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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귀환록-124화 (124/203)

# 124

현세귀환록

124. 전투(3)

승기를 잡은 최강훈은 더 빠른 속도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환도에 서린 소드 오러가 활활 불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마법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짧은 시동어를 연달아 말하며 여러 가지 공격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기 시작했다.

파캉! 챙챙챙-!

대포알과 같은 에너지 캐논이 날아들며 최강훈의 길을 막아 세웠고, 동시에 날아온 수십 발의 에너지 볼트가 그녀에게 가는 길을 방해했다.

“프리스메틱 실드! 앱솔루트 배리어! 아케인 아머!”

잠깐 시간을 번 여마법사는 연이어 세 가지 방어 마법을 영창하여 발현시켰다. 방어 마법이 시전됨과 동시에 최강훈도 그녀에게 접근해서 도격을 날렸다.

쾅! 쾅! 쾅! 쾅!

최강훈의 환도가 여마법사의 배리어 위에 떨어졌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호락호락하게 깨지지 않았다.

이에 어느 정도 안도한 여마법사는 다소 긴 영창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마법사에게 집중되는 마나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최강훈도 역시 자신하는 일격을 가할 준비를 시작했다.

최강훈은 한 손으로 들고 있던 환도를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그러잡고 양손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상단세를 취했다.

이어 상단에 오른 환도를 머리 위에서 부드럽게 한 바퀴 돌린 최상훈은 벼락같이 환도를 내려치며 전면을 갈라냈다. 황룡참격(黃龍斬擊)의 식이었다.

동시에 여마법사의 영창이 끝나고 시동어가 들려왔다.

“인페르노 블라스터!”

여마법사의 전면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거대한 마나 유동이 발현되면서 직경 1미터 정도의 엄청난 화염 광선이 쏘아져 나왔다.

화염 광선에 내포된 마나는 7서클의 마나량을 월등히 뛰어넘고 있었다. 아까의 방어 마법도 그렇고 그녀는 8서클 마법사임이 틀림없었다.

카가가강!

최강훈의 참격은 일시적으로 이 화염 광선을 갈라냈다.

쾅~ 쾅~!

참격은 화염 광선을 갈라내는 것을 넘어 여마법사의 방어 마법 역시 두 개나 잘라냈다.

마나량은 마법사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황룡참격의 식을 통하여 도세를 날카롭고 밀도 있게 만든 것이 화염 광선과 방어 마법을 잘라낼 수 있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어 마법은 세 개였고, 참격의 힘은 화염 광선과 두 개의 방어 마법을 가르며 이미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화염 광선은 순간적으로 갈라진 것이지 방어 마법처럼 파괴되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참격의 힘이 떨어짐과 동시에 갈라진 화염 광선이 다시 합쳐져 최강훈의 전면에 들이닥쳤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최강훈은 극도로 높아진 집중력에 자신도 모르게 초월의 영역에 들어섰다.

무투가와 마법사 간의 전투에서는 방어 마법을 쓰는 마법사와 그것을 부숴내는 무투가의 힘과 힘의 대결인지라 순간적인 속도를 중시하는 초월의 영역에 대한 쓰임새는 다소 떨어졌다. 그렇기에 최강훈은 심력의 소모가 큰 초월의 영역을 굳이 발동시키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 되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초월의 영역이 발현되었다.

초월의 영역에 들어섰다 하더라도 최강훈의 위기 상황이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넘실거리는 화염 광선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를 덮쳐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황룡참격에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힘을 써버린 최강훈은 화염 광선의 인력에 저항하여 몸을 빼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막아낼 수밖에는 없는 상황인데 지금 체내의 마나로는 호신막을 펼친다고 해도 이 화염 광선에 쓸려나갈 것만 같았다.

최강훈은 승부수를 던졌다. 호신막을 펼치는 대신 환도에 소드 오러를 돋구어 화염 광선의 결을 잘라가기 시작했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나마 초월의 영역에 들어서서 마나의 결을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조금 전 힘으로써 광선을 잘라낸 것과는 달리 마나의 결을 잘라가는 방식이기에 그 한 몸 빠져나갈 공간조차 쉽게 마련되지 않았다.

그걸 보여주기나 하는 듯 최강훈의 양어깨가 화염 광선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윽!”

최강훈은 고통 속에서 흐트러지는 정신을 붙잡고 미미하게 남은 체내의 마나를 돌려 화염 광선을 결을 갈라냈다.

이 정도로 강대한 마법이라면 여마법사도 그리 오래 지속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심산에서 행한 일이었다.

화염 광선을 갈라오는 최강훈의 모습에 여마법사는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참격의 경우에는 순간적으로 마나의 양과 질을 높여서, 마법을 갈라내는 방식이었기에 놀라기는 했지만 경악할 정도는 아니었다.

두 개의 보호 마법이 깨어진 후 그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마지막 보호 마법에 마나를 집중시켜 그 참격을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최강훈의 환도에 서린 소드 오러는 미약하기 그지없었고, 8서클 마법인 인페르노 블라스터에 내포된 마나에 비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경악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강훈은 화염 광선의 결을 갈라내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미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최강훈은 이제는 결을 확인하고 의식적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저 다가오는 화염 광선을 자르고 있었다.

최강훈의 예상대로 인페르노 블라스터의 화염은 무한하지 않았다. 무아지경 상태라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염 광선의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끝은 최강훈이 먼저 보았다. 소드 오러를 운용할 마나가 바닥나 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마나의 결을 잘라내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드 오러 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것이지, 샤이닝 소드 따위로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퍼-엉!

역시 샤이닝 소드로는 화염 광선의 결을 잘라낼 수 없었다. 광폭하게 날아온 화염 광선은 소드 오러가 사라진 환도를 삼켜 버리며 최강훈을 가격했다.

"크헉!"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페르노 블라스터 역시 거의 끝나는 단계에서 맞은 것이라 화염 광선에 담긴 마나량이나 압력이 처음에 비해서는 현저히 약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치명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이미 기절한 최강훈의 상체는 용암을 끼얹은 듯 표면이 끓어오르고 있었는데 그것만 보아도 치명상임을 알 수 있었다.

“네놈이, 헉, 허억, 아무리 마스터에…… 헉, 올랐다고 해도, 아직 8서클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허억, 헉…….”

숨을 크게 헐떡이며 말을 잇다 보니 의도치 않게 풍만한 가슴이 아래위로 흔들려 묘한 색기(色氣)를 풍겼지만 조금 전의 강렬한 마법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페르노 블라스터의 시전 시간을 정도 이상으로 길게 끌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었다. 무리한 마법 시전에 여마법사의 체력도 마나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지쳤어도 그녀는 8서클 마법사였다. 마스터인 최강훈이 쓰러진 상황에서 더 이상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아직 힘을 감추고 있는 강민과 유리엘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숨을 고른 뒤 강민과 유리엘을 비롯한 스페셜팀 등 잔여 떨거지들을 처리할 생각을 하고 있는 여마법사를 앞에 두고 강민과 유리엘은 심어를 나눴다.

[상당하네요.]

[그러게, 8서클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네, 8서클 유저인 것 같네요. 8서클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7서클이었다면 강훈이가 이겼을 가능성이 더 컸을 텐데 말이죠.]

[어차피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니, 가정은 의미가 없겠지. 강훈이 녀석도 운이 조금만 더 따랐다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의 운은 여기까지인가.]

[그래도 운이 좋았으니 살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전에 남겨둔 잔류 마나가 아직 남아 있으니, 마법의 결을 갈라 버티지 않고 직격당했다 하더라도 죽지는 않았을 거야.]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그런데 저 여마법사한테 묘한 친근감이 느껴지네요. 분명 알던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그래? 신기한 일이군. 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지?]

강민과 유리엘이 심어를 나누는 동안 여마법사는 어느 정도 체력과 마나를 회복했는지 천천히 일행 앞으로 걸어왔다.

“호호. 겁에 질려 도망가지도 못한 것이냐? 어떻게 이곳을 알고 온 건진 모르겠지만,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 것이겠지?”

그녀의 살기 넘치는 말과는 다르게 일행의 분위기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마법을 맞고 기절한 최강훈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리저리 널브러져 쉬고 있는 스페셜팀만 보더라도 긴장과는 거리가 먼 평온한 분위기였다.

스페셜팀 역시 강민과 유리엘의 무력을 알고 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여마법사는 다소 의아했지만 어차피 처리할 적들이었기에 더 이상의 궁금증을 갖지 않았다. 광역 마법으로 한 번에 다 쓸어버리려 마음을 먹던 찰나, 기절해 있는 최강훈에게서 마법적인 마나 유동이 발생했다.

“뭐냐!”

공격 마법은 아니었다. 유리엘이 사용한 회복 마법이었다.

인페르노 블라스터를 맞고 기절한 최강훈은 목 아래의 상반신 전체가 심한 화상 상태였고 그 화상보다 더 깊은 내상 또한 입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유리엘의 회복 마법 한 번에 화상의 상처가 나으며 새살이 돋아났고, 기절한 상태임에도 고통 속에 끙끙대는 신음성을 내던 숨소리 또한 편안하게 변했다.

여마법사는 자신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다시 한번 물었다.

“누구냐!”

그 말에 유리엘이 자신의 기세를 서서히 개방했다.

“네 년이었구나, 어떻게 내 마나 탐지에도 걸리지……. 헉!”

유리엘의 기세가 느껴짐에 따라 말을 하던 여마법사는 그 기세의 강함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가는 것에 놀란 숨소리를 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보아하니 8서클에는 오른 것 같은데 너 혼자 8서클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어떤 자신감으로 나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만용이 오늘 네 목숨을 거둘 것이야. 맞나? 아까 비슷하게 말한 것 같은데. 호호.”

유리엘의 말은 아까 최강훈을 상대할 때 여마법사가 했던 말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녀의 말을 흉내 낸 것이었다.

“네, 감사님. 뭐 그런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헤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리키가 넉살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여마법사는 웃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었다.

유리엘이 본신의 능력을 모두 드러낸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개방한 기세만 하더라도 여마법사가 느끼기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갱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육식동물 앞에 서 있는 초식동물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가는 기세에 압살당해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문 여마법사는 짧은 시동어를 외웠다.

“텔레포트!”

스태프를 땅에 내려치며 시동어까지 외쳤지만, 그녀의 위치는 변화가 없었다.

“아직 눈치채지 못했나 본데, 여기 공간 좌표는 동결되었어. 아가씨. 음. 아가씨가 맞나? 나이를 보면 할머니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 나도 나이라는 부분에선 자유롭지 못하니 보이는 외모로 하자고, 아가씨라 부를게. 호호.”

30대 초반, 어리게 본다면 20대 후반까지도 볼 수 있는 외모였지만, 유리엘은 여마법사의 실제 나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육체의 모습은 감출 수 있지만, 영혼에 묻어 있는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본 여마법사의 나이는 최소 60세 이상은 되었다.

“언제 좌표 동결을…….”

한 번 더 놀란 표정을 짓던 여마법사는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더니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그리고 짧게 세 번 공중에 피를 뿌렸는데 신기하게 피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그녀의 전면에 둥둥 떠 있었다.

역삼각형 형태로 허공에 떠 있는 세 군데의 핏방울은 기이한 마나 파장을 일으켰고, 역삼각형의 가운데 풍경이 흐릿하게 변하였다. 풍경 변화와 동시에 여마법사는 그리로 뛰어들었다.

공간 이동이었다. 공간 좌표가 동결된 곳에서 여마법사는 공간 이동을 시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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