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히알락을 떠나 전장으로 향하다 -- >
"굉장한 소식이오. 그러하면 저들이 겨우 1년을 그대에게서 배운 이들이란 말이오?"
홀락치는 세진의 이야기에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몇 명은 자히알락 태생이니 2년 조금 넘게 배운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1년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전사 시험을 치른 아이들입니다."
세진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혹시 그 수련법이란 것을 전장의 다른 이들에게도 가르칠 생각이 있으시오?"
"기회가 닿으면,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가 되었건 가르칠 생각입니다."
"오오오. 대단하오. 그런 넓은 배포를 지니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오."
홀락치는 세진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급격한 전력 상승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가능성이 크게 열렸다.
홀락치는 될 수 있으면 빨리 전장에 닿기를 바랐다.
그리고 전장에 도착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세진을 훈련교관으로 삼아서 전사들을 가르치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홀락치 스스로도 세진의 수련법에 관심을 가지고 배움을 청했다.
세진은 자신의 맡은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일에도 바빴지만 홀락치에게도 시간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비록 전장에서 높은 위치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가는 전장에서 기댈 곳은 홀락치 밖에 없었다.
그러니 홀락치에게 인심을 얻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이다.
"굉장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련법이오. 덕분에 내 기운이 훨씬 정갈하고 깊어졌 소."
홀락치는 며칠 오러 로드 수련법의 변형인 세진식 수련법을 시험해 보더니 그렇게 감탄했다.
"이런 방법이라면 우리 어머니의 전사들의 전력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밀어버리고 북왕의 땅을 점령할 수 있을지도 모르오."
"동서남북 네 방향에 왕들이 하나씩 있다고요?"
"그렇소. 우리는 그 중에서 북왕과 대치하고 있는 전선으로 가는 중이오."
"전장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설명이라."
홀락치는 세진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전장에 대해서 다른 설명을 할 것이 없었다.
"죽고, 죽이는 일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땅이오. 싸우다 지치면 뒤로 빠져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나가서 싸우는 것이 전부요."
"흐음."
세진은 홀락치의 말을 들어도 제대로 짐작이 되지 않았다.
다만 홀락치의 표정과 기세를 보건데 절대로 만만한 곳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45일.
세진이 홀락치의 안내를 받아서 어린 전사들과 함께 이동한 시간이었다.
그 먼 길을 말을 타고 움직였으니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그렇게 이동을 하는 동안에 유목민들의 문화권을 벗어나서 밭농사를 주로 하는 문화권을 지나고, 벼, 밀, 콩, 옥수수 등을 주로 키우는 지역들을 거쳤다.
땅과 기후에 따라서 각 지역별로 주로 심는 곡물의 종류들이 그렇게 달랐다.
그리고 유목 생활을 하는 초원의 부족들과 정착 생활을 하는 이들의 상황 모습도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초원 부족의 전사들 보다는 정착 생활을 하는 쪽의 전사들이 평균적으로 실력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유를 알아보니 초원 부족들이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수련 비법이란 것을 이쪽 정착 생활을 하는 이들은 통합해서 모은 후에 연구하고 발전시키셔 마을마다 수련관을 두고 어린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애초에 전사가 될 아이들을 넉넉하게 뽑은 후에 수련을 시켜서 실력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제일 뛰어난 아이들을 전사로 보내고 남은 아이들은 마을을 지키는 경비대나 자경단 역할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었다.
그 수련관에서 가르치는 것이 꽤나 수준이 높고, 어려서부터 될성 싶은 아이들을 뽑아서 집중적으로 가르친 대문에 아이들의 실력이 초원 부족의 아이들에 비해서 좋았다.
물론 이번 해에 세진이 데리고 가는 아이들보다 나은 것은 절대 아니다.
올해는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이니 그 이전의 평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실 약간의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하오. 우리 초원의 전사들이."
홀락치는 초원 부족의 전사들이 실력이 떨어지니 언제나 잡무에만 동원되는 일이 많다고 했다.
물론 하급 마가스를 상대할 때에도 나서기는 하지만, 말을 타고 달리는 초원 부족의 전사들은 마가스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거나, 전령 노릇을 하거나, 마가스의 사체를 치우를 일 같은 것을 한다고 했다.
그나마 말이 있는 동안은 좀 활약을 할 수 있는데 말을 잃게 되면 그 때부터는 초원 부족의 전사들 대부분이 일꾼 역할로 보직이 바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제법 실력이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조금 나았소. 대우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인식이 조금 바뀌긴 했소."
"이번에 확실히 다를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강하니까요."
세진은 홀락치에게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살폈다.
세진의 이목에 멀리서 다가오는 마가스의 기운이 느껴진 탓이다.
"이곳에서도 마가스가 나타납니까?"
"음. 여긴 전장에서 가깝소. 당연히 마가스가 나올 수는 있소. 그리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간혹 후방으로 파고드는 마가스가 있기는 하오."
"마가스가 전술적인 움직임을 한다는 말입니까?"
"마가스가 등급이 높아지면 지능이 인간만큼 좋아질 거요."
홀락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거기다가 얼마 전부터 간혹 인간을 꼭 빼닮은 마가스까지 등장을 하는데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머리 쓰는 것은 우리 하늘 어머니의 자식들을 꼭 닮은 것 같소. 그것들이 마가스를 이끌고 있다면 후방 침입이야 뭐, 놀랄 일도 아니오."
세진은 하늘 어머니의 자식을 닮은 마가스란 말에서 폴리몬을 떠올렸다. 이전에 없다가 새로 나타나기 시작한 인간형 몬스터라면 폴리몬일 것이다.
폴리몬들은 실제로 인간의 모든 것을 배운 이들이다.
그러니 머리싸움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실 그것들이 나타나면서 우리들의 피해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오. 이전에는 그것들이 능력 있는 마가스를 제대로 통제를 하지 못해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소. 그런데..."
"이제는 아니란 말이군요?"
"그렇소. 점점 제 수족처럼 마가스들을 움직이기 시작한 거요."
"아, 저기 드디어 마가스들이 오는군요. 아이들의 본격적인 실전이 될 것 같습니다."
"돕지 않아도 되겠소?"
"괜찮을 겁니다. 아이들도 전장에 들어가기 전에 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지요. 전방 우측! 마가스 등장. 하급 마가스 300, 중급 마가스 서른 정도다. 각 백인대별로 대응하라!"
세진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360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움직여서 자넷과 어리가 타고 있는 마차를 둘러싼 상태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히이이잉! 푸룩 푸룩!
말발굽이 대지를 두두리는 소리와 말울음 소리, 말의 거침 호흡 소리가 세상을 가득 메우는 것 같았다.
마차는 멈춰 있고, 그 마차를 중심에 두고 360명의 전사들이 말을 하고 원을 그리며 달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마가스들이 가까이 다가와 활의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백인대장의 명령에 따라서 자유 사격이 시작되었다.
원을 그리며 달리다가 마가스가 달려오는 쪽에 도착하면 활을 쏘는데 빠르게 쏘는 이는 화살 세 발을 쏘는 이도 있었다.
그러니 쉬지도 않고 화살들이 마가스에게 날아들었다.
쿠아앙, 쿠엉, 카우우.
마가스는 늑대를 닮은 것이 제일 많았지만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곰도 있고, 두 발로 껑충껑충 뛰어오는 닭머리에 파충류 피부를 지닌 캥거루 같은 것도 있었다. 그 외에도 갖가지 동물들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모습의 몬스터가 많이 있었다.
지구에서 나타나던 것들과는 차이가 큰 모습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살기등등하게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그런 마가스들 위로 화살들이 쏟아져 내리니 달려오다 쓰러지는 마가스의 수가 굉장히 많았다.
"대단하오. 역시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은 우리 초원 부족을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
홀락치가 감탄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는 초원 전사들이 창도 잘 쓴다는 소문이 날 겁니다."
세진이 그렇게 말을 할 때, 마가스는 드디어 원형으로 맴을 돌고 있는 전사들에게 거의 다다라 있었다. 그러자 외곽에서 말을 달리던 이들이 하나같이 날이 긴 마상창을 뽑아 들었다.
날과 손잡이가 서로 분리가 되어 있던 것을 급하게 결합해서 커다란 날이 있는 창을 만든 것이다.
취리릭, 취릿!
아이들은 그 동안 훈련의 성과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어렵지 않게 마가스를 상대했다.
말을 타고 원을 그리며 달리는 중이다.
그러니 오래 한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오직 한 두 번의 창질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창을 효과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대상에게 한 번씩만 창을 휘두르면 금방 한 바퀴 말을 달려야 다시 창을 휘두를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한두 번씩이라도 당하는 마가스 입장에서는 쉬지도 않고 계속 되는 공격을 받게 된다. 그것도 말이 달리는 속도와 힘이 더해진 공격이 이어지는 것이다.
마가스들은 감히 원을 그리며 달리고 있는 말들 사이로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무게를 지닌 말과 정통으로 부딪히는 것은 자살 시도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마가스의 전격이 멈추고 답보 상태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말을 탄 전사들의 공격인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홀락치가 혼잣말을 하며 마가스의 뒤쪽을 바라본다.
거기에 중급 마가스들이 있었다.
하급 마가스들의 진격이 막히자 지금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중급들이 나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도 이전에는 없었던 행동 양식이었다. 새로운 인간형 마가스가 등장한 후로 고급 전력을 아끼는 행동 양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할 때에는 등급이 높은 마가스가 앞장서서 강력한 힘으로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진형을 구축할 정도로 마가스들의 전투 방법은 진화했다.
이번에도 하급 마가스들이면 이쪽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달려들었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중급 마가스들이 나서 것이다.
"어떻게 할 건가? 세진?"
"아이들, 아니 전사들을 믿습니다. 저기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세진의 시선이 60명의 직할대에 꽂혀 있었다.
마차 가까운 곳에 가만히 말을 세우고 있던 그들이 드디어 박차를 가하고 말을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직할대가 움직이면서 말을 달리자 곧바로 다른 전사들이 직할대고 원형진의 외곽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줬다.
딱 두 바퀴를 도는 순간 직할대는 원형진의 밖으로 나갔고, 곧바로 분리되어 하나의 화살처럼 마가스 진영의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지금까지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던 마가스는 갑자기 옆구리로 들어와서 돌파를 시도하는 직할대의 공격에 진영의 축이 무너져다.
그렇게 하급 마가스를 가르고 지나간 직할대는 다시 마차를 중심에 놓고 크게 한 바퀴를 달려서 말의 속도를 높인 후게 곧바로 중급 마가스들이 뭉쳐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어허! 어쩌려고! 저건 무리네!"
홀락치가 깜짝 놀라서 세진에게 말했다.
직할대의 돌진을 멈추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달리기 그들을 말리기에는 늦었다. 지금 말을 멈추게 하면 속도를 잃고 기마대가 지닌 최고의 공격 수단이 없어진다.
"괜찮을 겁니다. 자신이 있으니 직할대장이 저런 공격을 하는 것이겠지요."
세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홀락치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진이 보기에도 지금 직할대의 돌격은 반반의 확률이었다.
성공과 실패.
세진의 시선이 직할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직할대장에게 머물렀다.
'순간의 선택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한다. 연습이 아닌 실전에서 네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두고 봐라.'
직할대장은 지금 어린 전사들 중에서 가장 실력과 재능이 뛰어난 아이다.
세진은 그런 직할대장의 선택을 믿어 주기로 했다. 두두두두두!
"투창!"
직할대장의 선택은 의외였다.
중급 마가스와 가까워진 순간 직할대는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리고 빈손에 검을 뽑아들었다. 창을 들고 말의 힘을 이용한 충돌이 아니라 창을 던지고 중급 마가스 한 마리에 두 명씩의 직할대원들이 직접 달려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흐음. 둘이서 한 마리의 중급 마가스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겠소?"
말등을 박차고 나가서 마가스와 싸우는 직할대를 보면서 홀락치가 물었다.
세진은 그 질문에 손가락으로 다른 쪽을 가리켰다.
"저길 보면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세진이 가리킨 쪽은 하급 마가스들이 무너지고 있는 곳이었다.
직할대가 중급 마가스에게 달려들기 전에 하급 마가스들을 한 번 돌파한 때문에 하급 마가스의 기세가 확 죽었고, 그런 생태에서 300명의 전사들은 착실하게 하급 마가스를 정리하더니 이제는 원형진을 포위진 형태로 바꾸면서 하급 마가스를 섬멸하고 있었다.
"곧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다면 직할대의 대장은 좋은 지휘관이오."
홀락치는 그렇게 말했고, 세진도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직할대장은 훌륭하게 세진의 기대를 충족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