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57화 (257/298)

< -- 중첩 이면 공간을 파헤치다 -- >

이면 공간의 공략은 제일 등급이 낮은 이면 공간부터 정리하면서 하나씩 해체를 하는 방법을 쓴다.

등급이 낮은 이면 공간은 때로 수십 개가 모여 있다.1등급이 열 몇 개가 있었고, 2등급이 열 개, 3등급이 여섯 개, 4등급이 네 개, 5등급이 두 개, 6등급이 한 개.

세진과 자넷이 개마고원의 중첩 이면 공간을 공략하면서 마주한 이면 공간의 숫자가 그러하다.

무슨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급의 이면 공간이 여럿 모여서 상급의 이면 공간을 떠받치고 있는 듯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세진과 자넷은 방금 6등급 이면 공간에서 괴수를 사냥하고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찾아서 뽑아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세진은 예상은 했지만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랐던 7등급 이면 공간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미치겠군. 이거 이면 공간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뚫는 것도 쉽지 않겠어."

"그래?"

"응. 6등급 이면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힘의 다섯 배 정도는 써야 구멍이 뚫릴 것 같아."

"그럼, 이런 곳에서 몬스터가 밖으로 나오는 것도 그만큼 힘이 들지 않을까?"

'

"그건 아니겠지. 이면 공간을 코어가 만들고 유지하는 거니까, 어리처럼 드나드는 출입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세진은 자넷이 망설이며 말을 끝맺지 못하자 이어질 말을 재촉했다.

"있잖아. 혹시 여기 들어갔다가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거야?"

자넷이 세진에게 물었다. 세진과 자넷은 7등급 이면 공간에서 괴수보다 더 위험한 몬스터를 만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없는 세진과 자넷은 어쩌면 의체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 큰 문제는 싸움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어떻게 해서든 어리 앵무를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걸 위해서 7등급 이면 공간에 구멍을 낼 수 있는 7등급 천공기도 어렵게 제작을 했다.

천공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 천공기에 사용할 에테르 코어가 문제였다. 7등급 이면 공간에 사용할 것을 상정하고, 그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려니 어지간한 에테르 코어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준비해 둔 것이 타모얀에 머물면서 구해 놓은 지역 코어였다.

실제로 데블 플레인 연합이나 우주 연방에는 가끔씩 지역 코어가 매물로 나오곤 했다.

물론 그것이 지역 테멜 코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리가 흡수를 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역 코어와 지역 테멜 코어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자넷이 회장으로 있었던 테니 그룹에서도 그룹의 전력을 기울이고도 운이 좋아서 구한 것이 지역 등급의 테멜 코어였다. 그것이 다시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물건인 것이다.

어쨌건 그나마 지역 코어는 간혹 등장하는 것이어서 세진도 하나를 구하 놓았었는데 그것으로 만약을 위한 7등급 천공기를 만들어 놓았다.

오직 어리 앵무의 탈출을 위한 것이다.

세진과 자넷, 거기에 어리의 괴수 군단과 녹두병사, 의체 전투병단과 깝딴까지 나서 서 싸울 예정인데 그 싸움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리라도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어리까지 7등급 이면 공간 안에 갇히게 되면 일이 어려워진다. 어쩌면 어리의 존재가 발각되어서 테멜이 공격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거기에 더 중요한 문제는 어리가 더 이상 에테르를 흡수하지 못하게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리 테멜의 유지는 몰라도 발전이나 성장은 어려워진다.

그러니 만약의 상황에서 어리만은 탈출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어리가 탈출을 해야 어리 테멜에 본체를 가지고 있는 세진과 자넷 그리고 그 외의 모든 테멜 주민들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최후의 순간 어리를 탈출 시킬 준비까지 해 둔 상태다. 세진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렸다.

"걱정하지 마. 우린 이길 거야. 까짓 지역 코어라도 상대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 우리 전력이면 충분하고도 넘치지. 그리고 나 못 믿어? 나야. 자넷의 남편 세진."

세진은 과장되게 말하며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사실 이번 공략에 실패하면 어리가 무사히 탈출을 하더라도 그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그래. 그래. 믿어. 뭐 안 되면 다시 한동안 의체를 육성하고 힘을 길러서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지 뭐."

자넷도 세진을 따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싸움을 앞두고 사기를 끌어 올리려는 것이다.

"그럼, 가 볼까?"

세진이 그렇게 말하고 7등급 이면 공간으로 통하는 구멍을 만들었다.

각기 50마리의 쫑과 나비가 좌우로 나뉘어서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뒤에 세진과 자넷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7등급 이면 공간으로 들어오자마자 어리가 괴수 군단을 소환한 것이다.

"무척 넓은데?"

"그러게 끝을 알 수가 없네? 어리 너는 어때?"

- 어리도 문제가 있는 것이에요. 어리의 탐지 범위에 제한이 생긴 것이에요. 5km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에요.

"역시 이곳에 있는 이 끈적거리는 에테르 때문인가?"

세진이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7등급 이면 공간 안쪽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이 에테르의 농도가 무척 짙다는 것이었다.

"농도가 짙은 것도 짙은 거지만 에테르 성질 자체가 이상한 것 같아."

자넷이 덧붙였다.

- 이곳 전체를 이 묘한 에테르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어리의 에테르도 넓게 퍼지지 못하는 것이에요.

"디버프 기반 에테르도 범위가 많이 줄었어. 꽤나 귀찮은 에테르네?"

"맞아. 거기다가 이거 조금씩 에테르가 흡수 되는 것 같아. 어리야 어때?"

- 그런 것이에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에테르가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에요. 확실한 것이에요.

"어떤 놈의 짓이지 확인을 해 봐야겠군. 서둘러서 놈을 찾자. 아무래도 이런 짓을 하는 놈이 이곳의 주인이겠지."

"7등급 이면 공간이면 무지하게 넓을 텐데, 숨자고 마음먹으면 찾기도 어렵겠다."

자넷이 걱정이 된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 그래도 걱정 없는 것이에요. 어리는 에테르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에요. 어리는 절대로 어리의 에테르를 내어 줄 수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괴수들도 조금만 남기고 복귀를 시키는 것이에요. 어리는 말을 하면서 괴수들을 테멜로 다시 넣었다. 그리고 쫑 두 마리와 나비 두 마리만 남겼다.

"그래. 그렇게 해라. 괴수들의 에테르를 빼앗아 간다면 굳이 많은 수를 내 놓고 있을 필요는 없지. 그리고 어리는 테멜 안의 에테르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면 굳이 탐지를 한다고 에테르를 펼치지 않아도 된다. 에테르를 펼친 범위가 넓을수록 빼앗기는 에테르도 많을 테니까 에테르를 갈무리 해 둬라. 주변 감시는 나하고 자넷이 하면 되지."

- 역시 세진님인 것이에요. 어리는 무척 감격하 것이에요.

"그래. 세진과 내가 뺏기는 에테르는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니까 상관없지. 어리는 쉬고 있어."

그렇게 세진과 자넷은 어리를 제일 먼저 챙겼다.

그리고 곧바로 7등급 이면 공간 수색에 들어갔다.7등급 이면 공간은 개마고원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황량한 고산 지대의 모습이 펼쳐지고 바람과 추위에 시달려 구부러진 키 작은 나무들만 간혹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저 허허 벌판이다.

따로 뭔가 특징지을 지형도 없다.

간혹 키 작은 관목들의 군락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 뭔가 숨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끝도 없이 펼쳐진 고원을 헤매는 것이 고작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시간 낭비인 것 같아. 끝도 없어. 그치."

자넷이 세진의 걸음을 잡아 세우며 말했다.

그리고 세진도 그런 자넷과 생각이 같았다.

"맞아. 끝도 없어. 하지만 끝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이곳이 아무리 7등급 이면 공간이라고 해도 이렇게 넓을 수는 없어. 벌써 며칠은 헤매고 있는데, 이 정도면 7등 급이 아니라 8등급이라도 끝을 볼 수 있어야 해."

세진과 자넷, 그리고 괴수급 몬스터가 빠르게 달리면서 수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에 직선으로만 이동을 했고, 그 거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허허 벌판만 계속 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걸 거야. 뭔가에 홀린 거지."

세진이 말했다.

"그러니까 환각 같은 것에 빠져 있다는 거야? 직선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맴을 돌게 하는?"

"그래. 보아하니 우린 지금 뫼비우스의 띠 위를 달리고 있는 거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지."

"정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자넷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말했다.

"확신은 없지만 알아볼 수는 있지. 이제부터 그걸 알아볼 생각이야."

세진은 자넷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지금까지 진행하던 방향으로 계속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가지 않아서 세진이 걸음을 멈췄다.

"역시 맞아. 우린 지금 아까 지났던 곳을 다시 지나고 있어."

"그래? 확인 한 거야? 어떻게?"

자넷이 얼굴 표정이 밝아지며 물었다.

"흔적을 남겼어. 이 끈끈한 에테르 사이에 내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뭉쳐서 심어 뒀지. 몸스터의 몸 안, 생체 에테르 사이에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뭉쳐서 모아두는 형식으로 말이야.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이 끈끈한 에테르에 흡수되어서 사라지겠지만 그 전에 다시 돌아와서 발견을 할 수 있게 된 거야. 우린 지금 챗바퀴 돌듯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어."

- 어리는 확인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에요. 죄송한 것이에요. 어리 앵무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지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과였다.

"아니. 어리는 에테르를 아껴.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그대로 있어. 어리 네 잘못이 아닌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어.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는 이 괴상한 곳의 비밀을 찾아 가는 거야. 곧 찾을 수 있을 거야."

세진이 어리를 위로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역시 남편이야. 그런데 어떻게 찾는 건데?"

"쉽지. 진작 생각을 했으면 더 쉬웠을 거야."

"그러니까 방법이 뭐냐고."

"에테르를 따라 가는 거야."

"응?"

세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자넷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러니까 이 끈끈한 에테르가 사실은 우리를 감싸고 있으면서 우리의 기운을 뽑아 먹고 있잖아. 그렇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건 맞아. 그런데?"

"그리고 우리는 지금 뭔가에 홀려서 제 길을 찾지 못하는 상태야. 아마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결국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기운을 빨린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될 거야."

"그야 그렇겠지. 언젠간 지칠 테니까."

"그러니까 이 놈은 우릴 함정에 빠트리고 이 기괴한 에테르를 이용해서 우리의 기운을 빨아먹고 있는 놈인 거지. 그래서 우리에게서 나간 에테르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면 결국 놈에게 도달하게 될 거란 소리야."

"아! 그렇구나. 역시 남편이야. 대단해."

"하하하. 뭘 그런 걸 가지고. 자, 그럼 이제 이 7등급 이면 공간의 주민을 만나볼까? 주민인지 주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응, 가 보자. 나도 진짜 궁금해."

자넷은 세진을 재촉하며 앞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방법을 안 이상은 자넷도 충분히 에테르의 흐름을 따라갈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세진과 자넷은 7등급 이면 공간에 있는 미지의 존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서 세진과 자넷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존재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존재감을 드리우며 세진과 자넷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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