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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황-96화 (96/164)

<96화>

무림대회(武林大會)(7)

쇄액! 쇄애애액!

청랑의 검격이 숨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청운적하검의 정수는 부드러움[流]과 빠름[快]을 바탕에 두고 있었다.

초식들이 유려하게 연결되며 빈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벼락처럼 빠른 검속이 상대방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휘몰아쳤다.

공격은 곧 방어요, 방어는 곧 공격이었다.

공방일체(攻防一體)의 검술. 그것이 청성파 검술의 묘리였다.

채채채챙! 채챙!

찬야는 침착하게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아 냈다.

신검합일에 든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상대방이 어디를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지.

상대방의 초식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그걸 모두 볼 수 있기에, 정확한 방어를 가능하게 했다.

자신의 공격이 전부 가로막히자, 청랑은 경악했다.

‘내 검의 경지가 당신을 넘지 못한다는 말인가?’

청랑은 이를 부득 갈았다. 그의 기세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나는 남북 십성의 무공을 이어받은 몸. 그런 내가, 당신에게 질 리가 없어.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촤아앙!

청랑이 검을 내지르며 검기를 발출했다. 푸른 검기가 날카롭게 뻗어 나왔다. 찬야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검기를 피해 냈다.

쇄애애액! 쇄애애액!

청랑은 계속해서 검기를 발출했다. 검기가 마치 유성처럼 허공을 가르며 찬야를 공격해 왔다.

찬야는 가볍게 호흡을 고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주변에 일종의 검막(劍幕)이 형성되며 검기를 막아 냈다.

“설령 신검합일에 들었다고 해도, 매화천수검을 익히지 못한 이상 당신은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청랑은 검을 수직으로 세우며 내력을 끌어모았다.

우우웅.

검신이 부르르 떨리며 푸른 검기가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청운적하검의 최강 초식을 한번 받아 보시지요.”

휘이이잉-.

청랑을 중심으로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돌풍은 곧 커다란 폭풍이 되어 비무대 전체를 뒤덮었다. 청랑은 제자리에서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청운적하검의 풍운조화(風雲造化) 초식이 펼쳐졌다.

콰콰콰콰콰콱!

검기의 폭풍이 비무대를 박살 내며 찬야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과 같은 초식이었다.

‘이 초식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찬야는 검을 검집에 넣으며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집중했다.

청랑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매화천수검은 화산 최강의 검술이다. 그러나 매화천수검이 강한 것은 화산의 모든 검술들을 한 초식에 담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산 검술의 묘리인 빠름[快]과 변화[幻]에만 집중한, 진정한 화산의 정수를 담은 검술은 바로 이십사수매화검법이었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이 바로 화산을 대표하는 검술인 것이다.

‘지금. 이 손에서-.’

찬야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발검(拔劍)하며 검기의 폭풍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붉은 검기가 십자[十]를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의 16초식인 화조월석 초식이었다.

콰아아앙!

두 검기가 허공에서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충돌의 여파로 생겨난 기파(氣波)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관중들이 비명을 질렀다.

후두두둑.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돌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청랑은 허망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이럴 수는 없어……. 풍운조화 초식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찬야가 쇄도했다.

화려하고 날카로운 검격이 청랑을 노려 왔다.

“크윽!”

청랑은 신음을 흘렸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방금 전, 큰 초식을 사용하며 내력을 쏟아부은 탓이었다.

쇄애애애액!

찬야의 검이 섬뜩한 섬광을 뿜어냈다. 청랑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공격을 피해 냈다.

쉬이이익!

찬야는 화산 검술 특유의 변칙적인 초식을 이용해 상체를 공격하는 척하면서 하단을 노려 왔다. 청랑은 피하려 했으나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탓에 피할 수 없었다.

촤악-!

찬야의 검이 청랑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다리를 베이자 청랑의 몸이 중심을 잃었다.

뻐억!

찬야는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그대로 청랑의 얼굴을 걷어찼다. 청랑은 코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날아갔다.

관중들은 그 모습을 보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청성파 용제의 후계자마저 당할 줄이야…….”

“대체 화산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거지?”

청랑은 얼굴을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렸다.

찬야는 거친 숨을 뱉어 내며 청랑에게 말했다.

“검선께서 천마에게 당해 은퇴하신 뒤로, 모두가 화산은 이제 틀렸다고 말하더군요. 더 이상은 예전의 위세를 되찾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는 이 자리에 증명하러 나온 겁니다. 화산은 무너지지 않았고, 우리의 검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청랑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증명해 보세요. 그대의 검을.”

찬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날렸다.

체력이 바닥난 건 피차 마찬가지다. 한 번의 격돌로 끝을 내야만 한다.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했다.

찬야와 청랑은 기합을 내지르며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냈다.

“크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채채채채챙!

검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찬야의 검이 청랑의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쇄애액!

청랑은 이를 악물고 혼신의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찬야는 몸을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곧장 검을 휘둘러 반격을 해 왔다.

‘더는 움직일 수가 없…….’

청랑은 체념한 듯 다가오는 공격을 응시했다.

파파파파팟!

찬야의 검격이 청랑의 전신을 난도했다. 청랑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찬야는 마지막으로 청랑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청랑은 피를 흩뿌리며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청랑이 의식을 잃자, 양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좌측 비무대의 승자는 화산파의 찬야입니다!”

찬야는 비틀거리며 하늘 높이 검을 치켜들었다.

관중들이 그를 향해 터질 듯한 함성을 보냈다.

***

채채채채채챙!

유라와 남궁월의 비무 또한 점차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유라는 삼매진화의 화염을 휘감은 채 맹렬히 공격했다.

남궁월은 창궁비연검의 초식을 펼치며 공격을 받아쳤다.

합을 이어 갈수록 두 사람의 몸에 상처가 늘어 갔다.

유라는 이를 악물었다.

‘서둘러야 한다.’

삼매진화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내력을 태워 불꽃으로 만들어 내는 힘이었다. 불꽃이 지속될수록 내력의 소모도 극심했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터. 그 안에 어떻게든 끝을 내야만 했다.

“으아아아아!”

유라는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이글거리는 화검(火劍)이 남궁월을 향해 날아들었다.

채채채챙!

남궁월의 표정이 변했다. 유라의 움직임이 점점 기세를 더해 가고 있었다. 거기다 검을 부딪칠수록 자신의 검, 월영(月影)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미 검을 잡은 손바닥에 화상을 입은 채였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남궁월은 어느 정도 피해를 각오하고 유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어깨를 베는 데 성공했다.

그때, 유라가 반대쪽 손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남궁월의 고개가 돌아가며 그녀의 입술이 터졌다.

“크윽!”

남궁월은 신음을 내뱉으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주먹을 휘두를 줄이야.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정신력이었다.

유라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반드시 이긴다. 반드시…….”

유라는 바닥을 박차고 재차 달려들었다. 두 검사는 또다시 격렬한 합을 주고받았다.

“이긴다. 절대로……. 절대로 이긴다!”

유라의 외침을 들은 남궁월이 이를 악물었다.

“적당히 좀 하고 쓰러져라!”

남궁월은 창궁비연검의 광음유수(光陰流水) 초식을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푸른 검기가 나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쩌엉!

공격을 막아 낸 유라가 뒤로 밀려났다.

그녀는 검으로 바닥을 지탱한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남궁월은 한숨을 내쉬며 유라를 향해 물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버티는 거죠?”

유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백운산에서 너에게 패배하고 난 이후로……. 난 좌절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너희들처럼 강해질 수 없을 것 같아서……. 남량은, 그러 나에게 기회를 주고 강해질 수 있게 도와주었어. 그러니 나는 그의 도움에 보답해야만 해…….”

그리고 자신이 평생 인정받고자 했던 그 사람에게도 보여 줄 것이다. 내가 강남 제일의 여걸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해졌음을.

그러니 절대로 쓰러질 수 없다.

유라는 자세를 취하며 숨을 내뱉었다.

“후우-.”

앞으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건 한 번 정도.

마지막 일격으로 남궁월을 쓰러뜨려야 한다.

화르륵!

남은 내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검을 내질렀다.

매화홍주검의 18초식, 비두출화 초식이었다.

남궁월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덩이를 마주하며 생각했다.

굳이 정면으로 맞서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저것이 마지막 힘을 쏟은 공격일 터.

옆으로 피해 내기만 하면 힘이 다해 쓰러질 것이다.

그럼 자신의 승리였다.

그런데.

‘그걸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덤벼 오는 상대를 피한다면 그건 검사로서 씻을 수 없는 수치였다.

‘무인에게서 명예를 버린다면 그건 시체나 다름없다.’

남궁월은 두 손으로 검을 쥐며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모든 내력을 끌어모아 유라를 향해 휘둘렀다.

창궁비연검의 일격필살 초식, 수천일색(水天一色) 초식이었다.

유라와 남궁월이 격돌한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비무대에 먼지가 치솟았다.

관중들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

둘 중 누가 승리한 것인가?

양악은 가볍게 내력을 일으켜 먼지를 걷어 냈다.

먼지가 걷힌 비무대 위에는, 한 사람만이 서 있었다.

매화 문양의 도포를 펄럭이는 유라였다.

남궁월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쓰러져 있었다.

“우측 비무대의 승리자는…….”

양악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화산파의 유라입니다!”

한 차례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 이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화산파의 두 제자가, 남북 십성의 후계자들을 이겼다!”

“이번 무림대회는 화산파의 것이다!”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유라가 남궁월에게 물었다.

“피하면 당신이 이겼을 텐데 어째서…….”

남궁월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덤벼 오는 상대를 어떻게 피할 수 있겠어요.”

“…….”

잠시 침묵하던 유라는 정중히 예를 표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남궁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지혁은 두 손을 번쩍 들며 감격한 듯 소리쳤다.

“유라! 찬야! 잘했다! 정말 잘했어!”

유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찬야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고했어. 유 사매.”

“그래. 너도 수고했다.”

유라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녀는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량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잘했다고 말해줬을 텐데.

바로 그때였다.

쾅! 쾅! 쾅! 쾅! 쾅!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붉은 빛줄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하늘이 점차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합장에 모인 이들은 멍하니 변해 버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뭐지? 이것도 대회를 위해 준비한 행사인가?”

“아닌 것 같은데? 무림맹 쪽 사람들 표정이…….”

위지혁은 불안한 표정으로 빛기둥을 응시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시합장 전체가 폭발하며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화산검황

비류(沸流) 신무협 장편소설

(沸流)

발행인ㆍ곽동현 / 발행처ㆍ(주)조은세상

이 책의 저작권은 (주)조은세상과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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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沸流) / Good World Co.,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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