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56화 (256/298)
  • < -- 중첩 이면 공간을 파헤치다 -- >

    "자넷, 괜찮을까?"

    세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넷에게 물었다.

    세진과 자넷은 중첩 이면 공간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그들이 공략하려고 하는 중첩 이면 공간들이 모두 한반도에 있는 것들이고 그 중첩 이면 공간 다섯 곳 중에서 한 곳은 7등급 이면 공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만약 세진이 어느 한 곳에 이면 공간을 공략해서 파괴한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이면 공간에서 몬스터를 쏟아져 나와서 일본 지역과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잖아. 그걸 그냥 두고 볼 것은 아니지?"

    자넷이 세진에게 되물었다.

    "그야 당연하지. 이면 공간을 그대로 두게 되면 결국 몬스터들의 터전이 유지 되는 거잖아. 지구의 기운을 빨아 먹으면서 결국 이면 공간 안에서 세력을 키우는 거지. 이전에도 그랬지. 일본에서 갓파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세상은 에테르 기반 생명체, 즉 몬스터들이 이면 공간에 숨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어. 그 이전에 그러니까 아주 초기에 행성 코어로 성장할 코어를 미리 찾아서 없앴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아무튼 이면 공간은 계속 유지하게 둘 수 없는 악의 소굴과 같은 곳이야."

    "그러니까 해야 할 일이라면 최대한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아울러서 이쪽 한반도 지역부터 해야 하고."

    "왜 굳이 한반도 지역부터 해야 하는데?"

    "그거야 몬스터들이 복수? 아니면 반격 같은 것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그럼 도리어 몸을 사려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다른 지역부터 해서 방법을 찾던 가."

    세진은 그게 옳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자넷을 바라봤다.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내 생각은 정 반대야. 몬스터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그러니까 세진이 이야기하는 복수니 반격이니 하는 것에 익숙해지거나 혹은 힘을 모으는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한반도 지역을 청정 지역으로 만들어 놓자는 거야. 내 생각에 아직 명령을 내리는 코어들이 익숙하지 못해서 서툰 감이 있으니까 이런 때에 한반도를 확보하자는 거지."

    "나중에는 더 어려운 과정들이 있을 거란 말이지?"

    세진도 자넷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

    "그래. 그런 거야. 내가 생각하기에 뒤로 갈수록 일은 더 힘들고 사람들의 희생도 커질 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쫑과 나비 군단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지구 전체를 지키기엔 부족하지. 거기다가 어리가 한 번에 커버할 수 있는 범위도 지구 전체로 보면 반의 반 정도 밖에 안 되잖아."

    세진은 범위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지구 전체에서 몬스터들이 난동을 부리면 그것을 제압하고 정리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고, 처 음 몬스터를 정리하기 시작한 곳과 마지막으로 하는 곳의 피해 차이는 엄청나게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하자. 일단 중첩 이면 공간 하나를 완전히 붕괴시키면서 한반도 전체에 어리의 녹두 병사와 괴수들을 풀어서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막는 거야. 한반도 범위가 좁으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렇게 한꺼번에 몰아쳐서 정리를 하는 거야."

    "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망설이지 말고 하자. 대신에 7등급 이면 공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 되는 곳은 다른 네 곳을 정리한 다음으로 미루고, 그 곳을 정리할 때에는 지금 파견 나가 있는 깝딴들을 모두 복귀 시켜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게 하자. 그건 반드시 필요한 준비야. 만약 괴수를 능가하는 몬스터가 있다면 깝딴은 반드시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알았어. 그렇게 해. 당연히 준비해야 할 일이지."

    자넷도 세진의 생각에 찬성했다. 그렇게 몬스터로부터 한반도를 되찾기 위한 작전이 결정되었다. 한반도의 남북한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북한의 주민들 대부분은 몬스터에 쓸려 나간지 오래고, 세계에 밉보인 것이 많았던 북한은 안테르에 대한 정보도 늦어서 짙어진 에테르의 농도 때문에 전자 전기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세계 정부가 만들어지면서 북한은 세계 정부에 포함을 시키지 않았다.

    북한 지역은 특히 중첩 이면 공간이 많아서 그냥 몬스터 영역으로 취급했을 뿐, 북한 주민들에 대한 원조나 구원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남한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주고, 또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해서 일부의 사람들이 살아 남았을 뿐이다.

    세진은 고민 끝에 남쪽에서부터 중첩 이면 공간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 시작은 지리산에 있는 중첩 이면 공간이었다.

    중첩 이면 공간의 공략에는 세진과 자넷이 반드시 참여해야 했다. 특히 세진은 꼭 있어야 하는데 천공기를 따로 만들지 않아서 이면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진이 나 자넷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면 공간으로의 진입은 어리 앵무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물론 어리 앵무가 천공기를 사용하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어리 앵무가 직접 에너지를 이용해서 이면 공간에 구멍을 내는 것은 어려웠다.

    어리는 에너지를 파괴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 하지 못했다.

    어리가 사용하는 에테르는 넓은 범위에 펼쳐서 탐지를 하고, 테멜 공간을 열고 닫고, 물건들을 테멜로 넣고 빼는 일들을 했다. 강력한 에너지로 공격하는 것은 어리의 일이 아닌 것이다.

    "역시 여기도 6등급 이면 공간까지네. 다행이야."

    "응, 빨리 처리하고 가자."

    "그래. 어리야. 서둘러 처리하자. 여기 정리하고 곧바로 설악산 쪽의 중첩 이면 공간을 포위해야 하니까 말이야."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이에요. 어리는 준비가 끝난 것이에요. 세진의 말에 어리는 곧바로 쫑과 나비 괴수 세 마리씩을 출전시켰다.

    지리산의 6등급 이면 공간에 있는 괴수의 모습은 뿔과 가시로 무장한 4족 보행의 동물 형상이었다.

    "저건 뭐 여러가지 동물들의 합성인 것 같은데? 용머리에 곰의 몸통에 고슴도치 가시에 이마에 긴 뿔까지. 저런 건 뭐라고 해야 하나?"

    "호홋, 몬스터들 이름을 어떻게 붙여? 제각각 생긴 것이 다 다른데."

    "그나저나 정말 우리가 강해지긴 했어. 괴수를 저렇게 쉽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 동안 고생을 많이 했잖아. 그리고 솔직히 어리가 대단한 거지."

    "하긴."

    세진은 자넷의 말을 곧바로 수긍했다. 세진이 지닌 전력의 대부분은 어리에게서 나오는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세진과 자넷의 실력이 뛰어나고, 테멜 안의 주민들의 능력도 제법 성장을 했지만 그래봐야 백 수십 마리가 넘어가는 괴수들에 댈 것은 아니다.

    쫑과 나비들은 어렵지 않게 지리산의 괴수를 잡았고, 이번에는 어리도 그 괴수를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세진이 지구의 괴수는 다른 행성의 괴수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서 몇 마리 생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확보했던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는 어리의 테멜 안에 봉인되듯이 보관되어 있었다.

    어리도 그 이면 공간 유지 코어의 흡수는 생각도 않고 있었다.

    세진은 그것이 계란을 먹는 것과 병아리를 먹는 것의 차이로 생각했다. 문제가 있다면 병아리가 보통 병아리가 아니라 지성을 지닌 병아리란 것이다. 그래서 어리도 흡수를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에 단순한 의지를 지닌 5등급 코어를 흡수하면서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6등급, 그것도 지성이 거의 완전히 깨어난 것 같은 코어를 흡수하는 것은 쉽게 결정을 하기  어려웠다.

    따지고 보면 그런 망설임의 주체는 어리라기 보다는 세진일 것이다. 세진은 이번만큼은 정말 최후가 아니면 어리에게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하라고 하지 않을 결심을 하고 있었다.

    다만 코어를 이용해서 지구의 에테르 코어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괴수를 포획하는 것도 그런 연구를 위한 준비였다.

    "좋아. 여기 이면공간 유지 코어도 확보했다. 그럼 다음 설악산으로 가자."

    세진이 괴수 포획이 끝나고 이면 공간의 유지 코어까지 확보한 후에 그렇게 말했고, 세진과 자넷을 테멜 안으로 받아들인 어리 앵무는 곧바로 무너지는 이면 공간의 틈으로 나가서 설악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지리산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하룻만에 두 곳의 중첩 이면 공간을 정리해버렸다. 몬스터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남아 있는 105개의 중첩 이면 공간에서 우르르 몬스터들이 몰려나와서 난동을 피웠다.

    특히 북한 지역에 있는 세 곳의 중첩 이면 공간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나와서 남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하지만 그걸 막는 것은 쫑과 나비가 이끄는 녹두병사들. 도리어 전선이 북쪽으로 계속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런 중에도 어리는 여유가 남는 쫑과 나비 군단의 괴수와 녹두병사들을 다른 이면 공간들에 보내서 몬스터 토벌에 힘을 썼다.

    그러느라 어리는 쉴 틈도 없이 지구 곳곳을 순간이동으로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어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지구의 1/4이다. 그리고 그 통제 범위 밖에는 어리가 부리는 몬스터들이 없다. 전 세계에 쫑과 나비, 녹두병사가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존재하는 곳은 지구 전체의 1/4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어리가 지역 코어를 흡수했다고 해도 그 이상은 무리였다.

    그러니 한 지역에서 몬스터들을 정리하곤 곧바로 꺼내 놓았던 몬스터들을 테멜로 넣은 후에 다시 이동해서 몬스터들을 꺼내서 정리를 하고 또 다시 몬스터 수납 후에 이동, 방출해서 정리하고 수납 후 이동.

    이런 식으로 계속 움직여야 하는 어리였다. 몬스터들이 계속 쏟아지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틀 정도 난동을 부리던 몬스터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처럼 이면 공간이 있는 지역에서만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몬스터들이야 여전히 많았지만 일단 이면 공간에서 쏟아지던 몬스터들은 진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주변의 이면 공간들은 하루나 이틀 정도의 차이를 두고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진이 다시 북한에 있는 두 곳의 중첩 이면 공간을 파괴하자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거의 일주일 동안 이면 공간의 몬스터 방출이 이어졌다.

    - 멍청한 것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에요. 덕분에 에테로 코어를 엄청나게 얻은 것이에요. 몬스터 사체도 모두 테멜 안으로 넣어버린 것이에요. 정화가 되진 않아도 몬스터 사체가 승화되면서 에테르가 되어도 테멜 안에만 있게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어리의 영양분이 되어 줄 것이에요. 호호호.

    어리는 지구 전체를 아우르며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난동을 반겼다.

    이리저리 귀찮게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막아야 하는 것이 짜증이 날 일이긴 하지만 사냥해서 얻는 몬스터의 사체와 코어들이 모두 어리의 것이니 그 정도 고생은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멍청하긴 하군. 이렇게 소비하는 몬스터들이 결국은 에테르로 만들어진 것이잖아. 그리고 그게 사라지면 에테르를 복구할 방법이 없는 거고 말이야."

    "맞아. 아마도 이상하단 것을 느끼고 있을 거야. 에테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 그럼 아마도 다른 방법을 찾겠지. 여기 코어들은 다른 행성의 코어들과는 다르니까 말이야."

    "그렇지. 생각하는 녀석들이니까. 창조적이란 것은 무섭지."

    "응. 그래."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놈들이 변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해 놓아야 하니까."

    세진은 그렇게 말하며 탁자에 펼쳐진 지도의 한 지점을 바라봤다. 옛 북한 지역의 고원지대. 개마고원이 그곳에 있었다. 거기 예전에 동천(洞天)이나 SG스페이스라고 부르던 곳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세 마리의 괴수를 지니고 있었고, 그 중에 두 마리를 방출한 후에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알 수없는 곳.

    7등급 이면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한반도의 마지막 중첩 이면 공간, 그것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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