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세귀환록-184화 (184/203)

# 184

현세귀환록

184. 해결(2)

화아아악!!!

아바투르를 중심으로 엄청난 기파가 터져 나왔고, 그 기파는 수 킬로미터가 넘도록 퍼져 나갔다.

마치 엄청난 폭발이 터지면 주변에서 그것의 공기 파동을 느끼는 것처럼 아바투르의 마기 폭발은 주변에 있던 모두에게 느껴졌다. 심지어 한창 전투 중이던 최강훈과 엘리아, 드레이크마저 아바투르의 마기 폭발에 잠시 전투를 멈추고 그곳을 바라볼 정도였다.

한창 아바투르를 공격하던 강민 역시 잠시 공격을 멈추고 마기 폭발을 마친 아바투르가 자신의 공격으로 생긴 구덩이에서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 잠시 판단을 잘못하여 수세에 몰렸지만, 마기 폭발을 사용한 이상 더 이상 네놈에게 기회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마기 폭발까지 사용하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전도율을 높은 이형태의 몸에 마기 폭발까지 사용한 아바투르는 거의 마계에서와 동일한 신위를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검푸르게 빛나던 아바투르의 광검은 이제 완전히 검은 빛으로 변해 버렸다.

전장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던 유리엘은 아바투르의 검은색 검을 보며 약간 놀란 듯한 목소리로 강민에게 물었다.

[민, 저거 암검(暗劍)인가요?]

[아냐. 암검은 아니고 광검의 경지에 따른 색채 변환 정도에 가깝겠네. 그래도 저 정도 빛깔이면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단계겠네.]

[그렇군요. 마왕급이 암검을 쓰는 줄 알고 좀 놀랐어요.]

[뭐, 그 정도 능력이 되는 녀석은 아니었잖아. 어쨌든 대충 손맛은 봤으니 이제 그만 처리해야겠어.]

[몸은 좀 풀렸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광검이라도 마음껏 휘두르니 좀 낫긴 해.]

지금껏 강민이 아바투르를 그렇게 두들긴 것은 그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강민은 지구로 돌아온 이후 그다지 힘을 쓴 적이 없었기에 유리엘과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간만에 몸을 풀기 위해서 아바투르와의 전투에 시간을 쓴 것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몸이 풀려서 전투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강민에게 아바투르가 또다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동안 잘 설쳤지? 이제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마. 광검이라고 해서 다 같은 광검이 아님을 알려주마!”

검은빛이 도는 광검을 뽑아 든 아바투르에게 강민이 담담히 말했다.

“그래, 같은 검이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강민 역시 검의 색을 바꾸었는데, 공교롭게도 강민의 검 역시 지금까지와는 달리 검은색의 검이었다.

다만, 아바투르의 검이 검은빛을 뿜어낸다고 한다면, 강민의 검은 모든 빛을 빨아들여 검은색으로 보이고 있었다. 즉, 아바투르의 검은 광채(光彩)가 보였지만, 강민의 검은 무광채의 검이었다.

강민의 검을 본 아바투르가 다시 한마디하려고 할 때, 강민의 그의 말을 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여기까지 하자.”

쉬익!

강민의 검격에 아바투르는 다급하게 광검을 들어 자신의 전면을 방어하였다. 하지만 강민의 검격은 아바투르의 광검과 호신막과 그의 몸까지 사선으로 다 잘라내 버렸다.

큰 폭음도 없었다. 마치 종이를 가르는 칼과 같은 가벼운 절단음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털썩~

그 절단음을 뒤로하고 아바투르의 몸이 두 조각으로 갈라져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아바투르의 몸을 제외하고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아바투르의 죽음은 그가 지금껏 보였던 신위에 비하면 너무 허무하여 다들 얼어붙은 모습으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바닥에 떨어진 아바투르의 시체에서 검은색 마기가 터져 나왔다. 강제 귀환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급의 악마들이야 이런 마기를 터뜨리지도 못한 채 그냥 사라져 버리지만, 아바투르는 마왕급의 마족이었다.

마왕급의 마족에 걸맞게 강제 귀환도 평범하지 않아야 했지만, 지금 아바투르의 몸에서 나온 마기의 양은 의외로 그가 보였던 마기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양이었다.

보통 강제 귀환으로 터져 나오는 마기는 마핵에서부터 발하기에 생전에 보인 마기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 보이는 경우가 많으나, 지금 아바투르의 마기는 바스라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적은 양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나온 마기는 차원의 결계를 흔들며 사라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리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더 줄었는데요?”

“암검을 꺼냈으니 저 정도도 많이 돌아간 것이겠지.”

아바투르의 마기가 저렇게 된 것은 강민이 암검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광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의 암검은 당연히 광검보다도 강대한 힘을 내포한 검이었다.

사실 파괴력으로만 치면 광검이 암검보다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검은 광검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었다.

광검이 현상을 자른다면, 암검은 본질을 잘랐다. 광검으로는 사람의 육신을 갈라낸다면, 암검으로는 사람의 신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잘라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강민의 암검은 아바투르의 마핵까지 잘라낼 수 있었고, 마핵이 깨어져 버린 아바투르는 이미 상당한 마기를 유실해 버렸기에 강제 귀환에서도 그 정도 마기밖에 보이지 못한 것이었다.

“하긴, 민이 암검까지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러고 보니 암검을 본 것도 오랜만이네요.”

“그렇지, 최근에는 전혀 쓸 일이 없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아바투르를 처리한 강민과 유리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전장의 뒤쪽에서 수많은 사람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제3, 제4 대행자들에게 막혔던 파루스가 이끄는 악마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유리엘이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는 듯 말했다.

“아. 저 뒤에서 악마들의 잔당이 오는군요. 저놈들은 제가 처리하죠.”

강민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리엘은 가볍게 한 줄기 영창을 하였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자신들을 쫓아온 악마들 때문에 뱀파이어들의 웅성거림이 점차 커질 때, 유리엘은 영창을 끝내고 시동어를 외쳤다.

“하르나키아!”

* * *

“역시 저기까지밖에 도망치지 못했군. 아바투르 님께 꾸지람을 좀 들을 수도 있겠군.”

달려가는 파루스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하자, 그의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던 벨리카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

“조금 전의 그 뱀파이어들은 정말 끈질겼지요. 팔이 떨어지고 다리가 끊어져도 악착같이 우리에게 달라붙었으니까요. 이런 사실을 말씀드린다면 아바투르 님도 좀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요?”

벨리카의 말이 우스웠던지 파루스는 그녀의 말을 비웃으며 대답했다.

“크큭.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무장은 결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놓쳤으면 놓친 것이지 거기에 변명은 필요 없다!

“아…… 죄송합니다.”

“뭐 어차피 넌 무장으로 쓸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이니 이런 사실을 몰라도 관계없겠지. 오늘 밤에 네 용도를 다시 확인해 보자꾸나. 하하하.”

“아잉, 알겠어요. 파루스 님~”

벨리카는 적절한 시기에 또 애교를 부리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벨리카와 이야기를 나누는 파루스의 머리 한편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조금 전 마기 폭발이 시전된 것 같던데…… 바스라 님인가? 바스라 님이 마기 폭발까지 사용할 상대가 나타났다는 것인가? 재미있군…… 하지만 주군이 계시니 뭐 지금쯤이면 다 정리되었겠지.’

바스라의 마기 폭발은 멸마진 안에서 시전된 것이라 그 후폭풍이 주변에 퍼지지 않았다. 그래서 파루스는 한 번의 마기 폭발밖에 느끼지 못했는데, 설마 그것이 아바투르가 행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자! 저기 주군이 계신다. 아직 우리가 놓친 뱀파이어들의 잔당이 남아 있는 것 같으니 우리가 서둘러 움직여…… 어?”

같이 달리던 악마들을 독려하던 파루스는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마나 유동이 발현되자 의아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집채만 한 얼음덩이 수백 개가 나타나서 마치 융단폭격을 하듯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 피해라!!!”

콰앙! 쾅! 쿠아앙-!

얼음덩이들은 바닥에 떨어지며 엄청난 굉음을 내었다.

만일 이 얼음덩이가 단순히 크기만 한 얼음이라면 하위 악마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을지언정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급의 작위 악마들에게 그렇게 큰 피해를 주기는 힘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얼음은 보통 얼음이 아니었다. 얼음덩이들은 바닥에 떨어지면 크게 쪼개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렇게 부서진 얼음조각들은 그 하나하나가 강렬한 힘을 머금고 폭풍으로 된 칼날과도 같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마치 강기의 조각이 터져 나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으악!”

“아악!!!”

“크아악!”

얼음덩이와 얼음 칼날의 폭격은 한동안 계속되었고, 폭격이 끝난 자리에는 악마들의 시체만이 즐비할 뿐이었다. 그 범위 안에 들어 있던 악마들은 누구도 피하지 못하였다.

그나마 파루스만이 몇 차례의 얼음조각들을 막아내었으나, 그마저도 중과부적이었다. 무한정 날아오는 강기의 칼날을 막아내긴 힘들었기에 그 역시 난자되어 처참하게 변해 버린 시체만 남겼을 뿐이었다.

그렇게 유리엘의 마법 한 번에 악마군의 주력은 괴멸되어 버렸다.

* * *

유리엘이 시전한 마법을 보던 강민은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10서클까지 쓰는 거야?”

“호호호. 민은 암검까지 썼는데, 10서클이 뭐 대순가요?”

10서클이라면 광검과 비슷한 경지이기에 유리엘의 말에 이상한 점은 없었지만, 지금 뱀파이어들이나 백두일맥의 일원들은 광검보다는 10서클 마법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량살상이 가능한 마법이 임팩트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 표정을 봐. 암검에도 놀라지 않던 사람들이 유리의 마법에 놀라고 있잖아.”

“에이, 그건 광검이나 암검에 담긴 힘을 읽을 만한 능력이 안 돼서 그렇지요. 아무래도 저런 마법은 임팩트가 강하니 더 눈에 띄는 것도 있구요.”

“어쨌든 이제 대충 마무리된 건가?”

“아, 잔당들은 서비스로 처리해 주지요.”

유리엘은 아바투르를 수행했던 악마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악마들의 머리 위에서 각각 하나씩의 불기둥이 떨어졌고, 악마들은 그 자리에서 숯으로 변해 버렸다.

그들은 나름 마스터급의 작위마였지만, 아바투르의 비현실적인 죽음과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에 반쯤 넋이 나가 있었기에 별다른 대응조차 못 하고 그냥 사라져 버렸다.

물론 대응을 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였다.

“그럼 저기만 마무리되고 나면 끝나겠군.”

악마들은 모두 처리되었기에 강민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적이라 할 수 있는 드레이크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저기도 이제 곧 끝나가네요.”

* * *

챙, 채앵! 콰앙!

파스슥!

드레이크는 최강훈과 엘리아의 연합 공격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일 대 일로 싸운다면 분명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상대들이었지만, 둘이 함께해서 나오는 시너지에 드레이크는 꽤나 놀라고 있었다.

강한 정신력과 내구력을 지닌 최강훈이 앞에서 드레이크를 막는 동안 엘리아는 적재적소의 마법을 사용하여 드레이크의 행보를 방해했다.

그렇다고 엘리아를 먼저 처리하려고 움직이면 최강훈의 날카로운 검강이 드레이크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그것도 좀처럼 쉽지 않았다.

공방이 길어지며 드레이크는 상당한 상처마저 입고 있었는데, 블러드 코어의 치유력이 아니었으면 이미 패배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큰 상처들도 있었다.

물론 드레이크가 상처를 입은 만큼, 엘리아와 최강훈 역시 멀쩡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박빙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드레이크에게는 두 가지 믿는 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블러드 코어가 주는 무한한 치유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바투르와 악마들이었다.

어차피 한 번에 치명상을 입지 않는 이상 블러드 코어의 치유력이 자신을 치료해 줄 테니 드레이크는 과감한 공격을 거리낌 없이 시전했다.

또한 설령 자신이 패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몸을 노리고 있는 아바투르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 분명하였기에 이 전투에서 드레이크의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아바투르가 마기 폭발을 사용한 뒤 강민의 일격에 목숨을 잃는 순간부터 상황은 변해 버렸다. 게다가 멀리서 달려오던 악마들이 유리엘의 마법에 일소되어 버리면서, 드레이크는 이제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신이 믿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원래 목적인 복수조차 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든 드레이크는 피의 격노와 피의 폭주를 사용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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