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세귀환록-50화 (50/203)

# 50

현세귀환록

050. 신위(1)

노령의 나이에 진원까지 뽑아낸 야스오는 마나 고갈로 인하여 결국 공세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분노와 비감이 섞인 표정으로 잠시 강민을 바라보던 야스오는 이내 강민에게 외쳤다.

“내 실력이 안 되어서 이렇게 네게 치욕을 받고 있지만, 쇼군께서 내 원한을 갚아주실 것이다! 더 이상 치욕을 받을 바에는 내 손으로 끝장을 내겠다!”

원한을 이야기한 야스오는 순식간에 그의 일본도를 거꾸로 잡아서 할복을 자행했다. 마나가 실린 그의 검은 그의 진원을 가르며 순식간에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 복수인가. 흠…….”

야스오의 할복은 강민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한두 명의 죽음에 영향을 받을 만큼 그의 경험이 얕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복수 운운하며 자진한 것을 보아 나중에 또 귀찮은 상황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이들과 대적하게 된 것도 사이토가 죽으며 복수를 운운했기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물론 이들은 강민을 타깃으로 하여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장과 대제자가 죽은 이상 야마토, 아니, 헤이안에서는 그들의 행적을 추적할 것이고 결국에는 백록원으로 이어질 것이다.

백록원과 자신이 아무 관계가 없다면 사건은 미궁에 빠질 수 있으나 현재 백록원을 종지를 잇고 있는 최강훈이 자신의 휘하에 있으니, 어차피 복수의 손길은 자신에게까지 뻗쳐 올 것이 자명하였다.

‘어떻게든 한 번은 더 나서야겠군…….’

잠깐 생각을 정리한 강민은 전처럼 손을 휘둘러 쓰러져 있던 살행조와 슌스케, 야스오의 시체를 한 번에 치워 버렸다.

야스오와 슌스케는 이미 시체였지만, 살행조는 아직 살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강민은 굳이 손속에 사정을 보지 않았다.

강민은 불필요한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죽이려 한 적에게까지 자비를 베풀 만큼 자비롭지는 않았다.

결국 백록원을 멸문시키기 위해서 왔던 야마토는 자신들의 회주와 대제자, 정예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다.

물론 일본 본토에 유키오 장로를 비롯한 원로들과 2제자 쥰이치 등 야마토의 잔여 세력이 있었으나, 야마토의 성세는 크게 꺾였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모두를 처리한 강민이 상처를 추스르고 앉아 있는 최강훈에게 다가왔다.

“어떠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은 못 했거든요. 저 노인의 실력도 지금 제 수준으로는 감히 재어볼 수 없을 정도던데, 형님은……”

최강훈은 설명할 말을 찾기 위해서 잠시 말을 멈추었지만 그것을 설명할 방도는 없었다. 어느 정도 수준을 가늠할 수 있어야 평가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 복수를 한 기분을 물은 것이다.”

“아……. 사실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통쾌한 것 같으면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답답하다라. 그럼 어디까지 복수를 해야 답답한 마음이 없겠느냐?”

“야마토를 처리하였으니, 이제 헤이안만 처리한다면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사부님이 항상 이야기했던 것도 헤이안에 대한 복수였고 말입니다.”

“헤이안을 처리한다는 건 어디까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냐? 헤이안의 모든 능력자를 다 죽여야 처리한 것이냐? 그렇다면 야마토도 아직 본토에 잔여 세력이 남아 있지 않느냐.”

강민의 질문에 최강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던 최강훈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모두를 처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발을 놀리게 된 것은 머리에서 지시한 것이지 않습니까. 손발에게 머리의 잘못을 물을 수 없듯이 저 또한 수뇌부만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지금의 제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아까 복수는 꼭 네 손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지. 만일 내가 그 복수를 해준다면 어떡할 것이냐? 내 손을 빌려서라고 하고 싶으냐?”

강민의 물음에 최강훈을 바로 답을 하지는 못했다.

최강훈 자신에게는 까마득히 높아 보이는 경지의 노인을 손쉽게 상대하는 것을 보았을 때 강민의 경지는 그가 감히 측량하기 힘든 경지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헤이안이라는 거대 단체를 혼자서 상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강민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여기며 말을 하였기에 최강훈은 단지 그의 생각을 물어보기 위해서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 판단하고 대답하였다.

“만일 제가 스스로 그 복수를 하려 한다면…… 제 살아생전에 가능할지조차 의문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을 저어할 필요는 없겠지요. 사부님의 소원이었고, 우리 백록원의 비원인 그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제 영혼을 악마에 팔아서라도 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라……. 좋다. 그 결심이라면 그 복수는 내가 접수하마. 야마토의 우두머리가 자진하며 또다시 복수 운운하기에 어차피 한번 나서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다만 그것은 네 몫이라 생각하여 그냥 두려 했었는데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치워주마.”

“형님!”

“그런데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하고 싶은 것을 민이 들어주는 것이니 민은 악마인가요? 호호호.”

“누님! 그, 그런 말이 아닌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최강훈의 유리엘의 농담에 당황해서 손을 크게 저으며 말했다.

“유리, 이왕 이렇게 나선 것 바로 처리하고 돌아가자.”

“그래요. 일단 강훈이는 돌려보낼까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처리하는 것은 보는 게 낫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같이 가는 것으로 하죠.”

강민과 유리엘의 대화에 최강훈은 약간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했다.

“혀, 형님 설마 지금 바로 가시려고요?”

“그래, 지체할 필요는 없겠지.”

“어, 어떻게……”

“유리, 찾았어?”

“결계가 쳐진 곳이 몇 군데 되는데 결계 안을 보려니 조금 시간이 걸리네요. 잠깐만요.”

지금 유리엘이 사용하는 마법은 천리안과 투시, 마나 추적 마법 등을 섞은 유리엘만의 독창적인 마법으로 헤이안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강민 일행이 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헤이안 정도의 규모면 본진을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닐 테니 유니온에 물어보면 위치 정도는 손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전면적으로 드러날 생각이 없는 강민은 자신이 헤이안을 처리했다는 것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강민의 힘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고 있는 유니온에게 헤이안의 위치를 물었다가는 후에 강민이 헤이안을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있었기에 유니온에 물어보는 방법은 당연히 배제되었다.

사실 강민이 얼굴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유리엘의 개선된 인식 장애 결계를 사용하면 누구에게 당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단서조차 줄 생각도 없었고, 유리엘의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에 이렇게 그녀의 마법을 통해서 헤이안 본진의 위치를 찾았다.

“아, 찾았어요.”

“그래?”

“네, 마스터급이 있는 곳은 두 군데인데 한쪽은 도쿄 인근, 다른 쪽은 북해도 구석이네요.”

“당연히 도쿄 쪽이지?”

“맞아요. 도쿄 쪽은 능력자의 밀도가 높고, 북해도 쪽은 마스터급 혼자 있네요.”

“아무래도 헤이안의 본진이라면 능력자의 밀도가 높은 쪽이겠군.”

“그리고 결계의 수준 자체도 북해도 쪽은 조악한데 도쿄 쪽은 체계화되어 잘 짜져 있네요. 또한 마스터의 무위 수준도 도쿄 쪽의 마스터가 우위에 있는 것 같고요.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도쿄 인근 쪽이 헤이안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가자.”

“지금 바로요?”

강민의 출발하자는 말에 놀란 최강훈이 되물었지만 그사이에 유리엘의 마법은 발현되어 버렸다.

최강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 사람은 고풍스러워 보이는 성이 내려다보이는 하늘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강민과 유리엘은 자연스럽게 일본풍의 성채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최강훈은 하늘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공중부양이 어려운 최강훈은 유리엘이 마법을 걸어줘서 하늘에 떠 있을 수 있었으나, 처음이라 어색했던지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호호호, 강훈이는 영 어색해 보이네요. 내려가서 얼른 끝내 버리죠.”

“그래, 어차피 밑에서 해결할 일이니 말이야.”

셋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고, 바닥에 내려선 최강훈은 그제야 버둥거림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 공중부양도 해본 사람이 하는 거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하긴 무공만 익혀서 하늘에서 자유로운 경지에까지 오르기는 상당히 힘들긴 하겠네. 내가 비행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기 하나 마련해 줄 테니 연습해 봐.”

“아,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누님!”

유리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사실 마법 도구는 정말 비싼 물품이었다.

수십억의 돈을 투자해야 사용 횟수가 제한된 마법 물품을 살 수 있었고, 마나를 충전하며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마법 물품은 저서클용도 기본이 수백억 원 정도는 하였다.

마법기가 비싼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마법기의 핵심인 코어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마법기의 코어는 보통 마법사들의 마나 결정이나 마물의 마정석을 사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 외의 코어 재료들은 그 효율이 무척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드물게 마나에서 태어난 진금의 결정이나 진은의 결정이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마나 결정이나, 마정석보다 훨씬 더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마나 결정이나 마정석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두 개의 코어방식의 효율만을 놓고 보면 마나 결정 방식이 훨씬 좋았지만 실상은 마정석 방식이 더 많이 사용되었다.

그 이유는 마나 결정 방식은 마법사의 진원을 일부 덜어내는 방식이었기에 수요는 많았으나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마법사의 진원을 덜어내는 마나 결정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마법기의 등급은 마법사의 등급과 그가 진원을 희생하는 양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일반적인 서클 마스터를 기준으로 자신이 보유한 진원의 10~20% 정도를 소모하여 마법기를 만들면 자신의 서클에 비해 두세 서클 아래의 마법기를 만들 수 있었다.

즉, 5서클 마법사가 자신의 진원 중 10%를 소모해서 마나 결정을 만들면 그 결정은 3서클 정도의 마법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마나 결정 방식의 마법기는 효율은 뛰어났으나 실험 비용 등으로 돈이 아주 급한 마법사에게서나 가끔 나올 뿐 자주 만들어지는 방식은 아니었다.

어떤 마법사도 자신의 경지를 깎아가면서까지 돈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돈의 위력이란 것은 대단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경지를 희생하면서도 돈을 위해서 마법기를 만드는 마법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덕에 현재 유통되는 마법기의 20% 정도는 마나 결정 방식의 마법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외의 대부분 마법기는 마물에서 나온 마정석이 그 코어가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마물의 사체가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었다.

마물의 다른 부위도 여러 영역에서 쓰이기는 하지만 마물 사체 가치의 대부분은 마정석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마정석 코어로 만든 마법기의 효율은 마나 결정 방식에 비해서 많이 떨어졌다.

C급의 마물에서 나오는 마정석조차 마나량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E급에서 F급 정도의 마법기를 만들 수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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