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귀환 -- >
이미 회사의 회장 자리는 그가 차지하고 있었다. 테니 그룹의 회장 자리는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자넷이 돌아왔다고 자넷에게 다시 돌려주는 문제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문제는 자넷이 복귀하면 실제로 지금까지 세바스가 진행하던 일들이 멈춰버린다. 테니 그룹의 사업은 회장의 허락이 떨어진 후에는 각 부서가 알아서 하지만 회장이 허락하지 않은 일은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회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되는 경우에는 전임 회장이 진행하던 사업 중에서 새로운 회장이 허락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폐기 된다.
어쨌거나 회장이 바뀌는 것은 테니 그룹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인 셈이고 지불해야 하는 유무형의 비용도 엄청나다.
그런데 겨우 20년도 안 되어서 회장이 다시 바뀌는 것은 테니 그룹에게 심각한 손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회장이라 하더라도 적잖은 저항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자넷 회장님을 잡음 없이 복귀시킬 수 있을까?'
세바스의 고민은 깊어갔고, 그 사이에 회장 전용차는 행성간 이동을 담당하는 게이트 관제소에 도착했다.
세바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이미 연락이 되어 있었던지 그가 지나는 모든 곳에서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검열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졌고, 세바스가 원하는 대로 타모얀 행성으로 가는 최단 코스의 게이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세바스는 중간에 두 곳의 게이트 터미널을 지나서 비서에게 자넷의 소식을 듣고 한 시간이 되기 전에 타모얀 행성에 발을 딛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세바스 로만 테니 님께서는 타모얀 행성에 방문 목적을 밝히지 않고 게이트를 통과 하셨습니다."
세바스는 앞을 막아서는 타모얀 행성의 게이트 관제소 직원의 모습에 회사 의전실의 일처리를 두고 화를 내려다가 행성간 정보 교환은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세바스가 최단 거리로 타모얀까지 도착을 했으니 회사에서 보낸 공문이나 협조 요청 같은 것들도 세바스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타모얀 정부 기관에 도착을 했을 것이다.
세바스를 회사에서 보낸 정보와 같은 속도로 타모얀에 도착을 한 것이다.
이것은 게이트를 통해서 전보를 전달하는 것이 우주 공간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아마 연방의 본성에 있는 회사에서 우주로 신호를 쏘았다면 이곳 타모얀까지 오는데는 수 십 만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게이트를 통해서 보내는 것이라 순식간에 정보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 게이트를 넘는 것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아, 죄송합니다. 세바스 로만 테니 회장님. 수속이 완료 되었습니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세바스가 조급한 마음을 먹기 전에 회사의 의전실에서 보낸 협조 공문은 확실하게 위력을 발휘했다.
방금까지 세바스를 막고 있던 직원이 곧바로 통과 허락을 내린 것이다.
"다른 연락 사항은 없습니까?"
세바스는 직원에게 물었고, 직원은 잠시 시간을 지체하더니 세바스에게 그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고 그곳으로 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툴틱으로 전송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세바스는 직원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타모얀 행성 내부의 이동 게이트 몇 곳을 지나야 자넷을 만날 수 있었다.
세바스는 더욱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세바스와 자넷의 만남은 극적이었지만 내용은 별 것이 없었다.
자넷은 세바스 회장에서 자신은 테니 그룹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으니 자신의 재산을 정리해서 되돌려 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했다.
세바스는 그럴 수 없다고 몇 번이나 자넷을 설득했지만 그런 세바스를 자넷은 매몰차게 몰아냈다.
어차피 이제 회사는 세바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었고, 자넷은 회장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세진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훨씬 더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고, 행복하다는 자넷의 말에 세바스는 결국 자넷의 회장 복권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세바스는 자넷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고 갔다.
그것은 예전 자넷이 테니 그룹의 사업 아이템을 제시해서 연구되고 있다가, 자넷의 실종으로 연구가 멈춰버린 테멜 사업의 부산물이었다.
"우와아아. 어리는 행복한 것이에요."
어리는 그것을 받아들고 그야말로 기분이 한껏 들떴다.
세바스가 가지고 온 것은 테니 그룹에서도 운이 좋아서 하나 확보했던 테멜 코어였다. 그것도 보라색 등급이 아닌 그 위의 지역 코어 등급의 테멜 코어.
어리는 당장에 그 코어를 흡수하겠다고 달라붙었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군침만 삼키고 있는 중이었다.
"당분간은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괴수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어. 괜찮지?"
자넷이 세바스를 억지로 돌려보낸 후에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후로는 허서르 프락칸의 도움을 받아서 괴수들을 사냥하는 일에 몰두했다. 실제로는 허서르를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많은 행성에서 괴수 사냥을 의뢰했던 것이다.
한 번 괴수를 사냥하면 다시 괴수가 등장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만큼 그 행성의 에테르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행성의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는 괴수를 사냥하고 또 그만큼 에테르를 줄일 수 있다면 아직까지 몬스터의 세력이 강한 행성에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것도 따로 지원을 할 필요도 없이 괴수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면 곧바로 괴수를 사냥하니 더없이 좋은 일이다.
당연히 그런 일을 주선하는 허서르 프락칸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세진이나 자넷도 분명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허서르가 세진과 자넷이 괴수급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함구하는 것이나, 세진과 자넷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세진과 자넷의 의체 사용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 주는 것과 교환한 상부상조에서 세진과 자넷도 별 불만이 없었다. 그것은 사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사냥을 통해서 모랜 테멜에 괴수의 수가 나날이 늘어나고, 또 세바스가 어디선가 엄청난 숫자의 괴수급 몬스터 코어를 구해오면서 세진과 자넷의 지구 귀환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리가 지역 등급의 테멜 코어를 흡수한다면 아마도 어리가 몬스터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수천 km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꺼번에 지구상의 괴수 수십 마리를 상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어리가 상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리가 부리는 괴수들이 나서는 일이니 어리의 힘이나 다름이 없다. 거기에 깝딴의 능력을 키운 의체 사용자들이 곁에서 돕는다면 괴수 사냥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어리가 지역 테멜 코어를 흡수해야 한다는 거고. 또 괴수들을 만들어 낼 에테르를 준비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또 시간이 필요한 일이네?"
세진은 어느 정도 지구의 괴수들을 상대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지구로의 귀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지구로 돌아갔을 때, 만약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큼 지구의 시간이 흘러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근심이 느는 것이다.
만약에 그 후로 시간이 흘렀다면, 지구의 인류는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몬스터들과의 전쟁을 위해서 핵폭탄을 수도 없이 터트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에테르의 농도가 짙어졌다면 결국 지구의 전자 기기들은 고철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 전기를 발생시켜서 그것은 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전기와 에테르의 충돌 현상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다가 결국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다.
지금 우주 연방과 데블 플레인 연합의 차이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행성 내에서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과학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연방에선 가능하지만 에테르가 넘치는 행성들에선 불가능했다.
'만약 지구의 에테르 농도가 높아졌다면? 그럼 지구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할 텐데?'
세진의 걱정이 거기까지 이르자, 그 후로 세진은 타모얀 행성의 모든 것을 눈여겨보며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타모얀에서도 전기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사실도 알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데블 플레인에서 아주 약한 전류를 이용하는 방법이 발달했다는 것도 알았다.
물론 그런 전기의 사용도 제한적인 면이 많아서 일부에서만 사용이 되는 것이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 과학이 아니라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적어도 세진이 보기에 그것은 마법진을 이용한 마법 물품들의 활용이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하 창고에서 얻은 석판의 내용들이 바로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법 기술들을 뼈대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게이트나 지하 창고를 만든 사람이 데블 플레인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 을 가능성이 높아. 그것도 그 세이커라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는 내가 얻은 오러 로드 수련법이나 마법진에 관한 지식, 그리고 게이트 팔찌를 설명할 길이 없어.'
세진은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이커 위아드의 근거지였다는 타모얀 행성에서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세이커 위아드와 그의 가족들은 어느 순간부터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데블 플레인에 큰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세이커 위아드의 후예이거나 혹은 그와 관계가 있는 이들이 가능성이 높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세진과 자넷은 타모얀에서 다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리가 지역 코어 등급의 테멜 코어를 흡수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고, 또 어리가 통제할 수 있는 괴수 등급의 몬스터들을 만들어 내는데도 시간이 필요했으며, 의체들의 성장을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 특히 어리가 괴수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테르를 얻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리가 지역 테멜 코어를 흡수한 후로는 확실히 에테르를 받아들이는 양이 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괴수 등급의 몬스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에테르를 모으는 것이 쉽게 되는 일은 아니었다. 원래 한 지역에 괴수급 몬스터는 고작 서너 마리가 전부다. 그것은 그 지역 코어가 그 이상의 괴수를 만들어 낼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리는 엄청난 수의 괴수를 만들어 내야 했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에테르가 필요했고, 그것을 흡수하거나 혹은 몬스터 코어를 이용해서 확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자넷이 사재를 털어서 에테르 코어를 사 모으고, 어리가 몬스터를 풀어서 몬스터 사냥을 해서 코어를 모았어도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 144마리의 괴수를 만들었군. 거의 1년에 열 마리 정도 만든 것 같네."
"어리는 굉장한 것이에요. 어리는 144마리의 괴수를 모두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에요. 이젠 지구의 괴수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 것이에요. 왜냐하면 지구의 괴수들 을 원래 30% 부족한 것들이었던 것이에요. 그러니 1:1로도 어리의 부하들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에요."
그 점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괴수의 수를 두 배로 만든 것은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고, 최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돌아가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렀거나 흐르지 않았거나 어쨌든 최대한 준비를 마치고 돌아가서 일거에 지구의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것이 세진의 계획이었다.
그래서 의체 사용자들의 육성도 멈추지 않았고, 깝딴과 프락칸의 육성에는 특히 신경을 썼다.
그들이 곧 지구를 정화할 수 있는 최고의 패인 것이다. 아무리 몬스터를 처리한다고 해도 지역 코어, 대륙 코어, 행성 코어에 이르는 에테르의 근원들이 남아 있는 이상은 지구를 온전히 되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프락칸과 깝딴처럼 에테르 자체를 정화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도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행성들은 모두가 어떤 방식이 되었건 에테르를 정화하는 방법이 있는 행성들이었다. 이제 지구에도 프락칸과 깝딴이 생긴다면 지구도 에테르를 정화해서 에테르 청정 행성이 될 가능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긴, 시간이었지만 이젠 준비가 다 된 것 같아."
"그래. 자넷. 이젠 돌아갈 수 있게다. 할 수 있는 준비는 이제 다 했으니까 말이야."
"호호홋, 이젠 그랜드 마스터의 벽도 넘었다고 자신 만만한 것 같은데? 우리 남편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
"운명이겠지. 지구로 돌아가는 때가 되어서야 그랜드 마스터의 벽을 넘은 것은 말이야."
"그 경지를 뭐라고 해야 하지? 그랜드 마스터를 넘은 경지를?"
"모르지. 딱히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 타모얀들은 그랜드 마스터를 대전사라고 부르지 그랜드 마스터라고 따로 구별하지도 않잖아. 그리고 브리즈가티도 대전사라고 하고. 또 다른 행성에선 전사장이라고 하기도 하지? 아, 군단장이라고 하는 곳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그런 식으로 이름을 지을까? 뭐 대전사장? 이런 식으로?"
"듣고 보니 의미가 없는 소리였네. 쳇, 그래도 나도 빨리 남편 따라서 가야 하는데 말이야. 다 배워도 제대로 하기가 어렵네. 확실히 에헤로의 석판과 오러 로드 수련법을 합치는 것이 쉽지 않아."
"그게 시작이지. 그 후에 하나가 된 방법으로 온 몸의 오러 로드를 모두 열 수 있어야 해. 모세 혈관보다 더 복잡한 오러 로드들을 하나 하나 열어서 결국 그 로드의 구별이 없어져야 하지.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몸 안에서 기운을 의지만으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게 시작해야지."
"어이구, 우리 남편. 대단해요. 호호홋."
"이 여자가 어디 남편 엉덩이를!"
- 세진님 이제 가시는 것이에요. 걱정이 되어서 망설이시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는 것이에요. 지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에요.
어리가 세진과 자넷을 재촉했다.
"그래. 가자. 가."
세진이 드디어 지구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자넷과 함께 게이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