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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황-47화 (47/164)
  • <47화>

    천음선녀(天陰仙女)(6)

    콰앙! 콰아앙!

    천음선녀가 날린 소수마공의 음기와 새하얀 불꽃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소수마공은 붙잡힌 자의 기를 빼앗는다! 절대 잡혀서는 안 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라! 또한 주변에 자욱한 음기가 점점 몸을 파고들 것이다. 시간을 오래 끌어 봐야 좋을 것이 없어! 단번에 끝을 낸다!”

    남량은 검에 내력을 일시에 집중시켜 그대로 휘둘렀다.

    “매화천수검 7초, 유성추월(流星追月)!”

    콰드드득-!

    남량의 검에서 터져 나온 거대한 참격의 소용돌이가 땅을 가르며 천음선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아앙!

    남량의 검격과 천음선녀의 불꽃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충격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천음선녀가 비틀거렸다.

    “지금이다-. 위지혁!”

    “그래!”

    각자 좌우로 갈라진 운휘와 위지혁이 양쪽에서 동시에 천음선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칠절매화검 3초, 뇌정벽력(雷霆霹靂)!”

    “매화영롱검 10초, 일중도영(日中逃影)!”

    두 검객의 검에서 검기가 뻗어 나와 천음선녀를 공격했다. 천음선녀는 황급히 손을 휘저어 주변에 불꽃의 장막을 형성했다.

    콰콰쾅!

    검기와 불꽃이 격돌하며 한 차례 시린 섬광이 번쩍였다. 운휘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베었나?”

    위지혁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아니야. 손에 감각이 없어!”

    천음선녀는 곧장 운휘와 위지혁을 향해 음기의 바람을 날렸다. 두 사람은 흑영대원의 도움을 받아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남량이 다급히 소리쳤다.

    “공격이 끊기면 안 된다! 유라, 찬야! 밀어붙여!”

    쇄애애액!

    유라와 찬야는 바닥을 박차고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 천음선녀의 목을 노리고 검을 내질렀다.

    “이십사수매화검법 17초, 근화일일(槿花一日)!”

    “매화홍주검 15초, 부신입화(負薪入火)!”

    두 자루의 검끝이 한데로 집중되며 천음선녀가 내지른 불꽃 덩어리와 공중에서 부딪쳐 또 한 차례 폭음을 터뜨렸다.

    콰아앙!

    “쿨럭!”

    충격을 받은 유라와 찬야가 피를 왈칵 토해 냈다.

    그러나 둘은 기합을 지르며 검을 더욱 강하게 쥐고 밀어 넣었다.

    “으아아아아아!”

    필살(必殺)의 각오로 내지른 검격이 불꽃을 조금씩 파고들기 시작했다. 천음선녀의 몸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천음선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더욱 음기를 증폭시켰다.

    쩌어엉!

    강력한 충격파가 터지며 찬야와 유라의 몸이 거세게 튕겨 나갔다. 흑영대원들이 튕겨 나가는 두 사람의 몸을 붙잡는 데 성공했으나,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다 죽어라! 죽어!”

    천음선녀가 불꽃을 사방에 날리는 순간, 암영과 두 명의 대원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향해 암기를 내쏘았다.

    “천만에, 오늘 죽는 것은 바로 네년이다!”

    암영의 방해로 천음선녀가 주춤거리는 찰나, 내력을 한데 모은 남량이 엄청난 속도로 천음선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매화천수검 1초식-!”

    ‘베어야 한다! 단칼에!’

    천음선녀가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남량의 검이 그녀의 목을 갈랐다.

    “낙영용섬(落英龍閃)!”

    촤아악!

    남량의 검은 조금의 흔들림 없이 정확히 천음선녀의 목을 가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천음선녀는 목이 잘린 즉시 재생을 시작하며 불꽃으로 몸을 보호하려 했다.

    “흡수한 음기의 양이 아주 넘치는 모양이군! 오냐, 한 번으로 부족하다면 몇 번이고 베어 주마!”

    남량은 자세를 바꾸어 짧은 참격을 연속해서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남량의 검이 천음선녀의 전신을 미친 듯이 난도했다.

    날카로운 검기가 불꽃의 장막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기회다! 전부 달려들어!”

    천음선녀의 몸을 두르고 있는 불꽃이 약해지는 그때, 나머지 매화오절이 일제히 공격에 합세했다.

    그 순간, 천음선녀가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했다.

    “크아아아아-!”

    직후, 천음선녀의 전신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엄청난 광채가 터지며 음기가 일행을 덮쳐 왔다.

    “크아악!”

    “으악!”

    음기를 정면으로 맞은 대원들은 그대로 얼어붙어 죽었다.

    매화오절을 비롯한 나머지 대원들은 간신히 내력으로 몸을 보호했으나 큰 타격을 입고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찬야와 운휘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남량을 불렀다.

    “남 사제…….”

    “형님…….”

    남량은 한참을 밀려 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천음선녀를 응시했다. 한 번의 공격을 허용했을 뿐인데 전신에 성한 곳이 하나 없었다.

    ‘빌어먹을…….’

    천음선녀는 고개를 젖힌 채 미친 듯 머리를 흔들며 짐승의 울음을 토해 냈다.

    “크아아! 크르르…….”

    천음선녀는 이제 사람이 모습이 아닌 괴형(塊形)의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흡수한 음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둑이 무너지듯 형체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정녕 괴물이구나……. 이대로 전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암영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배가 고파……. 음기가, 음기가 필요해……. 더 많은 음기가!”

    천음선녀는 쓰러진 일행들을 향해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천음선녀가 향하는 곳에는 유라가 쓰러져 있었다.

    “유라! 피해!”

    남량이 소리쳤지만 이미 피하기에는 늦은 듯 보였다.

    그 순간, 남량의 머릿속에 천양신경의 한 가지 구절이 떠올랐다.

    『중단전의 호흡으로 옥당(玉堂)을 열어 흔들리지 않는 마음처럼 단단한 갑옷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사자금강(使者金剛)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남량의 눈에 희망이 빛이 떠올랐다.

    ‘그래! 통찰안이 만물을 꿰뚫는 눈이라면 사자금강은 갑옷…….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유라를 구할 수 있을까?

    ‘해 보자. 각운 선사의 깨달음을 믿어라.’

    남량은 천양신경의 구결에 따라 내력을 운기하며 중단전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그 순간, 남량의 전신에서 뻗어 나온 황금빛 환영이 그대로 유라를 향해 날아갔다. 환영은 유라를 중심으로 넓게 퍼지며 허공에 투명한 막을 생성했다.

    콰아앙!

    천음신녀가 휘두른 손이 사자금강의 환영에 충돌하며 그녀의 신체가 뒤로 튕겨 나갔다.

    “키야악!”

    천음선녀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손을 휘저었다. 사자금강을 친 손이 화상을 입은 것마냥 달아올라 있었다.

    ‘각운 선사의 천양신경은 순수한 도가 정통의 심법! 악한 것일수록 더 큰 효력을 일으킨다!’

    “내가 지켜 줄 테니 대열을 재정비해! 일격(一擊)! 일격으로 끝장을 낼 것이다!”

    남량은 사자금강의 환영을 조종해 일행들이 안전하게 물러날 때까지 보호했다.

    그러나, 앞선 전투와 천음선녀와의 결투로 인해 그들의 체력과 내력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남량은 그걸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어떡하지? 나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터인데…….’

    설상가상으로 더는 사자금강을 유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통찰안의 부작용이 시야라면, 사자금강의 부작용은 내력을 크게 소모한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남량은 물 흐르듯 천양신경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하단전의 호흡을 통해 석문(石門)을 열어 정(精)을 기(氣)로 바꾸고, 그 기로 신(身)을 치유하는 힘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손상된 장기나 갈라진 피부를 원래 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으니 그것이 신유유합(神癒癒合)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치유하는 힘. 이것이라면!’

    남량은 사자금강을 해제함과 동시에 몸을 날려 매화오절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등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천양신경의 구결을 따라 하단전으로 내력을 보냈다.

    ‘제발,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

    화르르륵!

    남량의 손에서 녹색 불꽃이 솟아오르며 매화오절의 몸을 뒤덮었다. 불꽃은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고 뼛속까지 침투한 음기를 밖으로 배출해 냈다.

    ‘성공인가!’

    매화오절은 당혹감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외쳤다.

    “움직일 수 있어! 싸울 수 있다고!”

    “남 사제! 대체 정체가 뭐야? 내가 존경해!”

    남량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신유유합의 부작용은, 아마도 정신력을 소모하는 것인 듯했다.

    ‘정신 차려라. 이걸로, 이걸로 마지막이다!’

    남량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다잡으며 외쳤다.

    “검을 들어라! 가자!”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매화오절의 눈빛에 죽음을 각오한 결사(決死)의 투지가 일렁거렸다.

    “목을 베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몸을 잘게 조각내 죽이는 방법 말고는 없어! 전력을 다해 각자 한 곳은 책임지고 베어!”

    “알았어!”

    콰아앙!

    마침내 마지막 격돌이 이루어졌다.

    천음선녀 역시 마지막을 직감했는지 이전의 두 배가 넘는 불꽃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매화오절의 기운이 한데 모이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천음선녀의 불꽃을 뚫고 그녀의 지척에 다다르는 데 성공했다.

    촤악!

    남량의 검이 천음선녀의 목을 반쯤 베는 데 성공했다. 그 뒤로 운휘와 찬야의 검이 각각 천음선녀의 양쪽 팔을 어깨 아래에서부터 깔끔하게 잘라 냈다. 곧바로 위지혁의 검이 천음선녀의 옆구리를 베었으며, 마지막으로 유라의 검격이 천음선녀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휘오오오!

    그 순간, 천음선녀의 몸에서 음기와 원념(怨念)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동굴 내부가 우르르 진동하며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모두 나가! 동굴이 무너진다!”

    그들은 즉시 몸을 날려 동굴 밖으로 피신했다.

    남량은 천음선녀의 몸을 붙잡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내 동굴이 완전히 무너지며 입구가 막혀 버렸다.

    밤이 다 갔는지 어둡던 하늘이 파랗게 변하고 숲속에는 새벽안개가 잔뜩 끼여 있었다.

    암영은 막힌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시신을 수습하지는 못했군…….”

    힘든 싸움이었지만 결국 승리했다.

    흑영대원들과 매화오절은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서로 껴안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잠깐.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이 여인의 입에서 흑룡회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야 해.”

    음기가 전부 빠져나간 천음선녀는 이전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미라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남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음선녀를 바닥에 내던진 다음,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며 말했다.

    “말해라. 네가 어떻게 마공을 얻었고, 흑룡회의 표식을 받은 것인지.”

    천음선녀는 힘겹게 입을 달싹이며 희미하게 입을 열었다.

    “살, 살려 주세요…….”

    “살려 달라고? 뻔뻔한 년 같으니! 네 손에 죽은 여인들의 숫자가 몇인 줄 아느냐!”

    암영이 진심으로 분노하며 일갈했다.

    남량은 천음선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너는 이미 마공에 의해 몸이 상해 오래 살지 못한다. 다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고한다면 고통 없이 보내 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남은 시간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다 죽게 될 것이다. 어떡하겠느냐?”

    천음선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본래 높은 집안의 시종이었습니다……. 헌데 주인의 수청 요구를 거역하자 가족들은 전부 죽고, 저는 암야촌에 창기로 팔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제게 돈을 주지 않아 대들었더니 저를 죽이려 들었습니다……. 그때 붉은 머리를 한 남자가 저를 구해 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복수하고 싶지 않으냐. 네게 힘을 주겠다.’라고 말입니다……. 또 그분은 저를 팔아넘겼던 집안도 몰살해 제 복수를 이루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고……. 마공을 익히게 하며 여인들을 잡아다 힘을 얻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명대로 여인들을 납치해서…….”

    남량의 눈빛이 번득였다. 붉은 머리……. 효초아가 분명했다.

    “복수라고? 아무 죄 없는 여인들을 네 희생양으로 삼은 그 순간부터 네년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악인이다!”

    암영이 고함치는 것을, 남량이 손을 들어 막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남량은 천음선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가 너를 어디로 데려갔지? 그의 거처가 어디냐.”

    “그곳은…….”

    천음선녀가 입을 부들부들 떨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때였다.

    퍼엉!

    천음선녀의 머리가 사라지고 남량의 얼굴에 뜨거운 피가 잔뜩 튀었다.

    “누구냐!”

    암영이 버럭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의 기술은, 흑살검(黑殺劍)?’

    흑살검은 마기(魔氣)를 조종해 무형의 검격을 내쏘는 것이 특징인 무시무시한 마검술(魔劍術)로, 남량이 알기에 이 검술을 구사하는 자는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남량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일행의 건너편에, 한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남량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너는……!”

    화산검황

    비류(沸流) 신무협 장편소설

    (沸流)

    발행인ㆍ곽동현 / 발행처ㆍ(주)조은세상

    이 책의 저작권은 (주)조은세상과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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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류(沸流) / Good World Co.,LTD

    소설의 새 지평을 열어 가는 (주)조은세상.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실 작가님을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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