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화
제16편 외할아버지의 방문!(2)
“요한.”
“네 아버지.”
진지한 아버지의 목소리.
차를 마시던 나는 아버지의 부름에 자세를 바로 하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나는 너를 믿는다.”
묵직한 한마디.
아버지의 짧은 한마디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힘 있게 대답했다.
“부끄러운 짓 안 하겠습니다.”
“녀석.”
그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살짝 미소를 지은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으니 오랜만에 만난 손자와 대화를 나누시지요.”
“그래. 저녁은 살라만과 같이 먹자.”
“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아버지는 예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답한 다음 나를 향해 살짝 입꼬리를 올려주고는 방을 벗어났다.
회귀하고 나니 목석 같은 우리 아버지가 자주 웃는 것 같았다.
쿵.
아버지가 내 저택에 있는 응접실을 나가고 싱긋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계속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손자 요한이, 마나의 축복을 받은 대마법사,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립니다.”
“지X한다.”
“손자의 앞에서 말이 험하십니다.”
갑작스러운 나의 인사에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친근한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다음 자리에 앉았다.
“에스란에게서 이야기 들었다.”
“그렇습니까.”
자리에 앉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말하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본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느냐?”
“무엇을 말입니까?”
“계속 말장난할 것이냐?”
“글쎄요.”
인상을 찌푸린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짜증 나는 녀석이군.”
그런 나의 모습에 할아버지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여기까지만 해야겠군.’
꼬장꼬장한 성격이 더 튀어나오기 전에 장난을 그만두기로 한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유모…… 아니, 이모와 어머니가 단둘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살라만은 왜 마들렌의 아이를 너의 시종으로 둔 것이냐.”
“지금은 기사 훈련생입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저와 칼론이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기를 원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 봤자 너의 시종이겠지.”
“할아버지.”
투덜거리는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우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다.
갑작스럽게 진지해진 나의 목소리에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는 것을 멈추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황제가 될 사람입니다. 만인지상, 제국의 주인. 하나밖에 없는 인간종족의 군주. 그것이 제가 가야 할 길입니다.”
“그래서 사촌인 그 녀석을 네 밑에 두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할아버지도 나중에는 저의 신하가 되시겠지요.”
“뭐라?”
나의 광오한 대답에 할아버지가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그런 할아버지의 두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여기서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야 한다.
나는 황제가 될 것이며, 나의 앞에 있는 대마법사는 나의 할아버지인 것을 떠나 나의 신하가 될 존재이다.
물론 당연히 나 또한 할아버지의 외손자로서 예의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핏줄이라는 명분으로 나를 지배하려 들면 아니 된다.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을까?
나를 빤히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는 황제가 되기 위해 태어났구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미소 섞인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나의 어깨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크산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축하한다.-
띠링.
신 스탯 ‘위엄’이 생성되었습니다. 임무 진척도 보상이 변경됩니다.
‘……?’
크산느의 목소리와 함께 들린 반가운 알림 소리.
알림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고개를 돌려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방금 네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인해 디위니타스의 심법의 영향으로 진척도 보상이 아닌 너의 의지로 위엄이라는 스탯이 새로 생겼다. 대단하구나.-
“헐…….”
나의 능력으로 스탯을 상승시킨 것이 아니라 아예 스탯을 생성해버린 것이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니…… 시뮬레이션의 끝은 정말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뭐 하냐?”
크산느의 설명을 이해한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아이는 너와의 관계를 아느냐?”
“아직 모릅니다.”
할아버지의 물음에 내가 살짝 웃으며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들렌 그 아이는 왜…….”
유모 마들렌은 어머니인 살라만과 친자매처럼 자랐다.
비록 서녀였지만 외할아버지는 물론 돌아가신 외할머니 또한 유모를 친딸처럼 여겼다.
그리고 실제로 귀족가의 영애로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유모는 그 점이 항상 부담스러워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사랑이 친딸인 어머니가 아닌 유모에게 집중 되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어린 나이의 어머니는 괴로워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유모는 죄책감으로 인해 가출을 했다.
그러고는 덜컥 아이를 임신하고 돌아왔다.
그에 격분한 외할아버지는 유모를 내쫓았고 어머니가 뒤에서 돌봐주다가 아버지와 결혼하고 나서 나의 유모라는 명분으로 대공가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이모는 나의 유모가 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출한 유모. 그리고 임신을 해버린 유모.
나는 아직 젊은 유모의 얼굴을 상상하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서 빨리 루드비히 후작과 만나게 해주어야지.
아무튼 칼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할아버지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고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녁. 마들렌과 칼론도 함께 먹으면 어떻겠습니까?”
흠칫.
나의 말에 할아버지는 흠칫했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그러기를 원하는가 보다.
* * *
챙.
“뭐 하냐.”
대공가 직계만을 위한 식당.
그곳에 우리와 함께 밥을 먹게 된 칼론은 긴장을 심하게 한 것인지 계속해서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번이 네 번째인 칼론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칼론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편하게 먹어도 된다.”
그런 칼론을 보며 아버지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고 어머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칼론을 번갈아 보았다.
우리 둘이 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 모습이 보기 좋은가보다.
“유모. 아니. 이모. 식사는 입에 맞아?”
우뚝.
조금은 불편한 식사.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들렌을 향해 내가 질문을 하자 거짓말처럼 모두 식사를 그만두고 두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지?
“너는 물부터 마시고 이야기 들어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나는 물잔을 칼론에게 건넸고 칼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동그란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도 내가 건넨 물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사용인들 모두 나가.”
그런 칼론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내가 목소리를 살짝 깔며 말했고 알베르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런 알베르토의 시선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베르토는 시녀, 시종들에게 눈치를 주고는 물러났다.
“넌 앉아 인마.”
바보같이 다른 사용인들과 함께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칼론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칼론은 쭈뼛거리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쿵.
그렇게 모두 나간 다음 문이 닫혔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제가 이렇게 말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너무 답답해서 제가 먼저 말해버렸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나의 사과에도 굳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그런 두 분의 모습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조금은 성급했나 보다.
하지만 예상외로 나의 할아버지가 나의 구세주가 되어주었다.
“아니. 말 한번 잘했다. 마들렌.”
할아버지가 나를 칭찬하고는 직접 나서서 이모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예 후작님.”
“아버지라 불러라.”
“…….”
할아버지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만 이모.
그런 이모의 대답에 기분이 나빠졌던 할아버지는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할아버지의 말에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가만히 그런 유모를 바라보았다.
“장인어른.”
“이것은 나와 내 딸의 문제일세.”
불편한 듯 고개를 숙인 유모가 안쓰러웠는지 아버지가 만류했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했다.
할아버지의 말에 아버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붉은 머리 붉은 눈의 귀여운 꼬마, 칼론을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인지 인식을 못 한 칼론은 그저 두 눈을 깜빡거렸고 할아버지는 그런 칼론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너는 애 같은 면이 있구나.”
나를 힐끔 보며 비교를 한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미소를 짓자 칼론 또한 어색하게 마주 웃었고 할아버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가겠느냐?”
“예?”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칼론은 그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갑자기 이런 큰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
아무튼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할아버지가 칼론에게 제안한 것이 문제다.
전생에서 칼론에게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없었던 할아버지다.
한데 갑자기 함께 가자고 권하다니?
“할아버지 이건 아닌 것…….”
“조용히 하거라.”
깜짝 놀란 내가 황급히 말을 꺼냈지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
“너의 어머니는 나의 딸이다. 너는 요한과 사촌이지. 즉 너도 귀족이란 말이다.”
“에……?”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은 칼론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사촌.”
“헐…….”
나의 인사에 칼론은 멍한 표정을 지었고 할아버지는 그런 칼론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가자. 나에게 마법을 배우고 앤트 후작가의 후계자로서 너를 키우겠다.”
“아버지!”
“장인어른!”
“와우!”
폭탄 같은 할아버지의 선언.
어머니와 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할아버지를 만류했고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검술 천재이기도 하지만 마나의 축복도 받은 칼론이었기에 마법으로도 재능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마법사가 될 수도 있으니 할아버지를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조금 아쉽겠지만…… 칼론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
“진심인 것 같으니 진지하게 너의 생각을 말해. 눈치 볼 필요 없으니까.”
꺼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칼론을 향해 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칼론은 자신의 뺨을 두어 번 두드리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 칼론을 빤히 바라보는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유모 그리고 나.
우리들의 시선에 얼굴을 붉히던 칼론은 이내 결심한 듯 확고한 눈빛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