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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5화 (5/226)

제 5화

제5편 어쩌다 보니 주워 버렸네(1)

“도서관에 입장하려고 하는데.”

“아. 요한 도련님 아니십니까.”

황궁 도서관의 앞.

도서관을 지키던 두 명의 근위 기사는 건들거리는 나를 알아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 근위 기사단장 더 패론 후작에게 따로 주의를 들었나 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나는 저들을 모른다. 하지만 저들은 나를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듯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름은 물론 몇 살인지도 모르는 그들은 나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들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내게 권력마저 없었다면 어떤 비참한 삶을 살았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의 입에서는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문 열어.”

“예?”

“문 열라고, 귀먹었냐?”

“아…… 예. 알겠습니다.”

천사 같은 나의 외모와는 다른 거친 말투에 당황했을까?

근위 기사 둘은 당황해하면서도 나의 명령을 착실히 수행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은 채 열린 문 사이로 들어섰다.

쾅.

“흐음…….”

문이 닫히고.

드넓은 도서관을 환하게 비추는 아름다운 마도구들과 5층까지 이어진 거대한 책장을 모두 채운 책들.

그리고 중앙에 모든 층을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된 원형 계단.

뚜벅뚜벅.

멍하니 그런 계단을 올려다보던 나는 귀에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저 말고 손님이 오실 줄이야…….”

붉은 머리 붉은 눈의 중년 사내.

묘하게 칼론과 느낌이 닮은 사내가 손에 들린 책을 덮으며 뒤편의 계단에서 내려와 나의 앞에 섰다.

“루드비히 후작?”

“엇……? 저를 아십니까?”

나의 혼잣말에 루드비히 후작이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외교 총 담당관을 내가 모를 리가 있을까?”

“역시…… 황제 폐하의 조카이십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알른 루드비히입니다.”

나의 말에 루드비히 후작은 역시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정중한 후작의 모습에 나 또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대공가의 적자. 요한입니다.”

그는 후작이라는 이름을 단 고위 귀족이었으며 제국의 외교를 총 담당하는 수뇌부의 직책을 달고 있었다.

물론 개망나니 컨셉인 내가 반말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 상대가 나의 벗, 칼론의 아버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사자는 나와 나이가 같은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아직은 모르지만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서녀였던 마들렌을 열렬히 사랑했던 순수한 사내 알른 루드비히. 나에게 가장 소중한 벗의 아버지는 나에게 존중받아야 할 마땅한 존재이다.

또한 전생에서 나를 지지해주며 숙부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그였기에 나는 정말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거…… 반갑게 맞아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나의 정중한 인사와 미소에 당황한 루드비히 후작이 볼을 긁적거리며 말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예일 뿐입니다. 부담스러워 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도련님. 한데 이곳에 책을 찾으러 오신 것입니까?”

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 루드비히 후작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며 나에게 묻자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원하시는 서적이 있으십니까?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후후. 당신의 아들에게 줄 선물을 주우러 왔습니다.

나를 돕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묻는 후작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친히 이곳에 온 이유는 칼론에게 줄 마나심법과 검술을 주우러 온 것이다.

한데 이곳에서 우연히 칼론의 친아버지를 만났고 또 그가 나에게 무엇을 찾는지, 도와줘도 되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인생이란 것 참 재미있지 않은가?

“괜찮습니다. 그저 구경만 하러 온 것일 뿐입니다.”

루드비히 후작의 제안은 고마웠지만 나는 웃으며 거절했다.

지금부터 주워야 할 것은 아무도 몰라야 할 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나의 거절에 고개를 숙인 루드비히 후작.

나는 그를 향해 마주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후작은 싱긋 미소를 한번 지어주더니 이내 거대한 문을 열고는 사라졌다.

“후우. 드디어 혼자구만.”

넓은 도서관에 홀로 남게 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랄츠 자식. 이번 생에는 찌질하게 살아라.”

더 패론 후작가의 적자.

전생에서 화염의 기사라 불리던 랄츠 더 패론.

싸가지없던 그놈이 얻게 될 기연을 가로채 칼론에게 줄 생각을 한 내 온몸에서 힘이 샘솟기 시작했다.

“자 일단 2층 G열…….”

전생에서 나를 향해 숱하게 자랑했던 건방진 자식.

열 번은 넘게 자랑한 덕에 나는 그 내용을 외워버렸다.

그 당시에는 정말 싫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불의 역사라…….”

붉은색의 표지에 멋들어진 글씨로 쓰여 있는 하나의 책.

딱 봐도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2층 맨 아래 책장 G열에 있는 역사책, 불의 역사라는 흔한 책이 건국 영웅 화염의 기사 게르만의 검술과 마나 심법이 담겨있는 책이라는 것을 말이다.

랄츠 그 자식도 순전히 운이다.

아무 생각 없이 뽑아 들고 펼쳤더니 내용이 검술과 마나 심법이었던 것이다.

진짜 그저 순전한 운!

책을 펼쳐 들어 내용을 읽은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미리 챙겨온 가방에 책을 넣어두었다.

물론 황실도서관에서 책을 들고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로지 이곳에서만 읽어야 했고 절대 반출이 불가능했다.

한데 왜 가방에 챙기느냐?

“이것이 권력의 힘이지.”

새삼 달콤한 권력의 맛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턱.

퍽!

“으악! 뭐야!”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거짓말처럼 가장 위에 있는 칸에서 한 권의 책이 떨어졌다.

너무나도 두꺼운 책의 모서리에 머리를 찍힌 나는 정수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다가 신경질적으로 떨어진 책을 주워들었다.

“이런 X!”

-멈춰라!-

우뚝.

감히 나의 머리를 고통스럽게 한 책을 집어 던져버리려던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서 한 소년의 목소리가 울렸고 나는 그대로 동작을 멈추었다.

스륵.

그러고는 자세를 원상태로 되돌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동작이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었다.

이 넓은 공간에 나밖에 없는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라니?

-여기다!-

“아씨 뭐야! 뭐 하는 자식이야!”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웅!

그때, 거짓말처럼 울리는 검은색의 두꺼운 책.

나는 내 손에서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듯 몸을 부르르 떠는 책을 들어 올려 가만히 내려보았다.

-드디어 이 몸을 알아보는구나, 듀크 가문의 아이여!-

“뭐래.”

-뭐라?-

“시끄러. 잡귀가 책에 들렸나 보군.”

회귀한 이후.

잠시 권력의 달콤함에 빠진 나였기에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반말을 하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무서워하겠지만 나는 이미 죽다 살아난 몸이다.

두 번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고 회귀한 나에게 죽는 것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했다.

“싸가지없는 귀신 자식.”

퍽!

-아야……-

그렇기에 나를 열 받게 한 이 싸가지없는 책을 바닥에 집어 던져버렸다.

탁탁.

“까불고 있어.”

바닥에 볼품없이 처박힌 검은색 책을 내려다보며 손을 탁탁 턴 나는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줍고는 다시 어깨에 메었다.

-기다려라 에펜의 후손이여!-

“반말하지 말라고 확! 다 태워버릴까 보다.”

계단을 향해 걸어가던 나는 귀에 또다시 들리는 목소리에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몸을 돌려 책을 노려보았다.

움찔.

바닥에 처박힌 책이 움찔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태워버린다는 나의 협박이 통했는지 책은 조용해졌고 나는 여유롭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 책.

분명 기연일 것이다.

나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저런 작은 기연 하나하나에 목메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기연은 수십 가지다. 그것도 대륙을 진동시킬 정도로 엄청난 영약들과 검술, 무기 등. 엄청나다.

저렇게 까불거리는 기연이라면 해봤자 좀 뛰어난 마도구일 것이다.

회귀로 인해 각종 기연을 알고 있는 나에게 저런 건방진 기연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무능한 나의 육체를 바꾸어주는 드래곤 블러드.

그것만이 필요할 뿐이다.

아무튼 나는 엄청난 기연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도서관에서의 기연은 게르만 검술과 심법뿐이었다.

그렇기에 저것이 그다지 좋지 않은 기연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자존심을 택했고 멋지게 뒤돌아서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로 계단을 내려갔다.

-회귀한 아이여…….-

우뚝.

1층으로 내려와 황실도서관의 문을 열기 위해 손을 올리려던 그때.

2층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 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에펜의 부탁을 받아. 너를 회귀시킨 것은 나다.-

팔락 팔락.

거짓말처럼 하늘을 날아와 나의 앞에서 팔락거리는 검은 책.

나는 문에서 손을 떼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다음 가만히 팔락거리는 책을 바라보았다.

내가 회귀를 했다는 것…… 이 책이 어떻게 알까? 정말 이 책이 나를 회귀 시킨 것인가? 또 에펜? 아까 듀크의 아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설마 건국황제 에펜하르트를 말하는 것인가?

평범한 농부의 아들에서 제국의 황제가 된 전설의 영웅 에펜하르트 듀크.

나의 선조를 떠올리며 나의 앞에서 팔락거리는 책을 바라보자 나의 마음을 눈치챈 듯 책이 다시 위엄 어린 목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그래 너의 선조, 에펜하르트. 나는 그의 벗인 크산느다.-

크산느!

듀크 제국의 깃발에 그려져 있는 검은색의 거대한 드래곤!

붉은색의 눈을 지닌 블랙 드래곤 크산느를 말하는 것인가?

생각지 못한 책의 말에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팔락거리던 책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더욱더 빠르게 팔락거렸다.

-이제 나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 생긴 것이냐?-

“그러니까…… 그쪽이 우리 조상님의 친구이자 제국을 수호하는 드래곤, 크산느라고?”

팔락 팔락거리는 책을 향해 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날아다니던 책이 긍정하듯 강하게 팔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드래곤은 아니지만, 어둠의 정령 크산느. 그것이 바로 나다.-

“정령?”

책의 대답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둠의 정령이라니?

이 무슨 개 소리인가?

“역시 이 자식 완전 사기꾼이구만.”

팔락거리는 책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내가 등을 돌리자 팔락거리던 책이 다시 다급한 목소리를 내었다.

-한낱 농부의 아들에 불과했던 에펜을 불세출의 천재, 대륙을 구한 영웅, 건국황제로 만든 것이 바로 나, 크산느의 힘이란 말이다!-

우뚝,

천재라고……?

우리 조상님이신 에펜하르트의 일화는 유명하다.

한낱 농부의 아들에 불과했던 그가 크산느와 계약을 했고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강해져 대륙을 잠식하려던 어둠의 세력들을 몰아내었다.

자신을 따른 동료들과 평화로운 나라를 건국했고 그것이 바로 듀크 제국이다.

흔하디흔한 영웅 일대기와 같은 이야기.

나는 책이 말한 내용 중 불세출의 천재란 단어에 흥미를 느끼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래서. 내 앞에 나타난 이유는?”

-너와 계약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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