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화
제15편 외할아버지의 방문!(1)
이제는 선생님이 된 에스란 후작이 다녀가고 난 후.
나의 일상은 조금 바뀌게 되었다.
오후 일정이 생긴 것이다.
오전은 평소와 같이 수련을 했고 점심을 먹고 난 이후에는 매일 두 시간씩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다음 주 자신의 손녀와 함께 대공가로 와서 이곳에 머물며 나를 가르칠 것이라 하였다.
선생님의 손녀가 누구인지 기억난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우 같은 계집애가 속을 썩이기는 했지만 선생님에게는 그 누구보다 귀엽고 착한 손녀였으니 내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다음 주가 되기 전에 하루빨리 진척도를 끝내고 싶었던 나는 오늘도 지나가는 모든 사용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
“네 안녕하세요!”
“별일 없습니다!”
이제는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대답하는 기사들과 시녀, 시종들이었고 개중에는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인물도 있었다.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저택의 분위기에 나는 살짝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막 회귀한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나를 무서워하는 사용인들이 아무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생각지 못했던 나였기에 나는 천재 시뮬레이션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자 옆에서 파닥거리던 크산느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더 감사해 하라고.-
“짜식.”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고 크산느 또한 피식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진척도.’
시뮬레이션 진척도
4. 15KM를 달리시오. (7일간 총 105KM) 3/7
일주일간 만난 모든 존재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시오.
성공보상 : 상태 변화. 신 스탯 ‘위엄’, 생성, 마나 + 3
0에서 3으로 바뀐 숫자.
선생님이 오기 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그리고 이번에 안 사실이 있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상태 : 평범한 범재.
힘 +7 민첩 +6
체력 +7(+1) 마나 +7(+2)
행운 +1
시뮬레이션 진척도
3/50
달리기를 매일매일 하다 보니 체력이 올랐고 매일 새벽 디위니타스 심법을 수련하다 보니 마나가 올랐다.
진척도 임무 보상이 아닌 내가 하는 수련에도 스탯이 오르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가뜩이나 즐겁던 수련이 더욱더 즐겁게 되었다.
‘아! 너무 좋아!’
연무장을 달리자 나를 반기는 상쾌한 바람.
그 바람을 느끼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달렸고 멀리서 그런 나를 지켜보던 크산느가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창 내가 미소를 지으며 달리던 그때.
누군가가 나의 옆에서 함께 달리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빨간 머리의 귀염둥이 칼론.
이를 악물며 나의 스피드에 맞추어 달리는 칼론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귀족이 본다면 시종, 또는 훈련생이 나와 나란히 달리는 것에 격노하며 경을 치겠지만 나는 상관없다.
그것을 칼론 또한 잘 알 것이고.
나는 오랜만에 전생에서 칼론과 함께 수련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달렸다.
전생에서 함께 수련을 하며 우정을 쌓았던 우리…….
‘아 엄청 느리네.’
‘뭐해?’
함께 검술을 수련하며 나를 지적하고 응원해주던 나의 친구 칼론…….
‘악! 이 자식아! 나 죽이려고?’
‘네가 약해서 그래.’
퍽!
“꾸웩!”
“아 생각하니 열 받네.”
“왜요 도련님…….”
이 건방진 자식.
생각해보니 나한테 매일 시비를 걸었던 것이 떠올라 칼론을 그만 걷어차 버렸다.
가만히 달리다가 봉변을 당한 칼론이 울상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한테 기어오르기 전에 조금 더 괴롭혀야지.
우웅!
-요한!-
“제길!”
그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마나의 파동.
크산느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나를 향해 소리쳤고 나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가까스로 몸을 돌려 파이어 볼을 피했다.
콰앙!
그러자 파이어 볼이 아무 죄 없는 나무와 부딪혀 폭발했다.
보통의 파이어 볼과는 너무나도 다른 강력한 기운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기운이 느껴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조금은 익숙한 노인이 나의 눈에 보였다.
흰색의 긴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푸른색 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한 노인.
그 노인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칼론의 앞에 서더니 이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나의 외할아버지이자 칼론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한 앤트 후작.
그의 등장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외할아버지인 앤트 후작에게 있어서 마들렌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녀의 아들인 칼론은 더더욱이고.
칼론이 나의 시종이라는 것에 분노했을 것은 당연하고 이내 나에게 맞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외할아버지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X 됐네.’
평소의 외할아버지 성격을 잘 아는 나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서둘러 옆에 놓인 목검을 집어 들었다.
“할아버지 누구세요!”
할아버지의 뒤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던 칼론은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나에게 공격을 시도한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눈 돌아간 상태다.
칼론의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은 듯 그저 손자인 나에게 지팡이를 겨누더니 이내 분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망할 놈…….”
우웅!
할아버지의 말과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오는 수십 발의 매직 에로우.
나는 이를 악물며 자세를 잡았다.
-요한……?-
그런 나의 모습에 크산느가 두 눈을 크게 떴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나의 몸속을 떠돌고 있는 마나를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웅!
그러자 시작된 디위니타스 검술.
나를 향해 날아오던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은 그 자리에서 멈추었고 나는 천천히 목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자세 그대로 한 걸음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일 식.
위대한 황제의 한 걸음.
나의 한 걸음에 모두가 무릎을 꿇고 나를 경배하리.
파시식!
나의 한 걸음에 매직 미사일은 소멸되었고 칼론은 전과 같은 자세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몸을 숙이고 있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역시 7 서클 마스터의 강자라 그런지 나의 검술에 굴복되지 않았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마나를 거두었다.
솨아아!
그러자 거짓말처럼 거두어진 장악력.
“후아아!”
칼론이 크게 숨을 내쉬며 심호흡을 했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경악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이 재밌었던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목검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크게 뜨여진 할아버지의 두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진정하시고 천재 손자랑 이야기 좀 해보시죠, 할아버지?”
“어…… 어찌…….”
갑작스러운 마나의 기운에 깜짝 놀라 나의 저택 연무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것 같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경악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소드 마스터 아니랄까 봐 엄청 빨리 달려왔네.
아무튼 나는 외할아버지, 아버지를 번갈아 보고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남자끼리 이야기 좀 해봅시다.”
-미친놈.-
조금은 괴상한 나의 행동에 크산느는 혀를 찼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저 전생에서 늘 안쓰럽게 나를 바라보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경악 어린 눈빛을 즐겼다.
‘천재로서의 한걸음이다.’
* * *
“고마워.”
나의 저택 응접실.
나는 내 앞에 차를 내려놓은 레브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의 인사에 레브 또한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이내 물러났다.
그러자 외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삼대의 남자만이 남게 되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너…… 뭐냐?”
“장인어른.”
“크흠.”
그런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괴상한 생명체를 본다는 듯 물었고 옆에 있던 아버지가 가만히 그런 할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의 부름에 할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고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혹시. 제국의 수호룡. 건국황제 에펜하르트 조상님의 벗. 크산느를 아십니까?”
“내가 너보다 잘 알 거다.”
“안다.”
나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듣기 좋은 중저음으로 대답했다.
‘하여간 재미없어.’
톡톡 튀는 할아버지와 달리 늘 진지한 아버지를 보며 혀를 한번 찬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 중이지 않습니까?”
“뭐? 이 자식이!”
나의 말을 끊는 할아버지를 보며 내가 조용히 타이르자 할아버지는 발끈했고 옆에 있던 아버지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의 한숨이 효과가 있었을까, 할아버지는 화를 삭이며 다시 자세를 바로 하였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이 웃겼지만 나는 애써 참으며 입을 열었다.
“말 끊지 마세요.”
그리고 경고했다.
“망할 놈.”
나의 장난 섞인 말투에 할아버지는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정이 넘치는 양반이다.
전생에서 늘 나에게 무능하다 하면서도 좋은 약과 마나 샤워를 시켜주던 인물이 아니던가?
그것을 잘 아는 나였기에 오랜만에 만나는 할아버지에게 조금은 짓궂게 군 것이다.
전생에서는 지금보다 더 늙은 모습이었다.
조금은 젊어졌지만 저 꼬장꼬장한 성격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괜히 정겹다.
“크산느와 계약했습니다.”
“…….”
나의 대답에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았고 그런 둘의 반응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알고 계셨군요.”
“모르면 빙시지.”
“장인어른!”
“아 뭐!”
아버지의 부름에 할아버지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직책은 아버지가 더 높지만 아버지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이며 숙부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평소 단둘만 있을 때는 아버지에게 하대를 하였고 나의 앞에서는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평소대로 신경질적으로 하대를 하였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아버지를 무시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의문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디위니타스 검술을 배운 것이냐?”
“네. 크산느에게 배웠습니다.”
“허어…… 제국의 복이로구나.”
나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감탄을 하며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생했다.”
할아버지와 달리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넨 아버지.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이 정도야 뭐.”
“자만하지 말고.”
“자부심입니다.”
“어서 선생님께서 오셨으면 좋겠군.”
말 한마디 지지 않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었다.
“저거 10살 맞냐?”
“갑자기 변하긴 했는데…… 10살 맞습니다.”
그런 나의 모습에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고 아버지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의 여유롭고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이 10살처럼 보이지 않았나 보다.
“싸가지없는 것 보면 어린애가 아닌데?”
아…… 그냥 싸가지가 없어서 10살처럼 안 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