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58화 (258/298)

< -- 중첩 이면 공간을 파헤치다 -- >

크다.

세진과 자넷이 그것을 보았을 때, 처음 느낀 것이 그것이었다.

꼬리를 빼고도 20미터에 이르는 나비와 쫑이 발치에도 닿지 못하는 꼴이다.

"저런 나무가 왜 여기에 있어? 제주도에 있는 거 아니었어?"

세진이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그게?"

자넷이 웬 헛소리냔 표정으로 세진을 본다.

"저거 잘 보면 벚꽃 나무야. 저기 저 꽃들 보면 다섯 개의 잎을 가지고 있잖아. 크기가 좀 크긴 하지만 딱 봐도 벗꽃인데?"

"그러데 무슨 제주도?"

"원래 벚꽃이 원산지가 제주도야. 쪽바리 놈들이 자기 거라고 우기는데 DNA검사까지 해서 일본 지역에 있는 나무와 제주도 나무가 같은 거란 사실을 밝혔지. 그래서 미국에 예전에 선물한 벚꽃들을 일본 벚꽃이라고 이름표를 붙였다가 3천 그루나 되는 그것들 이름을 다시 동양 벚꽃으로 다 바꿨다는 거 아니겠어? 아무튼 그런 거야. 그런데 개마고원에 웬 벚꽃 나무가 있는 거야? 그것도 몬스터로?"

"그러게 그건 이상하네?"

세진의 말에 자넷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것을 바라봤다.

수백 미터가 넘는 크기를 가지고 있는 나무는 밑둥이 엄청나게 두꺼웠고, 위로 올라가면서 가늘어지는 원줄기에서 또 다른 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지들이 실핏줄처럼 갈라져서 꽃을 한가득 매달고 있었다.

만개한 벚꽃의 모습은 요요롭기까지 했다.

"향기도 정말 좋은데?"

-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에요. 에테르 흡수가 굉장히 많아진 것이에요.  이전에 비해서 수십 배는 더 많은 에테르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에요.

"음? 우리야 몸 안에 있는 에테르는 빼앗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괴수 군단은 아닌 모양이지?"

세진이 어리가 불러 놓은 괴수들을 보며 말했다.

거대한 나무를 발견한 순간부터 어리가 괴수 군단을 소환해서 전열을 가다듬어 놓았다.

그런데 공격을 하기도 전부터 에테르를 빨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저거 다른 공격은 하지 않을 생각인 건가? 그럼 우리가 공격을 해 봐야지. 일단 원거리 공격부터 시작을 해 보자 어리야."

- 네. 그렇게 하는 것이에요.

어리가 대답을 하고 그와 동시에 나비와 쫑 군단이 일제히 입을 벌리고 에테르를 모아서 쏘아 냈다.

그리 강하게 보이지 않는 공격이지만 그렇게 쏘아 내는 에테르 광선이면 녹두 병사  한 마리는 그대로 박살을 낼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랜드 마스터 초급이라면 쉽게 막아내지 못할 위력을 지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공격 100개가 한꺼번에 벚꽃 나무 괴수를 직격했는데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저 엄청난 숫자의 꽃잎이 사방으로 휘날리기 시작했다는 것만 달라진 점이었다.

- 아, 에테르 흡수가 더 늘어난 것이에요. 그리고 저건 별 타격이 없는 것이에요. 굉장한 나무인 것이에요.

어리가 깜짝 놀라서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나도 곤란한데? 디버프 기반 에테르까지 흡수가 되고 있어. 이래서는 디버프를 걸 수가 없어."

"나도 그래. 세진. 이래선 우리 특기를 사용하기 어려워. 직접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야. 어쩌지?"

"음, 어쩔 수 없지. 깝딴들을 불러서 어떻게 수를 내 보라고 해야지. 어리야 준비는  하고 있지?"

- 당연한 것이에요. 벌써 오래 전부터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불러 내기 전에 여기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에요. 잠시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에요.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이에요.

"그래 알았다. 준비 되면 일단 몇 명만 소환을 해서 저 나무에 깝딴의 능력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고 효과가 있으면 나머지 깝딴들까지 모두 소환하는 걸로 하자. 한꺼번에 다 불러냈다가 깝딴들도 소용이 없으면 곤란하다."

- 어리는 알겠는 것이에요. 그럼 일단 정진이만 먼저 불러 내는 것이에요. 정진이가 깝딴들 중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제법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것이에요.

"그렇게 해."

세진은 정진이가 키운 깝딴을 먼저 불러 온다는 데에 불만이 없었다.

정진이는 이전에 괴수를 피해서 테멜로 들어가는 실험을 하느라고 어렵게 키운 의체를 상실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위험한 상황에 부르는 것이지만 어쨌건 충성도로 따지면 다른 깝딴들 보 다는 정진이가 믿을 수 있고 또 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에도 문제가 생기면 정진이와 김형일 부분에게 뭔가 선물을 줘야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는 세진이었다.

세진이 그렇게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거대 벚꽃 나무 몬스터는 나비 괴수와 쫑 괴수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특별한 저항이 없었다. 그저 꾸준하게 에테르를 빼앗가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 때문에 세진도 달리 할 일이 없이 여유가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쫑하고 나비들이 모두 퍼지는 거 아닐까? 그럼 곤란한데?"

자넷이 걱정을 했다.

"진짜로 견디기 어렵겠다 싶으면 어리가 테멜로 다시 수납을 할 거야. 에테르를 모두 빼앗겨서 죽을 정도까지 방치하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마. 그나저나 저것은 아무 충격도 받지 않는 건가? 직접 공격도 안 통하고, 에테르 광선도 안 통하면 어쩌자는 거지?"

"그러게. 이대로 계속 에테르만 흡수당하다간 결과가 뻔하지 않을까?"

"흐음. 그것 참."

세진이 턱을 잡고 고민을 시작하는데 곁에 정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서 와요."

세진이 아는 척을 했다.

"우와, 오랜만이네요. 아, 저게 그거로군요? 엄청 큰 나무 몬스터라더니. 정말 크긴 크네요. 그런데 저기서 지금 공격하고 있는 고양이하고 개들이 모두 괴수들 맞는 거죠? 그것도 크기가 엄청 큰 그 괴수."

정진이가 세진의 인사를 받더니 벚꽃 나무 몬스터를 보고 감탄을 한다. 더구나 나무를 공격하는 괴수 군단들이 작게 보이는 데에는 정진이도 놀란 모양인지 눈이 똥그렇게 변했다.

"일단 깝딴의 능력으로 저 녀석을 공격해 봐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깝딴의 공격이 저 나무에게 효과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에테르는 무조건 흡수를 당하기 때문에 공격이 먹히질 않아서 문제입니다."

"네. 들었어요. 그럼 시작을 해 볼게요. 시간이 좀 걸리는 건 알죠? 천천히 접근해서 파고들어야 하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일단 수고해 주십시오."

세진은 정진이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서 정진이의 앞쪽으로 나서서 혹시 모를 사태에서 정진이를 보호할 준비를 했다.

"저렇게 공격이 안 먹히는 이유가 뭘까?"

자넷이 세진에게 물었다.

- 나무에 닿는 순간 에테르를 흡수하기 때문인 것이에요. 그러니까 아무리 양이 많은 에테르라도 나무에 닿으면 그냥 흡수를 당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결국 나무를 치는 것은 기운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단순한 물리적인 충격일 뿐인 것이에요. 아시는 것처럼 체내에 생체 에테르를 지니고 있으면 단순한 물리적인 충격은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제 아이들의 공격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에요. 저 나무는 굉장한 것이에요.

자넷의 질문에 대한 답은 어리에게서 나왔다. 그 동안 괴수들의 상태를 살피면서 거대 벚꽃 나무 몬스터에 대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저거..."

세진이 뜸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자넷과 어리 앵무의 시선이 세진에게로 향했다. 정진이는 깝딴의 능력을 사용하느라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등급이 어떻게 될까? 괴수는 가뿐하게 넘을 것이고, 그럼 역시 지역 코어에 해당하는 것일까?"

세진이 신중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자넷과 어리는 세진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거대 나무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괴수를 능가하는 그 어떤 몬스터. 생각해보면 세진 일행도 처음으로 마주한 존재인 것이다. 잠깐 잊고 무시했던 일면을 자각한 그들은 모두 몸이 굳어 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세진조차도 지역 코어 몬스터라는 어마어마한 상대에게 위축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 성공했어요. 깝딴의 능력이 저 몬스터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다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큰 의미는 없지만요."

그 때, 거대 나무 몬스터에게 기세에서 밀리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던 세진과 자넷, 어리에게 희망을 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곧바로 정진이의 의체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정말입니까?"

"정말? 정말 깝딴의 능력이 먹혀?"

- 놀라운 것이에요. 그리고 희망이 생긴 것이에요. 곧바로 깝딴들을 데려오는 것이에요.

세진과 자넷이 정진이에게 질문을 던졌고, 어리는 감탄사를 터뜨리며 곧바로 대기 중인 깝딴들을 불어오기 시작했다.

"네. 정말이에요.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제 능력이 저 나무 몬스터에게 먹히고 있어요. 아, 전 정신 집중을 좀 더 해야겠어요. 말을 하다보니 흐름을 놓칠 것 같아요."

"그, 그렇게 하세요. 정진이씨."

"응, 그래. 그래야지. 알았어. 조용히 있을게."

세진과 자넷이 정진이에게 다가갔던 걸음을 한 걸음 뒤로 물렸다.

그리고 그런 중에 어리가 소환한 깝딴 의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 자,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에요. 여러분의 적은 저기 있는 저 왕벚꽃나무인 것이에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에요. 여러분이 성공하면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에요. 지역 코어 등급의 몬스터 사냥에 성공하는 역사인 것이에요. 자, 시작하는 것이에요.

어리의 목소리가 깝딴 의체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그리고 일부 괴수 몬스터들의 후퇴해서 만약에 있을지 모를 깝딴들에 대한 공격을 방어할 준비를 했다.

깝딴들은 너무도 거대한 나무 몬스터에 놀라긴 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집중해서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브리즈가티 종족, 그 중에서도 깝딴만이 익힌다는 능력을 의체를 사용해서 편법으로 익힌 사람들이지만 그 능력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서 기묘한 에너지가 흘러 나와서 거대 벚꽃 나무 몬스터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서서히 나무 몬스터의 체내에 있는 에테르와 섞여서 합성이 되며 지구가 가졌던 본연의 에너지로 바뀌었다.

바로 그것이 깝딴들의 능력이다. 그 이상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체내 에테르가 지구 본연의 기운으로 바뀌면서 그 기운이 에테르와 충돌을 일으킨다.

마치 몸 안에 기포가 생겨서 폭발을 하는 것처럼, 몬스터의 몸 안에서 에테르와 새로  생긴 기운이 만나서 충돌하고 폭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워낙 미세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세진은 깝딴의 능력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자신이 몬스터라서 그런 꼴을 당하면 아마도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몸 여기저기에서 근육통이나 신경통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세진은 근 천여 명에 달하는 깝딴들이 일제히 거대 나무 몬스터를 향해서 공격을 가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무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아, 에테르 흡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에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이에요.

다만 어리가 깝딴들의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호들갑스런 목소리로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저건 원래 다른 공격 능력 같은 건 없는 걸까?"

자넷이 세진에게 물었고, 세진은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왕벚꽃나무 몬스터에게서 드디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진은 물론이고 다른 모든 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변화를 지켜보았다. 나무는 점점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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