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년 만의 귀환 -- >
"일단 이면 공간 밖에 있는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 중첩된 이면 공간들을 하나하나 공략하면 되겠지. 일단 지구상에서 모든 몬스터의 씨를 말려 버리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지."
"하아, 그런데 그것도 문제 아냐? 지금 지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대부분이 에테르 코어일 텐데?"
자넷은 세진의 계획대로 지구에서 에테르 기반 몬스터를 모두 몰아내는 것이 꼭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연방과 연합의 경우를 봐도 그랬다.
우주 연방에서는 언제나 연합의 눈치를 봐야 했다. 물론 필드를 개척하고 또 그곳에서 헌터룸을 운영해서 몬스터 코어를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몬스터 코어를 수입하지 않으면 당장 우주 연방에 에너지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까지도 에테르 코어 만큼이나 효율적이고 또 공해가 없는 에너지원은 찾지 못했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최고의 에너지 생산 수단인 셈이다. 아마도 누군가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일순간에 전멸시킬 방법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절대로 그것의 사용을 반기지 않을 거라는 데에 자넷은 자신의 재산 전부를 걸 수 있었다.
그것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자넷이었다.
"그렇다고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지구에서 번성하게 둘 수는 없는 일 아냐?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대로 사람들이 알아서 살게 하는 것이 정답이지. 지금도 어떻게든 살고 있으니까."
세진도 에너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 두었다.
지구에는 에테르 기반 생명체가 살지 않지만 테멜 안에서는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에테르를 만들어 내는 코어를 어떻게든 테멜 안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문제는 해 결이 되는 것이다.
테멜의 관리는 테멜 코어가 하고, 에테르의 생산은 에테르 생산이 가능한 코어에게 맡긴다. 그래서 테멜 코어가 일정하게 외부에서 유입되는 지구의 기운을 조절해서 에테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계를 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테멜 안에서 생산되는 에테르는 몬스터를 통해서 코어가 되고, 그것은 다시 지구로 나가서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되면 되는 일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직까지 에테르를 생산하는 다시 말하면 행성 본연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에테르를 생산하는 코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행성 코어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우주의 여러 행성을 여행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정작 행성 코어의 실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과 하나의 행성에 하나씩 존재하며 그 행성 코어의 아래에 대륙 코어가 있고, 대륙 코어 아래에 지역 코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사실 그조차도 무엇을 근거로 그런 결론이 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건 하나의 행성에서 에테르를 생산하는, 즉 그 행성의 기운을 흡수해서 에테르를 생산하는 코 어는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다.
세진은 그것을 어리의 테멜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테멜 안에서 에테르의 생산을 조율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뭐라고?"
자넷은 세진의 생각을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떻게? 지금 괴수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역 코어나 대륙 코어같은 것을 무시하는 거야? 응? 거기다가 행성 코어라고, 그건 지금까지 한 번도,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거란 말이야. 그걸 지금 어리의 테멜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세진, 아무리 어리가 대단해도 고작 지역 코어를 흡수했을 뿐이야. 대륙 코어도 아니고 행성 코어를 어떻게 하려고?"
자넷이 세진의 망상을 깨기 위해서 따따따 쏘아 붙였다.
"하하하. 그래서 필요한 것이 프락칸이잖아. 거기에 깝딴도 있고."
"그래서 그 사람들로 뭘 하는데?"
자넷이 들어나 보자는 표정으로 물었다.
"프락칸은 지구의 에테르를 정화할 거야. 이제부터 프락칸은 테멜 안에서 정화 활동은 거의 하지 않을 거야. 정화는 지구에서 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지구의 에테르 농도를 낮추는 거야."
"좋아. 그렇다고 치고, 그 다음에는?"
"일단 깝딴도 프락칸과 같은 일을 하게 될 거야. 물론 사냥에도 나서긴 하겠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지구의 에테르 농도를 낮추는 일이야. 어쨌거나 행성 코어가 에테르를 생산하는 것보다 많은 양을 정화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거야."
"그래서 그렇게 프락칸 의체를 육성하는데 정성을 쏟았어? 좋아. 그 다음에는?"
"그 다음이야 간단하지. 생각을 해 봐. 지구에 에테르 농도가 낮아지면 당연히 코어들의 힘도 약해지는 거야. 에테르가 없는 상황에서 코어들은 더 이상 몬스터를 만들지도 못하지. 그리고 계속 에테르를 소비하다보면 결국 약해지는 거야. 그런 녀석들을 깝딴을 이용해서 공략하는 거야. 지역 코어고 대륙 코어고 상관없는 거지. 여기서는 깝딴의 능력이 중요해지는 거지. 자넷도 들었잖아. 지역 코어는 깝딴들이 힘을 모으면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렇게 했던 적도 제법 있었다고 말이야."
"지역 코어는 그렇다고 하고, 대륙 코어나 행성 코어까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자넷은 세진의 이야기가 가능성이 있는가를 고민했다. 자넷은 여전히 세진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 거기다가 어리도 부지런히 지구의 에테르를 흡수할 거야. 들어오기는 하지만 절대 밖으로 내보내진 않는 거지. 뭐 어쨌건 일단 지구상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것이 첫 작업이야. 이면 공간은 그대로 두는 거고. 솔직히 아직 대륙 코어나 행성 코어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그걸 지금 걱정할 이유는 없잖아."
"하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되면 지구는 에너지 고갈로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거야."
자넷이 세진의 과격한 문제 해결 방식에 태클을 걸었다.
"괜찮아. 대신에 사람들은 이면 공간으로 알려지게 될 테멜 안에서 사냥을 하게 될 거야. 그냥 줄 수는 없으니까 어리에게 모랜의 일부를 지구인들의 몬스터 사냥 장소로 제공하게 할 거야. 그렇게 에테르 코어를 획득할 길을 열어 주는 거지. 그렇게 해서 일단 사람들이 사용하는 에테르 코어 문제를 해결 하는 거지."
세진은 미리 생각해 둔 방법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고 난 후에는 중첩 이면 공간을 공략해서 하나하나 무너뜨린다는 거야?"
"그래. 그런 거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면서 최대한 에테르를 테멜 안으로 흡수하는 거야. 그러니까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는 코어는 물론이고 몬스터 사체까지 모두 테멜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거야. 그렇게 되면 그만큼 지구의 에테르는 줄어들게 되는 거지."
"그리고 지구의 대기에 있는 에테르를 끌어다가 다시 몬스터를 만들어 내면 그만큼 에테르 농도가 낮아지는 거고? 그러면서 또 한 편에서는 프락칸이 정화도 하고?"
일견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같아서 자넷이 맞장구를 쳐 준다.
"그런 거지. 지금도 솔직히 지구는 에테르에 많이 침식된 상황이잖아. 그래서 생산성이 무척 떨어진 상황이야. 정화를 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에테르란 것은 사실 일반 생명체들에겐 그리 좋은 기운이 아니니까 말이야."
"계획은 그럴 듯 하긴 한데 금방 끝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거야 뭐 그렇지. 아무리 144마리의 괴수가 있다고 하지만 일일이 몬스터들을 찾 아서 잡아 죽이고 사체를 확보하고 또 코어를 수습하고 하는 일들이 금방 끝날 일은 아니지. 거기다가 몬스터는 또 나타나기도 할 테니까 말이야."
"하긴, 그렇지. 몬스터는 부족 코어만 있으면 어디서나 나타날 수가 있는 거니까."
"뭐,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큰 위험은 없을 거야. 아무튼 일단은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지."
"그런 근거지는 어디로 하려고? 여기서부터 시작을 할 거야?"
자넷이 세진에게 물었다.
"뭐, 그런 거지. 여기서 시작을 해야 우리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욕한다면서? 차라리 다른 이름으로 나서는 건 어때?"
자넷은 '벗'이란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우리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오래지 않아서 우리들에 대해서 알게 될 텐데. 거기다가 밖에서 활동하게 될 많은 의체들이 있는데 그들의 입 을 어떻게 다 막을 수가 있겠어? 그냥 둬. 그냥 둬도 알아서 다들 설명을 할 거야. 우리가 그 긴 시간 동안 우주를 헤매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들을 해 왔는지 우리 테멜의 주민들이 설명을 할 거야."
"훗, 그렇겠네. 사실 주민들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니까 좋은 쪽으로 설명을 하겠지. 그나저나 다른 우주를 떠돌다가 왔다는 사실을 믿을까?"
자넷은 지구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걱정하며 말했다.
"금방은 안 믿어도 어쩔 거야. 경험자가 수두룩하고, 또 다른 행성의 이주민들이 실제로 있는데."
"아, 그 사람들은 어쩔 건데?"
"사람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금씩 정보를 풀어 주고, 나중에는 다른 행성의 주민들도 테멜 밖으로 나가게 해야지. 물론 의체 사용자들만."
세진은 테멜 밖으로는 절대로 테멜의 주민들이 본체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헌터룸을 이용하면 누구나 의체를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본체 로 돌아다니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테멜 안에서는 의체 사용에 많은 제약을 두고 있었다.
깝딴과 프락칸 이외의 의체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전투병단으로 편성된 경우가 아니면 본체의 수련 능력에 맞춰서 의체의 성장을 묶어 두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니 의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본체를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타모얀에 머물면서 더 이상은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의체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행한 규정이었다.
본체를 버리고 의체에만 의지해서 사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법인 셈이다.
다만 전투를 수행하며 의체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전투 전문의 의체들은 그걸 제약이 없었다.
그 전투 병단이 어리 테멜의 군사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리의 녹두 병사들이나 괴수 군단이 있기에 실상 군사라기 보다는 치안 담당 정도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프락칸과 깝딴의 호위를 맡길 이들이었다.
"외계인이 나타났다고 한동안 시끄럽겠네. 호호홋."
"일단 외형적으로 차이가 많지 않은 주민들부터 내보내고, 그 후에는 순차적으로 모두 외부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지. 뭐 나가 봐야 별로 볼 것도 얻을 것도 없기는 하지만."
"하긴, 그것도 그렇지. 지구는 솔직히 자연이 너무 많이 훼손되어 있으니까. 뭐 그래도 과학 문명은 좀 볼 게 있을 거야. 우리가 데리고 온 행성 주민들은 모두가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행성의 주민들이었으니까."
"전기를 쓸 수가 없어서 그 쪽으론 조금 모자랐지. 더구나 언제나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또 그런 면이 있고. 그래도 가늘인들의 파르티크는 엄청난 물건이지. 그건 지구의 과학이고 뭐고 견줄 것이 없으니까 말이야. 아, 그걸 이용해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만들어서 보급도 해야겠네. 의체 사용자들의 이동 수단으로 말이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텐데?"
"수련법은 헌터룸에 있으니까 각인을 받아서 수련을 하면 되는 거지. 뭐 무기는 보급을 안 할 생각이지만."
"호호호. 그건 또 무슨 심술이야?"
"개나 소나 가늘인처럼 무기를 허공에 띄우고 싸우면 육체 능력이 처지는 가늘인만 불리하잖아."
"그게 전부야?"
세진은 사람들이 게을러질 것이 걱정되다는 속내는 털어 놓지 않았다. 세진은 가늘인들의 신체가 약해진 것도 결국은 파르티크를 이용해서 모든 일을 하다보니 육체가 약해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르티크 금속을 이용한 물품의 보급을 제한할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 돌아온 것이에요."
그 때, 세진과 자넷 앞에 어리의 의체가 나타났다.
"고생했다. 어리야."
"어서 와. 어리."
세진과 자넷이 어리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