나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드라칸을 향해 살짝 고개를 한번 숙여 주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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