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61화 (261/298)

< -- 화이트 에테르 코어의 진화 -- >

왕선녀가 지내는 테멜에서 어리의 홀로 돌아온 세진은 생각했다.

행성 코어가 어째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을까?

행성 코어는 물론이고 대륙 코어, 지역 코어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일까?

세진이 알고 있는 코어들은 일종의 프로그램 장치와 같다.

적어도 지구의 코어들이 아닌 다른 행성의 코어는 그랬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일을 진행시키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는 에테르 기반 생명체 생성 장치.

중간에 변수가 생기면 그 변수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매뉴얼에 따라서 해결하는 것.  그것이 연방이나 연합에서 파악하고 있는 코어에 대한 정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쪽의 행성 코어나 대륙 코어, 지역 코어들은 상황의 변화에 독창적인 방법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사실 행성 코어라는 존재는 그 에너지를 직접 움직인다면 어렵지 않게 에테르 기반 생명체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지울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코어들에 그런 행동 지침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연방이나 연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코어라는 것은 일종의 무기라는 것이 연방과 연합 쪽의 조심스러운 추측이었다.

무언가 에테르를 기반으로 하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이 그것들을 만들어서 우주를 차근차근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우기도 하는 것이다.

어쨌건 세진은 지금까지 그런 코어를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오류를 범하고 있었 다.

생각할 줄 아는 코어. 그 사고력이 인간의 수준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날 수 있는 존재가 어마어마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그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

"그러니까 세진씨는 지금 그 행성 코어나 다른 고위급 코어들을 막아서는 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리와 함께 뒤늦게 홀로 쫓아온 자넷이 세진의 생각을 듣더니 그렇게 물었다.

"맞아. 지구에는 다른 행성에는 없는 뭔가가 있어. 그래서 몬스터들의 우두머리인 행성코어가 제 힘을 모두 쓰지 못하는 거야."

"일리가 있는 것이에요. 만약에 제가 행성 코어였다면 지구는 이미 제 손에 들어 왔을 것이에요. 왕선녀 정도의 힘만 있어도 지구는 충분히 전멸 시킬 수 있는 것이에요."

"그래, 그 말이 맞다. 지금 어리가 지닌 힘만으로도 지구는 충분히 끝장을 볼 수 있지. 그런데 그걸 하지 않고 있는 이유, 아니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말이지."

세진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 본연의 의지에 대해서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 그 존재가 무엇이건 우리에게 우군이 되는 거네?"

"맞아. 그래서 생각을 했지. 전에도 행성 코어는 잠깐 왕선녀의 힘을 빌려서 썼을 뿐, 자신의 힘을 쓰지 못했어. 뭔가 분명히 제약을 받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사냥을 해야 해."

"응? 사냥?"

"어차피 행성 코어가 나서면 끝장인데 미적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거야."

"음, 무슨 소린지 알겠다. 세진은 지금 이면 공간들을 정리하는 일을 계속 해서 해야 한다고는 거구나?"

자넷이 세진의 뜻을 제대로 알아 맞혔다.

"맞아. 바로 그거야."

세진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이전에 행성 코어를 만나고 받았던 충격을 어느 정도는 풀어낸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 때문에 행성 코어가 움직이면? 직접 공격을 해 온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젠 방법이 없어. 게이트를 넘어도 시간의 이점을 살릴 수도 없지. 우리가 도망을 가는 방법은 있어도. 당장 행성 코어을 이길 방법은 없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건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이대로 있다간 어차피 당할 테니까 일단 그 행성 코어를 잡고 있는 존재를 믿고 모험을 해 보자는 거야?"

"맞아. 그게 지금으로선 최선인 것 같아."

세진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세진은 가상일지라도 뭔가 행성 코어를 막아주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도감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그 정도로 행성 코어의 등장은 세진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세진이 이미 그 경지가 높은 곳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행성 코어의 기운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있었다. 자넷에 비해 세진이 충격이 큰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럼 이면 공간을 계속 공량을 한다고 치면, 지금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온 몬스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에요?"

어리가 이면 공간에 대한 문제가 그렇게 결정이 나자, 이번에는 인간형 몬스터들의 문제를 제기했다.

세진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문제지. 아주 가까이서 확인을 하지 않으면 어리도 찾기가 어렵다고?"

"에테르를 사용하는 각성자 정도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놈들인 것이에요. 그래서 어지간한 탐색으로는 걸리지 않는 것이에요. 몸에 몬스터 패턴이 있긴 하지만 그건 옷으로 가리고 다녀서 확인을 하기 어려운 것이에요. 더구나 인간들 중에서도 그 패턴을 흉내 내서 몸에 그리는 이들이 있는 것이에요."

"몬스터 패턴을 몸에 뭐하러?"

자넷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패턴을 이용한 능력 향상인 것이에요.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몰라도 몬스터 패턴에 기이한 힘이 있어서 그것을 몸에 그리면 에테르를 이용한 각성자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 것이에요. 거기다가 수련 능력자들을 그걸 몸에 그리면 에테르에 반발하는 기를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가 있어서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걸 몸에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어이없네."

자넷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냥 웃고 말 일이 아닌 것이에요. 실제로 효과가 있는 문양들이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이에요. 그런데 그 소문의 근원지가 바로 그 몬스터들일 가능성이 높아서 그게 더 문제인 것이에요."

"음. 폴리몬이라고 한다고?"

세진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것이에요. 그 몬스터를 받아들인 도시에서 그렇게 불러서 이제는 그게 정식 이름이 될 것 같은 것이에요. 도시와 도시 사이에 이어지는 통신에서도 그런 소식들 이 전해지는 것이에요."

"네가 담당하는 정보 전달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전해 주는 거냐?"

어리는 헌터룸을 이용한 정보 전달 체계를 지구에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었다.

헌터룸은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의체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즉 에테르가 가득한 세상에서도 정보를 주고받는 신호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그게 없었으면 의체를 이용한 헌터는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헌터룸을 이용해서 전자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비슷한 방식의 통신 장치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었다.

툴틱의 다운그레이드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엄청나게 심각한 다운그레이드란 것이지만, 지구에선 그것도 오버테크놀러지였다.

아무튼 그 정보 체계와 그로 만들어진 정보 네트워크를 어리는 제 이름을 붙여서 어리넷으로 이름을 지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어리넷에서는 적잖은 정보 통제와 왜곡이 일어난다. 그것도 세진의 뜻에 따라서.

하지만 왜곡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이 실제로 아닌 경우가 있다.

세진은 그런 문제, 특히 에테르 기반 생명체에 대한 문제에서 잘못된 것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바로 잡도록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많은 정보를 확인하고 또 수정하는 일은 어리 혼자의 힘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 때문에 지구인과 다른 행성인들 중에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다시 고용되어서 어리넷의 정보를 확인하고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일을 하고, 때로는 악의적인 내용을 올리는 사람의 어리넷 접속을 중지시키는 등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리넷은 예전 인터넷처럼 왕성하게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에요. 심지어는 LA와 델 리에도 어리넷은 진입에 성공을 한 것이에요. 오죽하면 폴리몬도 어리넷을 하는 것이에요."

"폴리몬이 어리넷을?"

자넷이 그건 상상을 못했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 것이에요. 일단은 두고 보고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에요. 거기엔 폴리몬들이 따로 만든 모임도 있는 것이에요."

"그래봐야 거기서 오고가는 수 많은 정보들은 모두 이곳에서 확인을 하고 있는 거지. 그걸 저 쪽에서도 알고 있을 거고 말이야. 그렇지 어리야?"

세진이 어리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그런 것이에요. 다들 알면서 그냥 쓰는 것이에요. 하지만 어리는 어리넷을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에요. 공지를 많이 활용하는 것이에요."

어리가 어리넷을 이용해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듯이 항변을 했다. 어리가 생각하기에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래. 그게 무슨 공익 시설도 아니고. 우리 것이니까 우리 맘대로 운영을 해도 되는 거다. 우리가 무슨 요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세진이 어리 편을 들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거 이용하려면 어리가 만든 통신장치 사야 하잖아. 그걸로 에테르 코어 제법 들어오지 않았어? 아니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 거기다가 어리넷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기기를 바꿔야 하잖아. 그것도 교환 할 때에 공짜도 아니고 말이야."

자넷이 살짝 책망하는 투로 세진을 보며 말했다.

"크음. 어쩔 수 없는 거야. 사람들에게 몬스터를 사냥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몬스터가 공격을 하지 않으니까 필요한 에테르 코어만 확보하면 더는 사냥을 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각성자나 수련 능력자들에게 사냥을 시키려면 하는 수 없는 거야."

"그래서 기간제 회복 캡슐이나 의료 사업을 시작하려는 거야?"

자넷이 세진의 따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까지 파고 들었다.

"뭐 그런 거지. 아, 지금은 그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지금 할 이야기는 그 폴리몬이라는 몬스터. 즉 인간으로 변신해서 인간들 틈에 있는 몬스터들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

"문제가 있긴 하지. 그것들이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니까 사람들도 그냥 두고 보는 거잖아."

"그러면서 인간들이 수 천 년을 쌓아온 것을 빼앗기고 있는 거지. 인터넷을 하는 몬스터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

"그럼 현상금을 걸까?"

"응?"

세진은 자넷의 뜬금없는 현상금 이야기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야?"

잠깐 당황하던 세진이 자넷에게 다시 물었다.

"말 그대로야. 폴리몬을 사냥하면 현상금을 주는 거야. 몬스터 사냥에 현상금 거는  일이 이상할 것도 없잖아. 설마 그것들이 비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죽이는 것을 망설이는 거야?"

자넷이 세진에게 혹시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아니야. 인간 사이에서도 적이 되면 죽고 죽이는 일이 빈번한데 몬스터 따위에게 연민이나 죄책감 따윌 가질 이유는 없어."

"그럼 현상금을 걸자. 그렇게 하면 결국 어디선가 폴리몬을 잡는 사냥꾼이 나오겠지. 아니면 슬쩍 우리 쪽에서 사냥꾼을 보내도 되는 거고 말이야. 그렇게 붐을 일으키는 거지."

"그래서 현상금으로 무얼 주지?"

세진이 물었다.

"제일 좋은 것은 먹을 것인 것이에요. 아직도 식량은 부족한 것이에요."

어리가 현상금을 식량을 이야기했다.

"양이 많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네. 하지만 그보다는 회복 캡슐이 좋을 거야. 기간제 라고 해도 일단 몸에 있는 병은 모두 깨끗하게 치료를 해 주는 거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회복 캡슐이 아니라 치료제로 이야길 해서 폴리몬 사냥의 대가로 주는 거지. 아마도 병이 있는 사람들이나 환자의 가족이라면 누군가 나서게 될 거야."

"음, 그거 좋은 것이에요."

"그래. 나쁘지 않네. 어리넷으로 광고도 하고, 확인도 어리넷으로 사냥을 증명하면 상품을 주는 방향으로 하지. 물론 사기를 치는 경우엔..."

"응징을 해야지. 호호홋."

"맞는 것이에요. 어리를 속일 수는 없는 것이에요."

세진은 그렇게 두 가지 문제를 먼저 결정했다.

이면 공간은 계속 공략해서 하나하나 처리를 한다.

그리고 폴리몬이라는 변신 몬스터들은 지구 전체에 사냥 붐을 일으켜서 박멸을 유도한다. 물론 그 때문에 몬스터와의 평화 협정이 깨어지는 것은 세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 했다.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탄소 기반 생명체와 공존할 수 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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