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현세귀환록
123. 전투(2)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스페셜팀은 여유 만만했다. 아까보다는 월등히 빠른 속도였지만 아직은 충분히 대응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변화를 보던 최강훈은 신중한 표정으로 다시 스페셜팀에게 지시했다.
“타입은 포위, 대형은 7번.”
최강훈의 지시를 받은 스페셜팀은 소용없는 마나 머신건을 집어넣고 근접 무기를 꺼내어 들어 조금 전 공격했던 골렘을 재차 공격했다.
시작은 리키였다. 검신이 3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빛나는 단도 두 개를 각각 양손에 든 리키는 빠른 속도로 골렘의 뒷목을 노리며 공격해 들어갔다.
퍽! 퍼억!
마나를 듬뿍 머금은 리키의 단도는 어렵지 않게 골렘의 뒷목을 뚫어냈다.
리키는 인간형의 몬스터를 상대하듯 빠르게 뒷목에 두 차례의 공격을 감행했지만, 골렘은 생명체가 아니었다. 생명체라면 급소였을 목을 공격했음에도 별다른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코어는 명치 부분이다. 그쪽을 노려!”
목의 일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골렘에 약간 당황하던 리키는 최강훈의 지시를 듣고 재빨리 명치를 노리고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느리기만 했던 골렘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속도를 내며 그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에 리키는 피하기는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양손을 교차해서 전면을 방어했다.
쾅-!
양손의 가드에 골렘의 주먹이 떨어졌고, 굉음과 함께 리키는 튕겨 나가고 말았다.
“으윽!”
골렘에 일격을 당한 리키는 신음성을 내며 비척비척 일어섰지만, 가드 할 때 위에 있던 오른팔이 부은 것이 뼈까지 다친 듯했다.
리키가 당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 역시 놀고 있지는 않았다. 코어가 명치라는 이야기에 집중적으로 코어를 공격했고 오래지 않아서 하나의 스톤 골렘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스톤 골렘은 한 기가 아니었다. 한 기의 스톤 골렘이 쓰러지는 동안 다른 스톤 골렘들이 스페셜팀을 둘러싸고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사이 리키는 부어버린 팔을 고정한 후 빠르게 포션을 꺼내 상처 부위에 부었다. 상급의 포션이기 때문에 몇 분간만 안정을 취하면 다시 전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리키는 그 몇 분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 20기의 골렘, 아니, 한 기가 쓰러졌으니 19기의 골렘이 동료들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키가 나가떨어졌지만 스페셜팀의 멤버들은 생각보다 잘 싸우고 있었다. 최강훈에게 받은 수련이 녹록지 않았는지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피해가며 착실히 한 기의 스톤 골렘을 더 쓰러뜨렸다.
리키의 사례에서 경각심을 느낀 듯했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속도가 빨라지는 골렘의 특성을 파악하고 동료와 협공해 빈틈을 노려가며 골렘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튕겨 나갔던 리키 역시 다시 전장으로 들어왔기에 이 상태라면 뒤에 있던 아이언 골렘은 모르겠지만, 스톤 골렘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골렘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웅- 웅- 웅-
한 기의 골렘이 더 쓰러지자, 뒤편에서 동굴 입구를 지키던 아이언 골렘에게서 다시금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 단계 더 기어가 올라간 것처럼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거의 B급 능력자에 육박하는 움직임이었다.
쿵-! 퍼억!
갑작스러운 움직임 변화에 자일이 어깨를 강타당해서 전장에서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자일이 바닥에 떨어지자 근처에 있던 골렘이 그를 짓밟으려 하였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스페셜팀의 전투를 지켜보고만 있던 최강훈이 나섰다.
쉬익- 쾅!
자일을 밟으려던 골렘은 최강훈의 장(掌)에 일격을 당했고, 즉시 코어가 부서져 콰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돌로 흩어지고 말았다.
“자일, 넌 아웃이다. 전장에서 빠져 있어.”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이사님!”
으득!
싸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자일은 뼈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탈구된 어깨를 바로 하였다. 더 싸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최강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넌 이번 전투에서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야. 빠져 있어! 그리고 동료들의 전투를 지켜봐라.”
단호하게 말한 최강훈은 자일을 강민과 유리엘 옆으로 던져 버렸다.
자일이 빠지면서 남은 멤버들은 진혈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골렘의 변화에 지금 상태로는 상대하기 힘들다고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흐아압!”
“하얏-!”
각자 기합을 내지르며 힘을 냈고, 다시금 박빙의 전투가 펼쳐졌다. 하지만 골렘의 체력은 무한하였고, 진혈 각성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둘씩 힘이 빠지면서 스페셜팀의 멤버들은 위기 상황을 더 맞았고, 그때마다 최강훈이 나서서 그들을 전장 밖으로 빼냈다.
물론 그들이 아무런 성과 없이 전장에서 이탈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합쳐 9기의 골렘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골렘은 10기나 남아 있었다.
결국 그나마 강했던 리키와 엔디를 제외하곤 모두 최강훈의 손에 이끌려서 전장을 이탈했다. 그리고 그 둘 역시 더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헉, 헉……. 더 할 수 있겠어, 엔디?”
“글쎄, 헉…… 나도…… 허억…… 이제 한계야. 허억…….”
리키와 엔디는 한계에 다다랐고, 그런 모습을 본 최강훈을 지시를 내렸다.
“이제 그만. 여기까지다. 전장에서 이탈해.”
리키와 엔디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뒤로 뛰어서 전장을 빠져나왔고, 쫓아오는 골렘을 최강훈이 가로막아 세웠다. 그러고는 폭풍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일격에 하나의 골렘이 쓰러졌다. 나가떨어진 스페셜팀의 멤버들은 그런 최강훈의 모습을 입을 쩍 벌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마스터의 무력이었다. 특히 리키와 엔디는 눈을 빛내며 최강훈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였다.
최강훈은 9개의 스톤 골렘을 처리하고 마지막 남은 아이언 골렘을 처리하려 재빠르게 다가갔다.
퍼엉!
처음으로 최강훈의 일격이 막혔다. 아이언 골렘은 무력하게 쓰러진 스톤 골렘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스터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열세를 알아차렸는지 최강훈의 공격을 막아낸 왼팔에 손자국을 남긴 채 아이언 골렘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최강훈은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 물러나는 골렘을 따라가며 추가적인 공격을 가하려고 하였는데, 갑작스럽게 전면에서 터져 나온 마나 유동에 급히 호신막(護身膜)을 펼쳐 방어 태세로 변환했다.
화아아악!
전면의 마나 유동은 거대한 마법의 화염이었다. 직격당했다면 심각한 열상(熱傷)을 입었을 것 같은 엄청난 화염이었다.
“크윽…….”
숫제 화염방사기처럼 한참 동안 화염이 쏟아졌고 최강훈이 급하게 만든 호신막은 그 화염을 버텨내기 힘들어 보였다.
화염의 물결에서 나오는 기이한 인력(引力)에 자리를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힘들다고 판단한 최강훈이 더 많은 마나를 동원하여 호신막을 강화하기 위해서 단전을 자극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마법의 화염이 멎었다. 마법의 화염이 멈추자 그 마법을 시전한 사람이 동굴 입구에 서 있는 것이 최강훈의 눈에 보였다.
마법 시전자는 웨이브 진 붉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언뜻 보아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미녀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그녀는 다소 헐렁한 로브를 입고 있음에도 가슴부위가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이 풍만한 가슴을 지닌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사라는 것을 드러내듯이 그녀는 2미터가 넘는 마법 스태프를 들고 있었는데, 붉은 로브가 붉은 머리칼과 잘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찌푸려져 있었으며 동굴 입구를 벗어나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위원회의 개들이냐!”
최강훈은 그런 그녀의 말에 반문으로 대답했다.
“당신이 다크 스타의 수장 중의 한 명이요?”
“다크 스타를 알고 온 것 보니. 위원회 놈들이 맞군.”
여마법사의 오해를 굳이 바로잡지는 않았다. 위원회 소속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와 생사결을 치르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최강훈의 침묵을 그녀는 자신의 말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마스터는 된 것 같은데 너 혼자 마스터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어떤 자신감으로 이곳까지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만용이 오늘 네 목숨을 거둘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저기 널브러져 있는 스페셜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 정도 실력으로는 그녀에게 손끝 하나 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민과 유리엘이 서 있는 것 또한 보였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세를 감추고 있는 둘을 알아볼 실력까지는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화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하는 여마법사와는 달리 최강훈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어봐야 알겠지.”
“길고 짧은 것은 딱 보면 아는 것이지 대어보긴 뭘 대어봐! 파이어 필러!”
여마법사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수인이나 영창도 없이 바로 시동어를 읊었다. 무영창, 무수인의 마법 시전은 그녀가 7서클의 벽은 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시동어와 함께 최강훈의 자리에서 불기둥이 솟아났다.
후아아악!
하지만 준비하고 있던 최강훈은 신속히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화염 기둥에는 아까 전의 화염 물결처럼 기이한 인력이 있어 힘을 주어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면 기둥으로 끌려갈 것만 같았다.
“하압!!”
짧은 기합성과 함께 불기둥의 인력을 떨쳐 버린 최강훈은 번개처럼 여마법사에게 날아갔다.
어느새 최강훈의 손에는 자신의 주 무기인 환도를 꺼내어 들고 있었고, 그 환도에는 넘실거리는 소드 오러가 발현되어 있었다.
조금 전 공격으로 보아서 최소 7서클 이상의 마법사임이 분명하였기에 전력을 다하여 빠른 시간 내에 끝장을 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여마법사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콰앙!
소드 오러를 머금은 최강훈의 환도는 여마법사의 상체를 사선으로 가르기 위해서 휘둘러졌으나 그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고 폭음만 냈을 뿐이었다. 이미 그녀의 주위에는 배리어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배리어가 최강훈의 공격을 막아낼 것을 알았다는 듯 여마법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역시 마스터군. 배리어를 펼쳤는데도 충격이 상당한데?”
소드 오러가 배리어에 막힌 것을 확인한 최강훈은 체내의 마나 회전을 좀 더 빨리해 소드 오러의 불꽃을 한층 더 강하게 피워냈다.
“아직은 떠들 시간이 있나 보군. 하지만 이건 어떨까?”
곧게 편 왼손은 전면에, 환도를 쥔 오른손은 바닥을 가리키는 식으로 양손을 교차시킨 최강훈은 번개처럼 양손을 휘둘러 전면을 사선으로 베어냈다.
좌하단에서 우상단으로 가르는 일도단월(一刀斷月)의 식이었다.
파슥!
최강훈의 일격에 여마법사의 배리어가 갈라졌다. 배리어를 믿고 안심하고 있던 여마법사는 토끼 눈을 뜨고 최강훈을 바라보았다.
다만, 최강훈의 도세는 배리어는 잘라냈지만 여마법사까지는 베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리어가 갈라짐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 30여 미터 뒤에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공간 좌표를 활용한 공간 이동은 아니었고, 그녀가 장악하고 있는 마나장을 이용한 고속 이동에 가까웠다.
마스터급의 마법사이다 보니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한 수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