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41화 (241/298)

< -- 귀환 -- >

덱터의 에그로메로선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어떻게 도시 한 가운데에서 괴수급 몬스터가 두 마리나 등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외부에서 진입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타났다.

적어도 디퀴피드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디퀴피드는 클리르 행성에 있는 모든 테멜을 탐지하며 또 그 테멜의 출입 변화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테멜이 아니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디퀴피드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젠장!"

사실 이번에 나비가 덱터의 도시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 겹친 상황이 었다.

세진과 자넷도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나비가 지닌 테멜은 디퀴피드에 감지가 된다. 이전에 세진도 그렇게 해서 나비를 탐지하고 생포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나비가 도시 근처로 다가오면 탐지가 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덱터의 에그로메 근처까지 오는 동안 나비는 어리의 테멜 안에 들어 있었다.

클리르 행성에서 유일하게 디퀴피드에 탐지되지 않는 테멜이 어리의 테멜이다. 그래서 덕분에 나비는 도시 안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은 멀리서 탐지를 하는 디퀴피드의 경우 도시 안에 있는 테멜과 나비의 테멜을 구별해서 나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성 전체를 아우르는 감지 체계를 지니고 있는 덱터와 틸터의 디퀴피드는 나비가 어리의 테멜에서 나온 후에도 그냥 나비가 있는 도시의 테멜과 나비의 테멜이 겹친 상태를 하나로 보고 무심코 지나친 것이다.

그것은 탐지는 디퀴피드가 하지만 확인을 인간들이 한다는 것에서 생긴 문제였다. 새로 나타난 나비 테멜의 표식과 도시에 원래 있던 테멜의 표식이 겹쳤지만 그걸 딱히 구별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나비는 무사히 여자들을 매혹시켜서 테멜 가까운 곳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테멜과 나비가 가까워질수록 탐지 표시가 완벽하게 겹치게 되니 구별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졌다.

그렇게 결국 나비 테멜은 발견이 되지 못한 것이다.

"보라색 등급이 나이야. 보라색 등급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도 아니야. 저건 그 윗 등급이야."

"피해! 막을 수가 없어."

"제기랄!"

콰과과광! 파파파파팟! 쫑과 나비의 난동이 시작되었다. 어차피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 그냥 테멜 안으로만 들어가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 어리다.

- 부셔 버리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다치지 않게 멀리 치우는 것이에요. 열심히 뛰는 것이에요. 쫑은 테멜의 입구를 확보하는 것이에요. 혹시 파괴하려고 다가오는 이들이 있으면 용서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에요. 쫑은 더 날뛰는 것이에요. 건물들을 부수는 것이에요.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나면 모이기 전에 공격을 하는 것이에요.

어리 앵무가 쫑의 귓속에서 나비와 쫑을 부렸다.

그리고 세진과 자넷은 성큼 성큼 테멜의 입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테멜으 입구에는 이미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은 그랜드 마스터였다.

"프랜드에그로메의 주인인가?"

얼굴이 온통 갈색 수염으로 가득한 그랜드 마스터가 세진과 자넷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나비는 언제든지 달려들 준비를 하고 몸을 낮추고 있었다.

하지만 세진의 명령을 받은 어리가 나비의 행동을 잠시 잡아 두고 있는 중이었다. 세진은 만약에 자칫 테멜의 입구를 박살내는 경우가 생기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기에 나비의 공격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가 마음을 먹는다면 테멜의 입구를 박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맞아. 우리가 프랜드에그로메를 세웠지."

우르르릉. 콰과광! 우르르.

세진이 대답을 하는 사이에도 쫑은 이리저리 날뛰면서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다. 놀란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쫑을 막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덱터의 산적 수염 그랜드 마스터는 꽤나 화가 난 표정으로 세진에게 고함을 질렀다.

"몰라서 묻나? 내가 분면 덱터에게 이야길 했었다. 우리는 다만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니 데블 플레인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걸 너희 덱터가 막고 있었지. 그러니 어쩌겠어?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 협상이 되지 않으니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밖에."

"어찌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말인가? 그것이 지성 종족으로서 할 짓이냐?"

"하하하. 그거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웃어도 되는 거지?"

세진이 산적 수염의 말을 듣고 조금은 과장되게 웃음 소리를 높였다.

"이익!"

비웃음을 들은 산적 수염 그랜드 마스터는 인상이 구겨졌지만 세진과 자넷을 향해서 덤비지는 못했다.

"니들이 테멜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힘을 내세운 횡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지랄을 해요. 꼭 지들 하는 짓은 생각을 못하고 남이 하는 짓만 나무란다니까. 안 그래?"

"그렇지 뭐.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거야. 응응."

"그래서 어쩔 건데? 계속 막을 건가? 그냥 비키지?"

세진이 덱터의 경비들에게 곱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마치 날파리를 쫓아 내듯이.

세진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덱터의 무리들이 테멜의 입구를 파괴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그들은 테멜의 입구를 파괴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경고하건데 테멜 안으로 들어오지 마라. 만약 들어오게 된다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산적 수염에 세진에게 경고의 말을 던졌다.

"어라?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려고? 그것도 괜찮기는 한데, 너희도 아는 것처럼 우리 전력이 무지막지하거든? 그런데 우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냥 포기하고 길을 내 주면 좋겠는데? 봐봐, 저 밖에서 저렇게 다 박살을 내고 있잖아. 어차피 내 줄 길이면 빨리 내 주는 것이 좋아. 그래야 피해가 적지."

콰르르르르. 콰르르르. 콰과광.

"너희는 협정을 어겼다. 얼마 전에 네가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나온 이들과 접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이번공격은 그 접선에서 받은 지령이거나 혹은 어떤 거래의 결과겠지. 하지만 알아둬야 할 것이다. 네가 하는 행동이 데블 플레인 연합이란 놈들과 우리 덱터 사이의 전쟁을 일으키는 빌미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뭐 안 믿을 거잖아. 우리가 아니라고 해도. 어쨌거나 그런 건 내가 알 바가 아니야. 우린 게이트를 이용해서 데블 플레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수집한 우리들의 정보를 전달하겠지. 하지만 쉽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가자."

산적 수염을 주변에 있던 몇 명의 부하들과 함께 테멜의 입구를 통해서 모습을 감췄다.

"저 안에 꽤나 많은 이들이 있는 모양인데? 거기다가 우리에게 쫑과 나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세를 죽지 않는 것을 보면 저 안에 꽤나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모양이야."

"아니면 허장성세일 수도 있지."

세진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괴수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정도의 전력이 테멜 안에서 기다릴 것 같지는 않았다.

"세진 어리에게 그만 부수라고 하고 들어가 보자. 이러다가 정말 도시 하나를 다 부수겠다."

자넷이 여전히 들려오는 굉음에 쓸데없는 희생을 걱정해서 세진에게 어리를 부르라고 했다.

"그래. 어차피 우린 테멜 게이트가 목적이니까."

세진은 어리를 불렀다.

- 어리는 재미가 있는 것이에요. 쫑은 정말 말을 잘 듣는 것이에요. 냐야양, 크르릉.

- 그래요. 나비도 잘 한 것이에요.  어리는 관심병이 생긴 나비에게도 칭찬을 해 줬다.

덱터는 데블 플레인과 알게 모르게 대립을 해 왔다.

처음 시작은 에테르 몬스터들이 있는 행성, 즉 테멜이 있고, 그 테멜 중에서 테멜 게이트가 있어서 특별한 사람들, 즉 덱터라고 불리는 이들이 게이트를 이용해서 행성들을 오고 가면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이 몬스터들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행성에 이방인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테멜 게이트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행성간 이동 방법을 찾아서 에테르 코어가 잠식하고 있는 행성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거기서 얻은 코어를 자신들의 행성으로 가지고 갔다.

덱터의 입장에서 보면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에테르 기반 몬스터의 확신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확산된 몬스터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상황인데, 새로 나타난 이들은 아예 작정하고 몬스터들의 코어를 여러 행성으로 흩뿌렸던 것이다. 그것은 곧 코어가 뿌려진 행성에선 언젠가 행성 코어가 나타나서 그 행성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이 나타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시작이 미비해서 잠깐 방치하는 동안에 수 천, 수 만의 행성들로 몬스터 코어가 퍼져버렸다.

그렇게 되자 덱터는 에테르 코어의 확산을 막는 다른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에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이방인들과의 교류를 애초에 단절했다. 그렇게 몇 개의 행성들이 덱터의 손에서 떠났다. 덱터는 테멜 게이트를 적절하게 조율해서 결국 헌터들이 나타난 행성들로 통하는 테멜을 모두 없애고, 또 테멜 게이트를 이용해서 여행을 하는 이들까지 제한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 후에 헌터들이 나타난 행성에서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그들이 독립을 해서 데블 플레인 연합이 결성되었다.

몇 개 되지 않는 행성들이지만 데블 플레인 연함의 행성들은 에테르 기반 생명체와 적극적으로 싸우면서 행성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누르고 주도권을 찾는데 성공 했고, 덱터에서도 그런 그들의 성공 사례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교류를 제한하고 있던 덱터에서 결국 데블 플레인 연합과 소극적인 교류를 한동안 다시 허용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짧은 시기에 몇 개의 행성들이 데블 플레인 연합에 가입을 해 버렸다는 것이다.

즉 덱터 보다 데블 플레인이란 연합체가 훨씬 믿을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덱터는 부랴부랴 데블 플레인 연합과의 공조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둔다면 결국에는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모든 행성들이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거듭날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덱터의 원래 설립 취지나 목적을 생각하면 데블 플레인 연합과 손을 잡고 에테르 기반 생명체로부터 행성을 되찾아서 정화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권력을 부패하기 마련이다. 덱터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권력자, 혹은 지배자, 혹은 특권을 지닌 존재라는 위치에 흠뻑 취한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대부분 덱터의 지휘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순수한 의도를 지니고 매진하는 이들은 권력의 중심에 서기 어려운 법이다. 그 때문에 덱터의 결정은 정치적인 색깔을 띄게 되고, 또 데블 플레인을 배척하고 그들과 선을 긋게 되었다.

당시의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선 덱터와의 조약을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덱터는 수 많은 행성에서 몬스터와 싸우며 실력을 키운 능력자들의 연합이고, 그 무력이라면 당시의 데블 플레인 연합은 가뿐하게 쓸어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클리르 행성을 기점으로 테멜 게이트로 연결되는 행성들은 각각 나누어서 가지기로 하는 조약은 덱터의 주장대로 맺어졌다.

덱터는 데블 플레인 연합보다 테멜 게이트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었고, 세진 이 알아낸 길목 행성이라는 중요한 거점 행성에 대한 것도 이미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클리르 행성만 막고 있으면 적어도 테멜 게이트로 연결이 되는 데블 플레인 연합은 덱터에 속한 행성과 연결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약은 맺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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