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90화 (290/298)

< -- 전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다 -- >

전장의 전사들이 하는 일은 두 가지다.

싸움과 휴식.

그런데 그런 정해진 틀이 깨어지면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재교육.

쉽게 말해서 전사들은 조금 더 나은 수련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전에는 전사들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을까?

그것은 아니었다. 전장에선 실전이 곧 수련이고 발전을 위한 과정이 된다.

목숨을 걸어야 하니 그만큼 효과도 좋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패는 곧 죽음이고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니 수련 결과로 좀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 제대로 된 능력을 가지게 되는 비율이 무척이나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선에서 싸우고 나서 뒤로 물러나서 휴식을 취할 때에, 휴식 대신에 새로운 수련법을 배울 기회가 생겼다.

그 수련법은 지금까지 전장에 알려진 수 많은 수련법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것이라고 했다.

전장 지휘부에서 나온 이야기니 믿을 수 있을 터.

세진의 수련관에는 전사들이 미어터질 듯이 몰려들었다. 조금이라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실력을 키워서 하늘 어머니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전사들은 휴식의 달콤함을 버렸다.

결국 전장의 제일 먼 곳, 언덕 제일 높은 곳에 새로 확장한 수련관이 만들어졌다.

땅을 다지고 평탄하게 만들어서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을 올렸다.

이번에도 고생을 하는 것은 어리였다.

어리는 끝도 없이 벽돌을 만들어서 내 놓았고, 그것들은 다시 세진과 전사들의 손에서 수련관의 건물로 거듭났다.

세진은 이전에 초원 부족의 전사들을 가르쳤던 것처럼 성심을 다해서 전장의 전사들을 가르쳤다.

"이 수련법은 굳이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누구든 배우려는 이가 있다며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에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해 줘도 됩니다."

세진은 언제나 수련법을 배우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혼자서 전사들을 가르친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어서라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이다.

한두 달에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장은 달랐다. 전장의 기운은 억압되어 있었다.

그러니 밖에서 내보일 수 있는 실력의 반의 반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중에 세진식 수련법은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전장에서의 성장이 밖에서 성장하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나타난 것이다.

그 말은 전장 밖에서의 네 배는 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인다는 말이었다. 전장 지휘부는 물론이고 세진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성과였다.

세진식 수련법은 전장의 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물론 능력 자체는 제약이 된다. 하지만 수련을 해서 얻는 기운이나 성과는 제약을 받지 않았다.

단순하게 네 배 빠르게 성장한다는 말이다.

광풍이 불었다.

세진식 수련법을 익히는 광풍이.

그러는 동안에 홀락치가 초원 부족의 여자들을 데리고 왔다.20명의 여자들은 프락칸과 깝딴의 능력을 수준 높게 익힌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전장에서 마가스 사체를 정리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전장에도 여자 전사들이 있었다.

초원부족처럼 여자를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서로 평등한 성(性)을 외치거나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전장에 하늘 어머니의 딸들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초원 부족의 여자들은 그들이 익힌 것을 가르쳤다.

물론 모든 여자들이 그것을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삽시간에 프락칸과 깝딴의 능력을 수련하는 방법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진식 수련법과 프락칸, 깝딴의 수련법이 정장에 소문이 나고, 또 직접 익히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마가스가 확연히 밀리기 시작했다.

겨우 반 년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였다. 땅의 어머니의 자식들인 폴리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폴리몬들은 실제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똑똑했다.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것들 대부분은 인간의 것들이었다.

인간의 것들.

그 기억들을 폴리몬들을 다른 마가스를 부리는 위치에 설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던 마가스들도 결국 폴리몬에게 복종했다.

땅의 어머니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폴리몬들이 그렇게 말하자 마가스들은 그게 정말이라고 믿었다.

힘이 필요한 일은 마가스가, 머리가 필요한 일은 폴리몬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폴리몬들은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이 땅의 어머니의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하늘 어머니와 땅의 어머니는 이곳 세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

그것이 정해진 규칙인 것이다.

그런데 폴리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마가스를 부리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물론 땅의 어머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폴리몬들은 믿었다.

그들 역시 땅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존재들이니 당연히 어머니를 섬기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곳 이면 세상의 인간들보다 훨씬 교활한 바깥세상 인간들의 지식을 얻었다.

비록 그것이 문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고, 즉 생각에 관한 것에 불과하더라고 그  가치는 무척 큰 것이었다.

어쨌거나 폴리몬들은 마가스 사회에서 급격하게 신분이 높아지면서 결국 왕들의 측근까지 올라섰다.

등급으로 따지면 겨우 3등급이나 4등급, 잘 쳐준다고 해도 5등급에 불과한 폴리몬들이 6등급, 7등급 이상의 마가스들 머리 위해 올라선 경우도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폴리몬들.

하지만 북부 전장에서 큰 변화가 생기면서 그들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속되는 승리에서 힘을 얻었던 폴리몬들의 지휘 능력에 대한 의심이 마가스들 사이에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다."

폴리몬들의 지역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렇다. 인간 놈들이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다른 폴리몬들도 북부 전장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북부 지역의 마가스 사회에서 폴리몬을 이끌고 있는 대표들이었다.

"무엇인지 확인이 되었나?"

"빠르게 능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무슨 방법인지 알기는 어렵다."

애초에 전장에서 첩자 따위의 운용은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서로 종 자체가 다른 상황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누군가의 질문에 앞 뒤를 잘라먹은 대답이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다.

"뭐? 설마?"

무엇을 써먹어야 하는지 물으려던 이가 깜짝 놀랐다.

"그러려고 준비해 뒀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심드렁하다.

"하지만 이르지 않나? 아직 어리다."

반대하는 목소리의 폴리몬은 당장은 쓰기 아깝다는 투다.

"상관없다. 우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들 무슨 상관인가? 모두 죽이지도 않을 텐데? 그 중에서 하나만 성공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다. 그런데 설마 우리와 관계가 있다고 모두 죽이는 것은 아니겠지?"

"독한 면이 있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봐야 제살 깎아 먹기 아닌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도 있지만 지금 쓰긴 아깝다는 뜻의 말도 있었다.

"흐음. 좋다. 그럼 이번에 그것들을 써 먹어 보기로 하자. 하지만 여전히 계획은 유효 하다."

그 중에서 발언권이 강한 폴리몬이 결정을 내린다.

이전의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일부만 써먹어 보기로 하는 것이다.

"물론이다. 어린 인간들을 납치해서 우리 폴리몬으로 키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그 아이들이 우리 대신에 마가스를 이끌고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하핫."

"몇 명 정도를 시험삼아 보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면 더 좋고."

폴리몬들의 입에서 드디어 그 계획의 실체가 나왔다.

인간의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서 그 아이들을 폴리몬 사이에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일반 마가스는 상상도 하지 못할 간교한 수작이었다.

"우리의 계획 중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인데, 성급하게 아이들을 전장으로  보내는 것은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누군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미 결정이 된 것 아닌가? 아이들을 보낸다. 전장으로 그래서 그곳에서 이번 변화의 원인을 배우고 익힌 후에 돌아오게 한다. 한 두 명만 성공을 해도 된다."

그 목소리는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강경한 대부분의 목소리에 묻혔다.

그리고 며칠 후에 전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무슨 이유로 그곳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려진 내용은 아이들을 단체로 기르던 이들이 아이들에게 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운 후에 다시 자신들에게 돌아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은 그 일을 꾸민 것이 폴리몬이란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폴리몬들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인간 아이들을 납치해서 기르고 있을 거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전장 근처에 있는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이 전장에서 새로운 수련법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을 배워 오라고 아이들을 보낸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빛냈을 뿐이다.

"상관없지 않나? 어머니의 자식들이 강해지는 일인데."

전장 지휘부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전장의 가장 후방에 머무르게 했다. 한 번 전장에 들어온 이상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규칙은 이곳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준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게 세진식 수련법이 폴리몬들의 손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전장에서도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그러니 이리저리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전장의 최전선까지 가서 개울을 넘어서 마가스에게 투항을 해버렸다.

그 때문에 전장은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어떻게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이 마가스에게 투항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인간은 어떤 것을 배우고 자라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직 세진만이 그 사태의 진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진은 전장 지휘부에 그런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그 즈음에 폴리몬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우오오. 이거 굉장하다. 이건 우리들도 익힐 수 있다. 다른 인간형 동족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 폴리몬들은 가능하다."

그들은 열광했다.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그들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땅의 어머니의 자식들 중에서도 인간의 빼어 닮은 폴리몬들은 욕망이 큰 존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힘과 지배에 대한 욕망, 자기 성취에 대한 욕망이 컸는데, 세진의 수련법은 그런 그들에게 아주 큰 가치가 있었다.

다만 프락칸과 깝딴의 능력은 익힐 수 있어도 익힐 이유가 없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련법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폴리몬들 사이에서도 세진식 수련법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폴리몬들이 전장의 상황에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굉장한 성장 속도를 보이는 다른 폴리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한 눈을 팔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북부 전장의 마가스쪽 언덕 일부가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에게 점령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전력이 급상승한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이 큰 승리를 손에 쥔 것이다. 그렇게 북부 전장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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