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96화 (296/298)

< -- 지구에는 평화 테멜에는 전쟁? -- >

세진과 자넷 어리가 지구의 의지의 힘으로 이면 공간에서 탈출을 하게 되었을 때, 탈출과 함께 이면 공간은 인간들의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이 소멸되었다.

이전에 지구의 의지와 행성 코어 둘의 힘으로 유지되던 것을 이제는 행성 코어의 힘으로만 유지하려니 그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그 줄어드는 영역을 지구의 의지가 마가스들의 영역으로 제한한 탓이다.

순식간에 마가스 영역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이면 공간의 에테르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행성 코어는 어리 테멜 안의 순둥이 테멜의 코어와 하나가 되었다.

이 때, 지구의 의지는 어리에게 어리 테멜 안의 순둥이 테멜을 사용할 수 있는 통로를 잠시 얻어야 했다.

실제로 지구의 의지도 어리의 테멜 안쪽으로는 마음대로 간섭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 가능했던 것도 세진 일행이 이면 공간으로 들어서면서 틈이 생겼던 탓이지,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건 어리 테멜 안의 순둥이 테멜에는 누리가 자리를 잡았다.

"음, 어리는 이 몸을 그대로 가지고 된 것이에요. 마음에 드는 선물인 것이에요."

지구로 나왔지만 어리의 의체는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

어리는 그것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 좋겠구나. 하지만 우리는 이전의 경지를 되찾지 못했는데? 이면 공간에 있었을 때의 상태 그대로네."

"이건 되돌려 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자넷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지구의 의진가 하는 그 여자를 어디서 찾을 건데?"

"불러 보고 안 나타나면 지구에 어리의 몬스터들을 잔뜩 풀어 버리면 안 될까?"

"그냥 두자. 우리야 다시 수련을 하면 되지 뭐. 우리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말이야. 자, 일단은 디퀴피드 왕검에게 가 보자. 그 사이에 지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왕검이 최고지."

"그래. 그렇겠네. 어리야!"

"알았는 것이에요. 지금 가는 것이에요."

이면 공간에서 나오면서 과거의 능력을 고스란히 되찾은 어리는 순식간에 세진과 자넷을 왕검의 본체 건물 앞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왕검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다시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왕검이 세진과 자넷, 어리에게 인사를 했다.

"아, 반가워. 그런데 이거 내가 느끼는 것이 맞다면 지구에 에테르가 없는데?"

세진이 왕검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어머, 정말이네? 왜 이걸 지금까지 몰랐지?"

"그거야 이게 당연한 거니까 그렇지."

"어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래. 그래. 어쨌거나 지구의 에테르가 왜 전부 사라진 거지?"

세진이 왕검에게 다시 물었다.

"제가 모두 정화를 했습니다."

"응? 왕검이? 그럼 왕검이 에테르 정화까지 가능하도로고 진화를 했단 말이야?"

지구의 의지는 이면 공간의 상황만 설명을 하고 지구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진은 지구가 어찌 변했는지 몰랐던 것이다. 왕검은 지구의 의지로부터 에테르 정화 능력을 부여받은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아메리카에 있는 폴리몬의 수장이 에테르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몬스터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러니까 몬스터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사냥을 하게 하는 대신에 폴리몬들의 안전을 보장받는단 말이지? 아메리카 대륙은 폴리몬들이 차지를 하고?"

"그렇습니다."

"위험하지 않나? 폴리몬들은 인간과 거의 같은 이들인데? 언젠가는 인간들과 전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건 미래의 일입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세진은 왕검의 말을 인정했다.

폴리몬이 인간과 어떤 형태로든 공존을 택하고 있다면 일단은 인정을 해야 했다.

사실상 지구의 에너지 문제는 이제 에테르 코어가 없으면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고,  그 에테르 코어는 오직 폴리몬의 수장만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폴리몬들을 토벌하거나 퇴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폴리몬의 수장, 그리고 폴리몬들의 능력은 지금 인류의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을 텐데?"

"그래서 제가 있습니다. 한동안은 제가 인간들의 편에서 폴리몬들을 제어할 것입니다. 제가 감당을 못할 일이 생기면 그 분께서 움직이시겠지요."

세진은 그 분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리 큰 문제가 생겨도 지구의 의지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전처럼 행성 코어를 품에 넣고 키워주는 잘못을 범하지만 않는다면.

"그럼 이젠 모든 것이 끝난 건가?"

세진이 조금은 허탈한 기분을 느끼며 혼잣말로 물었다.

"어머, 세진. 아직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한반도에도 중심을 잡아 줘야 할 거 아냐? 다른 지역들은 다들 세력을 키우고 있다잖아."

"그거야 뭐, 왕검이 있으니 이쪽을 건드리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어리 공방의 식구들과 어리 테멜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지구에 정착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 서울을 내어 주면, 알아서 중심을 잡지 않을까?"

"응? 테멜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지구에?"

자넷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젠 그래도 될 것 같잖아. 어차피 우리도 여기서 일을 마치고 나면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주로 생활을 할 거 아냐? 그리고 어리의 테멜도 이젠 독립적인 세상으로 만들어야지. 어리 테멜이 고향인 아이들도 많은데, 언제까지나 테멜을 피난처 정도로 취급할 수는 없지."

"그런가?"

"당연하지. 어리는 앞으로도 점점 성장을 할 거야. 지금은 지역 코어 정도의 능력이지만 성장하게 되면 언젠가는 행성 코어 이상이 될 수도 있지. 당연히 어리가 거느리고 있는 여러 테멜들도 마찬가지로 어리를 따라서 성장을 할 수 있을 테고 말이야."

"그럼 가끔씩 지구에 오긴 해야겠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세진이 자넷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그렇잖아. 지구의 의지가 생명의 탄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권능을 지니고 있고, 그 때문에 테멜 코어나 화이트 에테르 코어를 진화 시켜서 의지를 가진 존재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면, 앞으로도 어리의 부하가 될 테멜들을 위해서 지구에 자주 들러야 하지 않겠어?"

"왜? 지구의 의지에게 위탁이라도 시켜서 에테르 코어들을 진화시켜 달라고 하게?"

"호호호. 위탁은 무슨. 그냥 지구에 가져다 놓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어나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뭐 그거야 그렇지만."

"아닌 것이에요. 어리도 언젠가는 테멜 코어를 진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에요. 반드시 그렇게 되고 말 것이에요."

듣고 있던 어리가 야무진 꿈을 꾼다.

하지만 세진이 생각하기에 그건 아무래도 무리가 많은 꿈일 것 같다.

자그마치 지구의 의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권능이다. 그것을 어리가 배우거나 흉내내는 것은 확실히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은 누리부터 어떻게 해 보는 것이 어떠냐? 나는 그 누리가 제일 걱정이다만."

"걱정 없는 것이에요. 지금 누리는 잠을 자고 있는 것이에요. 어린 아이는 잠이 많은 것이에요."

"응? 잠을 잔다고?"

"테멜 코어에 적응을 하기 위한 시간인 것이에요. 흐음. 깨어나면 그 때는 이 고모가 아주 잘 해 줄 것이에요."

"고모?"

뜬금없이 고모를 자처하는 어리의 말에 세진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리는 세진님의 동생인 것이에요. 그리고 누리는 세진님과 자넷 언니의 아이인 것이죠. 그러니까 어리는 누리의 고모인 것이에요. 이건 확실하게 해 둬야 하는 것이에요. 위계질서는 중요한 것이에요."

"야, 어리. 누리가 왜 내 딸이야? 응?"

자넷이 발끈한다.

"그럼 누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 어린 것을 부모도 없이 키워야 하는 것이에요? 그건 너무 불쌍한 것이에요. 그리고 전에 그 분도 그랬던 것이에요. 누리를 두 분의 자식으로 삼으라고 말한 것이에요."

하지만 어리의 반발도 강력하다.

세진은 슬쩍 물러나서 모른 척 한다.

어쨌거나 지구의 문제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행성 코어의 발호를 막고 지구를 구했다고 하지만 별로 성취감이 없었다.

'나도 속물은 속물인 모양이네. 행성 코어와 지구의 의지에 대한 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나와 자넷, 어리가 한 일을 칭찬하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 섭섭하고 그러네.'

세진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속마음은 그랬다.

뭔가 대단한 일을 했는데, 그것을 알아주는 사림이 없는 섭섭함이 가득한 것이다.

'응? 어리가?'

그런데 그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어리가 어리 테멜이 모든 사람들에게 지구에서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세진 일행이 어떤 일을 해 왔는지를 상세하게 알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실제로 어리 테멜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교육 과정에 세진 일행의 이야기를 알리는 시간까지 만들었다.

세진은 그런 어리의 조치에 대해서 모른 척 했다. 이미 정신 연결이 되어 있는 어리가 하는 일이다.

실제로는 세진이 바라는 일이란 뜻이기도 하다.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사람이 뭔가 했으면 알아주는 이들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 알면서도 만족을 느낄 정도로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 커엄.'

"무슨 일이야? 세진 자기 표정이 이상한데?"

자넷이 세진을 보며 물었다.

"아, 그게 있잖아..."

세진은 숨지기 않고 어리가 테멜 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홍보와 교육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머? 그래? 그럼 우리 영웅이 되는 거네? 호호홋."

"뭐, 테멜 안에서야 우린 절대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잖아. 거기다가 이제 곧 테멜에서 생활하던 이들 중에서 다시 지구에 정착할 사람들을 뽑을 테니까, 언젠가는 지구 에도 우리가 한 일이 알려지게 되겠지. 암, 그렇게 될 거야."

세진은 내심 시간이 흐른 미래에 자신과 자넷, 어리가 전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럼 이젠 뭘 할 거야? 아까 자기 말대로 우리 이젠 지구에서 할 일이 별로 없잖아. 아니 다른 일도 할 것이 없지 않아?"

자넷이 세진의 곁에 다가 앉으며 물었다.

"뭐, 누리를 잘 키워야지. 그리고 누리 동생도 만들어야 하고. 아직 가 보지 못한 행성들을 두루 다니면서 여행도 하고 그래야지. 더구나 마르시나는 아직도 고향을 못 찾았잖아. 찾아 준다고 약속도 했었는데 말이야."

"마르시나? 아, 맞다. 지금 행성인들하고 같이 살고 있지? 그러고 보니 여러 행성들을 돌았는데 마르시나의 고향은 못 찾았네?"

"그러니까 한 번 찾아 봐야지. 그렇게 해 준다고 약속했잖아. 사실 마르시나 덕분에 가늘인 행성에서의 지식 교환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그래서 에헤로의 석판도 얻게 되었지. 좀 억지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르시나의 고향을 찾아주고 싶네. 사실 굉장히 늦은 것 같기는 하지만."

"괜찮을 거야. 마르시나 종족도 꽤나 수명이 긴 것 같으니까 말이야. 뭐 그래도 이번에 다시 길을 나서면 마르시나의 고향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하면 좋겠네."

"그렇지. 그러면서 디퀴피드 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고. 프락칸과 깝딴의 능력을 의체 사용자들이 익히게 하는 것도 연방에 알리면 더 좋을 것 같고."

"응, 그리고 왕검에서 에테르 정화에 대한 것도 좀 물어봐서 확인을 하는 것도 좋겠네."

"그건 어리가 왕검이 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피면 어쩌면 에테르를 정화하는 디퀴피드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호호호. 그게 아니어도 디퀴피드와 프락칸, 깝딴이 모이면 행성에 에테르를 정화하는 것이 가능해. 그것만 하더라도 연방이나 연합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정보가 될 거야."

"그렇긴 하지. 다만 프락칸과 깝딴의 능력을 우리가 훔쳤다는 것을 들키는 것이 문제긴 한데, 뭐 그냥 비슷한 거라고 우겨보지 뭐."

세진과 자넷은 그렇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에 바빴다. 물론 그 사이에 어리는 부지런히 테멜 관리에 힘을 쓰고 있었고, 오래지 않아서 깨어날 누리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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