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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240화 (240/298)

< -- 귀환 -- >

세진은 천천히 클리르 행성에서의 이탈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틸터에도 살짝 정보를 흘려서 세진 일행이 덱터의 에그로메에 있는 테멜을 공략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물론 그렇게 되면 덱터에서도 그 정보를 알게 될 확률이 높았지만, 사실 덱터의 입장에서 테멜 게이트를 노리는 습격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특정지어서 언제 공격을 한다는 정확한 정보가 아닌데 특별하게 경계를 유지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덱터에서도 프랜드에그로메의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프랜드에그로메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따로 병사들을 모으는 것도 아니고, 출정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프랜드에그로메의 거의 모든 활동을 이제는 클리르 행성의 선주민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으니 벗의 전사들이 어리의 테멜 안으로 하나씩 복귀를 한다고 해서 그리 눈의 띌 일도 없었다.

물론 세진은 급박하게 의체들을 복귀시키진 않았다. 의체들의 복귀는 작전 당일에 해도 무방한 일이었다.

프랜드에그로메를 건설하는데 적잖은 재화가 들었지만 그보다 많은 것을 이미 클리르에서 접수해 놓은 상태였다.

클리스의 식생은 물론이고 산과 강과 바다의 일부를 통째로 테멜 안으로 거두어들인 것이 제법 많았다.

그것만으로도 프랜드에그로메는 몇 개는 건설할 수 있을 터였다.

거기에 당연하다는 듯이 이주민도 제법 받아 들여서 다른 행성의 주민들이 사는 곳에 합류를 시켰다.

이제는 지구인이 아닌 타 행성의 주민들의 수도 제법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들은 곤궁하고 위험한 삶에서 벗어나서 몬스터가 없는 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살게 된 것만으로도 아직은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욕망이란 오래지 않아서 새로운 갈망을 만들어 낼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행성의 주민들이 모여서 살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어쨌건 그들에겐 테멜을 관리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으니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삼가는 면도 있는 것이다.

"틸터에선 어떻게 할 것 같아?"

자넷이 물었다. 혹시라도 세진 일행이 덱터의 에그로메를 공격할 때에 함께 하자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궁금한 것이다.

"별 이야기 없어. 우리가 대대적으로 테멜 게이트를 노린다는 이야기를 했는데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확실히 틸터 놈들도 실제로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돌아가는 것에는 별 관심들이 없는 거야."

"그래도 나이가 많은 이들은 고향을 그리워 하지 않아?"

'

"문제는 그 나이가 많은 자들이 틸터의 최상위 권력자들이란 거지. 그들이 고향 행 성으로 돌아간다고 지금보다 나은 위치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가고 싶겠어?"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덱터 놈들도 그냥저냥 두고 보는 거야. 틸터의 성향이 그렇게 바뀐 것을 아니까 굳이 크게 싸움을 벌이지 않는 거지. 덱터 놈들은 어쨌거나 데블 플레인과 연결만 되지 않으면, 그러니까 데블 플레인이 세력을 넓히지만 않으면 상관 없다는 것 같거든."

"하긴, 덱터가 이 클리르에서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

"그렇지. 여긴 쉽게 말하면 전초기지나 요새 정도 되는 행성인 것 같아. 내가 길목 행성이라고 불렀지만, 덱터도 이곳 행성이 데블 플레인 연합과 접점이 되는 행성이란 사실을 알고 여기만 틀어막으면 된다는 식인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렇구나. 그럼 결국 우리가 덱터의 에그로메를 공격한다고 해서 틸터에서 호응을 할 이유는 없는 거네?"

"분위기 보니까 딱 그렇더라고. 그래서 나도 틸터에게 알리지 않고 가려고 해. 틸터가 반응이 있었으면 틸터가 먼저 덱터를 공격하게 하고, 그 혼란을 틈타서 나비를 움 직일 생각이었는데 뭐 이젠 그냥 우리끼리만 하기로 했어. 이제 어리도준비가..."

"끝난 것이에요. 어리는 드디어 괴수를 만들어 낸 것이에요."

순간 세진의 말을 언제 나타났는지 어리가 나타나서 가로챘다.

"정말? 쫑을 다시 만들었어?"

"그런 것이에요. 이젠 어리의 충견이 생긴 것이에요. 좌나비 우쫑인 것이에요."

"그건 뭐야? 좌나비 우쫑?"

"그런 것이에요. 나비와 쫑을 데리고 가는 것이에요. 세진님과 자넷 언니는 구경만 해도 되는 것이에요. 나비는 제 곁에서 멀리 떨어져도 상관이 없고, 어리 앵무는 쫑의 귀에 들어가 있어도 되는 것이에요. 그렇게 돌격을 하는 것이에요."

"스톱, 스톱. 어리야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일단 우린 모두 나비의 테멜에 들어가서 나비가 덱터의 에그리메에 있는 테멜에 몰래 숨어 들어갈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그 때, 우리가 나비의 테멜 출구에 대기하고 있다가 나서서 힘으로 밀고 가는 거다. 처음부터 힘으로 할 건 아니야."

세진이 나비와 쫑을 앞세워서 덱터의 도시로 밀고 들어가려는 어리를 말렸다.

그리고 곧바로 클리르에 있는 모든 어리 테멜의 주민들을 복귀시키고 목적지를 향해서 떠났다.

세진과 자넷, 그리고 어리 공방의 식구들은 물론이고 벗의 전사들인 의체들까지 모두 모습을 감추었지만 프랜드에그로메는 별다른 혼란이 없었다. 그들은 아직 그들을 다스리던 이들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며칠 후, 정기적인 보고를 할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프랜드에그로메가 상속되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리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고 말았다.

나비의 모든 것은 어리에서 시작해서 어리에서 끝난다. 그런 나비에서 특명이 떨어졌다. 덱터가 위험지역에 건설해 놓은 에그로메, 즉 도시에 잠입해서 그곳 중앙에 있는 테멜로 진입하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나비는 반드시 어리의 명령을 해 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도시의 덱터의 도시를 걷고 있었다.

물론 꼬리를 빼고도 1미터가 넘는 황금색 고양이는 확실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나비는 제 발로 걷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 나왔을까? 몬스터는 확실히 아닌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나는 이 녀석을 딱 보는 순간 알았다니까? 이 녀석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말이야."

"그렇지? 나도 그랬어. 정말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즐거워지는 그런 고양이야."

"아, 저쪽으로 가자. 테멜이 저기 있으니까."

"그래. 가자."

"나도 잠시만 안아 보자. 너 혼자 안고 가는 건 반칙이라고."

"나도 조금 전에 안았는데?"

"자자, 그러지 말고 양보해. 조금 가다가 다시 바꾸면 되지."

"그, 그럴까?"

나비는 세 여자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도시를 이동하고 있었다. 나비가 지닌 특기를 확실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성을 매료시켜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특기.

물론 상대를 완벽하게 조종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호감을 가지게 하고 보호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능력이었다. 그런데 어리의 구박을 받으면서 어리에게 잘 보이고자 노력하는 동안에 그 능력도 조금씩 성장해서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나비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래서 덱터의 여자들은 지금 나비가 바라는 대로 도시의 중앙에 있는 테멜로 이동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지금 어딜 가는 거지?"

하지만 아무리 덱터 소속이라도 테멜 근처로 다가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자들도 그 한계 앞에서 멈춰야 했다.

나비는 여자들 앞을 가로막은 것이 하필 남자들이란 사실에 살짝 한숨을 쉬었다.

"어머나, 놀래라. 어딜 가다니요? 그냥 산책을 하는 거죠."

여자들 중에 하나가 그렇게 대답한다.

"산책? 이쪽은 금지구역이란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린가?"

"누가 그걸 몰라요? 솔직히 도시 안에서 산책을 할 정도로 호젓한 곳이 어디 있어요? 도시 밖에는 온통 몬스터 천지라서 위험하고, 그나마 사람이 적은 곳이 이쪽이라서 온 거지. 뭐 딴 뜻이 있겠어요?"

여자는 남자의 말에 움츠리지 않고 그렇게 맞받아 쳤다.

"그리고 평소에도 이쪽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은 있었잖아요. 그런데 뭘 그렇게 빡빡 하게 굴어요?"

"그러게. 뭘 저렇게 그런다니?"

"그걸 내가 알아? 안 되겠다. 우리 가서 제이나에게 물어보자. 뭔 일이 있었는지."

"제, 제이나라니!"

여자들의 말에 남자들 중에 제일 앞장서 있던 인솔자가 깜짝 놀란다.

"호호호. 뭘 그렇게 놀라요? 원래 그런 것은 남자들 보다는 여자들이 먼저 아는 거거든요? 흥! 두고 봐요. 제이나에게 다 일러 줄 테니까."

"아니, 이르긴 뭘 일러? 우리,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여긴 원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고, 또 지금은 평소보다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명령이 내려 온 상태라서 그런 거지."

"그래요. 알았어요. 누가 뭐래요?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아니 제이나 이야기를 하니까..."

냐냥. 냥.

여자 셋이 남자들을 맡아서 설전을 벌이기 시작할 무렵에 나비는 여자들의 품에서 벗어나서 가벼운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나비는 살짝 돌아서 가는 듯 했지만 어느 틈에 담벼락 위를 사뿐사뿐 걸어서 테멜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 나비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힘인 남색 등급 몬스터 정도의 힘도 거의 완벽하게 갈무리해서 주황색 몬스터 정도의 능력만 드러내고 있었다.

나비도 그 이상으로 힘을 숨기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나비는 태연을 가장한 채로 조금씩 테멜을 향해 다가갔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군. 여기까지 고양이가 들어오다니 말이야. 그것도 일반 고양이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게. 딱 봐도 주황색 등급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 지?"

냥, 냥냥.

나비는 테멜을 얼마 남기지 않고 덱터의 경계자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사실 나비는 이미 그 전부터 테멜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들켰다. 하지만 나비가 몬스터가 아닌 일반 생물이란 사실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나비가 계속해서 테멜 쪽으로 다가오자 드디어 테멜을 지키던 이들이 나선 것이다.

나비는 앞으로 가로막고 있는 두 명의 덱터 소속 경비를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를 생각했다.

"자, 이리로 오너라. 응?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란다."

"그런다고 알아 들을까?"

"왜? 짐승이라고 사람 말을 못 알아들을 거라는 편견은 버려. 똑똑한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데? 봐, 저렇게 오잖아."

나비는 쪼그려 앉아서 손짓을 하는 사내에게 사뿐사뿐 다가갔다. 비록 남자라서 현혹은 걸리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동물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잘 하면 둘을 돌파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옳지. 그래. 이리 온."

나비를 불렀던 사내가 얼굴이 활짝 폈다. 냥!

"엇! 잡아!"

"야, 거기 서!"

하지만 사내 곁으로 다가간 나비가 순식간에 옆을 지나쳐서 달리기 시작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뭐야? 저거? 빨리 잡아. 고양이 따위가 설치게 둘 거야?"

"거기 뭐해?"

나비가 두 사내를 지나쳐서 테멜로 달리는 순간 사방에서 흥미롭게 나비를 보고 있더 모든 경비들이 일제히 나비를 잡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딜 오는 게냐?"

파파팡! 냐앙!

그리고 테멜로 가는 길목은 어느 틈에 완벽하게 차단이 되고 말았다.

냥. 냐앙, 니야옹.

나비는 계획을 변경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고, 그와 동시에 테멜 안에 있는 어리와 세진 자넷에게 신호를 보냈다.

테멜의 주인인 괴수가 셋에게 약속된 신호로 꼬리를 물고 맴을 돌았다.

"들켰네? 가자."

- 가는 것이에요. 드디어 좌나비 우쫑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세진의 어깨에서 어리 앵무가 기합을 넣었고, 그와 동시에 어리와 세진, 자넷이 테멜 밖으로 나섰다. 셋이 사라진 테멜 안에는 방금까지 위용을 자랑하던 괴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조그마한 나비의 모습만 남았다. 그리고 덱터의 에그로메 중앙에 황금색 고양이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고, 뒤를 이어서 세진과 자넷, 그리고 쫑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리는 밖으로 나오자마나 쫑을 불러내서 쫑의 귀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 가는 것이에요. 목표가 멀지 않은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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