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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황-65화 (65/164)

<65화>

남량의 각성. 환골탈태(換骨奪胎)(1)

그 해 겨울은 빠르게 지나갔다.

해가 바뀌고 눈이 그칠 무렵, 어느새 무림대회는 두 달을 채 남기지 않고 있었다.

남량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림맹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상대는 무려 무림맹 무력 부대인 칠검대(七劍隊)의 대주들이었다.

파파팟!

남량의 주변에 돌풍이 휘몰아치며 검의 잔상이 날아들었다.

채채챙!

남량은 보이지 않을 속도로 빠르게 검을 휘둘러 공격을 튕겨 낸 다음 몸을 날렸다.

무림맹 유풍검대(流風劍隊) 대주 홍익수(紅翼秀)는 남량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쇄애액!

홍익수의 검이 남량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졌다.

남량은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하며 검기를 발출했다.

쇄애앵-!

홍익수의 신형이 뒤로 물러나며 그 자리를 풍림검대(風霖劍隊) 대주 송세양(宋勢楊)과 질풍검대(疾風劍隊) 대주 조도하(趙導赮)가 대신했다.

두 대주의 검이 남량을 노려 오자, 남량은 검기를 바닥에 날려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콰과곽-.

흙먼지가 두 사람의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남량의 검기가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두 대주가 공격을 막아 내는 동안, 남량은 뒤쪽에서 달려드는 열풍검대(熱風劍隊) 대주 허주학(許株虐)을 상대해야 했다.

슈웅-!

허주학의 강렬한 찌르기에 남량은 검과 검집을 십자(十)로 교차하며 방어했다.

그러나 충격으로 몸이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남량이 재빨리 몸을 일으키자 추풍검대(秋風劍隊) 대주 적위경(赤委瓊)이 쇄도했다.

채채챙!

두 사람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적위경의 칼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남량의 전신을 노려 왔다.

휘리릭-.

남량은 월인비의 이형환위 수법을 펼쳐 거리를 벌렸다. 적위경의 칼은 남량의 잔상만을 가르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뒤에서 달려든 풍운검대(風雲劍隊) 대주 추교영(秋僑英)이 남량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쩌엉!

남량은 추교영의 공격을 막았지만 뒤로 밀려났다.

그때를 노리고 칠검대 대주들이 남량을 둘러싼 다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남량은 즉시 칼날에 기를 끌어모으며 회전과 동시에 전방위로 무시무시한 참격을 날려 보냈다.

매화천수검의 8초식인 단천열화 초식이었다.

콰아앙-!

연무장 바닥이 갈라지며 강렬한 충격파로 인해 먼지가 치솟았다.

조금 떨어진 연무장 단상 위에서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구(舊) 풍운검대 대주이자 신(新) 무림맹 총대주 자리에 오른 양악이 입을 열었다.

“그만!”

양악의 외침에 대주들은 검을 갈무리하며 뒤로 물러났다.

남량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내며 포권을 취해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대주들이 우르르 몰려와 감탄을 터뜨렸다.

“이야-. 남 소협! 어떻게 된 거야? 지난번에 붙었을 때랑은 전혀 다르잖아! 며칠 사이에 이럴 수 있는 거야?”

“검격이 더 날카로워지고 정교해졌네. 이거야 원, 이제는 우리도 살살 할 수가 없을 정도야.”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뭔데 약관의 나이에 우리 일곱 명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거야?”

“내 장담컨대 삼 년만 지나면 우리 중 한두 명 정도는 일대일로 붙어서 쓰러뜨릴 수 있을걸? 대단해. 대단한 재능이야!”

“심지어 이 친구, 그 신통한 능력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 사자금강인가? 그거 말일세.”

“이보게, 오늘 끝나고 낙양 저자에서 한잔 어떤가? 우리 딸이 말이야, 자네한테 관심이 아주 많아서…….”

“이게 미쳤나? 넘볼 걸 넘봐! 벌써 제갈세가와 남궁세가가 눈에 불을 켜고 노린다는 소문, 못 들었어?”

“하하…….”

남량은 영혼 없이 웃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과의 대련은 분명 많은 도움이 되지만,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치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때마침 남량의 생각을 읽었는지 양악이 큰소리를 치며 그들을 떨어뜨렸다.

“그대들, 대련이 끝났으면 얼른 가서 일 봐야지 뭐 하고 있는 건가? 남 소협은 이제 맹주님과 대련을 해야 하니 귀찮게 굴지 마시게.”

대주들이 물러나자 양악은 남량에게 물이 담긴 죽통을 내밀었다.

“이해하게. 자네가 떠날 날이 머지않았으니 아쉬워서 저러는 게야. 한 달 정도 남았지?”

남량은 목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 정문에서 헤어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다.

그 녀석들, 과연 얼마나 강해져 있을까?

***

남량은 매일 신시(申時:15∼17시)에 맹주전 지하의 수련동(修鍊洞)에서 고경홍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날도 남량은 대련을 위해 맹주전으로 향했다.

수련동으로 내려가자 고경홍이 기다리고 있었다.

“칠검대 대주들과의 대련은 끝난 것이냐?”

“네. 방금 마치고 왔습니다.”

“운기조식을 먼저 끝내거라.”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량은 대주들과의 대련으로 소모한 내공을 다시 채운 다음, 기력을 충분히 회복하고 나서 검을 쥐었다.

“오늘로 몇 번째 대련이지?”

“309번째 대련입니다.”

“어제의 대련에서는 칠십일 합과 칠십이 합 사이의 연계가 어색했다. 또한 3초식에서 1초식으로 공수 전환을 하는 찰나 틈이 보였다. 주의하도록.”

“알겠습니다.”

남량은 천천히 내력을 끌어모으며 자세를 잡았다.

파파팟-!

직후, 남량의 신형이 공중으로 솟구치며 엄청난 속도로 고경홍을 향해 쇄도했다.

동시에 화양검이 섬광을 번쩍이며 고경홍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화양검은 고경홍의 목에 닿기 전, 그가 들어 올린 검지에 가로막혔다.

검기가 맺힌 칼날을, 그것도 맨손으로 막아 낸 것이다.

그러나 고경홍의 경지를 생각했을 때 이것은 오히려 남량의 대련을 위해 수준을 낮춘 상태였다.

남량은 재빨리 검을 회수하며 몇 차례 공격을 가했다.

채채채챙!

고경홍은 한 손으로 뒷짐을 진 채 손가락만으로 날아드는 검격을 가볍게 튕겨 냈다.

남량은 고경홍과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하며 7초식, 유성추월 초식을 펼쳤다.

콰과곽-. 참격의 소용돌이가 바닥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후웅.

그러나 소용돌이는 고경홍의 옷깃조차 베지 못한 채 그의 손짓 한 번에 허무히 흩어져 사라졌다.

휘릭-파파팟!

남량은 거세게 회전하며 또다시 참격을 날렸다.

연분홍빛 검기가 곡선을 그리며 세 갈래로 쏘아졌다.

고경홍은 기막(氣膜)을 펼쳐 검기를 막아 내며 손을 뻗어 남량을 향해 장풍을 내쏘았다.

콰아앙-!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고경홍의 손에서 터져 나온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남량을 덮쳤다.

남량은 축지로 충격파의 범위에서 벗어나 1초식, 낙영용섬 초식으로 검을 휘둘렀다.

터엉.

다음 순간, 화양검의 칼날이 고경홍의 손에 붙잡혔다. 맨손으로 칼날을 붙잡은 고경홍이 천천히 손을 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한다.”

쨍그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량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후우-.”

남량은 몸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호흡을 골랐다.

일다경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기력이 전부 소진되었다.

‘그래도 첫날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야. 첫날에는 삼 초도 채 버티지 못했으니까…….’

현경의 고수와는 마주한 것만으로 엄청난 기력을 소모한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늘 맹주와의 싸움이 끝나고 나면 최소 반 각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어야만 했다.

“이제 슬슬 떠난다고? 언제 가느냐?”

“내일 동트기 전, 떠날 생각입니다.”

“빨리도 가는구나.”

“아무래도 스승님이 재촉하시는 바람에…….”

남량이 눈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망할 놈. 그새 연락이 뜸해졌다고 벌써 돌아오라니.

한 달은 더 수련을 할 수 있었는데…….

그때, 고경홍이 남량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동안 내 수련을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절정의 경지가 아니라 초절정의 경지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인 것을……. 한마디 불평도 없이 생각 이상으로 잘해 줬다. 앞으로도 네 성장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마.”

한때 최강의 적이었던 자에게 받는 인정이라…….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었다.

머리에 손을 얹은 건 살짝 마음에 들지 않지만.

“무림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빠르게 성장해서 훗날 내가 있는 곳까지 오거라.”

고경홍의 말을 들으며, 남량은 생각했다.

이번 생에는 전생에 이루지 못한 무극, 자연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천마 위광에게 불가능 따위는 없으니까.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남량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경홍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무림맹을 떠나 며칠 말을 달린 남량은 섬서성으로 넘어가기 전, 비설이 알려 준 유명한 온천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련하느라 피로도 많이 쌓였을 텐데 한번 가 봐요.’

정보 집단이라더니 별 정보를 다 알고 있다.

흑영대원들이랑 가끔 휴가라도 오는 건가?

‘온천이라……. 뭐 하루 정도는 나쁘지 않겠지.’

남량은 해가 지기 전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제법 유명하다던 비설의 말대로 마을은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렸다.

‘이럼 좀 곤란한데.’

남량의 백발과 외모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온천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밤에는 아무도 없겠지.’

그렇게 남량은 모두가 잠에 든 시각, 홀로 방을 나와 온천으로 향했다.

옷을 곱게 벗어 두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에 천천히 몸을 담갔다. 화양검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석에 걸어 두었다.

“좋다……. 좋아…….”

그동안 고된 수련으로 뭉친 피로가 싹 날아가는 느낌이다.

‘오기를 잘했어.’

남량은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달이 떠오른 밤의 풍경은 고즈넉했다.

이게 얼마 만에 즐겨 보는 평온한 분위기인가.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대화 소리가 분위기를 와장창 깨뜨렸다.

“아이고∼. 사람도 없으니 참 좋구만!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두목. 제가 또 여기 술병까지 챙겨 왔습죠!”

“역시 내 아우들이야. 다들 들어가서 한잔하자고!”

듣기만 해도 거슬리는 걸걸한 웃음소리.

남량의 평온하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어떤 새끼들이 감히…….’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남량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 장본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상처투성이에 우락부락한 체격을 가진 거한들이었다.

외형으로만 보면 어디로 봐도 산적 같다.

마침 남량과 눈을 마주친 한 사내가 말했다.

“두목, 누가 먼저 와 있는데요?”

“그래? 누군지는 몰라도 참으로 운이 없는 놈이군.”

두목이라 불린 장패가 씨익 웃으며 남량을 응시했다.

남량은 장패를 가만히 쳐다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뭘 봐?”

화산검황

비류(沸流) 신무협 장편소설

(沸流)

발행인ㆍ곽동현 / 발행처ㆍ(주)조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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