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검황-163화 (163/164)
  • 외전 5화

    후계자 시합

    마교. 흑성궁(黑星宮).

    이 흑성궁의 광장에는 총 백 명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모두 마교의 차기 교주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이었다.

    “누가 후계자 시합에서 승리해 교주 자리에 오를까?”

    교도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히 적룡검(赤龍劍)이 오르지 않겠어? 따르는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강하잖아.”

    “그렇게 따지면 귀혈마(鬼血魔)도 만만치 않을걸?”

    “그래도 무공 수위만을 따지자면 역시…….”

    그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곳에는 낡은 무복을 입은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위광.

    보잘것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오직 무공 하나만으로 후보 자리에 오른 사내.

    현 교주가 실력을 인정한 유일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쿵. 쿵. 북소리가 울리며 이내 흑룡포를 입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 명의 후보들은 일제히 부복하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위대하신 교주님을 뵙습니다. 마교천세! 마교천세!”

    사내의 이름은 천일강(天一强). 십만 교도를 지배하는 마교의 교주였다.

    단상 위로 올라선 그는 교주 후보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후계자 시합을 시작한다. 기간은 3년. 너희들은 중원으로 나가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서로 싸워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단 한 명이 교주의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강자지존(强者之尊)을 율법으로 삼는 마교다운 방식이었다.

    후보들은 부복한 채로 힘차게 대답했다.

    “반드시 살아남아 돌아오겠습니다!”

    적룡검 이학성(李鶴星)은 위광을 향해 물었다.

    “위광. 내일 아침 천산을 떠날 것이냐?”

    고개를 돌린 위광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밤에 떠날 생각입니다. 자다가 형님 부하들 손에 죽을 일 있습니까?”

    껄껄 웃은 이학성이 말했다.

    “현명하구나.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세상을 즐겨 두거라.”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장소가 형님 묏자리가 될 겁니다. 그럼.”

    위광은 무복 자락을 펄럭이며 광장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이학성이 중얼거렸다.

    “건방진 놈. 그 목숨도 조만간 거두러 가겠다.”

    ***

    늦은 밤, 이학성은 자신의 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륵. 문이 열리고 비열한 인상의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주환(朱煥). 이학성과 마찬가지로 교주 후보 중 한 명이자 귀혈마라는 별호를 가진 사내였다.

    그는 이학성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으며 입을 열었다.

    “학성 형님. 들었습니다. 광이가 조금 전에 교를 나갔다고요.”

    “그래.”

    “형님의 우선 목표는 역시 그놈이겠지요?”

    이학성이 주환을 향해 말했다.

    “널 부른 이유는 짐작하고 있겠지. 위광을 죽이는 데 동참해라.”

    주환은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

    “후후. 천하의 적룡검이 동맹을 청하다니……. 하긴, 상대가 그 위광이라면 이해합니다.”

    두 사람은 처음 위광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그가 100번째 후보 자리에 오른 직후였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던 마교의 거두(巨頭) 한 명이 그를 시험하고자 나선 적이 있었다.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위광은 압도적인 힘으로 그를 쓰러뜨리고 자신의 강함을 증명했다.

    그 모습을 본 마교의 교주 천일강은 위광의 재능을 가리켜 ‘하늘이 내려 준 것’이라 평했다.

    이학성은 찻잔을 들며 말했다.

    “놈은 분명 괴물이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원이 얼마나 필요할 것 같습니까?”

    “초절정 고수가 삼십은 필요하다.”

    “삼십이라.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충분하다.”

    자신 있게 대답한 이학성이 차를 마셨다.

    잠시 그를 쳐다보던 주환이 말했다.

    “동참하지요. 단, 인원은 형님 쪽에서 더 부담하셔야 합니다.”

    “내가 스무 명을 동원하지. 어떤가?”

    “좋습니다.”

    주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달칵. 찻잔을 내려놓은 이학성이 말했다.

    “위광에게는 이미 추적자를 붙여 두었다. 거사는 한 달 뒤가 될 것이다. 준비해 두거라.”

    “알겠습니다.”

    주환이 방을 나가자, 이학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멍청한 놈. 역시 저놈은 생각이 얕아.’

    교주 자리에 위협이 되는 건 오직 위광뿐.

    놈만 처리한다면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로 내가, 십만 교도를 이끄는 거대한 세력의 수장이 된다.’

    이학성은 턱수염을 쓸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

    후계자 시합이 시작된 지 한 달째 되던 날.

    다 쓰러진 폐가에서 잠을 자던 위광이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오늘인가? 생각보다 늦었군.”

    객잔을 포위한 자들의 살기가 피부를 타고 전해졌다.

    숫자는 대략 삼십 명 정도. 전부 초절정의 고수였다.

    ‘이학성의 세력 말고도 누군가 힘을 보탰다.’

    기감을 더욱 끌어올리자 광혈마 주환의 기운이 느껴졌다.

    ‘차라리 잘되었다. 두 놈을 한 번에 처리할 기회야.’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 위광이 몸을 날렸다.

    파팟. 마당으로 나온 그가 고개를 돌렸다.

    삼십 명의 자객들이 빈틈없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복면을 벗고 앞으로 나선 이학성이 입을 열었다.

    “위광. 이승은 충분히 즐겨 두었느냐?”

    위광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묏자리는 신중히 골라야 하는 법인데……. 이곳으로 괜찮겠소? 형님.”

    주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위광을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라니. 삼십 명의 고수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건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이학성이 말했다.

    “하하하! 역시 위광이야.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군. 그래야 내가 인정한 사내답지.”

    직후, 위광이 벼락처럼 손을 뻗어 권강을 내쏘았다.

    쩌억! 가까운 거리에 있던 자객 한 명의 머리가 터졌다.

    머리가 사라진 몸뚱이가 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출수(出手)하는 과정을 누구도 보지 못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이학성은 겉으로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초절정의 고수를 한 수만에……. 믿을 수 없는 실력이군.’

    우우웅. 위광의 전신에서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퍼져 나왔다.

    ‘저건, 마황신공(魔皇神功)의 기운.’

    뚜둑. 뚝. 가볍게 손을 푼 위광이 중얼거렸다.

    “검이 없으니 두 손으로 상대해 주마.”

    이학성이 기운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위광. 네가 검만큼이나 권법과 각법에 능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방금 전은 기습으로 재미를 봤다만, 나머지 스물아홉 명이 내지르는 검강을 동시에 받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처억. 자세를 잡은 위광이 두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시작하자. 쓰레기들아.”

    자객들이 일제히 쇄도하며 검을 내질렀다.

    ‘검진(劍陳)인가. 나름 준비했군.’

    날아드는 검격을 피해 몸을 날린 위광은, 수도(手刀)를 세워 자객의 머리를 내리쳤다.

    퍼억! 자객의 머리가 박살났다.

    그 틈을 노리고 두 자루의 검이 각각 오른쪽 허리와 왼쪽 허벅지를 노려왔다.

    파팟! 공중으로 몸을 날린 위광이 발차기를 날렸다. 자객 두 명의 머리가 동시에 터졌다.

    바닥에 착지한 위광은 미황신공의 절기, ‘흑뢰섬(黑雷閃)’을 펼치며 양팔을 벌렸다.

    번쩍! 하고 묵빛 벼락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벼락에 맞은 자객들이 그대로 절명했다.

    절기를 펼친 위광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발로 걷어찼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검이 자객의 심장에 박혔다.

    자객은 외마디 신음을 내뱉으며 지붕 아래로 추락했다.

    ‘이, 이럴 수가!’

    전투를 지켜보던 이학성은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전투가 시작되고 반각도 채 지나지 않아, 열 명의 자객이 목숨을 잃었다.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위광. 그동안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퍼억! 자객 한 명을 더 죽인 위광이 피에 젖은 눈을 들어 말했다.

    “모르고 있었소? 내가 그동안 가진 실력의 3할을 숨긴 채 싸웠다는 걸? 한심하군.”

    “뭐라고? 이놈이…….”

    이학성이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위광은 남은 자객의 숫자를 확인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생각보다 내력의 소모가 크군.’

    아무리 그라고 해도 초절정 삼십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리를 벌려라!”

    이학성의 외침에 뒤로 물러난 자객들이 일제히 검강을 방출했다.

    위광은 마황신공의 기운을 몸에 두른 뒤, 양팔을 교차해 방어했다.

    콰앙! 콰아아아앙!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나며 기파가 터져 나갔다.

    “크윽.”

    위광은 나직이 신음을 내뱉었다.

    십수 명이 날린 검강을 몸으로 받아 냈다.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

    “지금이다! 쳐라!”

    이학성의 외침에 자객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꺼져라!”

    위광은 괴성을 내지르며 팔다리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마황신공의 절기, ‘백천뢰(百天雷)’가 위광을 중심으로 터지며 자객 열 명을 소멸시켰다.

    그 순간, 뒤에서 기척을 죽인 채 접근한 주환이 위광의 등을 찔렀다.

    “이 자식!”

    위광은 몸을 빙글 돌리며 주환의 목을 잡고 그대로 꺾어 버렸다.

    우득-. 주환이 죽자 그를 따르던 자객들이 동요했다.

    위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흑뢰섬을 날려 놈들을 처리했다.

    이제 남은 자객의 숫자는 이학성을 포함한 다섯 명.

    푹. 등에 박혀 있던 검을 뽑아 낸 위광이 말했다.

    “만약 초절정 오십 명을 데려왔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거요.”

    “네놈의 전력을 알았다면 그렇게 했겠지.”

    퍽! 퍼퍼퍼퍼퍽!

    위광은 주먹을 휘둘러 남은 네 명의 자객들을 차례대로 죽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학성이 전력을 다해 쇄도하며 외쳤다.

    “위광! 오늘 밤이 지나면 소식을 들은 다른 후보들이 너를 잡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너는 절대 살아서 천산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

    쩌어어어엉!

    일권(一拳)으로 이학성의 머리를 날려 버린 위광이 말했다.

    “난 끝까지 살아남을 거다. 끝까지.”

    격전이 끝나자 허기가 몰려들었다.

    비틀거리며 폐가를 벗어난 위광은 밥 짓는 연기를 보고 배를 채우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화산검황

    비류(沸流) 신무협 장편소설

    (沸流)

    발행인ㆍ곽동현 / 발행처ㆍ(주)조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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