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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6화 (6/226)

제 6화

제6편 어쩌다 보니 주워 버렸네(2)

나의 물음에 밑도 끝도 없이 계약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책을 보며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계약?”

-일단, 내가 너에게 나눠 준 나의 힘을 회수하도록 하지.-

“네놈의 힘이라…….”

책의 말에 내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책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에게 나눠 준 자신의 힘을 회수한다니?

오늘 처음 본 놈이 저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 웃겼던 나는 팔짱을 낀 채 책을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몸을 휘청거렸다.

“아…….”

스르르.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나.

엄청난 중압감이 나의 신체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끔찍한 고통에도 나는 이를 악물고는 고통을 참은 채 검은 빛을 내뿜는 책을 바라보았다.

까드득.

머리, 아니 뇌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나는 이를 갈며 핏발 선 눈으로 책을 노려보았다.

저딴 사기꾼 책 따위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아주 발광을 하던 책의 검은 빛은 잠시 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물론 태어나 처음 겪는 고통을 느낀 나에게는 억겁과 같은 긴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고생이 많았다.-

우우웅!

책이 존재하고 있던 허공.

그 허공에서는 팔락거리던 책이 사라지고, 검은색의 비늘에 붉은 눈을 지닌 작은 드래곤이 파닥거리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듀크 제국의 깃발에 그려있는 드래곤과 같은 형태를 한 작은 크기의 드래곤이 천천히 나를 향해 날아와 이내 나의 어깨에 앉았고 그 순간 드래곤의 몸에서 검은빛이 뿜어 나오더니 이내 나의 몸을 집어삼켰다.

“아아…….”

엄청난 고통을 주던 두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고 힘이 빠졌던 온몸에 활력이 되살아났다.

너무나도 황홀한 기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를 내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시뮬레이션 계약. 시작하도록 하지.-

듣기 좋은 미성의 목소리.

책으로 추정되는 블랙 드래곤에게서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찌르르!

이른 아침.

아름다운 새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

나는 갑작스레 보이는 괴상한 현상에 어이가 없었다.

‘뭐지?’

마치 다른 세상의 존재인 것처럼 모든 것이 눈에 보였다.

세상을 관조하듯 제3의 시선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당황한 내 눈앞에서 보이는 세상에서, 나와 상당히 닮은 소년, 검은 머리 붉은 눈의 한 소년이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암, 잘 잤다.”

짜식, 잘 생겼네.

나와 아주 많이 닮은 외모에 이상한 현상에 당황도 잠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품을 하는 모습까지 그림 같은 소년의 모습에 괜히 나까지 흐뭇했던 것이다.

“자!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볼까!”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한 소년.

그가 양 주먹을 쥐며 활기차게 말하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사는 듯한 소년의 행동과 모습, 그리고 말투가 너무나도 귀여웠던 것이다.

전생의 나이 25살이었던 나였기에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은 아주 귀여웠다.

마치 귀여운 조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나는 여유를 잃지 않은 채 나의 눈에 보이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후 5시까지, 소년의 일과는…… 아주 바빴다.

일찍 일어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우물가에 5번을 왔다 갔다 하며 물을 채워 놓은 다음 나무를 베어와 장작을 패었다.

점심 먹기 두 시간 전부터는 아버지로 보이는 사내와 함께 밭일을 했으며 점심을 먹고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했다.

나무 베기, 장작 패기, 빨래, 음식, 청소, 밭일 그 모든 것들이 소년의 손을 거쳐 갔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말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생활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소년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악물고 검술을 수련하며 매일 바쁘게 보냈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에 조금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나와 다른 점이 단 한 가지 있었다.

“헤헤.”

바로, 그 소년은 항상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땀을 흘리면서도, 힘들어하면서도, 장작을 패다가 다쳐도, 물을 긷다가 넘어져도 소년은 미소를 잊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항상 정색을 했고 노력하는 것을 남에게 티 내듯 예민하게 행동하였으며 짜증을 많이 부렸다.

어느 순간부터 미소를 잃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 나는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기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크산느!”

‘!!!!’

소년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

그 순간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소년의 부름과 동시에 튀어나온 존재는 내가 아는 자칭 크산느였던 것이다.

평균적인 어른의 머리통과 같은 크기의 블랙 드래곤, 크산느.

그가 허공에서 튀어나와 소년의 어깨에 앉았다.

-에펜. 오늘은 늦었네.-

‘미친.’

크산느의 입에서 튀어나온 또 하나의 익숙한 이름.

나와 흡사한 소년, 아니 나의 선조인 에펜하르트를 보며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200년 정도 전에 죽은 사람의 모습이 왜 내 눈에 보인단 말인가?

정말 그 책이 제국의 수호룡, 크산느였단 말인가?

“크산느의 말대로, 내 눈앞에 뭐가 보이기 시작했어!”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도중.

에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어깨에 앉은 크산느를 손바닥에 올리며 말했다.

그런 에펜의 말에 크산느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유형을 선택했어?-

“영웅!”

-흠…… 왜 하필…….-

쩌저적!

우우웅!!

해맑은 에펜의 미소와 심각한 표정을 지은 크산느.

그와 동시에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나의 앞에 보이는 붉은 눈동자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굳혔다.

나의 몸집보다도 큰 두 개의 붉은 눈동자.

크산느의 눈으로 추정되는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나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그런 크산느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나와 계약할 준비가 되었느냐.-

책에서 들리던 미성이 아닌 중후한 존재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 움찔한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걸…… 요……?”

제국의 수호룡이자 나의 선조인 에펜하르트의 친구 크산느.

그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자 반말하기가 조금 거시기했던 것이다.

나의 애매한 대답에도 크산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눈을 감았다.

파앗!

그리고 잠시 후 크산느의 눈이 다시 떠지는 그 순간!

밝은 하얀색의 빛이 생성되더니 이내 나의 눈앞에 보라색의 글자가 생겨났다.

1. 영웅 시뮬레이션.

2. 마왕 시뮬레이션.

3. 현자 시뮬레이션.

4. 폭군 시뮬레이션.

5. 해적왕 시뮬레이션.

6. 산적왕 시뮬레이션.

7. 하렘 시뮬레이션.

8. 천재 시뮬레이션.

‘X벌 뭐야…….’

내 눈앞에 생성된 8가지의 문장들.

천천히 읽어본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3번까지는 아주 괜찮았다.

한데 갑자기 폭군이 되더니 뭐? 해적왕? 하렘? 지X을 하고 있다 아주.

괴상한 시뮬레이션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나를 바라보는 붉은 색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게…… 뭐지……?”

-너를 도와주는 능력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렇게 되도록 너를 도와주는 것이지.-

크산느의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말을 놓은 나는 크산느가 상관없다는 듯 대답하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보다 커다란 눈동자를 지닌 크산느를 바라보니 솔직히…… 조금 쫄았다.

나도 사람인데 말이야!

아무리 겁이 없어도! 어! 우리 조상님 친구한테 함부로 할 수는 없잖아?

그렇게 자위를 한 나는 크산느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천재로 한번 살아볼래.”

-너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우우웅!

나의 대답과 동시에 크산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세상이 갈라지며 다시 검은 기운이 나의 몸을 뒤덮었다.

* * *

아 머리 엄청 아프네.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두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린 다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정신이 드십니까!”

그때, 내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한 노인이 달려와 나를 부축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시끄러…….”

골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묻는 노인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닙니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아니 그렇다고 무슨 눈치를 보고 그러시나.

나의 눈치를 보며 사과하는 노인을 보며 괜스레 미안해진 나는 그에게 질문을 하며 무안함을 대신했다.

나의 질문에 노인은 환한 미소를 짓고는 조금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의사, 해밍턴 백작입니다.”

헐…….

내 앞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인상 좋은 노인, 해밍턴 백작.

그의 소개를 들은 나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범죄자들의 시체로 인체실험을 강행하여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뛰어난 의서를 저술하여 제국 제일의 의사라는 칭호를 받은 괴짜 의사 해밍턴 백작.

매일 신체를 만지며 힘줄 근육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는 미친 변태가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한데…… 도련님. 골격이 살짝 바뀌신 것 같습니다.”

흠칫!

입맛을 살짝 다시며 나를 보는 해밍턴 백작의 모습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고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손대지 마십시오!”

“하하.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이 노인네는 자존심도 없나?

나의 소리침에도 나긋한 미소를 짓는 해밍턴 백작에 나는 더욱더 소름이 돋았다.

진짜 미친 변태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벌컥!

그때,

다행히도 해밍턴 백작의 눈빛에서 구원해줄 구세주가 등장했다.

“요한아!”

“요한!”

바로 황제인 큰아버지와 대공인 아버지였다.

“헤헤. 안녕하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황급히 달려온 황제와 아버지를 보며 나는 최대한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아버지의 목소리.

미소를 짓고 있는 황제를 보니 그에게는 통한 듯했지만…… 역시 아버지에게는 통하지 않았나 보다.

아버지의 차가운 물음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미소만 지었다.

솔직하게 수호룡 크산느와 계약을 했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소만 짓는 나의 모습에 아버지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시며 나를 보는 눈에 힘을 주었다.

움찔.

소드 마스터인 아버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

그 엄청난 기세에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고 옆에 있던 황제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나와 아버지의 사이로 들어섰다.

무서운 표정을 짓는 아버지 대신 미소를 짓는 황제가 보이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황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이 많았다.”

아…… 진짜 멋진 사람.

어리디어린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큰아버지, 알칸 듀크.

그의 멋진 모습에 나는 새삼 감탄을 하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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