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63화 (263/298)
  • < -- 반격에 나서다 -- >

    폴리몬들은 그들의 창조주이자 어머니의 뜻에 따라서 인간들 사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들의 어머니에게 귀속된 존재로 태어났다.

    그것은 모든 에테르 기반 생명체가 지니는 특징이었다.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들어 준 존재에게 복종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폴리몬 역시 자신들의 근원이 되는 행성 코어에게 복종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에 따라서 생활하고 있었고, 인간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삶의 방법은 물론이고 인간의 것이라면 무엇이건 열심히 배워서  사고의 폭을 넓히라는 명령에 충실했다.

    어머니인 행성 코어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폴리몬들은 그것을 거역할 생각 따위는 가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명령에 의해서 인간에 대한 공격성을 가지지 못하는 폴리몬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이 보기에 그들은 온순했다.

    그리고 인간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배우는 동안에 폴리몬들도 조금씩 인간을 닮아갔다.

    처음 폴리몬들은 백치미를 자랑하는 존재들이었다.

    인간 세상에 대해서 아는 거의 거의 없어서 인간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행성 코어로부터 무력을 지원받은 도시의 주인들이 처음 인간들 사이에 정착하는 그런 백지같은 폴리몬들에게 도움을 줬다.

    그것 역시 일종의 계약 조건인 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겨우 두 달이 지나기 전에 폴리몬들은 진화했다.

    그들은 스스로 하나의 무리를 이루고 또 뒤늦게 인간들 사이에 합류하는 동족 폴리몬들을 챙길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그 때에 이미 폴리몬들은 인간들 사이에 적응하는 데, 더 이상 권력자의 도움이 없어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포리몬들은 마치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이방인처럼 겉돌며 지내다가 조금씩 그 도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갔고, 그들끼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기도 했다.

    선진국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와서 일을 하면서 조금씩 그 나라에 편입이 되었던 과거 역사를 폴리몬들은 시간을 빠르게 감는 것처럼 답습하며 인간들 사이에 녹아들었다.

    자넷은 그렇게 무리를 짓는 폴리몬들을 하나의 이벤트로 묶어서 한 장소에 모이도록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어리넷을 이용해서 분위기를 만들어서 일종의 폴리몬을 위한 위로의 밤이라거나 혹 은 체육대회라거나 하는 식의 행사를 열어서 그들을 한 곳에 모으자는 것이었다.

    폴리몬들은 처음과는 달리 어느 정도 인간들 사이에서 지식을 얻은 이들이 새로 태어나는 폴리몬에게 기초교육을 시켜서 인간의 마을이나 도시에 스며들게 만들기도 했다.

    처음과 달리 이즈음에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였다.

    때문에 인간들 사이의 폴리몬들은 꽤나 잘 꾸려진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것들이 만들어 놓은 조직을 우리가 이용을 하자는 소리군?"

    "호호호. 그런 거지. 뭐. 솔직히 하나하나 잡다가 그것들이 눈치를 체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한꺼번에 묶어서 처리를 하는 거지. 호호홋."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이에요. 하지만 그러려면 폴리몬들이 혹할 만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거야 각 도시의 책임자들에게 슬쩍 바람을 넣으면 되는 거지. 음, 이런 거지. 벤진하고 카미에에게 적당하게 바람을 넣는 거야. 우리가 폴리몬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 벤진하고 카미에나 그 밑에 있는 실무자들을 어느 정도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잖 아?"

    자넷이 벤진 회장과 브라만 카미에의 부하들을 이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쉽지 않을 텐데?"

    세진은 어려운 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아니, 생각보다 쉬워. 원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어도 그럴 듯한 의견을 듣게 되면 그걸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 인 듯이 인용을 하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이 상용할 수 있는 그럴 듯한 계획을 세워서 흘리면 그만이야."

    "그러면서 날짜도 비슷하게 맞추고?"

    "그런 거지."

    "좋아. 그럼 일단 그렇게 해 보자. 폴리몬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보자고."

    세진도 폴리몬을 모으면 확실히 일처리가 쉽겠다는 생각에 계획의 진행을 허락했다. LA는 벤진 회장의 땅이다.

    얼마 전까지는 도시 밖에 몬스터들이 몰려와서 포위를 하고 있었기에 도시가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벤진 회장이 몬스터들과 평화 협정을 했다고 발표한 이후로 몬스터들은 도시에서 사라졌다.

    대신에 사람들과 꼭 같이 생긴 몬스터들이 벤진 회장의 인도를 받아서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물론 시민들은 처음에 무척 걱정을 했다. 몬스터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외모와 인간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이나 표정도 없는 폴리몬은 오래지 않아서 사라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특히 그 폴리몬들이 어리숙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자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 들은 폴리몬이 몬스터란 사실을 잊어갔다.

    마치 과거에 후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노동자를 보는 시각으로 폴리몬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새 사람들은 폴리몬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그 실체를 놓치게 되었다.

    때문에 벤진 회장에 대한 신뢰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몬스터들과의 평화 협정은 사실상 벤진이나 카미에 같은 이에게 큰 힘을 실어 주는 호재가 되었다.

    어쨌거나 이제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사는 폴리몬은 이전처럼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거지만 바꾸게 되면 그들이 폴리몬이란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폴리몬들은 대부분이 개인 생활을 하는 특징이 있었다. 부부나 가족으로 묶인 경우가 없는 것이다. 홀로 살지 않으면 친구나 동료로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혼자 살거나 몇 명이 어울려서 산다고 해서 그들을 폴리몬이라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폴리몬은 몬스터가 아니라 또 다른 사회 계층이나 인종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었다.

    어쨌거나 폴리몬에게 LA는 델리와 함께 가장 살기가 좋은 도시였다.

    존슨은 폴리몬이었다.

    존슨이란 이름도 그냥 아무렇게나 붙인 이름에 불과했다. 많은 폴리몬들이 LA로 들어오면서 너도 나도 인간의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흔한 이름 중에 하나를 택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 존슨이었다.

    그는 1세대 폴리몬에 해당했다. 최초에 인간과 협약을 맺은 후에 LA로 들어온 폴리몬 중에 그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다른 후기 폴리몬들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까웠다.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존슨에게 많은 가능성을 허락했다.

    뭐가 되었건 존슨은 그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그에게 허락한 것이었다. 존슨은 처음에는 인간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고,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인간들의 말과 행동의 이질적인 차이, 괴리, 속임수 등등을 익혀야 했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존슨은 생각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은 아니다. 수많은 동물들이나 식물들도 속임수를 사용한다.  독이 없으면서 있는 척을 하기도 하고, 주변과 동화되어 몸을 숨기기도 하고, 죽은 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세련된 거짓말과는 상대도 안 되는 저급한 것들이다.

    존슨은 그래서 자신의 종족들이 그런 인간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었다.

    어머니께서 강조하신 창조적인 사고.

    존슨은 그래서 그 창조적인 사고를 속임수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리고 존슨은 그에 적합한 인물을 만났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범죄자 출신이라고 하는 과거는 존슨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존슨은 그 스승에게서 인간의 사기 수법들에 대해서 기초부터 심화까지 제대로 배웠다. 그리고 그 후에는 변호사를 통해서 법을 익혔다.

    그러자 존슨은 나름대로 유명한 폴리몬이 될 수 있었다.

    사실 폴리몬들은 인간들 사이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어머니의 명령으로 인간을 적대하거나 공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도 그 손해를 만회해야 했다.

    그냥 당했다고 잊고 넘어가는 것은 또 폴리몬들의 성향이 아니었다.

    폴리몬들은 당한 것을 갚아 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존슨이 사기에 능하고 또 법률에도 능하다보니 그가 다른 폴리몬들에게 상담을 해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존슨은 폴리몬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

    오늘도 존슨은 자신의 어리넷 홈페이지를 열어서 동족들의 보내온 어려움 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서 상담을 해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러던 중에 이번에 LA에서 폴리몬을 위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인류의 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몬스터들과 평화 협정을 이끌어 내고, 그로서 지구 인류에게 평화를 선사한 벤진 회장과 브라만 카미에가 함께 힘을 모아서 폴리몬과 인간들의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존슨은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신의 종족 입장과 인간 벤진과 카미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다.

    동족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후원자가 벌이는 거창한 행사에 동원이 되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 행사를 하게 되면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인간들 사이에서 폴리몬이라는 자신들의 동족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앞으로 인간들 틈에서 살아가다는 일이 편해질 것이다.

    물론 지금도 굳이 폴리몬이란 신분을 드러내고 생활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폴리몬들이 인간들 틈으로 들어올 때에 누차 강조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혹시라도 폴리몬이란 사실을 들키게 되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옮겨간 곳에서 다시 인간인 척을 하며 사는 것이다.

    물론 인간 세상에 익숙치않은 폴리몬들은 몇 번의 이주를 하고 나서야 겨우 사람들 사이로 녹아들게 된다.

    사실 그렇게 이주를 하고 신분을 숨기는 것도 혹시 모를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이유다.

    인간들은 간혹 폴리몬들을 사냥한다. 듣자하니 엄청난 치료제가 현상금으로 걸려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은 인간을 폴리몬으로 오해해서 죽이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물론 폴리몬이 당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러니 이번 행사를 통해서 인간들에게 폴리몬이란 자신의 종족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벤진 회장이나 브라만 카미에의 경우를 보자면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하고 선전하는 거대한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광고 효과가 큰 일이다.

    존슨은 그래서 이번 행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최대한 많은 동족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야지 우리의 세도 과시를 할 수 있지.'

    존슨은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는 자신들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존슨은 1세대 폴리몬들에게 따로 연락을 해서 최대한 폴리몬들을 이번 행사에 참가하도록 유도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LA와 델리에서 벤진 회장과 브라만 카미에가 벌이는 폴리몬과 인간의 화합의 축제는 성대하게 계획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런 대도시에서 축제를 하는데 작은 도시나 마을에서도 폴리몬들과 하나가 되는 축제를 동시간대에 벌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어리넷을 떠돌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어리가 움직이는 어리넷 관리자들과 아르바이트들의 개입이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