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35화 (235/298)

< -- 의외의 만남 -- >

어리는 특명을 받고 나비를 감시하고 있었다.

상황은 나비에게 아주 좋지 못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비는 잘 들어야 하는 것이에요. 무르이까라고 혹시 아는 것이에요?"

- 안다냥. 내게 밥을 주던 친구당냥.

"밥을 주던 친구. 좋은 것이에요. 그 친구와 함께 테멜에 들어와서 테멜 게이트는 넘은 것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비는 특별한 진화를 하게 된 것이에요. 내 말이 맞는 것이에요?"

- 맞다냥. 그거다냥.

"그런데 친구가 몬스터들과 싸우는 중에 나비는 도망을 간 것이에요. 함께 있으면 몬스터의 공격을 받으니까 그런 것이에요. 그런 것이에요?

- 그렇다냥.

"그 무르이까가 나비를 찾고 있는 것이에요. 이제 곧 만나게 될 것이에요."

냐냥.

- 어떻게 만나냐냥. 괴수가 테멜 입구를 지키고 있다고 들었다냥.

"나비는 나비의 테멜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모르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에요. 어리는 나비가 나비의 테멜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확신을 하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나비는 털어 놓는 것이에요. 나비는 테멜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에요? 거짓말을 하면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이에요. 어리는 무서운 어리인 것이에요."

냐냐냥.

- 테멜의 주인은 확실하게 내가 다룰 수 있다냥.

"그럼 테멜은 다룰 수 없는 것이에요. 내 말이 맞는 것이에요?"

- 그, 그렇다냥. 테멜의 주인은 이제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냥. 하지만 아직 테멜은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한다냥.

"흐응. 어리는 그 말에서 나비가 점점 테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에요.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비가 테멜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에요. 그런 것이에요?"

- 마, 맞다냥.

"역시 나비는 음흉한 것이에요. 솔직하지 못한 나비는 저녁이 없는 것이에요."

냐냥, 냥, 야옹!

- 그건 너무한다냥. 나는 물어보는 말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냥. 이건 약속 위반이다냥.

"어리는 따로 약속을 한 적이 없는 것이에요. 그리고 나비는 잘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에요. 원래 알아서 기어야 얻는 것이 많은 것이에요. 자발적인 협조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에요. 그러니까 나비는 자발적인 협조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는 것이에요. 원래 공복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어리는 들었던 것이에요."

- 이렇게 굶다간 죽을 거 같다냥. 이건 공복이 아니라 굶주림이다냥.

"나비의 언어 능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이에요. 어리는 그건 무척 마음에 드는 것이에요. 그럼 수고 하는 것이에요."

어리는 나비를 남겨두고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혼자 남은 나비는 또 다시 굶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귀가 축 처졌다.

"그런데 여기서 사냥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했나요?"

무르이까가 자넷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수련이죠. 순간이동을 연습하면서 동시에 에헤로의 수련법을 익히는 중이에요. 뭐 자세한 이야긴 하기 어렵지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몬스터들을 잡으면 테멜 코어가 계속 몬스터를 생성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테멜 코어가 약화될 것이란 예상도 있어요."

"아, 그렇다고 했지요.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테멜 코어를 약화시키는 문제 말이에요."

자넷의 말에 무르이까가 부정적인 견해를 내 놓았다.

"어째서죠?"

자넷은 무르이까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이 테멜은 보통 테멜이 아니고 게이트가 있는 테멜이잖아요. 게이트가 있는 테멜은 다른 쪽, 그러니까 반대쪽 테멜에서 에테르를 받아들여서 테멜을 유지해요. 그러니까 실제로 지금도 테멜 코어는 다른 쪽의 테멜로부터 계속 에테르를 보급받고 있을 거라는 소리죠."

"아, 그렇군요. 우린 그걸 생각을 못하고 있었네요. 맞아요. 확실히 게이트가 있는 테멜은 에테르를 테멜의 입구 이외에 게이트를 통해서도 받아들이죠. 이런."

자넷은 살짝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세진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다.

"으음. 그건 좀 문제가 있나? 테멜 코어가 에테르를 그렇게 얻을 수 있다는 걸 왜 잊고 있었을까? 이거 점점 실수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세진하고 나하고 어리만 모여서 일을 하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함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아무튼 그럼 일단 밖으로 나가야겠네? 여기 게이트를 박살을 낼 수도 없으니까 일단 나가서 궁리를 해 봐야지. 어리에게 준비를 시켜야겠다. 나비 녀석에게 이야길 해서 그 황금 고양이를 진정시켜 두라고 말이야."

"무르이까 일행이 좋아하겠네.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자넷은 무르이까 일행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테멜 게이트를 이용해서 도박을 하는 것을 미뤄두고 세진 일행과 함께 하고 있었다.

언제든 테멜의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 이쪽 상황을 조금 더 살피겠다는 무르이까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냥의 연속이라서 지루해하고 있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세진과 자넷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곁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모든 보급품이 자넷의 소형 테멜 안에 들어 있으니 그들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그럼 나가자."

"어서 오시는 것이에요. 나는 어리인 것이에요."

"뭐? 뭐죠? 이 아이는?"

어리의 인사를 받으면서 무르이까는 깜짝 놀라서 한 걸음 물러났다.

"뭐라니요? 어리는 제 동생이고 세진의 동생이죠. 그렇게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넷이 그런 무르이까에게 살짝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저 아이는 뭔가 이상해요. 저 아이의 몸은 인형이라고요. 다른 어디선가 저 아이를 조종하고 있어요."

무르이까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말했다.

"맞아요. 어리는 의체를 자신의 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두 사람도 의체잖아요. 그렇지만 저 어리라는 아이는 그것과도 다르다고요."

"우리가 의체인 것을 알았나요?"

자넷은 조금 놀랐다는 표정으로 무르이까를 보았다.

"처음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죠. 의체의 깃든 정신은 영혼과는 조금 달라요. 구별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었죠. 제 어머니와 할머니는 샤머니였으니까요. 저는 그 피를 물러 받았어요."

"그렇군요. 알았어요. 하지만 어리를 경계할 필요는 없어요. 어리가 무르이까 당신이나 당신 일행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적어도 당신들이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아, 알았어요. 그 약속을 믿죠."

무르이까는 자넷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녀석이 중요한 것 아니었습니까?"

둘의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에 세진의 목소리가 무르이까 일행의 뒤쪽에서 들렸다.

그들이 테멜의 출구로 나올 때에 세진이 제일 늦게 나와서 뒤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진은 지금 나비의 목덜미를 잡고 나비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어머나. 카뉸! 정말로 카뉸이네요?"

무르이까는 세진이 목을 잡고 들고 있는 나비를 금방 알아봤다.

"덩치가 조금 커지긴 했지만 카뉸이 맞습니다. 깝딴."

"그렇습니다."

다른 일행들도 고양이를 그들이 아는 카뉸으로 확인해 줬다.

"자, 그럼 이 고양이가 무르이까 깝딴이 데리고 왔던 그 녀석인 것이 판명이 되었군요. 그럼 여기서 정리를 좀 하죠. 우리가 알아낸 상황과 맞춰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세진이 무르이까 일행과 나비 즉 카뉸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이 녀석을 무르이까 깝딴께서 데리고 첫 번째 게이트를 넘을 때로 돌아갑니다. 그 상황에서 이 녀석의 몸에 테멜의 입구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니 카뉸이란 고양이는 그렇게 해서 특별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능력도 생기고 머리도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몬스터와 싸울 때에 훌쩍 도망을 간 것입니다. 인간들과 있으면 몬스터가 공격을 한다고 생각하고 도망가면 자신은 공격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그 오판은 얼마 가지 않아서 많은 몬스터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것으로 돌아왔고, 어떻게든 도망을 친 이 녀석은 결국 테멜의 출구로 나와서 클리르란 행성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아내에게 잡혔고 말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된 걸까요?"

무르이까가 물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이 녀석은 묘한 능력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순간 이동입니다. 일정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테멜의 입구를 몸에 지니게 되면서 생긴 특기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그 외에 또 다른 한 가지는 여성체에 대한 엄청난 매혹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런 능력은... 이 녀석!"

타악!

꺄앙! 크아아아앙!

세지은 말을 하다말고 나비의 머리를 호되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르이까와 자넷의 눈동자가 본래의 초점을 찾았다.

"아, 지금 그건?"

"저도 몇 번 당했죠. 저 녀석의 특기예요. 현혹이죠. 마냥 저 녀석에게 호의를 품게 되는."

"그건... 그렇군요. 제가 지니고 있던 능력이 카뉸에게 간 거로군요."

무르이까는 대충 상황을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맞습니다. 게이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 녀석이 테멜의 입구를 지니게 되었지만 그러면서 뭔가 더 변화를 겪은 것입니다. 그래서 무르이까님의 그 능력이 이 녀석에게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게이트에서 테멜의 입구가 생기는 바람에 그 게이트와 이 녀석의 테멜이 연결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아마도 제 생각입니다만, 이 고양이 녀석의 테멜 게이트를 통해서 갈 수 있는 테멜은 두 곳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나는 여러분의 브리즈가티 행성에 있는 테멜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 클리르에 있는 테멜이겠지요. 물론 이것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그럼 왜 테멜 안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요? 거기서 그냥 확인을 하면 되지 않았나요?"

무르이까가 물었다.

"조금이라도 정확한 확인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황금색 고양이까지는 맞지만 그것이 꼭 무르이까님의 고양이인지는 확인을 할 수가 없었던 거지요. 이 녀석이 예쁘다고 영상을 저장해 놓은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린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저 나비의 테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어요. 그러니 이렇게 잠시 나와서 확인을 하고 다시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아니란 소리죠."

자넷이 세진을 도와서 한 마디를 얹었다.

"그렇겠네요. 확실히 카뉸이란 것을 확인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겠어요. 그런데 문제네요. 다시 카뉸의 테멜 게이트로 들어갔는데 브리즈가티가 아닌 이곳의 클리르 행성의 테멜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죠? 또 거기서 다시 들어왔는데 또 카뉸으로만 이어지면요."

무르이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진과 자넷을 보며 물었다.

"거기에다가 전혀 다른 테멜에 도착할 확률도 없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깝딴."

추종자 중에 하나가 혹시 있을지 모를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렇군요. 상황이 복잡하네요."

무르이까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세진은 무르이까 일행에게 숙소를 배정해 주었다.

무르이까 일행은 그들이 있는 곳이 테멜 공간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저 클리르란 행성의 어느 건물 안이거나 지하 공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세진은 그들의  오해를 풀어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다만 깝딴이 왔으니 언젠가 그녀를 통해서 깝딴의 비의를 슬쩍하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멜 안에서 깝딴이 몬스터를 상대로 그 기술을 사용하게 해야 했다.

일단 데리고 왔으니 방법이야 만들기 나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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