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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246화 (246/298)
  • < -- 30년 만의 귀환 -- >

    세진과 자넷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알았다.

    그들이 지구를 떠나 있는 동안에 지구의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에테르 농도가 이전보다 훨씬 짙어. 이래선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어."

    자넷이 우이동 어리 공방이 있던 곳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대기 중에 있는 에테르의 짙은 농도였다.

    - 몬스터가 활동하는 다른 행성들의 에테르 농도에 거의 근접한 것이에요. 어리도 지구의 에테르 농도가 짙어진 것을 확인했다.

    "공방은 흔적만 남았네."

    세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서울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자넷은 기감을 펼쳐 멀리 떨어진 시내 쪽에 사람들이 제법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 인류 멸망이니 뭐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네. 일단 들어가서 상황 파악을 해 보자. 어리는 현 상황을 확인해서 정리하고."

    -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에요.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에요.

    세진과 자넷은 어리의 테멜 안으로 들어갔고, 어리는 지구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에테르를 펼쳐서 수 천 km 범위를 한꺼번에 살피기 시작했다.

    인구 밀집 지역이나 몬스터 영역 등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생활환경이나 생활 방식을 살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된 내용들은 실시간으로 세진에게 전달이 되고 있었다. 세진은 그렇게 전해지는 정보를 가지고 어리 홀에서 자넷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면 공간이 정리가 된 모양이네. 정확하게 108개의 중첩된 이면 공간들만 유지가 되고 있고, 나머지 이면 공간들은 모두 사라졌어.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이면 공간의 몬스터들이 현실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지구는 108개의 이면 공간과 그 이면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몬스터 영역이 있고, 그 외곽에 인간들의 영역이 있는 구조가 된 거지."

    "몬스터들의 등급은 어때?"

    "이면 공간 밖에는 6등급까지 돌아다니는데? 남색 등급이지."

    "그걸 사람들이 무슨 수로 상대를 하지?"

    자넷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색 등급이면 마스터 최상급이거나 그랜드 마스터 정도가 되어야 상대할 수 있는 등급이었다.

    "지구 인류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 수련 능력자와 각성 능력자들이 제법 알차게 성 장을 했던 모양이야. 뭐 거기에 더해서 합성 인간들까지 등장을 한 모양이고."

    "합성?"

    "기계의 힘을 빌려서 신체를 개조한 경우는 메탈 합성이라고 하고, 유전 공학을 이용해서 몸을 변화 시킨 경우는 바이오 합성이라고 하는 모양이야.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신체 능력을 올린 경우도 있네."

    "바이오 합성은 그렇다고 치고, 메탈 합성은 전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하긴 한 거야?"

    자넷이 에테르의 농도가 짙은 행성에서 전기 사용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생각하며 물었다.

    "전에 코어에서 발생하는 에테르를 봉인하는 기술이 있었지?"

    "아, 기억 난다. 코어를 보관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았던 적이 있었지."

    세진의 물음에 자넷이 기억을 더듬으며 답했다.

    "그래. 그걸 연구하다가 거꾸로 에테르가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만들어 낸  모양이야. 그러니까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걸 이용해서 에테르를 막은 다음에 사용을 하는 거지. 그래서 메탈 합성의 경우에는 기계로 이루어진 부분은 그 기술이 적용이 되어 있는 거야. 물론 전투 중에 그 보호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기계 부분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은 있지만, 어차피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인데 그런 위험 정도야 문제가 아닌 거지.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래? 그런데 기계의 힘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해?"

    에테르 기반 생명체는 에테르나 그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포함한 공격이 아니면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그러니 기계 따위를 이용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자넷의 생각이었다.

    "보조적인 거지. 각성자나 수련 능력자의 힘을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보조 장치. 아, 증폭 장치도 있는 모양이네? 에테르 코어를 이용해서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법도 개발이 된 모양이야. 후유증이 좀 있는 모양이지만 효과적이긴 하네."

    "그래서 6등급 몬스터까지 어떻게든 막긴 하는 거야?"

    아무래도 자넷은 6등급 몬스터를 막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지금 상황은 그러니까 영역을 나눠 놓은 상태에서 인류가 몬스 터를 잡아서 코어를 얻는 그런 상태라고 할까? 그런 거야.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그거 있잖아. 에테르를 막아 주는 장치, 그걸 대형으로 만들어서 마을이나 도시를 건설하고 방벽을 두른 상태로 버티고 있는 거야. 그리고 여전히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은 그리 활동적이진 않은 것 같아."

    "그거, 에테르를 봉쇄하는 그것이 몬스터는 못 막는 모양이지?"

    "하하하. 에테르를 막아 준다고 몬스터를 막을 수는 없지. 대기 중의 에테르와 몬스터가 지닌 에테르의 차이는 물과 돌 정도의 차이가 있을 걸? 물을 막을 정도로는 돌이 날아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몬스터의 생체 에테르를 막을 수는 없는 거지."

    대기중의 에테르를 막을 수는 있어도 생체 에테르로 가득한 몬스터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 몬스터가 감정이 있다면 약간 불쾌하다는 정도의 느낌을 받을 것이다.

    "용케 그러면서도 아직 전멸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네? 사람들이."

    자넷은 정말 대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황을 봐서는 버티기 어려운 것 같은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살아 남아서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확실히 30년 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했지. 마스터 수준의 능력자들이 제법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마스터가 여럿 모이면 6등급 몬스터까지는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지."

    "그럼 제법 괜찮은 상황이라고 봐야 하는 거야? 지금 지구는?"

    "글쎄,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나 세계 정부가 생겼다는 것을 빼면 뭐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은데?"

    "세계 정부?"

    "뭐 지금도 나라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나라들 전부가 하나의 정부 아래에 있는 주(州)의 성격이라고 할까? 말 그대로 세계 정부가 있는 거야."

    "그거 괜찮네. 단일 정부라면 여러 나라로 나눠져 있을 때보다는 대응이 빠를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걸 왜 괜찮은 상황이란 말에서 뺀 거야?"

    단일 정부가 만들어져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자넷은 그것을 괜찮은 상황에서 빼야 한다는 세진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음. 그거야 뭐 두고 봐야지. 인간들은 셋만 모여도 편을 가르고 싸우는 이들이니까 말이야. 나는 단일 정부라는 것이 힘있는 놈들이 노예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가 아닐 까 그게 걱정이야."

    세진은 세계 정부라는 것이 있다는 정보에서 제일 먼저 떠올린 걱정을 자넷에게 털어 놓았다.

    "호홋, 뭘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해? 지구의 시간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은 굉장히 긍정적이지 않아? 돌아오기 전에는 시간이 계속 흘렀다면 지구는 거의 멸망 수준에 이르렀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잖아. 지금 상황은 시간이 계속 흘렀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 중에서 정말 좋은 상황 아냐?"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선방이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 여긴 아무래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세진은 도리어 지금처럼 괜찮은 상황인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다른 이유?"

    "몬스터들이 이면 공간에 있는 이유, 아직도 이면 공간에서 그 많은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 뭐 그런 거 말이야.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하긴 그것들이 다 몰려나왔으면 벌써 지구는 멸망이었겠지. 아니 그건 그렇고, 그 때 나왔던 72 괴수들은 어떻게 된 거야?"

    자넷이 세진과 함께 지구를 떠나기 전에 등장했던 72 괴수에 대해서 물었다. 사실 그것이 가장 궁금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지금 어리가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하지만 에테를를 도시나 마을에 침투 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야."

    "아, 그거. 에테르 방어 장친가 뭔가 때문에?"

    자넷이 어리가 힘겨워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그렇지. 어리가 세상을 살피는 힘이 에테르인데, 그걸 도시나 마을에서 막아내고 있으니까 어리도 쉽지 않은 거지."

    "그럼, 지금까지 얻은 정보는?"

    "그거야 밖으로 나와서 사냥하는 이들을 통해서 얻은 정보지.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도시나 마을 밖으로 나와서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72 괴수에 대해선 이야기가 없단 말이지?"

    "솔직히 지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때 성인이 되기 전의 아이들이었잖아. 그런 아이들이 지금 장년이 되어서 활동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 사람들이 72 괴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일이 뭐가 있겠어? 우리가 떠난 지 30년이나 지났다고."

    마지막 타모얀 행성에서도 15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 괴수를 사냥하고 또 그 코어를 이용해서 어리가 괴수를 만들어 내는데 그 정도의 짧은 시간이 걸린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어쨌건 타모얀에서의 시간까지 더하고 보니 30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으응, 그런가?"

    "그래도 나비를 투입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얻어 내고 있으니까 뭐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아, 72 괴수들은 곧바로 이면 공간으로 들어갔군. 그리고 그 후에 3년이 지나고 중첩된 이면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이면 공간이 모두 사라졌다는군. 쩝, 그나저나 우리 욕 많이 먹었는데?"

    "아, 나비가 여자들을 현혹해서 정보를 얻고 있는 거구나? 그런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욕을 먹어?"

    자넷이 욕을 먹었다는 말에 뾰족한 반응을 보인다.

    "벗이 사라졌잖아. 괴수들의 등장과 함께. 그래서 사람들은 벗이 괴수들을 이길 힘이 없으니까 어딘가 이면 공간을 마련해서 숨어버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지구가 괴수들에게 멸망을 할 것 같으니까 벗만 살자고 숨었다는 거지. 이를 테면 우린 변절자 내지는 도망자가 된 거지."

    "그건 좀 억울하네. 우린 정말 열심히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말이야. 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자넷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쨌거나 기분이 좋은 상황은 아닌 것이다.

    "거기다가 문제는 지금 지구에선 천공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면 공간을 공략할 방법이 없다는 거지. 그래서 그것 때문에도 우리들에 대한 원망이 큰 거지. 천공기가 필요하단 생각을 할 때마도 우리 벗을 떠올리게 되니까 말이야."

    "30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못 만들고 있다고?"

    자넷의 표정에 한심하단 빛이 역력하다.

    "천공기를 어리가 쉽게 만든다고 그걸 사람들이 뚝딱 만들어 내길 바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천공기는 말 그대로 에너지를 모아서 이면 공간의 파장과 맞춘 다음에 그 이면 공간에 구멍을 내는 거라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샘플이 있었는데도?"

    "뭐 만들 때부터 카피를 못 하도록 신경 써서 만든 물건이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지금까지 이면 공간은 공략을 못하고 밖에 있는 몬스터만 상대하고 있다는 거네?"

    "뭐, 그런 거지."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고, 이면 공간 따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겠지?"

    자넷이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듯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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