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9화 (9/226)
  • 제 9화

    제9편 천재가 되는 한 걸음(2)

    저벅저벅.

    깊은 밤.

    제국의 하나뿐인 대공이자 제국의 검이라 불리는 보스는 일주일에 한 번 깊은 밤에 자신의 부인이 관리하고 있는 정원을 산책했다.

    밤하늘을 밝히는 아름다운 수많은 별들.

    보스는 말없이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알베르토.”

    “예 전하.”

    20년째 보스를 모시는, 대공가의 집사장.

    알베르토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부르는 보스의 목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후회하지 않나?”

    “또 그 말씀이십니까.”

    한때는 잘나가던 기사 알베르토.

    그는 자신의 가족을 살려준 보스를 모시기 위해 기사라는 직함을 벗어던졌다.

    그러고는 보스의 충직한 집사가 되었고 그의 호위기사, 보좌관 등 모든 일을 도맡아가면서 지내고 있었다.

    말이 집사장이지 하는 일은 보좌관이나 다름없는 그.

    그런 알베르토에게 보스는 항상 미안했다.

    자신 때문에 유능한 인재가 꿈을 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저는 이때까지 후회한 적도,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고맙네.”

    “아닙니다.”

    확신 어린 알베르토의 말에 보스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알베르토는 고개를 숙였다.

    우웅!

    그 순간!

    소드 마스터 보스와, 비공식적이지만 오러 나이트의 경지에 오른 알베르토는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흠칫했고 이내 그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소드 마스터인 보스를 한순간이나마 소름 돋게 한 기운.

    그것이 바로 자기 아들이 기거하고 있는 저택에서 느껴졌기에 보스의 발걸음은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귀족의 품위를 버리고 마나를 실어 달렸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우웅!

    저택의 연무장에 다다른 순간.

    다시 느껴지는 소름 돋는 기운.

    뒤늦게 도착한 알베르토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만히 서 있는 보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왜…….”

    “쉿.”

    드넓은 보스의 등을 보며 질문을 하려던 알베르토는 황급히 입에 손을 올리는 보스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보스가 바라보는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웅!

    그 순간 다시 느껴지는 소름 돋는 기운.

    알베르토는 자신을 긴장시킨 이 소름 돋는 기세를 일으킨 장본인을 보고는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넓은 연무장 한가운데.

    엘프목으로 만들어진 최고급 목검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어린 소년.

    검은 머리 붉은 눈을 지닌 소년은 자신의 주인과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고, 태어날 때부터 보아온, 제 아들 같기도 한 귀한 존재, 대공가의 작은 주인 요한 카르미언이었다.

    그가 머리 위로 검을 들고 밑으로 내려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몸을 세로로 쪼개버릴 듯한 의념이 담겨있는 그의 기본검술은 대단했으며 사람들이 흔히 아는 기본검술의 궤를 벗어난 검술이었다.

    어찌 저 나이에 검에 의지를 담고, 소리 없이 휘두를 수 있단 말인가?

    “가지.”

    “전하……?”

    십여 분 정도 수련하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보스.

    그가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하자 알베르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장 칭찬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그냥 돌아서다니?

    알베르토의 의문 섞인 목소리에도 보스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고 알베르토는 아쉬운 표정으로 요한을 한 번 더 보고는 이내 보스를 따라나섰다.

    쾅.

    집무실로 돌아온 보스.

    집무실의 문을 닫고 천천히 소파로 걸음을 옮긴 보스는 푹신한 소파에 털썩 앉았다.

    “푸흡.”

    그러고는 피식 미소를 짓다가 이내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소드 마스터인 자신의 눈을 속인 아들.

    이때까지 노력하는 척하면서 자신을 속인 아들.

    그런 아들을 보며 괴로워하고 안타까웠다.

    한데, 사실은 천재라고?

    “기분 나쁘군.”

    뚝.

    솨아아!

    보스의 웃음이 거짓말처럼 멈추었고 이내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스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소모했던 감정을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면서도 제 아들이 뛰어난 천재, 뛰어날 군주가 될 존재라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천재 아들아. 이번 한 번만 봐주마.”

    대륙을 굴복시킬 천재.

    제 아들을 떠올리며 보스는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털썩.

    “하아…… 하아…….”

    죽겠다.

    진짜 죽을 것만 같았다.

    시뮬레이션 임무를 시작하고 7일.

    오늘이 되어서야 여덟 시간 만에 세로 베기 100회를 성공했다.

    한번 한 번에 모든 의식을 집중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는 엄청났고 또 그만큼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바로…….

    시뮬레이션 진척도

    1. 10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30KM) 7/3

    세로 베기를 백 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10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힘+1 체력+1

    꿈적도 하지 않던 숫자가 변한 것이다!

    “푸하하!”

    7일이 되어서야 겨우 성공한 100번의 횟수.

    나는 가슴속부터 올라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그대로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7일이나 걸리다니…… 3시간이면 되는 것을…….-

    “닥쳐.”

    옆에서 쭝얼거리는 도마뱀 자식 때문이었다.

    -칼론이라 했나? 그 녀석이었다면 1시간에 끝냈을 테지.-

    “비교하지 마라.”

    계속 쫑알거리는 크산느를 노려보며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거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더 휘두를 수 있는데…… 해도 되나?”

    고개를 돌린 크산느를 보며 내가 몸을 일으키면서 묻자 크산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쉽군.”

    안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가볍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몸에서 나는 땀 냄새를 빨리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오우.”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자마자 나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빴던 호흡이 안정되었고 목검이 조금 더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상태창.’

    들뜬 마음으로 상태창을 중얼거리자 나의 눈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떴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이름 밑에 있는 상태를 바라보았다.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상태 : 천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둔재.

    힘 +6(+1) 민첩 +5

    체력 +6(+1) 마나 +5

    행운 +1

    시뮬레이션 진척도

    0/50

    하아…….

    쓸데없이 상태를 저렇게 자세하게 적는단 말인가?

    1씩 오른 힘과 체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여전히 길고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는 상태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미쳤군.-

    크산느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인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왜 웃지?-

    이 상황에 웃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크산느가 나를 보며 물었고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밌네.”

    시뮬레이션 진척도

    2. 10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30KM) 0/3

    가로 베기를 백 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민첩+1 체력+1

    환한 미소를 짓는 나의 앞에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성공보상은 전 임무와 비슷하다.

    다음은 상태가 백 년에 태어날까 말까 한 둔재로 변하려나?

    이 얼마나 재미있는 상황인가.

    이제는 오기가 생긴다.

    성공보상으로 강해진 힘과 체력을 음미하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다 뒤졌어.”

    * * *

    우웅!

    “후우…….”

    오 일이라는 짧으면서도 길었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완료한 두 번째 임무.

    나는 몸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따스한 기운에 기분 좋은 신음을 뱉은 다음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상태 : 백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둔재.

    힘 +7(+1) 민첩 +6(+1)

    체력 +6 마나 +5

    행운 +1

    시뮬레이션 진척도

    2/50

    성공보상으로 인해 힘과 민첩이 1씩 올랐다.

    하지만 능력치는 나의 관심 밖이었다.

    “내 예상대로네.”

    상태창에 보이는 백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둔재.

    그것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크산느가 파닥거렸다.

    -천 년에서 백 년이면 괜찮네.-

    짧지만 24시간을 붙어 지내면서 이제는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린 우리 둘.

    조금은 친해진 크산느의 위로 어린 말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이구만.”

    -좌절할 건 아니잖아?-

    “잘 아네.”

    크산느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좌절?

    그딴 것을 왜 하겠는가?

    “진척도.”

    시뮬레이션 진척도

    3. 15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45KM) 0/3

    사선 베기를 백 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디위니타스 검법, 디위니타스 심법.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말이다.

    “어……?”

    아무 생각 없이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임무를 읽던 나는 마지막 성공보상에 쓰여 있는 글귀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위니타스라는 익숙한 이름.

    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크산느를 바라보았고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가 생각하는 것 맞다.-

    “미친.”

    크산느의 대답에 나는 경악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디위니타스 검법, 심법.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직접 창안한 검법이며 이 검술로 끔찍한 최악의 세력을 물리쳤으며 제국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대륙 최강의 검술이다.

    대륙의 영웅 에펜하르트의 이야기에 절대 빠지지 않는 그의 검술.

    역사가들에게는 지금은 멸망하고 사라진 고대의 문명 시절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최강의 검술이라고 평가되는 최강의 검술이다.

    황제의 위엄을 뿜어내며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최강의 검술 디위니타스 검술.

    지금은 사라져버린 잊힌 최강의 검술이 성공보상으로 나타났다.

    “미치겠네 진짜!”

    마음속으로부터 차 오로는 희열감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고 옆에 있던 크산느가 피식 웃으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도련님.”

    “응?”

    희열감에 하늘을 보며 소리 내 웃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 새X가…….”

    이상한 동물 쳐다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칼론의 모습.

    그 짜증 나는 눈빛에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칼론은 화들짝 놀라더니 뒤로 물러나면서 입을 열었다.

    “곧 저녁 시간입니다. 지금 준비하셔야 합니다.”

    시종이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기초체력 단련 중인 칼론이지만 그는 시종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칼론의 주인인 나라고 해봤자 당분간은 매일 매일 수련밖에 없을 테니 딱히 바쁠 것도 없을 것이라 판단이 되어 나는 웃으며 칼론의 부탁을 허락해주었다.

    그렇기에 칼론의 일과는 크게 변화는 없었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서 기초 단련하는 정도?

    아무튼 그런 칼론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세 번째 시뮬레이션의 보상.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었기에 쉬지 않고 임무를 바로 시작하려 했었기 때문이었다.

    “가기 싫은데.”

    “저번에 황궁에서 돌아오시고 보름간 대공 전하와 대공비 마마께 인사도 안 드린 것 아십니까?”

    “크흠.”

    정곡을 찌르는 칼론의 말에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최근 수련하는 재미에 푹 빠져 같이 식사는커녕, 안부 인사도 드리러 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같은 집에 사는데 보름 동안 부모님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은 심히 이상하지 않은가?

    평소 같았으면 어머니가 직접 찾아왔을 텐데 이상하게 찾아오지 않았고 그러한 이유로 나는 부모님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뭐 이것 또한 변명이겠지만 말이다.

    “일단 씻어야겠어.”

    “준비해두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땀에 젖은 셔츠를 벗으며 말했고 칼론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앞장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