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세귀환록-37화 (37/203)

# 37

현세귀환록

037. 복수(2)

“야, 김한모. 아직도 강민 회장에 대해서 더 조사된 것 없어?”

“아놔, 편집장님. 더 조사된 게 어디 있겠어요. 에휴.”

“아놔? 이게 죽을라고~ 확! 너 이 자식 강민 회장 집 문 앞에 앉아서 기다려서라도 인터뷰 하나 따와!”

“대형 신문사들도 못한 일을 가지고 저한테만 그러세요.”

편집장의 질책에 김한모는 자리로 와 외근 준비를 하고 다시 일어섰다.

“야, 김한모! 너 어디가!!”

“아씨, 진짜! 인터뷰 따오라면서요!!”

“아씨? 이 자식이 진짜~!”

“네에~ 네에~ 갑니다, 가요~.”

김한모는 느물거리면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편집장 말처럼 강민의 집에 갈 수는 없었다.

KM그룹 출범 후 강민의 집 주위에는 KM그룹 계열사인 KM가드에서 철통같이 강민의 집을 경호하고 있어 허락 없이 접근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강민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10년간 실종 후 한국에 들어왔는데 외국에서 막대한 재산을 얻었다는 사실과 한국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가 지금은 휴학 상태라는 극히 피상적인 정보밖에는 없었다. 어차피 일반인이 알 수 있는 정보는 그것이 전부였다.

‘일단 한국대로 가서 탐문을 해봐야겠네.’

돈을 벌어왔다는 외국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은 정보라곤 한국대 재학생이라는 정보밖에 없었기에 김한모는 한국대로 향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경영학과 사무실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알려주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르는 눈치였고, 이런 일들이 많았는지 상당히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김한모는 과 사무실에서 나와 막무가내로 주위 학생들에게 탐문을 시도했다.

먼저 남학생 세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학생, 혹시 불 좀 빌릴 수 있을까?”

“아, 네. 여기요.”

스포츠 머리의 남학생에게 불을 빌린 김한모는 자연스럽게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경영학과 학생이야?”

“네.”

“아, 한울 경제신문의 김한모 기자라 하는데 혹시 KM그룹의 강민 회장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싶어서.”

스포츠 머리의 학생은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김한모에게 말했다.

“김 기자님. 아마 우리 과 학생들한테 물어도 대부분 잘 모를 거예요.”

“뭐?”

“우리도 신문에서 나오는 정도 말고는 더 아는 게 없다구요.”

“그래도 뭐 좀 다른 정보가 없을까? 아님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라도 좋은데…….”

김한모의 반복되는 질문에 학생들은 자신들이 아는 이야기를 하였으나 학생들의 말처럼 건질 만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더 이상 학생들에게서 얻을 정보가 없어 보여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는 김한모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외삼촌! 여긴 무슨 일이에요?”

“아, 세나구나. 인터뷰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 다들 고마워요. 혹시 더 알려주고 싶은 사항 있으면 아까 명함에 연락처 있으니까 전화줘요.”

인터뷰를 한 학생 일행을 보낸 김한모는 오랜만에 만난 김세나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김한모는 김세나가 한국대학교에 다니는 것을 알았지만 불문과였기 때문에 굳이 강민에 정보를 물어보지 않았다. 같은 경영학과 학생들도 모르는 이야기를 불문과인 김세나가 알 것 같지는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야기 중에 김세나가 강민의 여동생 강서영과 절친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뭐? 네가 강민 회장 여동생 강서영 양 하고 친해?”

“네, 아마 저보다 친한 친구 없을걸요? 헤헤.”

김세나의 이야기를 들은 김한모는 눈을 빛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세나야, 혹시 인터뷰 한번 잡아 줄 수 있겠니?”

“인터뷰요? 서영이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할 텐데……. 전에도 기자들이 접근하려는 거 경호원이 막는 거 봤거든요.”

“그래? 그래도 친하다며 네 부탁인데 들어줄 수 있지 않겠니?”

김세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몇 안 되는 친척 중에서도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엄마에게 잘해주는 김한모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알겠어요, 외삼촌. 일단 제가 전화해 볼게요. 오늘 수업 있다 했으니 학교에 있을 거예요.”

말을 마친 김세나는 강서영에게 전화를 걸었고 사정을 설명했다.

김세나의 우려와는 달리 강서영은 흔쾌히 승낙했고 30분 후에 그나마 약간 인적이 드문 벤치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에서 김한모와 김세나는 강서영을 기다리고 있었고, 약속했던 시간이 되자 2명의 경호원을 대동한 강서영이 다가왔다.

“서영아~ 여기~”

김세나가 머리 위로 손을 흔들자 강서영도 같은 동작으로 김세나를 반겼다. 강서영이 벤치에 앉자 김한모가 명함을 내밀며 정중히 인사했다.

“한울 경제신문의 김한모 기자입니다.”

“강서영이에요. 근데 저도 오빠 이야기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인터뷰 하실 게 없으실 텐데…….”

“아.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강서영의 말처럼 그녀 역시 강민이 지닌 부의 출처라든지 10년간의 공백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하지만 강민의 어린 시절 등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었기에 충실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서영이 김한모와 한창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선팅이 짙게 된 검은 승합차 두 대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차들도 잘 오지 않는 곳인데 검은색 승합차 두 대는 눈에 확 띄었고 차량은 인터뷰를 하는 곳과 얼마 멀지 않는 곳에 차가 멈추었다.

잠시 동향을 파악하는 듯 잠시 멈춰 있던 승합차에서 갑자기 10여 명의 남자가 뛰어내렸다.

달려온 10여 명의 남자는 가장 먼저 강서영의 경호원을 덮쳤다. 강서영을 전담하는 경호원은 KM그룹 산하의 KM가드에서도 꽤 실력 있는 남녀 경호원 2명이었다.

애초에 강민은 각종 보호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던 강서영에게 경호원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나, KM그룹을 설립한 이후 기자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를 막고자 장태성의 건의 하에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의 경호원을 두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결국은 일반인이었다. 일반인 경호원 두 명이 쇠파이프와 각목을 든 10여 명의 조폭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두세 명의 조폭을 쓰러뜨리기는 했으나 결국 쓰러지고 말았고, 이제 강서영 일행을 지켜주는 이는 없었다.

경호원들이 분투하는 동안 강서영이 경찰에 전화를 걸려고 하였으나 그걸 눈치챈 조폭 한 명이 눈을 부라리며 위협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만약 한 번이라도 강서영에게 직접 피해를 주려는 행동이 나왔다면 각종 보호 마법이 발동하여 강서영은 안전하게 보호받고, 마법의 발동 즉시 유리엘에게 그 사실이 알려져 즉각적인 퇴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서영에게 직접 피해를 주려는 시도가 아직은 없는 상황이었기에 보호 마법은 그 순간을 기다릴 뿐이었다.

결국 경호원들이 몰매를 맞고 기절하자, 강서영과 김세나를 보호하려고 대거리를 하던 김한모 기자 역시 뒷덜미를 얻어맞고 기절하고 말았다.

강서영과 김세나를 제외한 모두가 바닥에 쓰러지고 조폭들이 그녀들을 둘러싸자 강서영과 김세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강서영과 김세나만 남는 상황이 되자 험상궂게 생긴 덩치 큰 조폭이 그녀들에게 물었다.

“야! 누가 강서영이야?”

강서영은 이 말을 듣고 그제야 이 남자들이 자신을 노리고 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가 강서영이에요. 대체 무슨 일이시죠?”

“네가 강서영이야? 곱게 차에 타면 다치지 않게 할 테니 차에 타.”

“형님 옆에 있는 년은 어쩔까요?”

그 말에 강서영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만약에 세나를 두고 가지 않으면 얌전히 따라가지 않겠어요!”

강서영은 속으로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지만 김세나만이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에 두려움을 간신히 이겨내고 외쳤다.

덩치는 상처 하나 없이 얌전히 데려오라는 회장의 지시를 떠올렸다. 괜히 반항한다고 상처라도 생기면 입장이 곤란해질 것 같았다.

“크윽, 그래 알겠다. 그럼 저 차에 곱게 타. 그럼 네 친구는 두고 가마.”

험상궂게 생긴 덩치의 말을 들은 강서영은 김세나를 향해 속삭였다.

“아마 돈 때문에 그런 거 같아. 우리 오빠한테 꼭 전화해 줘. 아마 돈을 노렸다면 날 다치게 하지는 않을 테니 너무 걱정 말고. 꼭 전화해 줘.”

“서, 서영아…….”

상처 하나 입히지 말라는 회장의 지시 덕분에 차량에 탈 때까지 강서영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고, 차에도 그 스스로 올랐기에 강서영에게 걸린 보호 마법은 잠잠했다.

사실 강서영 스스로는 자신이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걸린 보호 마법의 수준을 그녀가 알았다면 그냥 잠시 놀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도 되었을 정도였다. 차에 미사일이 떨어져도 강서영은 안전할 테니 말이다.

강서영이 차를 타고 떠난 후 김세나는 서둘러 KM그룹으로 전화를 하였다. 강민의 직통 번호를 알 수 없었기에 KM그룹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었다.

대표 번호로 전화하여 안내메시지를 듣고 몇 차례의 버튼을 누르자 비서실에 연락이 닿았다.

-네, 비서실입니다.

“가, 강민 회장님하고 토, 통화 하고 싶은데요.”

-회장님 찾으십니까? 실례지만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회장님 동생인 서영이 친구 김세나라고 합니다.”

-네, 김세나 님이시군요. 용무가 무엇이라 전달해 드릴까요?

“서, 서영이가 납치되었어요, 흐…… 흐흑…….”

그제야 눈물이 터진 김세나는 전화기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

-네? 납치요? 여보세요? 김세나 님! 자세히 이야기 좀 해주시겠어요?

납치라는 말과 함께 울어버린 김세나를 수화기 너머에서는 애타게 찾았다.

“흑흑. 네, 흐흑.”

김세나는 울먹임을 꾹 참고 전말을 간단히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전말이랄 것도 없는 게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조폭들이 승합차에서 내려 경호원을 제압하고 강서영을 납치해 갔다는 것이 전부였다.

심하게 맞았는지 아직도 경호원들과 김한모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세나의 말은 곧장 강민에게 전달되었다. 유리엘과 같이 있었던 강민은 유리엘을 통해서 즉시 강서영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강서영의 팔찌를 통해서 주변까지 확인을 한 유리엘은 강민에게 말했다.

“지금 이동 중인 것 같은데, 서영이한테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요. 애초에 피해가 있었다면 저렇게 이동하지도 못했을 테고, 내가 바로 알 수 있었겠죠.”

“그럼 순순히 차에 탔다는 이야기인데……. 음, 전화해 준 친구를 구하려고 혼자 나선 건가?”

“반항하지도 않고 순순히 탔다면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대체 누구지? 단순히 돈을 노리고 덤빈 불나방인가?”

“일단 서영이한테 가죠. 어차피 납치했다면 곧 요구사항을 말할 테니 말이에요.”

“그래.”

강민의 말이 마침과 동시에 유리엘이 손을 튕기자 강민과 유리엘은 강서영이 탄 승합차 위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차량은 이동 중이었지만 강서영의 팔찌에 심어놓은 유리엘의 마나가 고정 좌표 역할을 하여 어려움은 없었다.

달리는 차량 위에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다면 모두가 놀랄 일이었지만 공간이동 전 투명화까지 마친 상태였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 이동하던 승합차는 서울 외곽의 별장에 이르러서 멈추었다. 별장에는 삼십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정장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견에도 조직폭력배, 조폭으로 보였다.

조폭들 사이에서 흰 정장을 입은 이일광이 의자에 일어나서 승합차에서 내리는 강서영을 맞이하였다.

“네가 강서영이냐?”

“그래요, 내가 강서영이에요.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죠?”

“그건 알 거 없고. 당장 네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요구사항은 네 오빠인 강민에게 말할 테니.”

강서영의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기에 강서영은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서영이니?

“오빠~!”

강서영이 전화를 걸자마자 이일광은 전화를 뺏어서 강민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네가 강민이냐? 아마 내가 누군지 궁금하겠지. 나도 우리 형태를 그렇게 만든 네가 몇 달 동안이나 궁금했지.”

강민은 여전히 투명화 상태로 유리엘과 함께 승합차 위에 서 있었는데 전화가 울리자 차음막까지 쳐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였다.

즉, 강민은 이일광의 행태를 눈으로 보면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강민은 유리엘에게 눈짓을 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서영에게 슬립을 걸었다.

주모자가 누군지 안 이상 더 이상 강서영이 몹쓸 꼴을 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멀쩡하던 강서영이 갑자기 힘을 잃고 주저앉자 이일광은 잠시 당황하였으나 강민의 목소리를 듣고 긴장이 풀려 기절했다 생각하였다. 어차피 나중에 고통을 가하면 깨어날 테니 억지로 깨우려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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