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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행보관되다-1화 (프롤로그) (1/175)

흑마법사 행보관되다 1화

프롤로그

레디너스 대륙에서 수백…… 아니, 수천 명을 학살했다고 알려진 최악의 범죄자.

흑마법사, 네거틴 드리무어.

그는 한때, 마법사 길드에서 모든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최고의 일류 마법사였다.

하나.

흑마법을 접하게 된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최고의 실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최악의 성격을 가진 인간.

그자가 바로 네거틴 드리무어였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악의 악인조차도 정의의 철퇴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아…… 하아…….”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피.

그리고 찢어질 듯한 통증.

이미 드리무어의 주변에는 그를 죽이기 위해 칼을 빼 든 수십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거친 호흡을 내쉬기 시작하는 드리무어의 앞에 흰색의 망토를 두른 한 명의 젊은 남자가 마주 섰다.

“네거틴 드리무어. 당신의 악행도 여기까지군.”

“크큭…… 악행이라…….”

드리무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베일 것만 같은 눈빛에 순간 움찔한 망토의 남성이었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드리무어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스르릉!

귀에 거슬리는 쇳덩이의 마찰음이 드리무어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다.

이미 드리무어는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었다.

칼을 빼 든 순간.

자신의 목은 차가운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것이다.

그리고…….

죽는다.

‘여기까지인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죽을 순 없다!

“잘 가라, 희대의 악인이여.”

무참히 휘둘러지는 검.

그러나 순간.

후우우우웅……!

매서운 강풍이 주변 일대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건……?”

당황하는 병사들.

그사이에…….

방금까지 무릎을 꿇고 기력을 다한 것처럼 보였던 드리무어가 벌떡 일어선 채 가래침 섞인 웃음소리를 자아내고 있었다.

“크크큭……!”

“네, 네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 방법까지는 쓰지 않으려 했으나…… 죽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군.”

“설마……!”

드리무어의 등 뒤로 열리는 보라색의 차원문.

시공의 균열을 보자마자 망토를 두른 남자의 미간이 사정없이 찡그려진다.

“미친…… 시공을 넘는 마법을 시도하는 건 죽는 거나 다름없을 터인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결과는 똑같다면, 최대한 확률이 많은 쪽에 올인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드리무어…… 네놈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살고 싶은 게냐!”

“물론! 나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내 소중한 자들을 빼앗아 간 이 세상을 원망하며 복수를 다 할 때까지 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을 테다!”

시공의 균열이 드리무어의 전신을 감쌀 무렵.

“잘 있거라, 빌어먹을 세상이여.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그 말을 끝으로.

희대의 악인이라 불리던 네거틴 드리무어의 모습이 사라졌다.

“…….”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드리무어의 빈자리를 바라보던 망토의 남성이 짧게 혀를 찼다.

이윽고 검을 다시 거둬들인 뒤.

병사들에게 빠르게 명을 내렸다.

“마법사 길드에 가서 전해라. 녀석은 시공의 균열로 도망갔다고. 마법사들에게 시공의 균열 너머로 추격대를 보낼 수 있는지 확인해라.”

“예, 알겠습니다.”

시공의 균열로 사라진 드리무어.

물론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살아 있는 한, 평화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놈을 찾아내야 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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