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55화 (255/298)

< -- 중첩 이면 공간을 파헤치다 -- >

이면 공간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다만 1등급 이면 공간 안에 3등급 몬스터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다른 상위 등급의 이면 공간들 역시 두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예전에는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이젠 어김 없이 두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이 이면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5등급 이면 공간이면 7등급 몬스터까지 있는 건가?"

"하지만 이면 공간에 모두 괴수들이 한 마리씩 들어갔다고 했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이면 공간들이 6등급 이면 공간까지 성장을 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니까?"

"그거야 확인을 해 보면 되는 거지. 여기는 예전에 5등급 이면 공간 까지만 있었던 곳이니까, 6등급 이면 공간이 새로 생겼는지 어떤지 알아 봐야지."

"그런데 정말로 6등급까지 생겼다면 다른 곳은 어떻게 되는 걸까?"

"다른 곳?"

"원래 괴수들이 있었던 곳 말이야. 그런 곳은 설마 7등급 이면 공간까지 생겼을까?"

자넷의 물음에 세진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일단 여길 확인을 한 후에 다른 곳도 한 번 가 보자. 7등급 이면 공간이라도 지금은 뚫고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가서 확인을 해 보면 되겠지."

"괜찮을까? 자칫 잘못해서 지역 코어 등급의 몬스터라도 만나는 날에는 곤란해 질 수 있는데?"

"어리가 있고, 쫑과 나비 군단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 녀석들을 앞세우고 깝딴 의체들을 소환하면 지역 코어라도 잡을 수 있어. 그 정도 전력이야 충분히 되겠지. 물론 의체들과 어리의 몬스터들이 희생이 생기겠지만."

"응, 그런 정도라면 지역 코어라도 감당할 수 있긴 하겠다."

자넷이 세진의 말에 걱정스런 표정을 지우고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세진은 각 등급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모두 취하면서 빠르게 상급 이면 공간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상위 등급으로 가다보니 결국 6등급 이면 공간에서 괴수를 상대하게 되었다.

"역시나 그랬어. 괴수들이 이동한 곳에 6등급 이면 공간이 생겼던 거야. 그걸 아무도 확인을 할 수가 없었던 거지."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이면 공간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이거 장난이 아니게 생겼어."

세진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왜? 무슨 소리야?"

자넷이 되물었다.

"지난 30년 사이에 에테르 몬스터들이 꽤나 크게 세력을 부풀린 거잖아. 자그마치

72개의 6등급 이면 공간을 만들었고, 거기에 더해서 예상이지만 36개의 7등급 이면 공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어. 자넷도 알잖아. 그 정도의 이면 공간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에테르가 필요한지 말이야. 이건 그 수준의 테멜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응, 그렇겠네. 다른 행성들에도 남색이나 보라색 등급의 테멜은 그리 수가 많지 않은데, 여긴 남색과 보라색을 합쳐서 108개라는 소리잖아? 그건 정말 많은 건데? 그래도 이면 공간이 테멜처럼 다른 행성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지. 이면 공간이 테멜처럼 행성간 이동 기능이 있거나 생길 가능성이 없다곤 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아, 그건 정말 문제겠다. 여기 지구의 코어들은 다른 행성의 코어들과는 전혀 다르잖아. 스스로 의지를 가지도록 진화한 형태라고, 이것들이 우주로 퍼지면 끔찍하지 않을까?"

자넷은 불현듯 에테르 코어들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우주로 퍼져 나가는 것을 상상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리가 나겠지."

세진은 깊이 생각하기 싫다는 듯이 짧게 말하고 말았다.

- 어리는 괴수 사냥을 시작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둘의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 하자 어리가 괴수 사냥을 선포했다.

- 어리는 드디어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획득하게 되는 것에요. 호호호. 어리는 기대가 큰 것이에요. 쫑과 나비는 어서어서 적을 물리치는 것이에요.

세진과 자넷은 굳이 나서지 않았다.

괴수급 몬스터는 확실히 강력하다. 그것은 세진이 한 번 더 성장을 해서 그랜드 마스터의 껍질을 벗은 상태에서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진은 혼자서 괴수를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타모얀 행성에 머무는 동안에 시험도 해 봤다. 그러니 굳이 지구의 괴수를 직접 사냥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굳이 필요한 자리도 아니니 그저 어리가 쫑과 나비를 이용해서 괴수를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볼 따름이다. 지금 괴수를 사냥하고 있는 쫑과 나비는 실제 쫑과 나비는 아니었다.

어리가 괴수를 쫑과 나비의 형상으로 만들어서 모두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실제 쫑과 나비는 모랜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물론 쫑은 자유에 대한 느낌 자체가 없는 몬스터라서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지만 나비는 몬스터가 아닌 일반 동물이기 때문에 나름의 생각과 감성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간혹 어리가 불러서 일을 시키긴 하지만 그런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모랜의 대지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역시 지구의 몬스터들은 다들 그 지역의 설화나 전설 같은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 모양이야. 저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한창 쫑과 나비에게 두드려 맞으면서 뒤로 밀리고 있는 괴수를 보며 세진이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괴수의 모습은 스모 선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체중이 많이 나갈 것 같은 스모 선수의 모습을 하고 머리에 상투를 틀어야 할 자리에는 닭 벼슬을 닮은 혹이 솟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걸 보고서 세진은 지구의 몬스터들이 지역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카우웅, 캉!

퍼버버버벅. 쿠앙! 터덩!

한 마리 개와 한 마리 고양이가 거침없이 스모선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동물 두 마리는 20미터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스모 선수는 그보다 배는 덩치가 더 컸다. 그럼에도 실제 싸움은 개와 고양이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같은 괴수라도 미묘하게 아직은 지구의 몬스터가 다른 행성의 몬스터에 비해서 약하다. 그런데다가 이쪽은 두 마리가 협공을 하는 중이니 싸움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가 없는 것이다.

"방어력은 엄청나네."

자넷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맞아. 공격력은 별 것도 없는데 큰 덩치에 맞게 몸에 쌓은 생체 에테르가 엄청나가 많아. 그래서 저렇게 버티고 있는 거지. 하지만 그래봐야 시간만 좀 더 걸릴 뿐이야."

- 맞아요. 세진님의 말씀이 맞는 것이에요. 이제 시험은 끝 난 것이에요. 어리는 지구의 괴수들 수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젠 싸움을 끝내는 것이에요.

어리가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스모 선수 곁에 고양이와 개가 두 마리씩 더 나타났다.

그리고 곧바로 스모 선수는 고양이와 개의 이빨과 발톱에 무너져 내렸다.

- 호호호. 끝장인 것이에요. 자자, 이제는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가지러 가는 것이에요.

어리는 괴수를 쓰러뜨리자마자 신이 나서 세진과 자넷을 재촉했다. 어리는 아직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는 흡수하지 못했다.

이제 그 기회가 생겼으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지역 등급의 테멜 코어를 흡수한 경험이 있는 어리지만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도 지역 테멜 코어와 동급일 거라고 짐작하는 세진 일행이었다.

이전에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가 실제로 보라색 등급의 테멜 코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평가를 하고 나니, 결국 그 위의 등급이라면 지역 등급의 테멜 코어와 비슷할 거라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진과 자넷, 그리고 어리는 드디어 6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획득했다.

그것은 다른 이면 공간 유지 코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저항 없이 세진의 손에 들어왔다.

- 놀라운 것이에요. 이 코어는 어리가 쉽게 흡수할 수 없는 것이에요.

그런데 어리가 세진의 손에 들려 있는 코어를 보며 굉장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 이 코어는 제 부하들과 비슷하게 성장을 한 코어인 것이에요. 모랜이나 오션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정신을 지니고 있는 것이에요. 이 코어는 살아 있는 생명인 것이에요. 이전의 코어들처럼 흡수하고 그러는 것을 할 수 없는 것이에요.

어리는 세진의 손에 들려 있는 이면 공간 유지 코어에 대해서 그렇게 평가를 내렸다.

"잠깐, 어리야. 오늘 우리가 얻은 모든 이면 공간 유지 코어들을 살펴 봐. 그것들로 이것과 비슷한지."

세진이 급하게 어리에게 다른 하위 등급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확인하게 했다.

- 아, 그런 것이에요. 다른 이면 공간 유지 코어들도 이전에 비해서 훨씬 발전한 것이에요. 아니 성장한 것이에요. 하나의 생명체, 이성적인 정신을 지닌 존재로 거듭난 것이에요. 어리는 놀란 것이에요.

"세진 이건 좀 심각한 문제 아냐?"

자넷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진을 보며 말했다.

"심각하지. 힘이 있는 놈들이 똑똑해지기까지 했다는 소리잖아. 그런데 그런 놈들을 내가 지금 건드려 놓은 거거든. 이건 자칫하면 정말 곤란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어."

- 어서 피해야 하는 것이에요. 무서울 것은 없지만 상황을 보기 위해서 몸을 숨겨야 하는 것이에요.

"그래. 어리야. 이 코어는 확실하게 봉인을 해. 밖으로 다른 코어들과 정보를 교환하지 못하게 말이야."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이에요. 어리의 테멜 안에서는 아무리 이 코어라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에요. 어리가 무조건 이기는 것이에요.

세진은 어리의 말을 들으면서 자넷과 함께 어리의 테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서 그동안 겨우 유지되고 있던 6등급 이면 공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리 앵무는 이면 공간이 무너지며 틈이 생기자 곧바로 한반도로 이동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 후, 일본의 중첩 이면 공간에서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서 일본 열도를 헤집어 놓았다. 그 중에는 6등급과 7등급 몬스터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세진과 자넷은 그것이 사라진 중첩 이면 공간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몬스터들이 생각을 하며, 감정을 가지고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잃어버린 동료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몬스터들이 변해 있었다.

세진은 그것이 무척 걱정이 되었다.

이전에도 몬스터들은 어느 정도 집단행동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지능이 높은 사고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리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에서 일어난 몬스터들의 집단행동은 일본 지역에서만 벌어진 국지적인 일이었고, 또 일부 몬스터의 개별적인 행동이었다.

세진은 그것이 몬스터들이 이전의 집단사고에서 개별 사고로 옮겨 가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점차 몬스터들이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야. 문제."

"뭐가 그렇게 문제야? 어차피 그래봐야 우릴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잖아."

"그게 그렇지가 않지. 예전에는 행성 코어만 정리하면 나머지도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대가리만 자르면 일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란 거지. 대가리를 잘라도 손과 발, 몸통들이 제각각 알아서 자생할 수도 있다는 상황이 된 거지. 피곤하고 곤란한 문제야."

"그래봐야.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그 상위 등급의 코어에 종속되어 있는 거잖아. 결국 행성 코어를 제압하는 것이 관건이야. 그것만 생각하면 되지 않겠어?"

자넷이 궁극적이 목표를 놓치지 않으면 된다며 세진을 위로한다. 세진도 자넷의 말이 틀린 것이 없으니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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