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54화 (254/298)

< -- 세계 정부 따위? 없는 게 나아! -- >

상하이는 대혼란에 빠졌다.

에테르 코어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거기에 안테르가 파괴되면서 수 많은 전자제품들이 망실되었다.

비록 급하게 안테르를 다시 복구하기는 했지만 상하이란 거대 도시는 이미 침몰하는 배가 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상하이에 핵폭탄을 심어 두고 그것을 터뜨리려 했다는 이야기가 상하이 주민들에게 퍼지면서 실제로 곳곳에서 폐기된 핵폭탄이 발견되었다.

상하이 주민들의 민심은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이 조각조각 흩어지고 진씨 일가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덮었다.

그런 중에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유지들과 부유층들이 그 동안 에테르 코어를 쌓아 두고 있었는데 그것을 이번 사태에서 모두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사람들이 우러르던 그들의 부(富)가 일순간에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인구가 천오백 만에 이르는 상하이는 리더가 없이 제 멋대로 무리를 지어 세를 넓이는 이들로 인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하이에서 세진은 이미 관심을 돌려 버린 후였다.

이제 상하이는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진은 다시 5대 도시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하이와 그 다섯 도시가 에테르 코어를 움켜쥐고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세진과 자넷이 나서지도 않았다.

상하이를 공격했던 경험을 살려서 안테르를 먼저 무력화 시키고, 그 후에는 각 도시의 지배 세력과 그에 빌붙어 성장한 세력들을 동시에 공격하고 숨겨 놓은 에테르 코어를 찾아서 탈취했다. 그리고 각 도시마다 비장의 한 수로 생각하고 숨겨 놓았던 각성 능력자나 수련 능력 자. 그리 그들을 이용한 합성 인간들을 모두 어리의 테멜로 끌어 들였다.

이제 세진은 어리 테멜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죄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더 이상 테멜 안에만 두는 것을 지양하기로 했다.

차라리 각박한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살게 하는 것이 도리어 그들에게 형벌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다가 그것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에 적응하며 살기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세진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작은 마을들에 그들을 분산해서 배치했다.

무선 통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일단 모두 제거한 상태로 작은 마을에 떨어진 이들은 그 마을에 정착을 하거나 혹은 다른 도시를 찾아서 움직이거나 모두가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기록은 어리에게 분명하게 남아 있어서 이후에 어리가 실시하게 될 지구에 대한 많은 사업들에서 그들은 완벽하게 배제될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대상이 될 일들의 인명부는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 었다.5대 도시는 상하이와 비슷하게 무너졌다. 안테르가 무력화되고, 에테르 코어가 사라지고, 무력의 기반이 될 능력자들과 실험체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세계는 다시 재편되기 시작했다.

세계 정부의 틀은 남았지만 세계 정부는 더 이상은 거대 도시들의 꼭두각시 노름을 하지 않았다.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네 도시의 주인들도 프랜드의 짧은 경고를 받고 세계 정부의 일이 더는 관여하지 않았다.

프랜드는 남은 네 개의 도시에 자립이란 과제를 던져 주었다.

그들은 몬스터들에게 포위된 상태로 모든 수입이 금지된 상태로 스스로 살아 남는 길을 가야 했다. 물론 도시의 주민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생활환경을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전까지 다른 도시나 마을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 중에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것들이 그렇게 세계인들을 착취한 결과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전보다 떨어진 생활수준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서 네 곳의 도시들은 연일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건재한 도시의 지배자들이 어떻게든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 영향력이 이전만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진은 지속적으로 인류 전체를 상대로 정보 공작을 시행했다.

그들에게 지금껏 가려져 왔던 여러 일들을 자세하게 알리고, 세계 정부의 무능함과

10대 배후 세력의 파렴치한 행위들을 낱낱이 알렸다.

그러면서 세계 곳곳에서 몬스터를 조금씩 정리하고 프락칸과 깝딴을 이용한 정화 사업을 펼쳤다.

세계의 각 도시와 마을들을 순회하는 프락칸과 깝딴들은 그들이 정화하는 에테르 코어나 몬스터 사체에 대해서 적당한 보상을 주었다.

그것은 생필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프락칸과 깝딴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에트르 코어는 실제로 따지고 보면 과잉 생산이 되고 있었다.

모두 쓰지 못할 양이 쌓이고 있었는데 그것을 10대 도시에서 빼앗아서 쌓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코어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돌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빼앗길 일이 없어지니 코어가 남게 되고, 그것을 눈앞에서 정화하고 대신에 질이 좋은 생필품으로 교환을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더구나 정화라는 것이 에테르란 것을 지구 본연의 기운으로 되돌리는 행위라고 하니, 결국 프랜드에선 손해만 보는 장사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지구를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것이니 조금만 생각을 해 봐도 프랜드가 얼마나 큰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제일 신경을 써야 할 곳은 한반도지."

세진은 일을 진행하면서도 한반도의 한민족 우선 정책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는 제일 먼저 한반도에 있는 다섯 곳의 중첩 이면 공간을 없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단 실험이 필요했다.

무턱대고 중첩 이면 공간을 없앴다가 그곳에서 상상하지 못한 이변이라도 일어나는 경우에 세진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실험은 먼저 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세진은 그 실험 대상을 가까운 이웃 나라에 있는 중첩 이면 공간으로 정했다.

"멀리 갈 필요 없잖아. 거기다가 내가 그 나라를 싫어하는 거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사람들이 아는 일인데 뭐."

세진은 곧바로 자넷과 어리를 데리고 일본에 있는 중첩 이면 공간을 찾아갔다.

일본에는 10대 도시가 없었다.

비록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세계의 부를 모두 움켜쥔 듯이 보였던 일본이지만 그래봐야 세계를 움직이는 막후 세력들에 비하면 그 역사도 짧고 능력도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 일본도 세계정부의 그늘에서 그리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냈다.

물론 한민족이 당하는 것에 비하면 편히 지냈다고 할 것이지만, 유독 한반도에 대한 탄압이 심했던 것일 뿐, 일본 역시 혜택을 받기 보다는 착취를 당하는 쪽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10대 도시 이외의 모든 인류가 그렇게 당했던 시기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 일본 지역은 이상하게 합성 인간이 많은 것이에요. 각성 능력자는 무조건 합성 인간을 만들고, 수련 능력자도 어느 정도 경지가 되면 거의 예외 없이 합성 인간을 만든 것이에요.

어리가 세진의 어깨위에서 쫑알거렸다.

"일본 놈들이 독한 구석이 있긴 하지. 그리고 합성 인간 실험실은 모두 파악을 해 뒀지?"

- 당연한 것이에요.

"모두 쓸어버려. 그리고 관계자는 하나도 살려 두지 마."

- 그렇게 하는 것이에요.

세진의 명령에 어리는 즉시 대답을 했고, 자넷도 세진을 말릴 생각이 없다는 듯이 간섭하지 않았다.

일본의 합성 인간 실험실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유독 비인간적인 면이 강했다.

대부분의 실험체들이 납치된 상황에서 영문도 모르고 실험을 당하다가 죽어갔다. 그나마 일본 지역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끌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 지역 내에도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자국민 보호라는 의식이 조금은 있었던지 합성 인간 실험실에 끌려가는 이 들은 대부분이 일본인이 아닌 타국적인들이었다.

당연히 가장 인구가 많은 한국인들이 초기에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수십 년을 지나다보니 이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즉 다시 말하면 일본인이 아닌 다른 피는 일본 지역에서 거의 사라졌다는 말이 된다.

그것을 안 세진이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될 수 있으면 인간들 직접 공격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세진이었지만 합성 인간 실험실의 경우는 세진도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물론 다른 지역의 도시에서도 합성 실험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지역처럼 정도에 어긋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나도 남기지 말고 쓸어버리고 혹시라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구해. 그리고 합성된 것을 다시 복원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하니까 연구 자료는 따 로 모아두고."

- 네. 알아들은 것이에요.

"아마도 복원은 가능할 거야. 메틸 합성의 이라면 그냥 그 부분을 잘라내고 재건을 하면 되는 거니까 쉬울 거야. 그런데 문제는 바이오 합성의 경우지. 이런 경우에는 어쩌면 본체를 쓰지 못하고 의체로 평생을 살게 해야 할지도 몰라."

"그건 상황 봐 가면서 결정을 하지. 어쨌거나 실험 대상들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으면 구하는 걸로 하자."

- 알겠는 것이에요.

세진은 어리가 일본 지역의 합성 인간 실험실을 공격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살폈다.

어리와 정신이 연결된 상태일 때에 세진은 어리의 모든 것을 한 눈에 살필 수 있었다.

비록 어리가 이전과 달리 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능력이 늘어났다고 해도,  세진은 충분히 감당할 정신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슨 소풍 나온 것 같네."

자넷이 모닥불의 불씨를 쑤석거리며 말했다.

세진과 자넷은 후지산 중턱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주 앉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지역의 곳곳에서는 어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쫑과 나비, 그리고 녹두병사들이 합성 인간 실험실을 공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쫑과 나비가 나선 상황에서 모든 것은 끝이 난 것이다.

괴수의 에테르 파장에 노출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손끝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런 인간들을 녹두병사들이 이리저리 분류를 해서 죽일 놈들은 죽이고 병신을 만들 놈들은 병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구해야 할 사람들은 곧바로 어리의 힘으로 테멜 안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세진은 그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을 따로 모아서 죽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지가 없고 신체 장기도 온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군. 뭔가 있어."

세진은 불길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응? 무슨 소리야?"

자넷이 모닥불 때문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며 물었다.

세진은 합성 인간 실험실에서 발견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들을 이용한 어떤 실험이 있을지 알아봐야 겠다고 한 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는 것도 아울러 말했다.

"자기가 불길하다면 뭔가 있는 거겠네. 자기도 이젠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긴 어렵잖아. 거의 초월자라고 해야 하지 않아?"

"그런 거 관심 없어. 중요하지 않은 문제지."

"으응. 그렇긴 하지."

- 짜잔. 어리가 돌아온 것이에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모두 구해 온 것이에요. 나머지 작업은 아이들이 하는 것잉에요. 부수고 죽이고 하는 일은 어리가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이에요.

그 순간 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진은 자넷과의 대화를 멈추고 어리 앵무의 머리를 손가락을 쓸어 주었다.

"잘 했다. 조금 쉬었다가 이면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에요. 어리는 드디어 지구의 괴수를 상대하게 된 것이에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에요. 어리는 기대가 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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