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세귀환록-167화 (167/203)

# 167

현세귀환록

167. 통일(1)

악마의 등장은 마물의 등장과는 또 다른 충격을 세상에 주었다. 지금까지 마물은 그 등장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지만, 이능력자들의 노력 덕분에 일반 세상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었다.

더군다나 유리엘이 만든 웜홀 탐색기가 세상에 전파되고 난 이후로는 마물의 등장을 예측할 수 있어 사전적인 대응이 가능하여 마물로 인한 일반세상에 대한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반면 악마의 등장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초반의 피해 이후 제니아 시스템에서 드러난 악마에 대해서 탐색기를 만들어 제공하였지만, 악마의 수는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다수의 마물이 마나 충돌의 고통 때문에 이성을 찾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마나 충돌이 없어 악마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을 사냥하다가 헌터들이 등장하여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도망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악마가 등장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상당수의 악마가 지구 상에 남아 있었고, 이 악마들로 인한 누적 피해도 인명 손실만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인명 손실이 컸던 이유는 악마는 이능력자만 공격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공격 대상에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80억 지구인 중에서 천만 명이면 비율상으로 보면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망자가 나온 적은 과거 세계대전이나 세계적인 전염병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지금처럼 문명화가 된 이후로는 더더욱 이런 전 세계적인 규모의 재앙이 벌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일반 세계는 마물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능이 전면에 등장하였던 시기보다도 더 혼란스러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도 이 혼란은 피해가지 않았다.

“12시 방향이다! 쫓아가!!”

미국 군복을 입은 갈색 머리의 30대 청년은 손목에 차고 있던 레이더를 확인하더니 주위에 있던 20대 청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분대장님!”

30대 청년이 상급자였는지, 대답을 마친 8명의 20대 청년들은 각자의 레이더를 확인하며 빠른 속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악마 탐지 레이더는 웜홀 탐색기처럼 정확하였기에 군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던 악마를 만날 수 있었다.

군인들이 만난 악마는 마치 악어와 흡사한 모습이었는데, 결정적으로 악어와 다른 점은 6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흉흉한 이빨을 가진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악어 형태의 악마를 확인한 분대장은 다시 한번 빠르게 분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이다! 마물 타입은 B타입, 전투대형은 L타입이다. 시작은 M25 마나 라이플부터!”

분대장의 지시를 들은 분대원들은 각자 파지하고 있던 소총을 들어서 악마에게 갈겨대기 시작하였다.

타다다다다다~

하지만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체구를 가진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은 군인들의 총격에도 그다지 타격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신경은 거슬렸는지 지금까지 군인들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도망치는 마을 주민들을 먹어 삼키던 것을 그만두고 몸을 돌려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검게 번들거리는 커다란 눈에 한 20대 병사는 겁에 질려 한걸음 물러났는데, 옆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잭! 정신 차려! 여기서 개죽음당하고 싶은 거냐!”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이 드는지 잭은 다시금 마나 라이플을 부여잡고 그에게 외쳤다.

“아닙니다! 필슨 병장님!”

“그래! 넌 어차피 장거리 공격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잭과 필슨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은 거구의 몸체를 완전히 군인 쪽으로 돌렸고, 그 모습에 분대장은 다시 지시를 내렸다.

“전투대형을 L2로 바꿔! 가드는 충격에 대비해!”

분대장은 이 악마를 상대한 것이 처음이 아닌 듯 자연스럽게 전투를 지시했다.

분대장의 지시를 받은 두 명의 20대 병사는 등에 지고 있던 1미터 정도의 방패를 꺼내어 분대원들의 앞에 섰다. 그 두 명 중의 한 명이 조금 전 잭에게 용기를 준 필슨이었다.

필슨과 또 다른 가드가 꺼낸 방패 역시 평범한 방패는 아니었는지 마나가 주입되자, 방패는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주입하는 필슨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무엇이 올 것인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슨이 기다렸던 것이 왔다.

콰앙!

가드들의 전면에서 폭탄이 터진 듯한 소리가 났다.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이 갑작스러운 돌진을 하였던 것이었다.

별다른 준비 동작도 없이 순식간에 돌진해 왔지만, 이미 가드들로 준비해 놓았기에 분대에 피해는 없었다. 역시 한두 번 맞이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다만, 가드들은 이 충격에 의해서 한방에 전투 불능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가진 전 마나를 이 한 번의 공격을 막는 데 모두 사용했던 것이었다.

가드들이 제자리에 무너지는 것을 뒤에 있던 다른 병사들이 빠르게 받아서 후방으로 빠졌고, 나머지 병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을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이 녀석은 BA급이다. 무리하지 말고 길게 보고 공격해!”

분대원들에게 지시하며 분대장 역시 1미터가 넘는 장검을 뽑아 들고 검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닉 분대장은 아직 BC급이었으나 8명이나 되는 분대원들이 모두 C급 이상의 능력자였다. 그 혼자서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을 상대한다면 매우 힘들겠지만, 분대원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척살이 가능한 상대였다.

“프리즈!!”

후방 지원조 조장인 포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스터는 BE급의 빙결 능력자로, 크로커다일을 완전히 얼리지는 못해도 간간이 그 움직임을 느리게 해주고 있어서 분대원들이 위기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찰리가 크로커다일의 두 머리 중 오른쪽 머리의 재빠른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고 공격을 당할 뻔하였지만, 포스터의 빙결 능력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나이스! 포스터!”

닉 분대장은 포스터의 타이밍을 칭찬하며 크로커다일을 훌쩍 뛰어넘더니 샤이닝 소드를 휘둘렀다.

다른 분대원들과는 달리 밀도 높은 마나가 담겨 있는 닉의 샤이닝 소드는 어렵지 않게 크로커다일의 등을 잘라냈고, 잘린 부분이 좋지 않았는지 크로커다일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쿠워어어!!!”

“다들 뒤로 물러서!”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의 움직임에 닉은 서둘러 분대원들에게 외쳤고, 그 소리를 들은 분대원들은 다들 전장에서 십 미터 이상 물러났다.

하지만 근접 공격을 하고 있던 두 명의 분대원은 닉의 말에도 미처 뒤로 물러나지 못했는데, 그 순간 뜨거운 화염의 숨결이 크로커다일의 양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륵~

“으아악!!!!”

“크아악!!”

크로커다일의 화염은 두 명의 군인을 삼켜 버렸고, 두 명은 각각 한 마디씩의 단말마만 남긴 채 숯덩이로 변해 버렸다.

“엘빈!!”

“로스!!”

희생자들의 이름을 외친 군인들은 더 이상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을 상대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망설이며 공격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기전으로 보면서 공격과 방어를 하였었다.

하지만 동료를 잃은 지금은 장기전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저 악마를 처리하고자 군인들은 자신들의 마나를 아끼지 않은 채 적극적인 공세를 가하였고, 결국 닉 분대장이 가진 라이언 로어의 검식 아래 트윈헤드 크로커다일의 두 목이 모두 떨어졌다.

“고생했다. 엘빈과 로스의 시신을 수습하고 본부에 연락하여 후속 조치를 부탁해라.”

닉은 통신병을 겸하고 있는 분대원 알버트에게 지시를 내렸고, 알버트는 지체 없이 본부에 상황을 보고하였다.

악마는 잡았지만 두 명의 분대원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닉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검을 갈무리했다.

* * *

애리조나뿐만이 아니라 미 전역, 아니, 세계 전역에서 이렇게 악마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 세계 각국은 거의 대부분 전시상태를 방불케 하였고,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시스템 대부분이 마비라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한국은 조금, 아니, 많이 상황이 달랐다. 사회적인 혼란은 타국 못지않게 심한 상황이었는데, 그 혼란의 이유가 타국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악마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다. 최초 악마가 등장하였을 때에는 다소 피해가 있었으나 1차적으로 악마들을 소탕한 이후로는 한국에서 악마의 자취는 전라남도 해남 쪽 일부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타국에 비해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한국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악마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북한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 지도부의 붕괴 때문이었다.

몇 달 전 악마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북한의 지도부는 자신들이 자랑하던 대마물 부대를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괴멸당하고 말았다.

그것은 그들의 반란을 우려한 나머지 지도부에 소수의 인원만을 편성해놓았을 뿐 대부분의 인력은 평양 외각에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악마의 등장을 확인한 후 대마물 부대가 북한의 지도부를 구하러 왔을 때는 이미 그들은 악마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자명하였다.

최상위 지도부가 궤멸당하면서 그 밑에 자리하고 있던 고만고만한 권력자들의 아귀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내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북한의 이런 상황은 당연히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의 상황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오고 갔던 것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북한의 지도부가 궤멸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중국이 개입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북한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중국 내부의 악마조차 다 처리하지 못해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악마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는 한국은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결정으로 전격적으로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휴전선을 넘었다.

민족주의자인 윤강민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통일을 이루기란 요원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윤강민 대통령은 정치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무력을 통한 강제 흡수 통일에 나선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결단을 칭찬하였고, 또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결단을 비난하였다. 하지만 윤강민 대통령은 모든 십자가는 자기가 진다는 생각을 하며 갖은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통일 전쟁을 지시하였다.

내전 상황인 북한은 당연히 한국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전쟁 초기에 특수작전부대를 이용하여 북한의 핵 시설과 생화학무기 시설, 장거리 미사일 시설을 점거하여 북한이 동귀어진 식의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후 국군은 하늘을 장악하여 육상병력의 손실 없이, 북한군의 주력 군벌들을 괴멸시켜 나갔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는 풍부한 식량을 제공해 주어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결국 전쟁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북한의 전역을 한국의 군대가 장악해 버렸다. 사실 승부는 북침 결정 후 몇 시간 만에 나버렸지만, 육상의 주력들을 괴멸시키고 민간인과 섞여 있는 군인들을 색출하는 것에 시간이 더 걸렸다 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도 중국에서는 전혀 간섭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그 이유를 중국 내 악마 때문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강민이 유니온을 통해서 타국에서 개입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는 아무런 개입을 하지 못하였고, 미국에서도 한국의 행동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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