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8화 (8/226)

제 8화

제8편 천재가 되는 한 걸음(1)

하루를 황궁에서 푹 쉰 나는 황궁 정문까지 마중 나온 황제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대공령으로 돌아왔다.

대공가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온 어머니가 내 건강을 걱정하였지만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 다음 쉬고 싶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잡으려 했지만 아버지가 만류했고 그렇게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내가 가장 편한 장소로 생각하는 침대에 걸터앉을 수 있었다.

“야.”

파닥.

-…….-

반투명한 상태로 나를 계속 쫓아다니던 크산느.

내가 그 녀석을 부르자 그 녀석은 보란 듯이 날개를 한번 파닥이더니 무시했다.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수호룡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다르게 찌질해 보이는 것이 상당히 웃겼던 것이다.

“얀마.”

파닥!!

“짜식. 삐지기는.”

내가 한 번 더 부르자 크산느는 신경질적으로 파닥거리고는 아예 다른 곳으로 날아갔고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어제. 나의 능력이 된 상태창이라는 기능을 펼쳤다.

마음속으로 상태창이라는 단어를 외우자 보이는 반투명한 홀로그램.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상태 :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되었어야 할 최악의 둔재.

힘 +5 민첩 +5

체력 +5 마나 +5

행운 +1

시뮬레이션 진척도

0/50

힘, 민첩, 체력, 마나, 행운.

크산느에게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아마 나의 능력치일 것이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진척도

1. 10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30KM) 0/3

세로 베기를 백 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힘 +1, 체력 +1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임무.

천재 시뮬레이션.

나를 천재로 만들어주기 위한 일정을 짜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이 무슨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크산느의 설명을 대충 이해했던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하라는 대로 노력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쥐여준다는 뜻이었다.

노력? 그까짓 것. 정말 차갑게 식은 수프를 한 번에 들이키는 것과 같이 간단한 일이다.

전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10년간 매일매일 노력해왔던 자신이 아니었는가?

전생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럭.

칼론에게 부탁한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바로 나의 저택 앞에 설치된 연무장으로 걸어나갔다.

파닥.

물론 삐돌이 정령도 파닥거리며 나의 뒤를 따랐다.

귀여운 자식.

연무장의 구석에 선 나는 발목과 손목, 그리고 무릎을 조금씩 풀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반투명한 홀로그램에 보이는 보상.

자신이 노력하면 그만큼 힘과 체력은 물론 저 꼴 보기 싫은 상태를 변화시켜준단다.

이 얼마나 탐스러운 보상인가?

성공보상을 보며 입맛을 다신 나는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탓!

그러고는 달렸다.

10km?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주어진 임무보다 더 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저 달렸다.

전생에서 매일 하체와 체력단련을 위해 2시간 동안 달렸던 나다.

10km 넘게 달리면 어떤가?

그 또한 나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을.

“하하!”

모든 생각에도 행복한 결과가 도출되자 나는 크게 소리 내 웃었다.

타닥!

물론 움직이는 다리를 멈추지 않은 채 말이다.

빠른 속도로 연무장을 달리고 있는 나.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시뮬레이션 진척도

1. 10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30KM) 1/3

세로 베기를 백 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힘+1 체력+1

“후우…… 좋군.”

4시간 동안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린 나는 바뀐 진척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 근력이 붙지 않았으며 체력 또한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중간부터는 빠른 걸음 속도로 가볍게 뛰었다.

무식하게 뛰었다가는 10km를 완주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4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버렸다.

그에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나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진척도에 보이는 1/3.

3일 중 하루를 완료한 것이다.

이 얼마나 뿌듯한 기분이란 말인가?

‘내가 한 노력이 눈에 보이니 확실히 수련하는 맛이 있네.’

눈에 보이는 노력결과.

나는 그것을 보며 더욱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부웅.

구석에 놓여 있는 목검 진열대.

그곳에 있던 목검을 한 개 들어 가볍게 휘두른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맑은 바람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른 목검.

목검임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으며 목검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마나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정확히는…….

‘이것이 바로 권력의 힘이지.’

은은한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목검.

이것이 과연 흔할까?

수련용 목검이다.

마나를 머금은 목검을 휘두르며 수련한다면 마나의 친화력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평민들은 물론 대부분의 귀족들까지 이 목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왜냐?

‘엄청 비싸니까 그렇지.’

대륙 서쪽에 존재하는 엘프들이 세운 나라, 밀리언 왕국.

그곳에서 인간들에게는 왕족, 엘프들에게는 하이 엘프라 불리는 자들이 자신의 생명력을 나누어 주어 키운 나무다.

일명 엘프목이라 불린다.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제국에 친교를 다지기 위해 매년 엘프목을 조금씩. 이 목검 한 개 분량을 보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대륙의 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황제마저도 일 년에 한 번밖에 이 나무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귀한.

평민과 하급 귀족들은 알지도 못하는 아주 귀한 물건!

그것이 지금 나의 손에 있었다.

황제의 조카이며 서열권을 지닌 황족에게 지지를 받는 황위 서열 3위. 나이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미친…….-

엘프목을 보며 권력의 맛을 음미하던 나는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경악한 표정으로 목검을 바라보는 크산느를 발견할 수 있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죽여주지?”

-어찌 인간이 엘프목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내가 목검을 살짝 흔들며 자랑하자 크산느가 나의 얼굴 앞으로 날아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왜일까?”

-…….-

“삐진 건 다 풀리셨나?”

-찌질하구나.-

“도마뱀만 할까.”

파닥!

나의 말에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고개를 돌렸고 나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그런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가르쳐주세요~ 하고 귀엽게 말하면 내가 알려줄 텐데…….”

-꺼져라.-

“흠. 어쩔 수 없지 뭐.”

예상된 크산느의 반응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목검을 들었다.

정말 알려줄 생각은 없었기에 오늘의 마지막 임무.

세로 베기 100번을 완수하기 위해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조금 더 벌리고는 검 끝이 나의 코 위치로 오게끔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들어 손목이 나의 이마 위치까지 올라왔고 그대로!

후웅!

마나를 머금은 목검이 시원한 바람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흔들림 없이 검을 들기 전 그 자세, 그 위치 그대로였다.

-멍청한 놈.-

옆에서 피식 웃으며 조롱하는 크산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전생에서 10년간 매일 매일 수천 번씩 검을 휘두르던 자신이다.

아무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둔재이지만 기본 중의 기본인 기본검술 정도도 마스터하지 못할까?

실제로 나는 충분히 마스터했다.

당장 10살의 어린 소년의 근력임에도 불구하고 미약하지만 검풍이 불지 않았는가?

아마 지금 나의 세로 베기 자세와 위력은 젊은 기사의 수준은 될 것이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검을 휘두른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100번은 그냥 넘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진척도 창을 열었다.

시뮬레이션 진척도

1. 10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30KM.) 1/3

세로 베기를 백 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힘+1 체력+1

엥……?

내 눈 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

그곳에 보이는 글자에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두 눈을 똑바로 떴다.

짝!

두 눈을 비비고 나의 뺨을 쳐도 나의 눈앞에 존재한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0/300.

두 시간 전, 검을 휘두르기 전과 다름없는 똑같은 상태였다.

“야 크산느!”

파닥!

내가 다급한 말투로 크산느를 부르자 크산느는 귀찮은 표정으로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았다면 인상을 찌푸리며 무시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진척도가 그대로인 것이지?”

2시간 동안 열심히 검을 휘두른 나는 현재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상당히 억울했다.

그렇기에 살짝 흥분하며 크산느를 다그쳤고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 개판인 자세로 진척도의 횟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냐?-

“뭐,……?”

개판인 자세라니?

이 완벽한 자세가 개판이라니?

이 무슨 참신한 개소리란 말인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냐? 검이 나 내려갑니다~ 하면서 밑으로 내려갔잖아?-

“……?”

크산느의 말에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웅!

그 순간!

공기 속에 흩어져 있던 마나의 입자가 크산느에게로 모여들더니 이내, 나의 눈앞에 나와 흡사한 외모를 지닌 소년이 크산느를 대신해 바닥에 서 있었다.

“아직 지속시간이 길지 않으니 한 번만 휘두른다. 목검 줘봐.”

“크산느냐……?”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하는 소년.

그 소년을 보며 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묻자 소년, 아니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크산느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고는 나의 손에 들려있던 목검을 빼앗아 들었다.

그러고는 나와 비슷한 자세를 잡더니 그대로 검을 내려찍었다.

스윽.

쿠궁!

가볍게 검을 휘두른 그 순간.

나는 나의 온몸이 세로로 길게 베어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오돌토돌한 소름이 돋았고 크산느가 가볍게 휘두른 검 앞에서 나는 거대한 자연 속에 아주 작은 개미 같은 존재, 하찮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이 엄청난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한 나는 멍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른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알겠냐?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상대방에게 들리면 안 되는 거야. 오로지 상대방은 나의 검에 담긴 일념. 그것만 느껴야 해. 너의 검에서 마나, 소리, 검풍? 그딴 것 다 필요 없어. 오로지 너의 의지. 한 번을 휘두르더라도 너와 검이 하나가 되어 너와 함께 적을 세로로 쪼개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기본검술, 세로 베기다.”

포옹!

크산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정령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파닥파닥!

다시 파닥거리면서 나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크산느.

나는 그런 크산느를 무시한 채 바닥에 떨어진 목검을 들었다.

우웅!

크산느와 함께 엄청난 경험을 한 것이 잊히지 않는 듯 잘게 떨리고 있는 목검.

나는 그런 목검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파닥거리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가르쳐줘.”

-예쁘게 말해.-

“제발. 부탁할게.”

-어? 어…… 그래.-

나의 부탁에 피식 웃으며 장난스레 대답하는 크산느.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 크산느의 기본검술이 필요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자 크산느는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런 크산느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둔재이지만 검을 좋아한다.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크산느의 검에서 내가 가야 할 위대한 길을 찾은 것만 같았다.

지금, 대륙에서 알려진 검술과는 다른 기본검술, 기본검술에 대한 색다른 가치관.

그것을 나는 배우고 싶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