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3화 (13/226)

제 13화

제13편 내가 가야 할 길(2)

고개를 돌리는 크산느를 보며 피식 웃은 나는 오 일 전 바뀐 나의 상태창을 다시 한 번 보기 위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상태 : 평범한 범재

힘 +7 민첩 +6

체력 +6 마나 +5

행운 +1

시뮬레이션 진척도

3/50

상태창에서 드디어 사라진 둔재라는 글자.

그리고 그 글자를 대신 채운 범재라는 글자.

나는 다시 느껴지는 뿌듯함에 칼론이 기절한 것도 잊은 채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25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둔재라는 타이틀.

그것이 사라졌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둔재가 아니다. 평범한 존재이다.

물론 곧 천재가 될 것이고 말이다.

천재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선 나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푸하하!”

-미친놈. 스킬창이나 봐.-

“응? 그래. 스킬창.”

웃고 있는 나를 향해 크산느가 파닥거리며 말하자 나는 갸웃거리면서도 입을 열었다.

그러자 새로 보이는 반투명한 창.

스킬창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검술.

광오하다, 오만하다. 검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제의 위엄에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허락이 없으면 숨도 쉴 수 없다.

공간장악 검술이다.

성취도 1/12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심법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심법.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심법이다.

자연의 친구 마나?

개소리다. 마나를 제압. 마나를 굴복시키는 패도적인 심법이다.

성취도 1/12

“오오!!”

성취도가 한 개 올랐다.

오늘 처음으로 성공한 검술이었기에 성취도가 올랐고 나는 감탄하며 두 눈을 반짝거렸다.

이 천재 시뮬레이션이라는 것.

대단했다. 나에게 임무를 쥐여주고 강하게 시켜주는 것은 물론, 스탯의 객관화, 심지어 내가 익힌 검술과 심법을 스킬이라는 이름하에 성취도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 얼마나 엄청난 기연이란 말인가?

“짜식…….”

새삼 느껴지는 고마움에 나는 씨익 웃으며 크산느를 바라보았고 크산느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다른 곳을 향해 날아갔다.

“쑥스러워하기는.”

날아가는 크산느의 뒷모습을 보며 코를 훔친 나는 쓰러진 칼론을 내버려두고 다시 연무장 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목검을 들어 마나를 싣지 않고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띠링.

그러기를 몇 시간.

펼칠 때마다 새로운 검술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내게 5일 동안 들리지 않았던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진척도!”

시뮬레이션 진척도

4. 15KM를 달리시오. (7일간 총 105KM) 0/7

일주일간 만난 모든 존재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시오.

성공보상 : 상태 변화. 신 스탯 ‘위엄’, 생성, 마나 + 3

“뭐야?”

평소와는 다른 진척도의 상태.

신 스탯 위엄이라? 이것은 무슨 스탯인가.

“아 혹시 위엄의 스탯이 올라갈수록 나의 위엄이 강해지는 것인가?”

-그 말 그대로다.-

나의 말에 어느새 나의 옆으로 다시 날아온 크산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위엄의 스탯이 높을수록 검술도 강해지겠군.”

-그렇지. 지배력이 더욱더 강화될 테니 말이야.-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한 크산느는 이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잘 돌아가는 머리에 나 또한 놀랐다.

그렇기에 크산느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짐작이 되었고, 조금은 쑥스러운 기분이 들어 크산느에게 중간 손가락 하나를 올려주었다.

그런데…… 새로운 수련이 아닌 모든 존재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

이게 천재가 되는 것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천재란. 주변 사람들이 치켜세워주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때, 나의 의문을 귀신같이 알아챈 크산느가 옆에서 파닥거리며 대답해주었고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하잖아?-

“그러게…… 이번 기회에 검술 수련이나 더 해야겠다.”

크산느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 다음 다시 목검을 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크산느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다시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즐거운 수련. 나는 수련이 너무나도 즐겁고 좋았다.

전생과는 달리 수련을 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것이 느껴지니 더더욱 좋았다.

* * *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허허. 대공 전하께서 오시라는데 와야지요.”

카르미언 대공가.

대공의 집무실에서 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손님을 반겼다.

제국의 대공, 한 나라의 국왕과 같은 권력을 지닌 그가 고개를 숙이다니?

상당히 드문 경우지만 상대가 대륙의 현자이자 대공의 스승이며, 황제의 스승이기도 한 존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앉으시지요.”

보스가 무표정하지만 정중하게 자리를 권하자 에스란 후작은 웃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보스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어떤 일로 이 쓸모없는 늙은이를 부르셨는지요?”

보스가 자리에 앉고, 잠시 후.

집사 알베르토가 내려놓은 차를 한 모금 마신 에스란 후작이 묻자 보스는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 아들놈의 스승이 되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은퇴한 몸입니다.”

보스의 단도직입적인 부탁에 에스란 후작이 딱 잘라 거절하자 보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보스를 보며 에스란 후작은 웃음이 나왔다.

정말…… 진지하고 재미없는 제자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면서도 흐뭇했다.

묵묵하게 잘 자라준 제자를 보는 스승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한지…….

“저는 녀석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흐음…….”

차를 한 모금 마신 보스가 입을 열자 에스란 후작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보스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자기 자식의 문제라서 그런지 한번 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제자의 성격과 달리 다시 말을 꺼내니 신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자부심이라고 하더군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광오하군.”

보스의 말에 에스란 후작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자기 입으로 당당하게 자부심이라고 말하다니 실로 광오하지 않은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실리를 추구할 것이고 부끄럽지 않게 살 것이라고.”

“호오?”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저는 직감했습니다. 그것이 제 아들의 기사도이고, 그 길의 기반을 다지는 것에 저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것을. 부디 도와주십시오, 선생님.”

“허리를 펴십시오, 대공 전하.”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제자를 보며 에스란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하지만 제자인 보스의 허리는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제자를 빤히 바라보던 에스란 후작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졌습니다. 그만 허리를 펴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에스란 후작의 허락에 보스는 평소와 다르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감사인사를 전했고 에스란 후작은 기대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고리타분한 철학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상을 지닌 새로운 제자와의 만남이 기대가 되었고 자기 자식을 위해 목석 같은 성격을 굽히는 것을 알게 된 제자를 보니 흐뭇했기에 에스란 후작은 오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공가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 * *

“안녕!”

“아.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그래. 별문제 없지?”

“네 없습니다.”

“그래그래.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

“네 감사합니다, 도련님.”

새로운 임무를 받고 다음 날.

나는 지나가는 시녀 기사 하인 너나 할 것 없이 인사를 건넸고 상대방은 당황하면서도 나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조금 익숙해진 나는 조금 재밌어졌다.

“안녕하세요 도련님!”

나와 또래로 보이는 귀여운 시녀.

레브라고 불리는 시녀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자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안녕 레브.”

“헤헤! 감사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에 기뻐하며 고개를 숙이는 순수한 모습에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 귀여운 녀석.

나중에 내 딸도 레브처럼 활발했으면 좋겠다.

육체로는 레브와 나는 고작 한 살 차이이지만 나의 정신연령은 25살이니 조카처럼 느껴졌다.

“도련님! 오늘은 갑자기 왜 이렇게 돌아다니세요!”

저택 곳곳을 누비며 인사를 건네는 나 때문에 수련을 못 한 칼론이 입을 삐죽이며 불평하자 나의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던 레브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칼론을 노려보았다.

“도련님께 무슨 말버릇이야!”

“뭐야…… 왜 그래…….”

무서운 표정을 짓는 레브의 모습에 칼론은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것들.”

“헤헤 감사합니다.”

“도련님 저랑 동갑이신데…….”

나의 말에 레브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칼론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입술 집어넣어라.”

“우우우!”

그 삐죽 튀어나온 칼론의 입술을 잡아서 쭉 잡아당기며 내가 말하자 칼론은 손을 파닥거리면서 괴로워했다.

“부럽다…….”

“응?”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싱글벙글 미소의 레브.

나의 시선을 느낀 레브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허허. 보기 좋습니다.”

그때,

백발의 노인이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나는 칼론의 입술을 놓아주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대륙의 현자, 에스란 후작님에게 인사드립니다.”

“허억!”

나의 인사말에 뒤에 있던 레브와 칼론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귀여웠던지 에스란 후작은 허허 웃고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를 알아보시는군요?”

“대륙의 현자이자. 황제 폐하. 그리고 아버지의 선생님이신 후작님을 모를 수가 없지요.”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 후작의 두 눈을 마주한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생에서 나에게 호의적인 인물이었다.

뭐든지 열심히 노력하는 나의 모습에 감탄하며 내가 황제가 되어도 죽을 때까지 도움을 주겠다고 선언한 나의 지지자들 중 한 명인 에스란 후작.

조금이라도 젊은 그의 모습에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호의 섞인 나의 목소리를 눈치챈 에스란 후작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다가 이내 뒤에 있는 칼론과 레브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이들과 사이가 많이 좋으신가 봅니다.”

“친구 같은 아이들입니다.”

“도련님!”

“헤헤!”

나의 대답에 칼론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만류했고 레브는 그저 좋다는 듯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나의 대답이 예상외였던지 에스란 후작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스란 후작의 말에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칼론과 레브 또한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쓸데없는 귀족 우월주의가 전혀 없는 에스란 후작의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호감을 느꼈고 후작 또한 나에게 호감을 느꼈을 것이다.

“안으로 드시지요.”

손님인 에스란 후작을 밖에 너무 오랫동안 세워둔 것을 자각한 나는 앞장서며 응접실로 안내했고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지 않은 채 나를 따라나섰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입니다.”

“칼론.”

“네 준비하겠습니다.”

후작의 대답에 내가 칼론을 부르자 칼론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식당으로 달려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