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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9화 (19/226)

제 19화

제19편 칼론의 기사도(2)

대공가의 가신들이 참석한 대공가의 파티.

알베르토가 분명 작은 파티라 했지만 우리 집안은 제국의 대공가다.

주변의 왕국과 같은 위치를 지닌, 제국 내 귀족 중 유일하게 자치권을 지닌 대공가.

어찌 작은 파티가 될 수 있겠는가?

드넓은 파티홀,

천장을 장식한 아름다운 그림들, 어두워진 파티홀 내부를 밝히는 크리스탈의 샹들리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이내 그 아름다움이 파티홀 전체를 밝혀주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맛있는 음식이 존재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자식들을 소개해 주며 누가 더 아름다운지, 누가 더 좋은 옷과 보석을 걸치고 있는지 서로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귀족들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상석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있었다.

-인상 펴.-

크산느의 말에 나는 애써 인상을 펴고는 나의 앞에 놓인 물잔을 집어 들었다.

벌컥벌컥.

그러고는 한 번에 들이켰다.

“음료수 가져다 드릴까요?”

그런 나의 모습에 가만히 뒤에 서 있던 칼론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물었고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음료수 가져다줘.”

그때, 어머니로 인해 나의 옆에 앉아있던 코피아.

파티 시작부터 계속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코피아는 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음료수가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말을 걸었던 칼론에게 말했다.

“네가 떠먹어.”

그런 코피아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감히 누구에게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도련님. 괜찮습니다.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의 무서운 표정에 깜짝 놀란 칼론이 나를 향해 말하고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코피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야. 가만히 있으라고.”

“도련님…….”

“너는 내 기사야.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명령도 들을 필요가 없어.”

“거짓말.”

나의 차가운 말에 움찔한 칼론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옆에서 들린 코피아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어린 기사가 어디 있어.”

칼론을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이는 코피아.

나는 그런 코피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리니까 봐줘야 할지, 아니면 말실수한 것을 혼내야 할지 고민되었던 것이다.

“오빠는 대단한 귀족이면서 왜 이런 애를 기사라고 하는 거야?”

쾅!

이 미친 X은 아무래도 조금은 혼나야 할 것 같았다.

코피아의 말에 감히 부정을 할 수 없었기에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는 칼론.

그런 칼론의 모습과 코피아의 무례한 언행에 나는 나의 앞에 있는 탁자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우뚝.

갑작스러운 나의 돌발 상황에 파티홀에서 흐르던 음악은 멈추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귀족들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상석에서 일어난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말하거라.”

파티홀을 울리는 나의 목소리.

마나를 실은 나의 목소리에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선생님이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파티홀에 있던 모든 귀족은 어린 내가 목소리에 마나를 실었다는 것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을 가볍게 무시한 나는 선생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의 눈앞에서. 제 등을 지키는 기사가 모욕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겠지. 그것이 참된 주군의 행동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손녀와 관계가 된 일인데도 역시 선생님은 칼이었다.

늘 자신의 편을 들어주던 할아버지의 입에서 무서운 말이 나오자 코피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런 코피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 결투를 하겠나? 아니면 나의 기사에게 사과를 하겠나.”

차가운 눈빛으로 코피아를 보며 내가 묻자 코피아는 두 눈에 물기가 고이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우와아앙!”

파티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코피아의 울음소리.

그제야 귀족들은 정신 차리고는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오. 아직 어린 아이인데…….”

“벌써부터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인성이…….”

“아직 어리긴 어리군요…… 훗.”

아직은 어린아이 코피아.

나의 기사가 모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모든 귀족은 코피아의 편을 들면서 나를 생각이 짧다고 평가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울고 있는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울고 있는 코피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쾅!

“감히. 누가 내 기사가 모욕당했는데 웃는 것이지?”

우웅!

테이블을 한 번 더 내려친 나는 더욱더 강한 마나를 목소리에 실었고 이내 디위니타스의 구결대로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와는 또 다른 기운.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칠 때 주변 공간을 장악하는 기운, 바로 위엄이었다.

나의 건방진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방관적인 태도를 고수하셨고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계속 위엄을 내뿜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누가 내 기사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지?”

우웅!

<띠링. 위엄이 1 올랐습니다.>

<띠링. 위엄이 1 올랐습니다.>

<띠링. 위엄이 1 올랐습니다.>

화를 내는 나의 머릿속을 울리는 알림음.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울음을 멈춘 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너는 나와 내 기사가 우스워 보이나? 가짜 울음으로 우리의 명예를 훼손시켜도 될 정도로?”

“히끅.”

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딸꾹질만 하는 코피아.

그녀의 불쌍한 모습에 보다 못한 살라만이 나서려 했지만 아버지와 선생님이 말렸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는 것 같았다.

“칼론.”

“예.”

나의 부름에 멍한 표정을 짓던 칼론.

그가 한 쭉 무릎을 꿇고 기사들이 취할 자세로 대답했다.

“기사인 너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그것은 곧 나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과 같다.”

“예.”

“이 말에 네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이지?”

나의 물음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칼론.

이내 결심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코피아를 당당하게 바라보았다.

“사과하십시오.”

“나는…… 귀족인데…….”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과 칼론의 당당한 요구.

그에 겁먹은 코피아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모든 귀족은 그녀의 눈길을 피했고 선생님과 부모님은 그녀를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제야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코피아가 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고개를 들어 칼론을 바라보았다.

“네가 기사라면 약자이자 레이디인 나에게 사과를 강요할 수가 있어?”

‘드디어 본성이 나왔군.’

어린아이답지 않게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당당하게 따지는 코피아.

그녀의 모습에 귀족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던 선생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손녀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것 같았다.

“저는 그런 기사가 아닙니다.”

“기사의 행동 규범, 기사도를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야?”

“제 주군의 명예훼손, 제 주군의 검, 저는 오로지 제 주군을 위해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가야 할 길, 기사도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이렇게 따진다고?”

“주군의 명이라면 약자이든, 레이디이든 저는 벨 수 있습니다. 제 주군의 앞길을 막는 이라면 더더욱.”

“이익!”

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사도와 다른 기사도를 지닌 칼론.

조금은 광적인 충성심에 나 또한 당황했고 코피아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 이를 갈며 얼굴을 붉혔다.

“사과하거라!”

보다 못한 선생님이 앞으로 나서서는 큰 목소리로 코피아를 향해 소리쳤다.

대륙의 현자, 선생님의 호통에 귀족들과 나는 물론 아버지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서운 표정으로 코피아를 바라보는 선생님.

코피아는 늘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주던 할아버지가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울먹이기 시작했고 이내 칼론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례를 범했어요.”

평소 늘 자상하던 할아버지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니 아직 어린 코피아는 너무나도 무서웠나 보다.

“손녀를 잘못 가르친 내 탓일세. 기사 칼론 경. 내 손녀의 무례를 용서하지 않겠나?”

선생님이 직접 앞으로 나서서 코피아의 옆에 선 채로 칼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륙의 현자, 제국의 후작인 선생님이 어린 아이인 칼론에게 말이다!

그 모습은 모든 귀족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나 또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이 아니면 그 어떤 귀족이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다가 어린 아이인 칼론에게 기사라는 호칭을 사용해 주었다.

그런 선생님의 사과에 그 누가 용서를 못 한단 말인가?

“아가씨. 제 주군에게도 사과를 해주십시오.”

야야…….

너 왜 그러니…….

선생님의 사과와 코피아의 사과.

칼론은 거기에다가 갑자기 나에게 사과를 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이 자식, 갑자기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굴지?

“아니 되었…….”

“미안해요. 오라버니.”

“미안하구나.”

졸지에 선생님한테도 사과를 받게 된 나는 서둘러 위엄을 거두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과 레이디 코피아의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구나.”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미소를 지었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선생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자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아니. 너는 내 제자로서 당당하게 행동했다.”

나의 사과에 선생님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고 이내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많이 침체된 것 같은데. 제가 건배사를 해도 되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부탁드려야 할 일이지요.”

선생님의 물음에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이내 모든 귀족이 자신의 잔을 채우고 컵을 들었다.

물론 나와 칼론 코피아 또한 음료수를 채운 컵을 들었다.

“황제 폐하의 건강과 황실의 번영, 대공가의 행복과 요한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

“건배!”

길면서도 짧은 선생님의 건배사.

환한 미소를 지은 선생님의 건배사와 함께 모든 귀족이 따라서 건배를 외쳤고 이내 모두 각자의 잔을 깨끗하게 비웠다.

“오라버니.”

“내가 왜 네 오라버니냐?”

음료수를 마신 나는 내 옆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거는 코피아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이때까지 자기를 몰아붙인 나에게 왜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다.

대화를 나누기도 싫을 정도로 혐오해야 하지 않은가?

한데 역효과가 났나 보다.

“멋있으세요…….”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까는 코피아의 모습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코피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더욱 미친 X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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