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세귀환록-16화 (16/203)

# 16

현세귀환록

016. 접근(3)

“딱 보니 한 번도 사람 때려본 적도 없는 친구들 같은데 그만하고 너희 사주한 놈이나 불러.”

“뭐라고?”

남자가 반발하려고 할 때 강민이 마나를 쏘아 보냈다. 그 남자뿐만 아니라 네 명의 남자 모두 갑자기 오한이 들고 호랑이 같은 맹수가 자신을 노려보는 섬뜩함을 느꼈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개중에 한 명이 그래도 담이 센지, 선천적인 마나 저항력이 있는지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

“호오. 이 정도면 일반인 수준에선 말도 하기 힘들 텐데, 대단한데? 여튼 너희들은 그만 가고 앞으로는 이런 일 하지 마라. 괜히 돈 몇 푼에 이 짓 하다 사람 잘못 만나면 몸 성히 다니기 힘들 거다.”

강민은 말과 함께 손을 내저었고 네 명의 남자는 바닥에 뒹굴었다가 벌떡 일어나서 사방으로 도망쳤다.

“나무 뒤에 있는 최현호 씨 잠깐 나와서 이야기 좀 합시다.”

최현호는 남자 네 명을 손도 대지 않고 날려버리는 강민의 비현실적인 힘을 보고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가 강민이 부르는 소리에 흠칫 놀라 도망치려 하였다.

최현호가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유리엘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에 최현호는 뒤에서 무엇인가 잡아당긴 듯이 허공을 날아서 강민과 유리엘 앞에 떨어졌다.

우당탕탕!

“뭔가 재미난 일을 벌일 줄 알고 기다렸는데 고작 이 정도라니 실망인데요, 최현호 씨.”

“무, 무슨 말을 하시는지 이해가…….”

“그럼 왜 도망치려 했나요?”

“그, 그건 네 명이 덤비니까…….”

최현호가 도망간 순간은 네 명이 나가떨어진 다음이었지만 최현호는 당황해서 그냥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말을 했다.

“아까는 한순간에 처리한 네 명 아니었나요?”

“아. 그, 그건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가…….”

“술집에서도 처음 보는 네 명을 잘 처리하지 않았나요?”

“그, 그것은…….”

당황한 최현호는 갈수록 말이 꼬여갔고 횡설수설하며 말을 이었다.

“대충 보니 저 남자들로 민을 내쫓고, 본인이 영웅이 되어서 날 꼬셔 보겠다? 그리고 술 한잔 더 하면서 분위기 만들어서 잘되면 넘어뜨려 보려고 한 것 같은데. 식상하네요, 식상해.”

“어, 어떻게……. 헛, 아니, 그런 증거 있습니까? 저는 그냥 선량한 시민일 뿐입니다. 지금 절 보내주시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최현호는 스스로 자백할 뻔하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경찰 운운하면서 강하게 나왔다.

“그래, 보내줄게. 대신 앞으로 이 짓 하긴 힘들 거야.”

“네? 그게 무슨? 으아아악!”

유리엘이 최현호에게 간단한 손짓을 하자 중요 부위가 불에 타는 것처럼 아프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렴. 이제부터는 아무 데서나 그 끝을 놀릴 수는 없을 거야.”

“뭐? 지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간 많은 여자를 울리고 다닌 벌이라고나 할까?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을 보니 여자들에게 부드럽게만 대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야. 강제로 한 경우도 많지?”

“그, 그건!”

“그래서 앞으로는 남자 구실 하긴 좀 힘들 거야. 다만 영원한 건 아냐. 네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면 그 저주는 풀릴 거야.”

“진정한 사랑? 저주?”

“그래, 진정한 사랑. 네 아래가 아닌 네 마음이 한 여자를 진정 원하면, 그리고 그 여자도 너를 진정으로 원하면 관계를 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 결국 내가 네 소울메이트를 찾아주는 거니 나중에 고마워할지도 모르지. 호호호.”

사실 유리엘이 최현호에게 건 주문은 저주 마법의 일종이라기보다는 수호 마법의 일종이었다. 어느 여마법사가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의 외도를 막기 위해서 개발한 마법으로 남성용 정조대에 가까운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외도한 여자와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면 소용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당시 그 마법사는 진정한 사랑이라면 보내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이런 조치에 그 마법사의 남편은 여마법사에게 조차 사랑을 느끼지 못하였고 여자에 대한 환멸이 생겨 평생 성불구가 되고 말았다는 후일담이 있지만, 최현호는 알 수 없었다.

[저놈이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 봐선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극적인 개과천선을 할지. 그런 게 인간 세상의 재미지요.]

[하긴 그냥 불구로 만들어버리는 것보다 이게 더 흥미진진하겠네.]

[그렇죠? 어차피 마법이 풀리면 제가 알 수 있으니 과연 이 녀석이 나중에 누구랑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지도 두고 볼 일이죠. 아마 지금의 성향으로 봐선 못 만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요.]

강민과 유리엘은 훗날 있을지도 모를 최현호의 복수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사람이 파리의 날개를 뜯어놓고 죽이지 않는다고 혹시 모를 파리의 복수를 걱정하지는 않는 것처럼, 강민과 유리엘에게 최현호는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유리엘의 말을 마지막으로 강민과 유리엘은 최현호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중요 부위의 화끈거림이 멈추자 최현호는 바닥에서 일어나서 강민과 유리엘이 사라진 곳을 보고 있다 내뱉듯이 말을 했다.

“진정한 사랑? 웃기고 있네. 진정한 사랑 같은 게 어디 있어? 다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헤어지는 거지. 근데 나한테 진짜 무슨 짓을 한 거지? 거기가 왜 그리 아팠던 거고.”

오피스텔로 돌아온 최현호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자신이 모은 컬렉션을 보면서 자위를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물건은 일어서지 못했다.

“뭐야! 진짜 안 되는 거야? 아니야,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거야. 아니면 자극이 너무 약했나? 그래, 좀 이따 민주를 불러보자. 그년의 몸이라면 충분한 자극이 될 거야.”

당황해서 혼잣말을 하던 최현호는 휴대전화를 들고 드림걸즈의 박민주에게 전화했다.

-어? 오빠 웬일이야?

“오늘 밤에 오피스텔로 와.”

-뭐? 오늘은 스케쥴 때문에 안 돼.

“오라면 와! 누구 덕에 네가 그 자리에 있는데!”

-……알겠어. 스케쥴 최대한 빨리 마치고 갈게.

보통은 박민주 또한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었기에 평소에는 심한 말을 하지 않고 서로 좋은 분위기에서 기분 좋게 관계를 하였지만, 오늘 최현호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박민주를 불러와서 물건의 건재함을 확인하고 싶었다.

세 시간 정도가 지나자 박민주가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오빠, 오늘 왜 그래? 평소랑 너무 다르잖아.”

박민주는 행사를 갔다 바로 왔는지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코트 속에는 무대의상이라 평소 같았으면 최현호의 성욕을 한껏 자극할 만한 모습이었다.

박민주는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165㎝ 정도의 보통 키에 상당히 귀여운 얼굴을 가진 아이돌로 그녀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터질듯한 가슴이었다. 귀여운 얼굴과는 언밸런스한 풍만한 가슴이 그녀를 어필하게 하였고, 그것이 최초 최현호의 눈을 사로잡았던 무기이기도 하였다.

오늘도 그 풍만한 가슴을 포인트로 한 무대의상이라 남자들의 성욕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의상이었지만 최현호의 물건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오빠, 나 씻고 올게.”

“아니, 씻지 말고 이리와 봐.”

“참 오늘 오빠 이상하다. 그간 많이 고팠어? 호호호.”

최현호는 박민주를 안고 침대에서 애무를 시작했지만 그의 물건은 반응이 없었고, 최현호가 반응이 없자 박민주가 최현호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박민주는 최현호를 정성껏 애무했지만 여전히 그의 물건은 반응이 없었다.

“뭐야, 오빠? 오늘 피곤해서 서지도 않는데 나보고 이렇게 급하게 오라고 한 거야?”

최현호는 박민주의 앙칼진 질문에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박민주의 애무에도 반응하지 않는 물건을 보며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오빠, 왜 그래? 몸이 안 좋으면 그냥 쉬어. 이런 날도 있지 뭐. 오늘은 오빠가 몸이 안 좋은 거 같으니 나 그만 갈게.”

육감적인 몸매의 박민주는 최현호를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뒤돌아서며 옷을 입고 갈 때 얼굴에 비치는 비웃음을 최현호는 보고 말았다.

“당장 꺼져!”

“뭐야? 아, 진짜! 오빠 오늘 이상하네. 기분 나빠! 당분간 연락하지 마!”

“당장 꺼지라고 이년아!”

쾅!

서둘러 옷을 입은 박민주는 얼굴에 비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오피스텔의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갔다.

오피스텔 안에는 넋이 나간듯한 표정의 최현호가 뭔가 중얼거리며 하염없이 그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 * *

“아가씨, 조사 끝났습니다.”

“고마워요, 김 과장님.”

“그런데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밝혀지지 않는 부분요?”

김현일 과장이 대답 없이 황색의 종이봉투를 이아현에게 건넸다.

봉투 안에 A4용지를 한 장씩 넘기다 이아현이 놀란 듯 말했다.

“뭐야, 유부녀였어? 단지 커플이 아니고 결혼한 사이였단 말이지?”

“네, 작년에 혼인신고를 했더군요. 지금도 강민의 가족과 김유리는 같이 살고 있습니다. 강민은 10년간 실종되었다가 작년에 주민등록번호 말소가 해지되었고, 김유리는 아예 주민등록 자체가 작년에 처음 이루어졌습니다.”

김 과장의 말에 이아현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쓸었다.

“출입국 기록이 없는 것으로 봐선 국내에서 납치되었다가 풀려났을 수도 있고, 해외로 빼돌려졌다가 밀항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등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혼인신고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애초에 같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납치? 밀항?”

“조사해 보니 실종 전의 강민은 고등학생으로 사망한 부친 강철수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온 모양입니다.”

이아현은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김 과장의 말에 집중했다.

“책임감도 강하고 사리분별도 뚜렷해서 부친 사망 후 정신 못 차리고 있던 모친 한미애를 대신해서 신문 배달도 하는 등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고,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게 된 거죠?”

“그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 탐문한 결과 외국에서 일하다가 들어왔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있는데, 아직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그야말로 10년간 흔적조차 없었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네요.”

이아현은 차를 마시며 김 과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것까지는 납치에서 풀려났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겠는데 집이나 차를 구매한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제는 디멕스의 블랙 카드로 했는데 어떻게 블랙 카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디멕스의 블랙 카드는 VVIP나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강민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의문이더군요.”

“디멕스의 블랙 카드? 거기 블랙카드는 최소 재산 1조 이상의 자산가나 연 수입 1,000억 이상의 사업가한테나 발급해 주는 것 아닌가요?”

“네, 암암리에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추천 가입이라 하지만 최소 그 정도 수준은 되어야 발급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강민이 어떻게?”

“그 부분이 의문입니다. 하지만 디멕스사를 조사하여 강민의 카드 발급 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저희도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기에 거기까지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해커를 고용해서 시도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진 않은데 유니온 그룹의 디멕스사를 불법 해킹했다가 적발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잘하셨어요. 만에 하나지만 이런 일로 아버지나 할아버지께서 신경을 쓰시게 할 필요는 없겠죠. 근데 대체 어떻게 블랙 카드를 발급받게 된 거지?”

이아현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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