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세귀환록-157화 (157/203)

# 157

현세귀환록

157. 시작(2)

“어때요? 요즘 이 세계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을 이용해서 만든 시스템이에요.”

“게임이라. 그럼 퀘스트나 레벨 업 같은 것도 있는 거야?”

고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삶을 살았던 강민은 당연히 게임도 접해보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온라인 게임이 만연하던 시절이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 전까지는 상당한 수의 게임을 섭렵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게임에 대해서 완전히 문외한은 아니었다.

“당연히 퀘스트 시스템은 도입했어요. 성장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니까요. 기본적으로 마물을 상대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퀘스트처럼 처리할 예정이에요. 그밖에도 각종 수련치나 소소한 이벤트들도 퀘스트화 할 예정이고요.”

“마물이 퀘스트라…… 좋은데? 보상도 있는 거지?”

“당연히 보상이 따라야 참여도가 높겠죠.”

“그럼 레벨 업은?”

“레벨 시스템은 고려해 봤는데 적용하지 않았어요. 모든 경험을 수치화된 경험치로 만들어 그것에 따라서 레벨을 올리는 식은 비합리적으로 보여서요.”

보통 게임에서는 몬스터마다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가 있었고, 그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 업을 하고 성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시스템은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강한 마물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가 하면, 약한 마물도 어렵게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군다나 같은 마물도 특정 상황에 따라서 난이도가 다른데 일괄적인 수치를 적용하는 것은 다소 말이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 유리엘이 말하는 비합리성은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럼 성장은 없는 거야?”

“아니요. 그러면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의미가 없지요. 호호호. 우선은 레벨 대신에 등급으로 구분했어요.”

“레벨이나 등급이나 뭐 같은 말 아닌가?”

“단어의 의미는 비슷한데, 쓰임은 달라요. 숫자를 이용해서 정량화시키기보다는 문자를 이용해서 정성적으로 판단한다 의미지요. 물론 저도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니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나중에 가서 바뀔 수도 있구요.”

“레벨 대신 등급이라……. 그럼 레벨처럼 저 능력 등급들이 바뀔 수 있다는 거네?”

“네. 상태창의 신체, 정신, 마나 능력을 눌러보면 그 아래 수많은 세부 항목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신체 능력은 체력, 근력, 순발력 등등의 세부 능력이 있구요. 정신 능력은 암기력, 이해력, 집중력 같은 세부 능력들이 있지요. 그 수치들을 다 고려한 것이 각 부분의 등급이고, 그 각 부분의 등급을 고려해서 총 등급이 결정되는 것이지요. 뭐 결론적으로 말하면 등급이 레벨이나 마찬가지죠.”

레벨 시스템과 유사한 것이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민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저 포인트들은 뭐하는 거야? 카르마? 다르마?”

“아. 그게 이 시스템의 핵심적인 부분이죠. 호호. 저 단어들은 이곳의 종교에서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따온 것인데, 카르마는 정해진 운명, 다르마는 바꿀 수 있는 운명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을 적용해 본다면 카르마 포인트는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포인트고, 다르마 포인트는 바꿀 수 있는 운명을 좀 더 용이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유리엘의 설명에도 강민은 감이 잘 안 오는지 그녀의 말에 반문하였다.

“그래서 저 포인트를 어떻게 얻고 어떻게 쓴다는 거야?”

“설명해 줄게요. 급하기는, 호호호. 카르마 포인트는 실전을 통해서 쌓을 수 있는 포인트로,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무공이나 마법과 같은 비전(秘傳)을 배울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원래의 운명대로라면 접근조차 하기 힘든 그런 기술들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럼 다르마 포인트는?”

“다르마 포인트는 수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포인트로, 저 포인트를 활용해서 세부 능력 등급을 올릴 수 있지요. 그 세부 능력 등급이 일정 이상 넘어가면 전체 등급이 오를 수도 있구요. 능력정보에 각 능력을 누르면 세부 능력이 나오는데 포인트를 사용해서 그런 능력들을 조금씩 올릴 수 있어요. 그것이 누적되면 전체 능력이 오르겠지요.”

“흐음. 그 방식이면 정말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겠군.”

“그래요. 그리고…….”

유리엘은 시스템의 하나하나를 풀어서 강민에게 설명해 주었다. 마스터 오브 퍼펫으로 명명한 이 마법의 구조부터 발현 원리, 사용법부터 시작하여 마나 자극 및 주입을 통해서 이해력, 암기력, 집중력의 정신 능력뿐만 아니라 근력, 지구력, 순발력 등의 신체 능력 등을 상승시키는 메커니즘까지 상세히 언급했다.

또한 마나장의 깊숙이 잠들어 있는 고래(古來)로부터 전승되는 비전들을 어떻게 각각의 대상에게 인지를 시켜주는 것까지도 자세히 설명했다.

마법에는 크게 조예가 없는 강민이었지만, 그간 같이한 시간이 있었기에 웬만한 마법사들보다는 마법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설명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유리엘의 설명을 모두 들은 강민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비전을 제한 없이 전승해 준다라……. 그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군.”

“그거와 더불어 이들의 꿈과 가상 수련 마법진을 연계시켜 수련의 효율을 높인 것이 핵심이죠. 지금 이능 세계의 수준을 생각해 볼 때, 제 계산대로라면 1년 정도면 최소 100명에서 많으면 200명 정도의 마스터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랜드 마스터는 좀 더 시일이 걸리겠지만 3년 정도면 열 명쯤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흐음…….”

현재 이능 세계의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의 숫자를 생각하면 유리엘의 가정대로 된다면 엄청난 전력 증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 들어간 마나와 노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약소한 것이었다. 차라리 그녀 혼자 이 정도 마나를 사용했다면, 지금 겹쳐지는 차원으로 넘어가서 그곳을 정리해 버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다만, 차원 통합 후의 일까지 생각해서 지구의 기초 체력을 갖추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보니, 현재는 다소 비효율적인 면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부분에서 감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올라갈 녀석들 다 올라가고 나면 상당 시일 동안 정체기는 있겠지만, 그 정도만 하더라도 현재 수준보다는 월등하니 마나장 통합에 대응할 만한 기초 체력은 확실히 갖출 수 있겠지요.”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

“또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능력의 객관화를 통해서 정확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니까, 웬만한 녀석들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흠…… 그렇지만 그것에 길들여지면 나중에는 성장에 오히려 방해받지 않을까?”

“뭐, 그런 점도 있긴 하겠죠.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서도 그랜드 마스터까지는 성장이 가능해요. 시스템이 없는 지금도 그 이상의 경지는 보이지 않으니 그리 상관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광검지경의 무인이나 10서클 마법사가 될 녀석들이라면 시스템의 유무와 관계없이 될 거고요.”

“하긴…… 오히려 9서클 마법사나 검강지경의 무인들이 지금보다 월등히 많아지면 그 이상의 경지에 갈 가능성 자체가 올라갈 수도 있겠군.”

“그렇죠. 성장도 해본 녀석들이 한다고, 그 정도까지 올려주면 간혹 그 이상도 갈 수 있는 녀석들이 나오지 않겠어요? 호호호.”

이렇게 둘이 대화를 하는 동안 팔짱을 낀 반투명한 제니아가 흠흠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강민과 유리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시스템의 영향력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일종의 시스템 메시지였다.

[갑작스러운 마법에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먼저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제니아, 이 시스템의 관리자다. 물론 관리자일 뿐이야. 이 시스템을 만든 주인님은 따로 계시니 말이야. 어쨌든 이 시스템은 우리 주인님께서 너희 카론들을 불쌍히 여겨 만들어주신 은혜의 산물이다. 너희 같은 미물들에게 왜 이런 과분한 마법을 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는 내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부분이니…….]

다소 거만한 제니아의 말을 듣던 강민은 유리엘에게 심어를 보냈다.

[유리가 한 말이 이해가 가는군. 저 태도는 꼭 제니아야.]

[그렇죠? 민이나 내게 함부로 하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곳에서라면 성격이 그대로 나오겠죠. 하지만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 상황에서는 제니아처럼 다소 고압적인 자세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둘이 이야기하는 동안 제니아는 한동안 시스템에 대해서 개괄적인 설명을 하였고, 간단한 주의 사항 또한 알려주었다.

[……어쨌든 시스템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이것으로 마치겠다. 궁금한 점은 직접 겪어보면 되겠지. 간혹 퀘스트도 내려줄 테니까 성실히 수행하도록 해봐. 그에 맞는 보상도 있으니 말이야. 너희 카론들의 건투를 빈다.]

제니아는 인간들을 굳이 카론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알 수 없을 테지만 카론은 제니아 차원에서 인형을 뜻하는 말로, 제니아는 인간을 마법에 종속된 인형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칭하는 것에는 제니아의 거만함도 한몫하였지만,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마법의 이름이 마스터 오브 퍼펫인 점이 그녀가 이렇게 부르는 주된 이유였다.

제니아의 공지가 끝나자 유리엘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수고했어, 제니아. 당분간은 코어 마나 위성에 머물면서 시스템의 안정과 전체 위성의 마나 회복에 주력해 줘. 꼭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별도로 연락 주고.”

[네, 유리 님.]

말을 마친 제니아는 반투명한 몸체가 완전히 투명해지면서 사라졌는데, 유리엘의 말처럼 코어 마나 위성에 본신을 두고 있을 예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리엘과 심령으로 이어진 제니아는, 다른 정령들이 그렇듯 유리엘이 부른다면 언제나 그녀의 부름에 응하여 나타날 수는 있는 상태였다.

유리엘이 제니아를 보내면서 마나 위성을 언급하자, 강민은 생각이 났다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아, 그렇군. 그럼 이제 마나 위성을 못 쓰는 건가?”

“완전히 못 쓰는 건 아니고 전보다는 기능이 상당히 제한적이긴 할 거예요. 아무래도 지금은 카론들에게서 얻는 마나보다는 그들에게 써야 하는 마나가 더 많으니 말이에요.”

“유리도 카론이야?”

“호호호. 제니아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그 말이 입에 붙었네요. 어쨌든 마나 위성은 몇 달간 웜홀 탐색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 외에는 다른 용도로 쓰긴 힘들 것 같아요. 이 마법의 시동에 그간 쌓아뒀던 거의 전 마나를 털어놓아 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네요.”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을 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강민의 말에 유리엘은 홀가분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아, 그렇죠. 어쨌든 조금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나니 기분은 좋네요. 다들 잘 적응하려나?”

“늘 그렇듯이 적자생존(適者生存)하겠지.”

“그래도 악한 놈들보다는 착한 녀석들이 살아남으면 좋겠죠. 일단 한 가지 조치를 취해 놓긴 했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