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97화 (297/298)

< -- 지구에는 평화 테멜에는 전쟁? -- >

"누리는 착한 누리인 것이에요!"

"시끄러운 것이에요. 착한 누리가 왜 사람들을 놀래키고 그러는 것이에요? 그건 나쁜 누리인 것이에요!"

"아닌 것이에요. 누리는 착한 누이리인 것이에요. 누리는 그냥 사람들하고 놀고 싶었을 뿐인 것이에요."

"누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각을 해야 하는 것이에요. 누리는 이곳 이면 공간의 신(神)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에요. 그런데 사람들 앞에 나서서 놀자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막 엎드리고 절하고 하면 재미있는 것이에요. 누리는 그게 좋은 것이에요."

"그건 마가스 데리고 하면 되는 것이에요. 왜 사람들을 괴롭히고 그러는 것이에요?"

"그 아이들은 재미가 없는 것이에요. 누리는 사람들이 좋은 것이에요."

"하아, 이 어리 고모는 정말 머리가 아픈 것이에요. 거기다가 누리는 왜 고모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이에요?"

"에헤헤, 고모 말투는 재미가 있는 것이에요. 어리 고모는 재미있는 것이에요."

"자자, 이리 오는 것이에요. 이번엔 용서를 해 주는 것이에요."

어리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누리를 끌어다가 살짝 안아 줬다.

"잘 듣는 것이에요. 누리는 이면 공간을 유지하느라 많은 힘을 써야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누리는 이면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때에 사용할 힘이 별로 없는 것이에요. 원래 여기에 있던 작은 테멜 코어 정도의 힘만 쓸 수가 있는 것이에요. 그런데 누리가 그 이상의 힘을 쓰게 되면 에테르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에요. 에테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것은 누리도 알고 있는 것이에요."

"흐음. 하지만 에테르는 조금 적게 만들어도..."

"시끄러운 것이에요. 누리는 다른 것은 몰라도 에테르는 딱 정해진 만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에요. 절대로 그래야 하는 것이에요."

"후엥, 어리 고모 미워! 이건 아동 착취인 것이에욧!"

"조용히 하는 것이에요. 누리가 아무리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에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곤란한 것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연습을 해야 우리 누리도 성장을 하는 것이에요. 언젠가 여기 이면 공간을 지구처럼 넓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에요. 그러자면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에요. 알겠는 것이에요?"

"네에."

누리의 어깨가 추욱 쳐졌다.

누리는 어리보다 훨씬 더 어린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누리가 처음 현신을 했을 때에는 예전 행성 코어의 모습인 20대 초반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곧바로 폭풍같은 어리의 구박을 받고 다시 만들어 낸 것이 일곱 살 정도의 외모를 지닌 귀여운 여자 아이의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 카락을 양머리로 만들어서 동글동글하게 머리 양쪽에 이고 있는 모습은  딱 봐도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어리가 열두, 세 살의 나이로 보이니 둘이 있으면 영락없이 자매로 보인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고모와 조카.

덕분에 누리는 언제나 어리에게 꼼짝도 못하고 시달림을 받아야 한다.

사실 이면 공간 안에서는 누리가 어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누리는 어리에게 반항을 하지 못한다.

역시 교육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다.

"자, 그럼 마가스 몇 마리 만들어 놓고, 이번에는 고모와 함께 오션에 놀라 가는 것이에요."

"수, 수영하고 노는 것이에요?"

어리가 오션에 가자는 말에 누리의 표정이 환하게 개인다.

수영은 누리가 좋아하는 놀이 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놀이다.

"그런 것이에요. 세진님과 자넷 언니도 와 있는 것이에요."

"헹, 바쁘다고 놀아주지도 않더니, 어쩐 일인 것이에요?"

살짝 삐친 기색을 보이는 누리였다.

명목상 아빠와 엄마인 세진과 자넷이 누리를 자주 찾아주고 돌봐주지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함인 것이다.

"떽, 잘못하는 것이에요. 엄마 아빠는 누리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에요. 할 일이 많은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면 나쁜 누리가 되는 것이에요."

"하지마안..."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것이에요. 지금도 테멜 밖에서 여러 행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바쁜 것을 누리도 알고 있는 것이에요.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 것이에요. 그런데도 자주 누리를 보러 오는 것이에요.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에요."

"네에."

"자자, 그럼 이제 가는 것이에요. 마가스는 그 정도 만들었으면 되는 것이에요."

어리의 구박을 받는 중에도 부지런히 마가스 몇 마리를 만들어 내고 있던 누리였다.

마가스는 바로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면 공간의 여기저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

누리의 이면 공간에서는 그렇게 마가스들이 탄생하는데, 간혹 마가스들 사이의 교배로 생명이 태어나기도 했다.

물론 그러자면 부모가 되는 마가스라 에테르를 많이 상실하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마가스들 사이에서 새 생명이 태어난다.

지구의 의지에게 영향을 받아서 누리가 만드는 마가스들은 지구 생명체의 특성을 20%정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근원이나 다름이 없었던 행성 코어가 이제는 이면 공간에서 인간들의 숭배를 받으면서 인간들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사실 마가스라 누리의 자식들인데, 누리는 마가스 보다는 이면 공간에 함께 딸려와 정착해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더 호의를 보였다.

물론 그것은 세진과 자넷, 어리의 영향이 클 것이다.

언제나 인간들에 대해서 호의적인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던 탓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단호할 때에는 단호해야 한다고 어리는 남몰래 가르치고 있었다.

인간이란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때론 그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치가 떨리는 종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어리가 누리에게 가르칠 때에 우주 유일 배신의 씨앗을 지닌 종이 인간이라고 가르치겠는가.

어찌되었건 누리는 행성 코어가 아니라 어리의 조카로, 세진과 자넷의 아이로 잘 크고 있었다.

어리의 테멜은 날이갈수록 더 많은 테멜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세진과 자넷은 우주 연방과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아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디퀴피드를 이용해서 에테르를 끌어 모으고, 그것을 프락칸이나 깝딴, 혹은 그에 준하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정화하는 방법은 획기적으로 행성의 에테르 농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이 되어 주었다.

물론 디퀴피드의 진화를 통한 에테르 정화의 가능성도 이미 왕검을 통해서 증명을 해 냈다.

이로서 인류는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침입과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행성에 디퀴피드를 건설하고 그들과 협력 관계를 맺으면 에테르의 침입에 대한 대비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프락칸과 깝딴에 준하는 능력자들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도 연방과 연합이 힘을 모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행성에 그런 능력자를 상주시킬 필요도 없이, 꼭 필요할 때마다 파견해서 에테 르를 정화하는 방법을 쓰도 되는 일이라 큰 부담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주 연방과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어느 정도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세진과 자넷은 곧바로 덱터들이 차지하고 있는 행성들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들과 접촉을 늘여가면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세력을 줄여 가가는데 협조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갔다.

그로서 세진과 자넷은 우주 전체에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 되었고, 심심찮게 테멜들을 선물로 받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테멜을 선물로 주는 것은 사양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이들이 테멜을 선물로 보낸 것이다.

그 때문에 필드는 물론이고 연합과 덱터 관할의 행성에서도 한 때 테멜을 찾는 붐이 일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들어온 많은 테멜은 모두가 어리 테멜의 하위 테멜로 정착이 되어서, 이제 어리는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테멜들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누리도 욕심이 생겼던지 어리에게 이런저런 아양을 떨어가며 테멜을 하나 둘 얻어가서 소꿉놀이 같은 부하 기르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 테멜들은 대부분 한동안 왕검에게 맡겨져서 지구의 영향을 받도록 만든 것들이라, 모두들 진화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세진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어리 테멜 안에 새로운 세상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많은 테멜들 안에 각기 다른 행성의 것들을 채워서 작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제 각각 성장하게 한다면, 그 얼마나 다채로운 세상이 만들어질까.

이미 누리가 있으므로 해서 테멜 안의 에너지 순환은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고, 또 궁극적으로 어리는 어딜 가서나 조금씩 외부의 기운을 테멜 안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어리 테멜 전체의 에너지 총량은 항상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드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리가 테멜 밖으로 뭔가를 내어 놓게 되면 그만큼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겠지만, 어리는 이제 새로운 세상의 건설이라는 세진의 생각이 꽂혀 있는 상태라서 외부 로 에너지를 내 놓는 일은 거의 없을 듯 했다.

세진은 오늘도 테멜 게이트 지도를 살펴보며 다음에는 어느 행성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는 디퀴피드 건설이나 에테르 정화에 대해서 연방이나 연합, 덱터에 세진이 도와야 할 일은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털어서 내 놓은 상태라, 그들 스스로 모든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로 테멜 게이트를 통해서 새로운 행성들로 여행을 할 일만 남은 것이다.

"뭐 하고 있어?"

"음. 지도를 보고 있었지."

자넷이 세진의 곁으로 다가오며 묻자 세진은 입체 영상으로 띄워 놓았던 테멜 게이트 지도를 껐다.

"응, 그래서 어디로 가려고?"

"아무래도 덱터 지도로 봤을 때, 네이즈베단 성단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네이즈베단? 거기 미개척지가 많은 곳이라고 덱터에서도 꺼리는 곳이잖아. 하필 왜 그쪽으로?"

자넷은 세진의 선택이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마르시나의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그 쪽이 제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한 거지."

"아, 마르시나. 맞다. 그녀의 고향을 찾아 줘야지?"

자넷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 지구에서 이리 넘어 와서도 신경을 못 썼어."

"괜찮아. 내가 신경쓰고 있었잖아."

세진이 그런 자넷의 손목을 끌어 당겨 자넷을 품에 안았다.

"그런데 우리 공주님은?"

"응? 누구? 누리?"

"누리는 어리가 잘 보살피고 있는 거고. 여기 있는 우리 공주 말이지."

"누가 공주래?"

자넷은 배를 쓰다듬는 세진의 손을 살짝 때리면서 핀잔을 주었다.

자넷은 아들을 바라고, 세진은 딸을 바라는데, 둘은 아직까지 한 번도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때까지는 자연스럽게 두기로 약속을 한 상태다. 그래서 매일같이 아들이다 딸이다 하며 실랑이를 하곤 했다.

의체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아이를 가지는 것을 철저하게 피했던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서 어리 테멜 안에서는 본체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자넷이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그 때문에 외부 활동을 중단하는 것도 서둘렀던 감이 있었다.

어차피 의체를 사용하는 동안은 신체 기능이 거의 중지되기 때문에 상관이 없는 일인데도, 세진과 자넷은 아이를 가진 후부터는 될 수 있으면 의체 사용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분명히 예쁜 공주님이라니까?"

"절대로 멋진 아들이 태어날 거야. 분명히."

둘이 그렇게 다시 실랑이를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후에에엥. 어리 고모 미워!"

둘 사이에 누리가 나타났다.

어디선가 한 판 했던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누리가 와락 세진과 자넷의 허리를 잡으면서 안겨 들었다.

"어엇?"

"어머? 누리야 무슨 일이니?"

세진과 자넷이 놀라서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누리에게 맞추며 물었다.

"어리 고모가 막 야단을 치는 것이에요. 누리는 너무 무서운 것이에요."

"너, 여기로 오면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 응? 너 이리 안 와?"

누리의 말이 시작되기 무섭게 어리가 나타났다.

"우아아, 마녀 고모, 고모는 마녀인 것이에요."

"이것이 고모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투까지 빼앗아 가 놓고, 그렇게 아양을 떨더니 이젠 죽어라 말도 안 듣고 눈치만 살살 보고 말이야. 응? 에테르 만들어 놓으라고 했지?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 응?"

어리는 폭풍처럼 누리에게 쏘아 붙였다.

세진과 자넷은 안 봐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도 누리는 어디선가 놀면서 에테르를 만드는 일을 등한시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어리에게 쫓기다가 결국 세진과 자넷의 침실까지 피난을 온 것이 분명했다.

"어리야. 적당히 좀 하지 그러니. 누리도 쉴 때는 쉬어야..."

"세진님 그건 아닌 것이에요. 누리도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에요."

"고모, 그건 나만 쓰기로 한 말투인 것이에요. 그렇게 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에요."

"누리 네가 약속을 안 지키면 고모도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에요. 약속은 원래 그런 것이에요."

"후에에엥. 고모 미운 것이에요. 아빠, 아빠, 고모 야단 쳐 주세요."

"호호홋, 역시 아직은 이 어리가 원조인 것이에요. 누리는 아직 말에 실수가 있는 것이에요. 호호호홋."

"어휴, 이게 무슨."

"니들, 하루라도 좀 조용히 넘어갈 수 없어? 응? 어리 너도 그렇고 누리 너도 그렇고!"

자넷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우아앗. 도망가야 하는 것이에요. 엄마가 화난 것이에요. 어리 고모 도망 가는 것이에요."

"야야, 또 어딜 가!"

누리와 어리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세진은 고개만 흔들고 있다.

요즈음 저 둘은 시도 때도 없이 테멜을 종횡무진하며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는 테멜 하나를 정해서는 마가스와 녹두 병사 사이의 전쟁 놀이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죽고 죽이는 전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놀이를 하는 것이라 다행이지만, 언젠가는 진짜로 전쟁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 세진이었다.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원."

"어차피 이곳은 저 둘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잖아. 어리가 없으면 누리도 곤란하고, 누리가 없으면 어리도 곤란하지. 저렇게 아웅다웅 하면서 잘 지내면 되는 거지 뭐."

"하긴 저것도 나쁘지 않지."

세진은 그렇게 말하며 등 뒤로 자넷의 허리를 감았고, 자넷도 세진의 옆구리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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