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제3편 천재로 한번 살아보렵니다(2)
콕콕.
“야.”
“예 도련님.”
식사를 끝낸 나는 방에 돌아왔고 심심한 나머지 칼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25살 시절에는 단둘만 있을 때는 말을 놓을 정도로 친했던 칼론과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칼론에게 하늘 같은 도련님이시다.
내가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계속 괴롭혔지만 칼론은 싫은 내색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너무…… 짜릿했다.
이 맛에 회귀하는 건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벌컥.
“도련님.”
그때, 방문이 열리고 마들렌이 들어서자 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칼론에게서 몸을 돌렸다.
“마님께서 티타임을 가지자고 하십니다.”
“알겠어. 지금 갈게.”
마들렌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살라만 카르미언.
어머니는…… 전생에서 내가 13살 때 돌아가셨다.
무능함을 이겨내고자 죽도록 노력하는 나를 위해 영약을 수소문하다가 찾은 영약을 직접 가지러 갔고 그날. 마차 사고로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매일같이 피나도록 노력하는 나의 모습에 어머니는 그 흔한 기사, 시녀들에게 명령하지 않고 직접 움직였고 그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다.
‘이번에는 달라.’
무능했던 전생.
현생에서는 다를 것이다.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무능하게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평생 천재들을 부러워하며 그들의 기연을 부러워했던 나였기에 그들이 취할 기연들을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나의 무능함이 갑자기 뒤집혀 천재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한 가지의 방법이 있다.
드래곤의 피 (Dragon Blood)
평범했던 사냥꾼 청년을 5년 만에 소드 마스터로 만들어버린 희대의 영약.
바디 체인지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그 영약을 섭취한다면 나는…….
‘천재가 된다!’
그 생각에 신이 난 나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왔니?”
“네 어머니.”
대공가의 장미정원.
어머니가 직접 관리하는 아름다운 정원 한가운데 하얀색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림 같은 배경을 뒤로한 어머니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자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짓고는 어머니의 맞은편에 앉았다.
“모두 물러나렴.”
내가 자리에 앉자 어머니는 따뜻한 목소리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고 시녀들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검을 소지한 호위기사 3명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10걸음 물러난 곳에서 우리를 감싸듯이 서고는 이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우웅.
테이블의 위에 있는 작은 버튼.
어머니가 그 버튼을 누르자 마나의 파동이 일어나더니 이내 투명한 마나의 막이 테이블 주변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어떤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사일런스 마법.
이 아름다운 하얀색의 테이블이 비싸디비싼 마법 물품이었던 것이다.
“홍차가 좋지?”
그제야 어머니가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찻주전자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무엇이 좋은지 묻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타드릴게요.”
“어머?”
나의 말이 예상외였을까.
어머니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찻주전자를 건네었다.
“마들렌, 칼론도 한잔 따라주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나는 능숙하게 홍차 잎을 찻주전자에 넣고는 뜨거운 물을 부으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익숙하게 차를 우리는 나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던 어머니는 이어진 나의 물음에 환하게 웃으며 긍정했고 이내 테이블의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우웅.
그러자 다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고 이내 주변의 소음을 지켜주던 사일런스 마법이 해제되었다.
“마들렌, 칼론. 이리로 와서 앉으렴.”
“아닙니다, 마마.”
“괜찮습니다.”
어머니의 말에 마들렌과 칼론은 모자지간 아니랄까 봐 똑같은 자세로 고개를 숙이며 거절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굴하지 않았다.
미소를 지으며 마들렌을 바라보더니 짓궂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던 것이다.
“명령이란다.”
“네 마마.”
역시 우리 엄마다.
어머니의 한마디에 마들렌은 찍소리도 못한 채 고개를 숙였고 나는 찻주전자에 부은 첫 번째 뜨거운 물을 버리는 그릇에 버리면서 칼론을 바라보았다.
“앉아.”
“예.”
짜식이 말이야.
눈에 힘을 주면서 말하자 칼론은 쭈글한 표정으로 대답했고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이내 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웅.
모두 자리에 앉자 어머니는 다시 버튼을 눌렀고 이내 사일런스 마법이 생성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찻주전자에 부은 뜨거운 물을 두 번 더 버렸다.
홍차를 세 번 정도 버려야 쓴맛이 나지 않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을 붓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는 찻잔에 홍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쪼르르.
“와아!”
내가 홍차를 따름과 동시에 주변을 향해 풍기는 향긋한 홍차의 향기.
어머니와 마들렌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칼론은 소리 내 감탄하더니 반짝거리는 눈으로 내가 따른 홍차를 바라보았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와 마들렌, 칼론의 앞에 찻잔을 놓아둔 내가 싱긋 웃으며 겸손하게 말하자 어머니는 찻잔을 들어 먼저 향을 음미하였다.
“좋구나.”
“맛도 좋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칭찬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고 어머니는 나의 자신감에 미소를 지으며 홍차를 마셨다.
“호오…….”
홍차를 한 모금 마신 어머니는 느껴지는 깊은 맛에 놀란 표정을 지었고 막 홍차를 마신 마들렌 또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외모를 제외하고는 아버지, 보스 카르미언 대공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아버지가 천재인 것에는 나는 심각한 둔재였고 아버지가 둔재인 것에 한해서는 나는 엄청난 천재였다.
물론 대륙의 모든 기사에게 존경받는 고결한 기사인 아버지가 차를 우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맛있냐?”
“예…….”
홍차의 맛을 알 리 없는 칼론이었기에 떫은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인상 안 펴지?”
활짝.
나의 장난기 어린 말에 칼론은 언제 떫은 표정을 지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나는 카타르시스가 척추를 관통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 칼론의 모습이 너무나도 짜릿했던 것이다.
“그만 괴롭히렴.”
“헤헤.”
우리 둘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나에게 살짝 핀잔을 주며 말했고 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응?”
자. 여기서 자세를 바로 하고…….
“저 부탁이 있습니다.”
치명적인 외모에 어른스러워 보이는 말투와 행동.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감탄한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행동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칼론을 제 시종에서 빼주십시오.”
“도련님!”
“도련님……?”
나의 폭탄선언과 같은 한마디에 마들렌과 칼론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어머니는 다시 찻잔을 들어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천천히 맛을 음미한 어머니가 찻잔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칼론이 마음에 들지 않니?”
“아닙니다.”
“그럼 왜…….”
“칼론 조용히 하거라.”
어머니의 물음에 내가 아니라는 듯 대답하자 옆에 있던 칼론이 울상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칼론을 저지한 마들렌이었지만 그녀 또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칼론을 제 호위기사에 넣고 싶습니다.”
“…….”
“저와 함께 검을 배우게 해주세요.”
대공가의 모든 안살림을 관리하는 대공부인 살라만 카르미언.
어머니는 나의 부탁에 살짝 미소를 짓고는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칼론. 너는 어쩌고 싶니?”
“저는…… 도련님의 옆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물음에 칼론이 울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던 나는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호위기사로서 나를 지키고 모시도록.”
“도련님…….”
뚝.
결국 칼론의 눈에 고여있던 물이 떨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기사가 꿈이었던 칼론이었다.
하지만 신분의 벽이 있었기에 그 꿈을 이루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전생에서의 칼론은 18살의 나이에 검을 잡았다.
검을 잡은 칼론은 무서운 속도로 검술 실력이 늘었고 소드 마스터인 아버지가 그런 칼론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워했다.
‘8년만 더 일찍 검을 잡았다면 최연소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엄청난 천재인 칼론의 재능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바보같이 두 달 정도 칼론을 미워했지만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칼론의 행동에 그를 진심으로 인정했다.
나의 친구이자 나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존재인 것을 말이다.
그리고 회귀한 현생.
나는 칼론을 최연소 소드 마스터로 만들려고 한다.
그 첫 번째.
나의 시종에서 칼론의 이름을 빼는 것이다.
“알겠다. 고맙구나.”
나의 모습에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기뻐하는 마들렌의 손을 잡아주었다.
나에게는 이모인 마들렌.
나의 유모이면서 어머니의 배다른 동생이다.
즉 어머니 집안의 서녀.
하지만 둘은 어린 시절부터 친자매처럼 자랐고 어머니가 결혼하고 시녀로써 따라온 것이다.
“이제 가 봐야겠구나.”
마나의 장벽 너머로 보이는 다급한 표정의 한 시녀.
그녀의 모습에 어머니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 다음 테이블의 버튼을 눌렀다.
우웅.
“죄송합니다, 대공비 마마. 도련님께서 입궁하실 준비를 하셔야 하여…….”
“알겠다. 요한아.”
시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셨다.
그런 어머니의 부름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니.”
그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을까? 어머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또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의 부탁은 들어줄 테니 편하게 다녀오너라. 사고 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거듭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보란 듯이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25살의 성인이니까요.
* * *
흐음…… 오랜만에 오네.
최고급 마차의 내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거대한 황궁의 모습에 나는 살짝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서 성인식을 치르고 나서 황궁에서 살았던 나였기에 마치 집으로 되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수하지 말도록 조심하거라.”
그런 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아버지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하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사고치고 싶잖아.
나의 청개구리 심보를 건드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금은 건방진 나의 행동에도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손에 들린 서류에 다시 집중했다.
이미 내가 하던 망나니짓을 모두 알고 있는 아버지였다.
애초에 나에게 기대감이 없는 아버지였기에 나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존경스러운 아버지지.’
내가 무능하더라도 절대 쓴소리하지 않으셨던 아버지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 나를 위해 어떻게든 도움을 주시려고 노력하시던 분이었고 또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단점은…….
심각하게 재미가 없다는 것.
“뭐냐.”
조금은 부담스러운 나의 눈빛을 눈치챈 아버지가 나를 보며 묻자 나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잘생기셨네요.”
씨익.
어. 아버지 입꼬리 올라갔다.
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입가를 올리셨고 나는 그 모습을 포착했다.
“싱겁기는.”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내려온 아버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25살의 정신으로 보니 아버지의 행동이 퍽 귀여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